시사 - 역사/손석희앵커브리핑(2018)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8.2(목) '100원…오멜라스의 행복을 위해'

Buddhastudy 2018. 8. 3. 20:56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어슐러 르 귄 <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

판타지 소설의 거장 어슐러 르 귄의 소설 속의 도시 이름은 오멜라스

그곳은 지상낙원이었습니다.

 

도시는 아름답고 풍요로웠으며 시민들은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도시에는 불편한 진실이 감춰져 있었습니다.

 

오멜라스의 사람들은 모두...알고 있다.

자신들의 아이들의 건강...온화한 날씨조차도

그 아이의 지독하리만큼 비참한 처지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어슐러 르 권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행복의 전제조건은 딱 한 가지.

단 한 명의 아이가 계속 고통을 받고 있어야 나머지 모두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

모두는 알고 있었으나 슬그머니 외면했죠.

 

단지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몇몇의 시민만이 어디론가 도시를 떠나갔고...

오멜라스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풍요로움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폭염의 세상에서 지상낙원은 어디일까..

아마도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공간들일 겁니다.

 

모두는 필사적으로 그 시원함을 찾아서 땀을 식히고는 하지요.

그러나 에어컨이란 닫힘을 상징하는 무엇이기도 합니다.

 

찬기가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창을 꼭꼭 단속해야 하는 폐쇄성과 실내에서 뽑아내는 열기로 인해서 바깥의 기온은 더욱 올라가게 되는 역설.

 

그것은 쾌적한 실내에 들어와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는 있지만 애써 알고 싶지 않은 공공연한, 그러나 불편한 진실입니다.

 

배달 노동자들에게 폭염 수당을...

한 청년은 자신이 일하는 매장을 돌면서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햄버거를 배달할 때마다 받는 돈은 건당 400

폭우나 폭설 때는 여기에 100원을 더 얹어 받고 있었는데...

그 원칙을 이제는 폭염에도 적용해달라는 요구였습니다.

 

어찌 보면 크지 않은 돈

100원을 얻기 위한 뙤약볕 아래의 시위

그는 말했습니다.

 

백원이란 저희가 폭염 속에서 일을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어떤 존중감입니다.

-박정훈/배달 노동자

 

펄펄 끓는 더위 속, 바깥으로 나가기 싫은 이들을 대신해서 땀 흘리는 사람들

심지어 목숨마저 위험해지는 사고들은 이어지고 있지요.

 

세상은 내가 아닌 타인이 흘리는 땀에 대해서 몰랐거나 모른 척했거나 알고 싶지 않았거나

모두가 풍요롭고 즐거웠을 가상의 도시 오멜라스

 

모두는 그곳에서 행복했으나 사실...모두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