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3살이 된 손녀가 있습니다.
5살부터 틱 장애를 가지고 있던 손녀는
1년 전부터 성격과 행동에서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병원 진료를 받았습니다.
손녀는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진단을 받고 지금은 치료 중입니다.
할머니로서 손녀를 위해 어떤 기도를 해야 할까요?//
기도한다고 해서 아이의 병이 낫는다면 의사가 왜 존재하겠어요?
절이나 교회에서 기도만 하면 되죠.
병이 있는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서 의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라고 해서 모든 병을 다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종교는 사람들의 마음이 답답할 때 위안이 되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종교가 병을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병을 치료하는 것은 의사가 할 일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기도를 열심히 했더니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거나, 사업이 잘되었다거나, 병이 나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기도만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된다고 믿는다면
좋은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거나
사업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기도만 해서 병이 낫는다면 병원이나 의사의 존재도 불필요합니다.
바라는 것을 이루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을 다스려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종교의 역할입니다.
만약 질문자가 보기에
의사의 실력이 부족해서 아이의 치료에 진전이 없다고 판단되면
병원을 옮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병원에 가든 저 병원에 가든 현대의학으로서는
병의 완치는 어렵다고 보는 상황이 아니겠어요?
그런데도 질문자가
‘그래도 꼭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조급하고 답답한 마음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질문자만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도 덩달아서 위축감을 느끼게 됩니다.
계속해서 아이의 병을 ‘장애’나 ‘문제’라고 여기는 것은
아이가 문제라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열등의식을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 아이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치료를 해보되, 치료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면 마음을 바꿔야 합니다.
‘안 죽고 살아있으니 이만하면 다행이다’
장애가 심하거나 죽는 사람에 비하면
우리 아이는 스스로 걷고, 먹고, 똥을 누는 것만으로도
매우 건강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불만을 드러내면
가족들은 오히려 ‘괜찮다’, ‘이만하기 다행이다’
‘지금 상태로도 네가 자랑스럽다’
‘지금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위축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병을 완치시키겠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욕심을 부리면 질문자 자신도 괴롭고, 아이도 위축감이 듭니다.
수행은 그런 욕심을 버리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만하면 다행이다’, ‘이것도 모두 부처님의 가피다’ 하고 생각할 때
나의 마음이 편해지고, 아이도 행복해집니다.
이것이 수행이고, 종교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질문자가 절에 다니면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하고 기도하고
교회에 다니면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 은혜로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기도하시면 됩니다.
그래야 아이의 정신건강이 좋아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빨리 낫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게 되면
아이의 병이 잘 낫지 않는 것을 보고
질문자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러면 아이도 덩달아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병도 악화될 수 있습니다
...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질문자도 결혼생활 하면서 남편이 마음에 쏙 드는 것은 아니었잖아요.
그래도 부족한 대로 같이 살았잖아요.
아이들도 키우다 보면 마찬가지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항상 감사의 기도를 하면서
‘안 죽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에 아이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불평하면
‘공부를 잘하고 똑똑한 것보다는
네가 살아있고 행복한 것이 훨씬 중요하다’ 하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아이가 위축되지 않게 괜찮다고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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