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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사람들에게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1990년대 방영된 TV드라마 <야반도주 사무소>에서는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야반도주를 돕는
컨설팅 회사 라이징선이 등장합니다.
<야반도주 사무소>는 투기 광풍이 불던 도쿄 주식 급락을 시작으로
부동산 폭락, 경기 침체, 디플레이션을 겪으며 맞이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배경입니다.
그리고 야반도주 소제는 드라마 픽션이 아닌, 실제 일본에서 벌어진 ‘인간증발’을 다룬 논픽션입니다.
버블경제 시기에 불황이 지속되자 서민들은 대부업체에 돈을 빌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샐러리맨 대상 소액 고리대금업인 ‘사라리만 킨유’가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갔고
대부업체들은 야쿠자와 손을 잡으며 연 100%가 넘는 이자율을 적용했습니다.
사람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를 갚지 못했고
야쿠자의 협박에 견디지 못해 결국 ‘야반도주’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잃어버린 10년
1980년대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형성된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이어졌던 극심한 장기 경제 침체 기간
그 당시 일본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길래 그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까요?
일본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주식시장이 고평가되어 소위 거품 경제 기간 동안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1989년 일본의 주가 버블 당시 주가수익비율,
즉 주당순이익과 주가의 배율은 무려 67에 이를 정도로 ‘버블’의 정점 달해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주식 버블이 출현했죠.
결국, 공격적인 금리 인상과 공급과잉의 영향으로
1990년부터 일본 자산 사장이 무너졌습니다.
특히 자산가격 붕괴가 심화된 1991년부터는 경제성장률마저 떨어지는 등
본격적인 불황의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1980년대 4.6%였던 연평균 성장률은
버블 붕괴 이후인 1992년부터 2001년까지 0.9%대로 하락하고 말았습니다.
더불어, 일본 기업과 가계도 큰 손실을 입었죠.
1990년 당시 일본 명목 GDP가 449조 엔이었는데
주택 및 주식 가격 폭락 사태로 사라진 자산 가치가
당시 GDP의 3배가 넘는 1,500조 엔에 달했습니다.
부동산 버블당시 주택을 구매했던 가계의 손실도 막대했죠.
거품 경제 기간 동안 부동산을 구매한 가정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여기, 자신 15억에 부채 10억을 가진 가계가 있습니다.
이 가계는 10억의 빚을 얻고 자신의 순자산 5억을 투입해 15억짜리 집을 구매했다고 봅시다.
그런데 1991년 이후 시작된 부동산 폭락 사태로
집값이 50% 하락하여 7억 5천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가계의 순자산은 마이너스 2억5천이 돼버립니다.
바로 이런 치명적인 경제적 타격으로
일본 시민들은 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야반도주 사무소>를 연출한 감독 하라 타카히토는 얘기합니다.
“버블 붕괴는 비극적이었습니다.
부채의 액수와 상관없이 대출받은 사람들은 자살했죠.
일가족 전체가 자살하는 일도 있었고
야반도주하여 신원을 바꾸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한 가족들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한 나라의 경제 사건은 그 나라와 국민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특히 일본의 ‘야반도주’ 현상에는 ‘버블 붕괴’라는 경제적 사건과
일본인 특유의 수치심‘과 ’체면‘ 코드도 결합되어 있는데요,
일본 연구서의 대표 저서로 꼽히는 <국화와 칼>에서는
일본인들은 윗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감정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만약 실수에서 수치심이 느껴질 때는 크게 자책하고
결국 예의를 지키고 타인에게 폐를 까치지 않기 위해
증발이나 자살을 택한다고 합니다.
증발한 사람들을 찾는 탐정 후루우치 사카에도
일본인들의 특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일본인들은 마치 약한 불 위에 올려진 압력솥 같은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러다 압력을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수증기처럼 증발해버린다.”
이처럼 한 나라의 특정 현상은 단순히 일시적 발생이 아닌
경제와 문화의 복합적인 특징 안에서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 시대를 뒤흔들 정도의 치명적인 경제적 사건의 결과는
서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지게 되죠.
때로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사회적 현상에는
경제사건의 그림자가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드리운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적 사건을 모르고선 그 사회의 내막을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돈과 연관된 ‘경제’ 그 자체의 영향은
서민들에게 불가피한 존재이기 때문이겠지요.
일본에서는 매해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발적 실종으로 증발한다고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는 일본 자살보다 4배나 더 많은 수치입니다.
지금 일본 경제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그들은 왜 여전히 증발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물의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숨어 있다.”
<스루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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