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0년 전에 실연을 당하고
제 장래 희망이 완전히 꺾이면서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가정불화를 겪으며 자랐어요.
그래서 정서가 굉장히 불안하고 애정 결핍이 심하고 강박증이 심했습니다.
그런 것 때문에 제가 너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려고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반성하고 앞으로는 독신으로 저 혼자의 힘으로 꿋꿋이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살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을 텐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답을 구하고,
무엇에 의지를 해야 할까요?//
우선 생각을 좀 바꾸셔야 돼요.
'실연을 당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기가 피해자가 되거든요.
왜 실연을 당했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서로 좋아서 만날 수가 있고
도중에 한 사람이 싫으면 헤어질 수도 있는 거죠.
실연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질문자만 피해자가 되잖아요.
상대는 이 사람 저 사람 사귀다가
더 마음에 드는 사람하고 결혼할 수도 있잖아요.
결혼한 사람도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이혼하고 헤어지는데
결혼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사귈 수 있는 것 아니에요?
그런데 왜 실연을 당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어떤 가게에 단골이 되어서 맨날 물건을 사러 그 가게에 갔습니다.
그런데 근처에 새로 슈퍼마켓이 생겨서 가보니
물건도 좋고 값도 싸서 그 가게로 구입처를 바꾸면
제가 배신자예요?
단골 가게를 바꾸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잖아요.
그것처럼 남자든 여자든 결혼 상대를 바꾸는 것은
그 사람의 권리예요.
내 원하는 대로 안 됐다고
그 사람을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관점입니다.
실연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피해자로 만드는 생각이에요.
질문자는 피해를 입은 바가 없습니다.
그 남자와 몇 년 사귀다가 헤어진 것일 뿐입니다.
그 남자에 대해서는
'그래도 너를 만나서 지난 3년 동안 재미있게 잘 지내서 고맙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그 남자를 안 만나고 계속 혼자 있었던 게 나아요,
그래도 3년간 사귄 게 나아요?
그때 질문자가 생각을 잘못했어요.
본인이 피해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원망하는 마음이 든 겁니다.
만약 누가 나한테 '10년간 매달 10만 원씩 줄게' 이렇게 약속을 해놓고
3년 동안 돈을 주더니 갑자기 안 준다고 합시다.
그럼, 그 사람을 미워해야 돼요?
아예 안 준 사람도 안 미워하는데
왜 3년이나 준 사람을 미워해요?
지난 3년이라도 줘서 고맙다고 생각해야죠.
10년 동안 돈을 준다고 해놓고 안 주니까
좀 아쉽긴 하지만
3년이라도 돈을 준 사람은 고마운 사람 아니에요?
고마운 사람을 고맙다고 봐야죠.
원망하는 마음이 드는 이유는
10년이란 말에 너무 집착해서 그래요.
질문자가 지금까지 아무런 남자를 만나지 않고 혼자 살았다면
그게 더 좋았겠어요?
3년이든 5년이든 남자를 만나서 데이트도 하고 재밌었잖아요.
고마운 일이잖아요.
피해자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질문자는 피해자가 아니에요.
그냥 만났다가 헤어진 거예요.
우리 인생이 그렇습니다.
인연이 되면 만나고, 인연이 다 되면 헤어지는 것입니다.
상대가 좋으면 헤어지는 게 괴로움이 되고
상대가 싫으면 만나는 게 괴로움이 될 뿐입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좋고 싫고 하는 내 마음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자꾸 여러분은
만나는 게 문제이고, 헤어지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상대가 싫으면 만나는 게 괴로움이 되고
상대가 좋으면 헤어지는 게 괴로움이 되는 거예요.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고 그냥 자연의 원리입니다.
내가 좋을 때 헤어지는 인연이 되면 괴로움이 생기고,
내가 싫을 때 만나는 인연이 되면 괴로움이 생기는 거예요.
나에게 좋고 싫고 하는 마음이 사라져 버리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아무런 괴로움이 되지 않습니다.
계절도 선호가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가을이 오면 좋고, 가을이 가면 괴로워요.
계절은 그냥 늘 반복될 뿐입니다.
가을이 오면 좋지만 가더라도 괜찮고
겨울은 또 겨울대로 스키 타는 재미가 있어서 좋습니다.
봄은 꽃 보는 재미가 있고
여름은 수영하는 재미가 있고
가을은 단풍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 년 내내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를 아무리 좋아해도 언젠가는 헤어져요.
살아서 헤어지기도 하고 죽어서 헤어지기도 합니다.
다만 한 달 만에 헤어졌냐, 1년 만에 헤어졌냐, 10년 만에 헤어졌냐,
이렇게 시기만 차이가 날 뿐이에요.
나무에 돋아난 잎은 언젠가는 떨어집니다.
벌레가 먹거나 누가 따서 일찍 떨어지는 잎도 있어요.
그러나 가을이 되면 다 떨어집니다.
꼭 가을에 떨어져야 좋은 일일까요?
먼저 떨어진다고 자연 전체에서 봤을 때 그게 뭐 큰 대수겠어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사람은 60에 죽고, 어떤 사람은 70에 죽고, 어떤 사람은 90에 죽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현상이에요.
그런데 오래 사는 것에 집착하면 괴로움이 생깁니다.
헤어진 남자친구에 대해서도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너를 안 만났으면 혼자서 외롭게 살 뻔했는데
그래도 너를 만나서 몇 년 동안 재밌었다'
좀 더 만나면 좋겠지만
또 인연이 끝나서 가는 걸 어떡하겠어요?
이렇게 생각해야 다음 사람을 만날 때도 편한 거예요.
이별이 트라우마가 되고 내가 피해자가 되면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어도 겁이 납니다.
이 인간이 또 몇 년 있다가 날 배신하고 가지 않겠나 하고
내내 의심하느라 못 만나는 거예요.
이걸 탁 놓아버려야 만나기도 쉽고 헤어지기도 쉽습니다.
'너는 내 옆에 한 달 있다 가든지, 1년 있다 가든지, 너 좋을 대로 해라'
이렇게 딱 놔둬야 돼요.
그러면 사람을 만나는 게 쉬워집니다.
그리고 질문자가 어릴 때 피해를 입어서 그렇다고 설명하는 것은
학자들이나 분석하는 거예요.
본인이 힘들다고 하면 학자들이 대화를 해보고
'당신 어릴 때 피해를 입어서 이러이러하다'라고 하는 거지요.
내가 키가 작다면 그걸 지금 어떡하겠어요?
학자들은 키 작은 사람을 보고
'키가 작은 이유는 어릴 때 영양이 부족했거나, 유전적 요인이다'라고 분석합니다.
저는 작으면 작은 대로, 검으면 검은 대로, 여자면 여자인 대로
그냥 주어진 대로 살면 됩니다.
질문자가 힘들다고 말을 하니까
전문가들이 질문자와 대화를 해보고
‘당신이 어릴 때 어떤 피해를 입어서 현재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다’라고
나름대로 분석을 한 거예요.
만약 학자들이 키가 작은 이유에 대해 분석해 본다면
‘키가 작은 것은 어릴 때 영양이 부족했거나
유전적인 요인 때문이다’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키가 작은 것을 지금에 와서 어떻게 하겠어요?
키, 피부색, 성별과 같이
타고난 요소에 대해 불평한다면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자도 ‘나는 어릴 때 가정불화로 우울증이 생겨서 괴롭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 대신
‘나에게는 약간의 트라우마가 있다.
앞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 때,
무조건 상대방을 탓할 게 아니라
나에게 병이 있는 것을 감안해서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해 보세요.
질문자에게 이미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조건에 맞게 생활하면 됩니다.
어떤 일이든 단정 짓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살면 좋겠습니다.
‘나는 혼자 살겠다’라고 결정했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면 고민이 됩니다.
‘나는 누군가와 같이 살겠다’라고 결정했는데,
같이 살 사람이 안 나타나면 또 고민이 됩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살다가 누군가 만날 수 있으면 만나고,
아니면 혼자 살면 됩니다.
‘나는 90세까지는 살 것이다’라고 결정했는데
80세에 죽으면 억울한 마음이 들지 않겠어요?
반면에 ‘나는 80세까지만 살다 죽겠다’라고 정해 놓았는데
80세 이상까지 살게 되면
‘왜 아직까지 안 죽나?’하고 불평합니다.
몇 살이든 사는 데까지 그냥 사는 거예요.
어떤 일이든 미리 정해 놓고 자신을 괴롭히지 마세요.
...
그건 장사잖아요.
‘내가 너에게 이만큼 했으니까, 너도 이만큼은 해야 한다’는 생각은
‘내가 물건을 만들어 팔면 얼마의 이익을 얻을 것이다’라는 생각과 같은 맥락입니다.
질문자는 지금 인간관계를 장사로 계산하기 때문에
‘손해 나는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저는 인간관계를 장사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도 손해라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은 이렇고, 저 사람은 저렇구나’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질문자도 인간관계에서 계산은 그만하고 그냥 편하게 사세요.
착하게 사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착하게 살 수 있으면 그렇게 살면 됩니다.
하지만 ‘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질문자 편한 대로 살면 됩니다.
다만, 하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남을 해치지 마라.
둘째, 남에게 손해 끼치지 마라.
셋째, 남을 성적으로 괴롭히지 마라.
넷째, 욕설이나 사기를 쳐서 남을 괴롭히지 마라.
다섯째, 술이나 마약 등의 중독성 물질을 먹고 남을 괴롭히지 마라.
이 다섯 가지 이외에는 이것저것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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