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법문/정목스님_유나방송 75

[유나방송] 정목스님의 기도문 1편 l 임종과 영가를 위한 기원문

죽음 앞에서 모든 부처님과 대보살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기원문 -- 아, 시방에 계시며 더없는 자비를 갖추시고 지혜와 투시력과 사랑을 가지고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을 보호해 주시는 부처님과 대보살들이시여 자비의 힘으로 이곳에 내려오셔서 마음으로 만든 공양물을 받으소서 아, 자비로운이여 당신은 무한한 지혜와 자비의 사랑과 신통력과 보호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비로운이여 그동안 우리와 함께했던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 저 세상으로 가려 합니다. 그는 지금 이 세상을 떠나려 하고 있습니다. 그는 큰 이동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그에게는 이제 친구가 없고 그를 지켜 줄 이도, 보호해 줄 이도 없으며, 아무런 능력도 동행자도 없습니다. 그는 다른 곳으로 가려 합니다. 그는 무거운 어둠 속으로 들어갑니다. 가파른 절..

[유나방송] 정목스님 낭송_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낭송 정목스님- 남아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던 때가 있었다.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 사랑하면 같이 살면 되지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작 그 사랑 때문에 헤어지는 상황을 납득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언젠가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보따리 풀듯 풀어놓는다. 삶의 모순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세월이 흘러가야 비로소 이해되는 것들이 인생엔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딸의 남은 생을 위해 뇌성마비 외손자와 함께 강물에 뛰어든 할아버지의 사연이나 치매에 걸린 배우자의 간병에 ..

[유나방송] 정목스님 낭송, 남겨진 이들을 위한 기도

니가 떠난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밖에 네 이름을 목 놓아 부르는 것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미안하구나. 꽃이 피는 이 아름다운 봄날에 따뜻한 햇살 한 줌 네게 보내주지 못하고 칠흑 같은 어둔 길에 밝은 등불 하나 비추어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슬픔을 겪고 나서야 나중에 하리라 미루어 둔 모든 일이 사무친다. 더 많이 너를 사랑하지 못했던 우리가 한없이 안타깝구나. 그때 더 많이 네 목소리를 들었어야 했는데 그때 더 많이 니 어깨를 껴안았어야 했는데 너는 봄꽃처럼 빨리도 가버렸구나. 옹기종기 모인 꽃들이 너희들의 웃는 얼굴 같아 자꾸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절망하며 슬퍼하는 우리를 향해 너는 많은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그곳은 괜찮다며 손을 흔들어주는 것 같아 꽃만 보아도..

[유나방송] 달라이라마 기도문

사람을 만날 때마다 언제나 나 자신을 가장 미천한 사람으로 여기고 내 마음의 깊은 곳에서 상대방을 최고의 존재로 여기게 하소서. 나쁜 성격을 갖고 죄와 고통에 억눌린 존재를 볼 때면 마치 귀한 보석을 발견한 사람처럼 그들을 귀하게 여기게 하소서. 다른 사람이 시기심으로 나를 욕하고 비난해도 나를 기쁜 마음으로 패배하게 하고 승리는 그들에게 주소서. 내가 큰 희망을 갖고 도와준 사람이 나를 심하게 해칠 때, 그를 최고의 스승으로 여기게 하소서. 그리고 나로 하여금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모든 존재에게 도움과 행복을 줄 수 있게 하소서. 남들이 알지 못하게 모든 존재의 불편함과 고통을 나로 하여금 떠맡게 하소서.

[유나방송] 정목스님 떠나간 이들을 위한 기도

꽃이 지듯 세월호와 함께 바다에서 산산이 부서져 버린 우리의 아이들과 저마다의 희망과 부푼 꿈을 안고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올랐던 여행길이 영영 돌아오지 못할 마지막 길이 되어 버린 수많은 영가들 앞에 가만히 두 손 모읍니다. 이생에 당신과의 인연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떠난 뒤에야 사무칩니다. 그토록 살아 돌아오길 간절히 바랬건만 대답 없는 그대들을 생각하면 그저 눈물만 흐릅니다. 어두운 바닷속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마지막 순간 그곳에서 서로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 것이며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찰나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게 못다했던 말들 때문에 가슴이 무너졌을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우리 한사람 한사람은 더 목이 메이고 슬픔이 차오릅니다. 당신들이 떠난 빈자..

[유나방송] 정목스님 낭송 다친 달팽이를 보거든

정목스님의 달팽이 편지 1 다친 달팽이를 보거든 삶의 길목에서 지친 당신에게 작은 촛불이 되어 주는 이야기 (정목스님의 달팽이 편지) -- 다친 달팽이를 보거든 섣불리 도우려고 나서지 말라.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성급한 도움이 그를 화나게 하거나 그를 다치게 할 수 있다. 하늘의 여러 별자리 가운데서 제자리를 벗어난 별을 보거든 별에게 충고하지 말고 참아라. 별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장 루슬로의 시입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그 사람을 성가시게 하거나 화나게 했던 적은 없는지요? 느리게 가는 달팽이를 보면 ‘저런 속도로 어느 세월에 먼 길을 다 가겠..

[유나방송] 김재진 시인, 모란

모란 시 김재진 우리 만나던 밤은 모란이었다. 헤어지던 날은 바람이 섬의 모든 문을 흔들어 대고 자줏빛 심장마다 구멍을 뚫어 놓았다. 섬에서 피는 모란은 바람의 통곡이니 그것은 만날 수 없던 날의 타버린 심지 같다. 호랑이 눈 같은 불길 하나 가슴에 안고 한 생을 모란같이 살던 사람은 모란이 지면 따라서 진다. 바람의 유서 같은 상처를 남긴 채 모란이 질 때면 따라서 져라. 후두둑 지고 나면 섬의 오월은 밤을 지키는 맹수의 눈으로 등불 하나 없어도 환하게 탄다.

[유나방송] 김재진 시인, 사랑을 묻거든 없다고 해라

사랑을 묻거든 김재진 사랑을 묻거든 없다고 해라. 내 안에 있어 줄어들지 않는 사랑은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이니 누가 사랑했냐고 묻거든 모르겠다고 해라. 사랑을 묻거든 없다고 해라. 아파할 일도 없으며 힘들어 할 일도 없으니 누가 사랑 때문에 눈물 흘리거든 나를 적시며 흘러가버린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강물이라고 해라.

[유나방송] 김재진 시인, 길 위에 있는 동안 행복하다

둥근 우주같이 파꽃이 피고 살구나무 열매가 머리 위에 매달릴 때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나는 걸을 수 있는 동안 행복하다. 구두 아래 길들이 노래하며 밟히고 햇볕에 돌들이 빵처럼 구워질 때 새처럼 앉아 있는 후박꽃 바라보며 코끝을 만지는 향기는 비어 있기에 향기롭다. 배드민턴 치듯 가벼워지고 있는 산들의 저 연둣빛 기다릴 사람 없어도 나무는 늘 문밖에 서 있다. 길들을 사색하는 마음속의 작은 창문 창이 있기에 집들은 다 반짝거릴 수 있다. 아무것도 찌르지 못할 가시 하나 내보이며 찔레가 어느새 울타리를 넘어가고 울타리 밖은 곧 여름 마음의 경계 울타리 넘듯 넘어가며 걷고 있는 두 다리는 길 위에 있는 동안 행복하다.

[유나방송] 예경 Buddhism respect and worship

예경 시/ 김재진 마하비라가 길을 나서면 길 위의 풀들은 일제히 가시를 감췄다. 성자의 발을 보호하는 낮은 것들의 예경 길 위를 걷고 있는 맨발 위로 빗방울 떨어진다. 하늘이 내려 보낸 선물에 젖어 세상의 가시들이 다 고개를 숙인다. 젖어서 거룩한 것도 있다 세상엔. 한없이 젖어서 더 낮은 곳으로 간다 해도 숙여서 눈부신 것들이 있다. 적멸의 시 한편 /유나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