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

[이재성 박사의 식탁보감] 당뇨인들에게 유리한 바나나는? 당뇨 식이요법의 핵심 개념

Buddhastudy 2020. 7. 3. 19:20

 

 

오늘은 바나나 얘기를 좀 해드릴게요.

당뇨인들이 혈당을 관리할 때

덜 익은 퍼런 바나나가 유리할까요?

아니면 잘 익은 누런 바나나가 더 유리할까요?

 

그냥 딱 답을 말하기 전에

여러분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지식을 좀 나눠드릴게요.

 

일단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바나나는요, 시퍼럴 때 땁니다.

이게 배타고 오는 동안에 다 익어 버리면 상품가치가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퍼럴 때 따 갖고와서는

에틸렌 가스를 쏘이면서 후숙을 시키는 과일이 바로 바나나입니다.

 

후숙시킨다고 하긴 하지만

과일가게에 가보면, 이렇게 좀 퍼런 바나나를 만나기도 합니다.

집에 가져와서 며칠 놔두면 누렇게 익죠.

한참 더 놔두면 이렇게 갈색 반점이 생기기도 하고요.

 

퍼런 바나나는 맛이 어떤가요?

떫고 텁텁하고 단맛도 별로 안 나죠?

떫은 맛은 탄닌 성분이 만드는 거고요

 

맛이 좀 덜 달달한 이유는

덜 익은 바나나의 탄수화물은 주로 전분 위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나나가 익어가면서는 그 전분질이 슈가, 즉 포도당, 과당 같은 단당류로 바뀌면서 맛이 달달해지는 겁니다.

 

여러분, 탄수화물은요

곡식이나 뿌리에 있는 전분질도 탄수화물이고

올리고당도 탄수화물이고

또 슈가, 과당, 포도당, 설탕 같은 것도 탄수화물이에요.

식물의 이파리나 줄기에 있는 거친 섬유질 셀룰로오스도 역시 탄수화물이에요.

 

단당류가 수백, 수천개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고분자 탄수화물,

그 중의 한 부류가 바로 전분이에요.

다른 말로는 녹말이라고 하는 겁니다.

 

덜 익은 바나나는 맛이 별로 없고 푹 익은 바나나는 아주 달지요.

이걸 화학적으로 풀이하면요

덜 익은 바나나에는 탄수화물이 주로 전분과 올리고당 형태로 있는 거구요

푹 익은 바나나에는 탄수화물이 주로 과당, 포도당같은 당류로 이루어져 있는 거예요.

 

그런데 덜 익은 바나나의 전분 중에는

저항전분이 꽤 많이 들어있습니다.

물론 얼마나 덜 익었는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략 20% 정도가 저항전분이라고 합니다.

 

저항전분?

도대체 전분이 뭐에 저항한다는 말일까요?

 

전분 형태의 고분자 탄수화물이 우리 혈액 속으로 흡수되려면

잘게잘게 쪼개져서 포도당의 형태로 분해되어야 하는데요

이 전분을 분해시키는 효소를 아밀라아제라고

우리 중학교 때 생물시간에 배웠던 내용이죠.

 

그런데 우리의 침샘과 췌장에서 아무리 아밀라아제를 분비해도

그걸로는 도무지 분해가 되지 않는 전분, 그것을 저항전분이라고 합니다.

 

분해가 안 되니까 이게 혈액 속으로 흡수되지도 않고

그러니까 혈당을 올리지도 않는 거죠.

그러므로 저항전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시퍼런 바나나가

당뇨인들의 혈당관리 할 때는 좀 유리합니다.

 

반면에 누렇게 익어가면서 그 안에 과당과 포도당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바나나는

그만큼 혈당을 빨리 높이기 때문에

당뇨인들에게는 불리한 바나나에요.

 

, 바나나 1개가 같은 거일 경우

이게 덜 익었건, 푹 익었건 간에

그 무게가 같다면 그 안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의 양은 똑같습니다.

바나나 1개가 200g 정도 하는데요

이 안에 한 45g 정도가 탄수화물이에요.

그러면 대략 180칼로리 정도 됩니다.

 

익었건, 익지 않았건 이 숫자들은 변함이 없습니다.

똑같이 탄수화물이 들어있죠.

 

그러나...

그 안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의 질이 달라요.

여긴 주로 전분질의 탄수화물,

여기에는 주로 과당, 포도당 같은 단당류가 들어있는 거죠.

 

칼로리는 같아도 혈당에 미치는 영향은 사뭇 다르다는 거,

이거 당뇨인들이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저항전분은 소장에서는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흘러들어갑니다.

이 대장에는 누가 살고 있냐?

이 저항전분을 먹고 사는 장내 미생물들이 살고 있어요.

이 녀석들이 그걸 먹고서는 부티르산과 같은 짧은 사슬의 지방산을 만들어내는데요

이게 대장의 점막 세포를 자극하면

인슐린의 작용을 촉진시키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당뇨인들에게 유리한 면이 있어요.

 

그러니까 당뇨가 있는 분들이 간식이 먹고 싶어서 바나나를 선택한다면 말이죠

누렇게 푹 익은 바나나보다는

시퍼렇고 좀 덜 익은 바나나를 선택하는 것이 더 좋겠어요.

 

당뇨가 있다고 해서 과일 하나 안먹고 살면 좀 마음이 서글프잖아요.

바나나 한 개 먹었다는 이 마음의 만족감이

힘을 만들어 내잖아요.

 

어 근데, 덜 익은 바나나 먹으면 변비 생기지 않나요?

이런 얘기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또 조금 할 얘기가 더 있네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요.

 

하여간 당뇨가 있는 분들은

저항전분, 식이섬유, 이런 거에 대한 개념을 잘 알고 계셔야 합니다.

그게 식이요법의 핵심이거든요.

 

저항전분과 식이섬유를 잘 먹어줘야

장 안에 있는 좋은 미생물들을 키워주고

그게 당뇨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뱃살 때는데도 중요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