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에 대해 확신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착각일 수 있다는 것을 바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사람얼굴 가면입니다.
자, 이제 이 가면을 천천히 돌려보겠습니다.
잘 보세요.
당신이 보통의 사람들과 같다면
방금 좀 놀랐을 것입니다.
가면 안쪽 면은 오목하고, 가면 바깥쪽 면은 볼록한데
눈에는 양쪽면 모두 볼록한 얼굴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이것은 바로 우리 뇌가 작동하는 방식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그동안 무수한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얼굴은 바깥에서 볼록하게 굴곡진 형태입니다.
그래서 뇌로 전달하는 시각 데이터의 정보가
가면의 안쪽 면처럼 오목한 얼굴 정보를 보내와도
뇌는 그 데이터를 평상시처럼
바깥에서 볼록한 얼굴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것은
우리 뇌가 실제 현실과는 다르게 감각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뇌가 실제 감각 정보가 보내오는 정보를
그대로 감각 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예측한 대로 감각 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예측한다는 말은
미래를 생각하고 예상하는 예측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 자체가 만들어지기 전의 예측입니다.
말 그대로 생각보다 빠른 것이죠.
뇌가 예측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두개골 안에 갇혀 있는 뇌는
세상을 직접적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
시각, 청각, 촉각 등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데이터를 모아서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내야만 합니다.
그런데 감각 데이터에만 의존해서는
너무 느리기 때문에 예측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날아오는 공은
우리의 시선이 따라가는 속도보다 빠릅니다.
그 공을 잡기 위해서는
그 공이 이동할 곳을 예측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감각 데이터들이 보내오는 정보들이
판단을 내리기에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뇌는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합니다.
앞서, 가면 착각에서
뇌는 항상 볼록한 얼굴만 경험했기 때문에
오목한 얼굴을 봐도 볼록한 형태로 예측하고 보여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착시 현상은
우리의 뇌가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예측을 통해 보여 주기도 하는 것을 말하는데
과학자들은 이것을 조절된 환각이라고 말합니다.
환각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뇌가 예측을 통해 실제로는 없는 것
혹은 실제와는 다 다른 현실을 만들어 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분명히 눈으로 보고 확신하는 것이
진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뇌 과학자이자 정신 의학자인 필리프 슈테르처는
그의 책 <제정신이라는 착각>에서
우리는 왜 세상을 다르게 지각하고 서로 다른 확신에 이르는지
최신 뇌과학 이론과 자신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설명합니다.
그는 뇌가 예측, 혹은 감각 데이터를 얼마나 믿을 수 있다고 여기느냐 따라
이 둘의 서로 다른 비중을 두게 된다고 말합니다.
예측과 감각 데이터에 비교해서
예측의 정확성이 부여되어 예측이 우세한 경우
착시에 걸려들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감각 데이터가 다르게 말하는데도
가면을 밖으로 볼록한 것으로 지각합니다.
반면 감각 데이터의 상대적으로 높은 정확성이 부여되어
감각 데이터가 우세한 경우
착시에 걸려들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러면 감각 데이터에 부합하게
가면을 안으로 굽은 것으로 지각합니다.
뇌는 이렇게 항상 예측이나 감각 데이터를
각각 얼마나 신뢰할 결정하는데
대부분 우리의 뇌는 이것을 잘 해냅니다.
중요한 것은 뇌가 아무리 정확하다고 확신해도
그것이 진실성과 별개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즉 완전히 예측이 빗나가도
높은 정확성을 뛸 수 있는 것입니다.
뇌가 예측을 너무 신뢰하는 바람에
오목한 얼굴을 보고도
뇌는 실제 감각 데이터에 주목하지 못하고
볼록한 얼굴을 보는 것처럼 말이죠.
쉽게 말해 우리가 본 것에 대해
정확하다고 확신해도
그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감각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에 해당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실제와 다르게 인식하면서
확신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 뇌는 왜 늘 확신을 하면서 살게 되었을까요?
결국 우리 뇌에 중요한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일 투성이인 세상에서
가능하면 안전하게 지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잘 지내려면
행동을 분명히 선택해야 하고
이때 최선의 추측을 해야 합니다.
최선의 추측이란
맞아떨어질 확률이 가장 높은 예측을 말합니다.
그리고 높은 확률은 높은 정확성을 의미합니다.
진실성과는 무관하게
높은 정확성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확신에 의미하는 바는
어떤 진술이 사실일 확률이 높을수록
이에 부합하는 뇌의 예측은 더 정확하고
확신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필리프 슈테르처는
<제정신이라는 착각>에서 사람들의 확신은
정확성이 높은 예측이라고 말합니다.
정확성이 높기 때문에
뇌는 그것을 너무나도 신뢰하게 되고
다른 데이터들은 주목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것이 진실이냐 아니냐는 상관없이
높은 정확성으로부터 오는 예측이기 때문에
확신하는 것입니다.
이것에 예로
확증편향이 있습니다.
지각과 생각이 기존 확신 쪽으로 편향되는 현상입니다.
지구가 평면이라고 주장하는 ‘평평한 지구학회’ 회원들에게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확신이 높은 정확성을 지닙니다.
그들은 지구가 평평하다는 경험을 많이 하고
그 증거들을 많이 모아 더욱 더 확신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 확신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모든 현대적 과학 증거에도
지구가 평평한 원반이 라는 자신들의 확신을 고수합니다.
이런 확신은 정확성이 높은 예측이 때문에
예측이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확신이 끄떡없이 유지되고 쉽게 교정되지 않습니다.
마치 우리가 오목한 가면 안쪽 면이
오목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여전히 볼록한 얼굴로 보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의 확신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가능하면
안전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합니다.
그러나 뇌가 예측을 통해 만들어 내는 확신은
언제나 가설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확신을 고수한다면
우리는 서로를 정신 나한 사람으로 여길 것이고
이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사이 좋게 공존하는 것을 힘들게 할 것입니다.
나는 무엇을 확신하는지
돌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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