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년 차 간호사고요.
13년 차 주부입니다.
밖에서 일을 너무 많이 하다 보면
번 아웃이 되어 집에 오면
아이들에게 자주 화를 내게 됩니다.
밖에서 너무 가식적으로 행동하고,
집안에서의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인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곤 합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화를 많이 내게 되고
예전의 순수함도 많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이게 병인가 싶어서
한때는 ‘심리상담을 받아봐야 하나. 내가 왜 이러지’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마음의 화를 알아차리고 싶은데
저도 모르게 계속 화를 냅니다.
어떻게 저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그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래요.
저도 밖에 나가면 좀 점잖은 척합니다.
혼자 방에 들어가면 옷도 벗고, 힘들면 눕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있는 데서는
아프다고 누울 수가 없잖아요?
인간은 누구나 다 남들 앞에서는
어느 정도 가식적인 행동을 합니다.
이것은 위선이 아니고 [예의]라고 말합니다.
어느 정도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화가 나도 좀 참고, 하기 싫어도 좀 해야 합니다.
그러나 집에 들어가면 그런 것으로부터 좀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삶이지
특별히 위선적이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그 정도가 좀 지나치면
‘위선적이다’, ‘가식적이다’ 이렇게 말하죠.
하지만 누구나 다 그런 심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질문자가 아기 엄마만 아니라면
큰 문제가 안 됩니다.
또 상대가 남편이라면,
남편한테 좋은 건 아니지만 성인이기 때문에
아내가 화 좀 낸다고 해서
남편이 그것 때문에 큰 상처를 입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전혀 다릅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어떤 이유가 있어서 화를 내는지 모릅니다.
엄마가 화를 내면 아이들은 상처를 입습니다.
예를 들어,
오줌을 작은 식물에 주면 다 말라 죽어 버리는데
큰 나무에다 주면 거름이 되지 않습니까?
어린아이는 연약해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거나 고함을 치거나 때리거나 욕을 하면
연약한 뇌 구조에 전부 상처를 줍니다.
그리고 이 상처는 어른이 된 뒤에
전부 트라우마로 작용합니다.
아이의 성격 형성에 아주 나쁜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한 사람으로선 매우 괜찮지만
아기 엄마로서는 부적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길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간호사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에 와서 화를 내게 된다면
간호사를 그만둬야 합니다.
둘째, 간호사를 그만둘 수 없다면
아기를 다른 데 보내야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사랑하는 아이를 키우는 게 아이에게 더 좋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키워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키우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키우는 게 우리 아이에게 더 좋다면
내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파도
다른 데로 보내야 합니다.
아이를 위해서 부모가 있는 것이지
부모를 위해서 아이가 있는 게 아닙니다.
이혼을 할 때도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내가 키워야 하고,
남편한테 보내는 게
아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내 가슴이 찢어져도 남편한테 보내야 합니다.
내 욕구에 집착해서
아이를 붙잡고 애완동물 키우듯이 아이를 키운다면
좋은 부모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부모로서는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을 할래요?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입양을 보낼래요?
아니면 직장을 그만둘래요?
...
그건 아이가 어떤 상처를 입는지를 몰라서 그런 거예요.
그들은 아이가 크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
돈 조금 더 버는 것이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완전히 나쁜 사람이네요.
스님이 큰 소리를 낼 때가 딱 두 가지예요.
말 못 하는 아이를 이야기할 때와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을 이야기할 때입니다.
아이도 자기 의사를 대변하지 못하고,
북한 주민들도 자기 의사를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가 그들을 대변해 주려고 하는 겁니다.
절대로 엄마는 아이에게 화를 내면 안 됩니다.
우리 모두는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또한 동시에 부모에게 받은 상처도 많습니다.
이것은 부모의 무지 때문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은
아이에게도 큰 손실입니다.
밥 좀 덜 줘도 되고, 학교 안 보내도 괜찮지만
화를 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지금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나중에 큰 과보를 받게 됩니다
그럼 내일부터 매일 아침마다 300배씩 절을 하세요.
절을 하면서 ‘저는 화나지 않습니다’라고 하세요.
‘화내지 않겠습니다’라고 하면 안 돼요.
질문자는 앞으로도 계속 화를 낼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기도하면
‘난 아무것도 안 돼’ 하고 자기 학대를 하게 됩니다.
그러지 말고
‘화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하겠습니다’ 하는 말은
의도이지 수행이 아닙니다.
실제로 화가 나더라도
‘저는 화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뇌며
하루에 300배씩 절을 해서 고치든지,
전기 충격기를 사서 화낼 때마다
지지고 기절하든지 선택을 하세요.
아이들을 위한다면
‘내일’ 이러면 안 됩니다.
당장 고쳐야 합니다.
남편은 어른이니까 화를 내도 괜찮습니다.
싸우고 헤어지면 끝이니까요.
그러나 아이들은 그렇게 안 됩니다,
여러분의 무지 때문에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어요.
부모는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만 아니라
또 많이 사랑도 주잖아요?
이걸 애증이라고 합니다.
보면 상처 때문에 싸우고,
헤어지면 애증 때문에 그리워요.
이래서 부모 자식이 떨어지지도 못하고, 붙지도 못하는
원수지간이 되는 겁니다.
어린아이에게 화내고 짜증 내더라도
아이가 좀 크면 괜찮을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 안 돼요.
엄마라도 눈이 어두운 건 어두운 거니까요.
그런 말을 절대로 들으면 안 돼요.
정신을 차리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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