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MBC1919-2019 기억-록

[기억록] 송은이, 이학찬을 기억하여 기록하다

Buddhastudy 2019. 12. 16. 20:10


기가 막히지 않겠어요?

손발을 묶어놓고 살라고 한 거나 다름없으니까.

돈이 있어. 차를 차고 싶은데

네가 차를 산다고?”

예쁜 옷을 입고 싶은데

네가 예쁜 옷을 사? 웃기고 있네.”

아이를 학교를 보내고 싶어요.

학교를 보내? 네가? 어디 감히 백정이

 

진짜 그건 사는 게 아니라 정말 버티었던 거 같아요.

버텨왔을 거 같아요.

왜냐하면 하루하루 죽지못해 살았을 거 같아요.

 

/돈이 있어도

쓸 수 없었던 그들

사람대접 받지 못했던 그들’/

 

왜 그런 말 있잖아요.

그렇게 태어난 게 죄다

 

--

나 처음 알았어요, 처음 알았어.

백정들은 돈이 없는 줄 알았어요.

드라마에서 그렇게 그려졌고 그렇게 봐 왔잖아요.

그런데 돈이 있었다네?!

그때는 고기가 귀하던 시절이니까 어쩌면 백정이라는 직업이 더 잘 벌었을 수도 있죠.

그런데 그 생각을 아예 못했어요.

 

봉두난발이라고 그러잖아요, ...

머리도 엄청나게 엉클어져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거칠고.

 

/백정에게 금하노니

백정은 상투를 틀어도 안 되고

갓을 써도 안 되며

사람들 앞에서 술 담배를 금하고

결혼식에 말, 가마 사용을 금하고

장례식에 상여를 금지한다.

천민 중의 천민 백정

 

1894년 갑오개혁

신분제가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백정은 백정이었다.

-탈춤 사물놀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

 

감히 백정의 씨가

공부를 하려 하느냐.

 

아니 보내야죠. 돈이 있는데 자기들은 뭐가 잘났어?

웃겨.

그리고 그들한테 그런 권리를 누가 줬으며

보내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은 오죽했겠어요.

내가 학교를 세운다.

내가 학교를 세우고 말지.

돈을 준다는데도 왜 안 받아.

돈이 있다는데.

가르칠 수 있다는데

가르쳐도 된다는데

왜 그걸 막냐고요...

 

모두가 가능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못다니게 해서 학교를 못다닌다는게 이게 말이 됩니까? 이게?

결국, 폐지가 됐지만, 그냥 폐지만 됐지 뼛속까지 남아있는 사람들의 차별은 남아있었던 거죠.

 

/백정이자 부모 이학찬의 고민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라더니

나와 내 아이는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40만 백정도 사람이고

우리의 자녀도 사람이므로

교육을 받게 해달라.

 

비하고 빈하고 열악하고

굴한 자는 누구였던가

아아 그것은

아등의 백정이 아니었던가

결코 천대를 받을 우리가 아닌가 하노라

-형평사 선언문 에서

 

1923형평사 운동

백정으로부터 시작된

일제강점기 인권운동

 

이분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그 형평운동의 원칙에 보면 그런 말이 있더라고요. 소름끼쳤어.

사랑은 인간의 본성이다.”

 

본인은 한 번도 그런 사랑을 사람으로 받아본 적이 없을 텐데

내 자식들, 내 자식의 자식들, 우리 이 땅에 살아갈 후손들이 살았으면 하는 삶을

지금부터라도 꿈꾸고 만들어 보자.

 

니들이 뭘한다고? 평등? 웃기지 마

분명 너무나 많은 질타를 받았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조금이라도 한 발짝씩 간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세상이 변해있을 것이다.

 

가장 밑바닥에서 시작된

우리나라의 형평운동

우리의 자녀들이 사는 세상은

저울처럼 공평한 사회가 되기를

불평등의 시대

평등한 세상을 위해 내딛은 한 발

 

내가 걷는 이 길이

우리 모두가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기를

 

가진 자도, 못 가진 자도

배운 사람도, 못 배운 사람도

늙은이도, 젊은이도

평범한 일상

자유가 모두의 것이기를

 

얼굴 없는 백정 이학진

평등을 꿈꾼 이학진

 

어쩌면 여전히

가슴에 새겨야 할

형평운동의 정신

 

이학찬

(미상)

 

송은이

이학찬과 형평운동을 기억하여 기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