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타노스가 지구에서 가장 싫어할 섬을 다루겠습니다.
이 섬은 바로 인도네시아의 자바 섬으로
남한 땅의 1.2배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섬임과 동시에
자바섬보다 130배 이상 넘게 큰 러시아 전체 인구보다 많을 정도로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섬이죠.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첫 번째 키워드는 지진과 화산입니다.
종종 인도네시아의 지진과 화산 폭발에 대한 뉴스를 들어보셨을 텐데요.
지난해 12월 21일 자바섬 서쪽 치안주르 마을 인근에서
진도 5.6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여
602명이 사망하였습니다.
딱 1년 전인 2021년 12월 초에는
자바섬 동쪽에 스메로 화산이 폭발하여
많은 사망자와 실종자들이 발생하기도 했죠.
미국 지질조사센터에 따르면
2022년 진도 5 이상의 지진이
인도네시아에서만 약 160회 정도로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지진이나 화산 폭발이 많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자바섬이 지구를 덮고 있는 여러 판 중
순다판, 즉 유라시아판의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바섬이 위치한 이곳은
순다판과 인도 호주판이 만나는 지역으로
매년 약 6cm씩
인도 호주판이 북쪽으로 이동하며
순다판의 아래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바섬에 위치한 순다판은 들어올려지고
땅속 어느 지점에서 급격한 지각 변동이 일어나면 지진이 되는 것이고
이때 그 위치에 마그마가 있다면
화산이 분출되는 것이죠.
인도네시아는 지진이 잦은 환태평양 조산대인 [불의 고리]에 속하는데
세계의 활화산, 휴화산의 75%가 이 ‘불의 고리’ 지역에 분포해 있고
전 세계 지진의 80~90%가
이곳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이렇게 지진과 화산으로 인한 피해가 빈번한 지역인데
왜 이 좁은 섬에
러시아 전체 인구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지일 것입니다.
(러시아 인구: 1.43억 명, 자바섬 인구: 1.56억 명)
이유는 놀랍게도 이 화산 때문입니다.
화산은 지구의 역사만큼 긴 시간 동안 존재한
땅속의 마그마가 폭발하여 나온
용암, 화산재, 퇴적물들이 쌓여 만들어진 산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는 화산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생명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다줍니다.
이 화산이 분출할 때
땅속에 있던 엄청난 양의 미네랄과 강물을 포함한 화산재가
화산 근처 지역을 완전히 덮어버리게 되고
이 재는 엄청나게 강력한 비료의 역할을 하는 것이죠.
지구의 초기 4대 문명은
강 지역 근처에 생겨났죠.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 강들이 주기적으로 범람하며
산 등의 주변 환경으로부터 강으로 흘러들어온 퇴적물 속 영양분을
주변 토양에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농업을 위한 풍부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죠.
그런데 이 자바섬은
바로 화산재가 섬을 덮어버리니
강의 범람 없이도 동일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1909년 프리츠 하버가 인공 비료를 개발하기 전에는
대량의 비료 생산이 어려웠습니다.
근대화가 되기 전
농업은 가장 중요한 산업이었기에
비옥한 토양은 인구 증가의 핵심적 요소였던 것이죠.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비옥한 토양과 함께
농업 생산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이유는
1년 내내 따뜻하고 강수량이 풍부한 기후입니다.
지구는 어떤 위도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태양빛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른데요.
당연히 수직으로 받는 적도가 가장 뜨겁고, 수증기가 많이 발생합니다.
태양빛을 받아 증발한 수증기는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됩니다.
수증기가 위로 올라가면
그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주변의 공기들이 비어진 수증기의 공간으로 이동을 합니다.
이 공기들의 이동으로 바람이 생기는 것이죠.
근데 지구는 자전을 하기에 적도를 기점으로
남반구, 북반구가 서로 다른 쪽으로 바람이 붑니다.
그리고 이 바람을 타고 수증기나 구름이 이동을 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적도 부근에서 만나면
모인 양이 증가하여 결국 비가 되어 내리는 것이죠.
인도네시아는 완전히 적도의 중심에 위치하며
자바섬도 완벽하게 적도위는 아니지만, 그 근처에 위치하죠.
그렇다 보니 1년 내내 고르게 비가 많이 내리고
적도 근처이기에 따뜻하기까지 한 것이죠.
이게 그럼 어떤 영향을 주냐 하면
아시아의 주요 농업인 쌀농사를 기준으로 본다면
1년에 무려 3모작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은
1년에 한 번 가을에 추수를 하잖아요.
근데 3번이나 추수를 한다는 말입니다.
쌀농사는 엄청나게 노동집약적 산업이기에
엄청나게 많은 인구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고요.
여기에 화산 작용으로 인한 풍부한 토양 에너지까지 더해져
더욱 시너지가 나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지역별 쌀 생산량 수치입니다.
생산량 최대인 섬이 보이시나요?
역사적으로 괜히 라이스 아일랜드라 불린 게 아닐 겁니다.
이렇게 많이 생산된 농산물로 인구를 부양하고
많아진 인구로 더 큰 농업을 만드는 과정들이 반복되어
전통적으로 인구가 증가해 온 것입니다.
자바섬에 므라피산이나 스메루산 등 높은 산들도 있지만
다른 인도네시아 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합니다.
이런 특성은 농업에 도움 될 뿐만 아니라
동쪽에서 서쪽까지의 이동이 편하여
교통 발달에도 유리하게 작용했죠.
이는 군대를 이동시키기에도 편리하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통치자들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 외부의 세력들도
자바섬을 거점으로 활동을 해 나가고 정부를 세우기도 했죠.
또한 자바섬은 최대 향신료 생산지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국제 무역의 중심이었던
현재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가 있어
향신료를 포함한 여러 산업이 발전해 왔죠.
농업, 교통, 군사, 정치, 상업의 중심이 된 곳은
당연히 인구가 늘어나고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흐름이 현대까지 이어져와
자바섬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가 발전해 왔고
우리나라의 산업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처럼
수많은 일자리와 기회가 자바섬에 있기에
사람들이 계속 몰렸던 것입니다.
인도네시아의 다른 많은 섬들은
화산이 많지 않아 토양이 좋지 않고
농장으로 경작하기가 자바섬에 비해 어려웠던 점도
자바섬으로 몰리게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수도를 자바의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의 누산타라로 옮기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지나치게 자바에 몰려 있는 인구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오늘 영상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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