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만인대법회가 열린 날은 정말 뜨거운 날씨였는데,
참가자들의 열기와 스님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보고
저희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용성조사님이
'강대국의 종속국이 되지 말고 주인국이 되어라'라고 말씀하신 유훈이
정말 가슴 깊이 남습니다.
현재의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를 위험에 빠뜨리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대내적으로는 갈등과 분란을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고
우리나라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고 있고
대외적으로도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당장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저는 만인대법회에서 발표한 평화 선언을 보고
이제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실천이 필요한지
스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현 정부에 대해서 질문자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나, 민족의 입장에서 보나, 평화 유지의 관점에서 보나
지금 정부의 행보가 부정적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느끼는 것은 개인적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활동을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하려면
사람마다 조금씩 견해가 다르다는 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견해도 존중을 해야 함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옳고 그름의 관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고
인정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한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정부의 성격에 따라
대북 강경 정책을 펴기도 하고, 대북 온건 정책을 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남한의 여러 정부를 겪으면서
남한의 정부가 보수든 진보든
근본적으로는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와서 북한 지도자들의 생각이
이런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남쪽의 보수 정권에 대해서만 비난을 했고
진보 정권에 대해서는 비교적 우호적이었다면
지금은 보수든 진보든 관계없이 남한 사람들은
북한 정부를 인정해 주지도 않고 있으니
통일의 문제를 합의해 나갈 대화 상대자도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이렇게 결론을 내린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화 통로도 모두 끊어버리고
남한 사람들은 도저히 같은 민족이라고 할 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모든 곳에 ‘통일’이라는 구호와
‘민족’이라는 구호를 없애버렸습니다.
과거에는 남한에서 늘 북한을 두고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냐 아니냐’ 하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북한은 남한을 주적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북한의 주적은 미국이고,
남한은 미국의 하수인이라고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이
남한을 자기들과 생사를 다투는 하나의 정부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남한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되 적대 관계로 규정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같은 민족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없애버리고
통일에 대한 로드맵도 없애버리고
힘의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으로 바꾸었어요.
남한 정부 역시 필요하면
힘의 대결에도 응수하고,
상대가 도발을 한다면 결코 물러서지 않고 무너뜨려야 한다는 입장을 갖게 된 겁니다.
현재는 남북 둘 다 상대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관점에 서다 보니
자꾸 충돌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남한의 보수 정부는
북한 정부가 정상적인 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붕괴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북한 정부가 도발하지 못하도록
한미일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미일 군사 협력을 강하게 하면
북한이 도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과거에는 북한이 적이긴 하지만
같은 민족이면서 통일해야 할 대상이기도 했고
일본과는 비록 교류를 하긴 하지만
식민 지배를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함께 나아갈 국가는 아니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국제 정세가 조금씩 바뀌다 보니까
현 정부의 판단은
오히려 북한과 관계를 푸는 것보다는
일본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게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에게는 과거를 묻지 말고 협력을 하자며
적극적인 태세를 취하게 되었고
북한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다 따져서
응징하자는 관점에 서게 된 겁니다.
그렇다고 현 정부를 부정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어디까지나 국민의 투표를 통해서 선출된 정부이고
한 표라도 많이 얻는 쪽이
법적으로 정부를 구성할 권한을 갖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행위에 대해서 압도적인 방위력으로 대응하여
북한이 침공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전략도
하나의 방위 전략입니다.
이러한 방위 전략도 필요하지만
현재는 여기에 지나치게 많은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이 문제인 겁니다.
힘에 의한 평화를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게 되어
자칫 서로가 서로에게 증오심을 갖게 되면
힘이 크고 작고와 관계없이
공격이 이뤄질 위험이 생깁니다.
그래서 힘에 의한 평화는 자칫 잘못하면
전쟁을 불러오는 위험을 늘 내재하게 됩니다.
힘의 균형을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힘에 의한 평화만 주장하지 말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나가는 작업도 같이 진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6.13만인대법회에서
만 명의 대중이 정부에게 요청했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현 정부도 실행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 정부도 제대로 실행하지 않은 겁니다.
지난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노력을 기울이긴 했지만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북한의 철도공사 등
서로 협상하여 양측 지도자가 서명까지 한 내용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어떤 정부든 비판의 눈을 가지고 바라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비단 현 정부의 정책이나 방향만이
지금 남북 관계에 긴장감을 고조시킨 원인은 아닙니다.
가장 큰 바탕이 되는 것은
미중 사이의 패권 경쟁이라고 볼 수 있고,
작게는 북한의 자기 체제 수호를 위한
노력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긴장 관계는
북한이 체제 유지에 위협을 느껴서 일어난 측면이 큽니다.
이러한 북한에 대해 온건하게 감싸주면서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도 있고
지금처럼 강경하게 대응해서 평화를 지켜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남한 정부의 서로 다른 대응에 대해서는
이런 정책의 차이로 바라봐야 합니다.
물론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저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전략도 하나의 전략이라는 점은 인정을 해야 합니다.
만약 전쟁을 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막아야 하지만
지금과 같이 강하게 밀어붙여야
오히려 북쪽이 도발을 안 한다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봐야 합니다.
다만 우리는 그런 강경한 방법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방법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사실 북한과 대화를 해야
현상 관리를 하는 데에 더 유리합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북한과 대화를 하는 게
북한의 위험을 관리하는 데에 더 좋습니다.
대화 없이 북한 비핵화만 주장하는 것은
이미 실효성이 없다는 게 다 밝혀졌습니다.
그러니 북한의 핵이 위험 요소라고 생각하면
핵 동결을 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을 동결시킬 만한
조건을 제시해야 합니다.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지원만 가지고는 더 이상 어렵습니다.
적어도 북미 관계 정상화 정도의 카드가 있어야
북한과의 대화 속에서 핵 동결이라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핵 폐기를 해야지 핵 동결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체제 유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핵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쪽은 절대로 안 된다고 하고, 다른 쪽은 죽어도 하겠다고 하니,
무력 충돌을 할 게 아니라면
결국 핵을 적게 가지는 쪽으로 타협해야 합니다.
한쪽은 완전히 없애라는 입장이고
다른 쪽은 되도록 많이 갖겠다는 입장이니
둘 사이의 갈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핵을 적게 가지는 쪽으로 합의를 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까지 개발해 놓은 건 그냥 놔두고
더 이상은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타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말한 것처럼
현 정부가 모든 갈등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현 정부는 없어져야 할 정부가 됩니다.
그리고 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과는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상대에 대해 그저 견해가 다른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나쁜 놈으로 보게 되는 거예요.
사실 이러한 적대적 감정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 안에서도 국론이 심하게 양분되어 있습니다.
질문자가 현 정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질문자의 자유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에는
현 정부를 지지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30퍼센트 가량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연령이 많거나 한반도의 동쪽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점을 알아야 이 문제를 풀 때 평화적으로 풀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저 사람들은 다 잘못됐다’,
‘저런 사람들은 없는 게 낫다’
이렇게 생각하면 결국 힘으로 문제를 풀게 되지,
평화적으로 풀어나가기는 어렵습니다.
통일의병은 어떠한 문제든 힘으로 해결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전제하에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힘에 의한 방식을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들은 그러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전쟁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인정을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막상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이 되면
너도 나도 다 뛰쳐나와서 반대를 하겠지만
지금 대한민국 사람들은
얼마나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오히려 장사가 잘 안 되고, 월급이 적고
아이들 키우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을 거의 안 하고 삽니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계속 전쟁 반대를 하면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를 보고
사회 불안을 조성한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볼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지금 통일의병들은
이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학습을 하고
인식의 폭을 넓히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겉으로 가만히 침묵만 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라도 해나가야 합니다.
스님은 워싱턴에 가서 정부 관리들에게 호소도 하거나
대중을 모아서 이야기도 하지만
여러분 개개인은 그럴 수 없잖아요.
평화 운동을 하는 데에 기부금을 낸다거나, 1인 캠페인을 한다거나
주말마다 지역을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시민들에게 의식을 계몽할 수 있는 전단지를 나눠준다거나,
이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있는 영상을 온라인상으로 전파한다거나
여러분 개개인은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통일의병 모임에서는 사람들을 많이 모을 수가 있잖아요.
그 정도 규모에서 진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캠페인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평화적으로 문제를 푼다는 데에 뜻을 같이하는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선 통일의병을 확대하기 위한 교육 사업을 진행해 나가야 하고
각 지역과 지부에서는 그 지역의 역사 현장을 답사하여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높이는 활동을 해나가야 하고
주말마다 특정한 지역을 정해서 캠페인을 하는 방법도 연구해 봐야 합니다.
이번에는 용성조사님의 탄생일에 맞춰서 행사를 진행했는데
연말까지도 이러한 긴장 관계가 계속 고조된다면
광화문에서 평화 행진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미국 대선의 결과를 지켜보고
그에 따라서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하여 설득하는 방법도 있고
국내의 여론을 바꾸는 활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인들을 설득하여
국회에서 한반도 평화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정부가 하지 않는다고 욕만 할 게 아니라
현 정부가 하지 않으면
적어도 의회라도 나서서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금 국회 주요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고 나라가 시끄러운데
저는 숫제 일방적 추진을 하려면
한반도 평화선언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 긴급하고 실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도록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많지 않은 상황인데
대신 온라인상에서
여러분들이 평화를 위한 좋은 글을 전파시키는 것도 좋은 행동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는지
가자 지구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학살되었는지
이런 내용들을 공유해서 평화를 지켜내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려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대내적으로는 한국 정부를 설득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한국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캠페인이 필요합니다.
제가 미국을 방문하여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이유도
미국의 대북 정책을 바꾸어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인 선언을 하는 이유도
지금은 성명서 하나 낸다고 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대회 형식을 빌려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메시지를 알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혼자서 성명서를 내는 것보다는
만인이 모여서 우리가 이런 결의를 했다는 걸
다양한 매체에 계속 내보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고
그 사람들이 또 평화에 대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리가 계속해 나가야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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