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그라운드(2024)

감시와 프라이버시 간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by 유발 하라리

Buddhastudy 2020. 4. 2. 20:09


이 폭풍은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한 선택은

다가올 몇십 년 동안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저자

 

--

다가올 몇 주 동안의 선택이 세상을 지금과는 다른 세계로 바꿀 것이다.

역사의 과정이 가속화될 것이다.

다시 말해 평상시에는 수십 년이 걸릴 의사결정이

몇 시간 만에 진행될 것이다.

 

세계는 거대한 실험실이 되고 있다.

특히 우리는 중요한 2가지 선택에 직면해 있다.

 

전체주의적인 감시 vs. 시민 의식의 강화

민족주의적인 고립 vs. 글로벌 연대

 

 

--

피부 속까지감시하는 역사의 시작

 

전염병을 막기 위해 정부는 국민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과거와 다르게 국민을 면밀히 감시할 수 있는 기술도 있다.

하지만 감시의 수준은 예전과 다르다.

 

과거에는 당신이 무엇을 클릭했는지 정도를 모리터링했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체온, 혈압 등

당신의 바이오 데이터를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감시 역사의 중요한 분수령이다.

 

--

비상상황이 남길 생체정보 감시의 명암

 

앞으로의 문제는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감시당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또 다른 전염병 유행을 예단하는 목적으로

국민에게 생체정보를 24시간 수집할 수 있는 팔찌를 차게 할 수 있다.

바이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감염자를 미리 찾을 수 있으니

정부는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전염병 안녕~”

좋아 보인다고?

 

하지만 이런 명분으로 정부가 국민의 생체정보까지 감시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감정 상태까지 예측이 가능하게 되고

감시 정부는 더 나아가 감정을 조작할 수 있는 시도를 충분히 할 수 있다.

 

2030년 북한과 중국을 상상해 보자.

생체정보 감시가 일시적이라는 생각은 나이브하다.

실제 역사를 보면, 임시적 조치가 일상화된 사례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는 앞으로 감시와 프라이버시 간의 전쟁을 심각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도 있다.

 

--

중요한 두 가지 선택

전체주의적인 감시 vs. 시민의식 강화

 

프라이버시와 건강 중 하나남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둘 다 선택할 수 있다.

전체주의적인 감시가 아니라 높은 시민의식에 기댄다면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 대만, 싱가포르의 비누로 손 씻기 이다.

과거에는 의사들도 손을 씻지 않았다.

 

하지만 손 씻기의 중요성을 모두 알게 되자

강제로 비누로 손을 씻게 하는 비누경찰이 없어도

사람들은 스스로 매일 손을 열심히 씻는다.

(비누경찰: 비누로 손을 씻는지 감시하는 사람)

 

정부의 투명성을 바탕으로 국민이 바이러스에 관한 올바른 지식을 갖추게 되면

빅 브라이더의 감시 없이 프라이버시와 국민 건강 모두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전체주의적인 감시가 아니라 높은 시민의식으로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다.

 

물론 신뢰는 한순간에 생기지도 않는다.

몰상식한 정치인들의 음모론과 언론의 가짜뉴스에 의해

신뢰를 쌓는 일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현재는 위기상황이다.

수십 년 걸릴 신뢰를 한순간에 만들 수도 있다.

 

투명성과 과학적 지식의 토대 아래 신뢰가 구축된다면

기술과 생체데이터는 개인에게 더 이익을 줄 것이다.

 

기술을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정부의 결정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술은 정부가 개인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도구이지만

반대로 개인이 정부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시민의식의 중요한 테스트가 되고 있다.

 

--

중요한 두 번째 중요한 선택

2. 민족주의적인 고립 vs. 글로벌 연대

 

전염병과 이에 따른 경제위기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받아들이고

세계적인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첫째, 먼저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

각 나라의 정보는 서로에게 큰 이득이 된다.

 

영국 정보는 한 달 전에 비슷한 문제에 부딪혔던 한국인들에게 조언을 들을 수 있으며

중국은 미국에게 귀중한 교훈과 대처법을 가르쳐 줄 수 있다.

하지만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조언을 구하는 태도와 조언의 신뢰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특히 의료장비의 생산과 보급, 혹은 의료진 확보에 있어서 상황이 좋은 나라는 상황이 좋지 않은 나라를 도와줄 필요가 있다.

어려운 시기에 그들을 돕는다면 나중에 도움이 필요할 때 반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뿐더러 귀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경제적 측면에서도 글로벌 연대를 할 명분은 충분하다.

경제와 공급 사슬은 세계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자국의 이익만 추구한다면 더 혼란을 일으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특히 여행 교류 측면에서 합의가 필요하다.

모든 국제 여행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 의사, 언론인, 정치인, 사업가 등

필수 여행자들이 국경을 계속 넘을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이것은 각국이 여행자를 신중하게 사전 검사하여 선별된 여행자만 탑승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동의 행동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런 일들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이전의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글로벌 리더의 역할을 맡았던 미국 행정부는

그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다.

인류의 미래보다는 미국의 위대함에 훨씬 신경을 쓰고 있는 그들은

심지어 가까운 동맹국들도 버렸다.

 

미국은 EU 국가의 모든 여행을 금지하는 과감한 조치를 시행할 때도

EU와 협의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사전 통지서도 보내지 않았다.

 

이 위기 속에서 미국이 남긴 공백을 다른 나라들이 메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현재의 이 전염병을 막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세계 경제와 국제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위기는 기회다.

전염병이 다양한 형태로 가져오는 심각한 위험을 인류가 깨닫는다면

비누경찰없이 사람들이 스스로 손을 열심히 씻었던 것처럼

누군가의 통제 없이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고,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당장의 눈앞의 이익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멀리 바라봐야 한다.

 

글로벌 연대로 이번 위기를 잘 넘기게 된다면

21세기의 인류를 위협하는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와도

우리는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