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일부 축구리그를 세리에 A라고 부르는데요.
북부 이탈리아에는 세리에 A에 소속된
15개 팀이 연고를 가지고 있는 반면
남부 이탈리아에는 수도 로마를 제외하면
김민재 선수가 뛰고 있는 나폴리를 포함하여
고작 4개 팀만이 연고를 하고 있죠.
이탈리아 축구팀들의 분포도를 보며 예측할 수 있다시피
사실 이탈리아는 남부와 북부 간 차이가 상당합니다.
이탈리아는 전체 GDP 세계 8위
1인당 GDP 30위, G7에 포함되는 강국입니다.
하지만 남북의 차이는 꽤 나는데요.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1인당 GDP가 EU 평균의 127%인 반면
남부 칼라브리아 주는 56%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번엔 인구 분포를 볼게요.
전 국민의 3분의 2가 북부에
3분의 1 정도만 남부에 살고 있습니다.
반면 2022년 북부의 실업률은 5.7%,
남부는 15.2%나 됩니다.
당연히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겠죠.
기원전으로 가볼까요?
당시 남부 지역은 온화한 기후, 좋은 토양을 가진 지역이었습니다.
특히 해안에 위치한 나폴리, 팔레르모, 시라쿠사 같은 곳은
농업과 어업뿐만 아니라
최초의 무역로가 만들어진 지역으로
무역과 상업으로 번성했죠.
이런 남부 지역이 왜 쇠퇴하게 되었을까요?
그 시작은 로마 시기입니다.
로마는 이후 잘 알려진 사실처럼
엄청나게 영토를 확장해 나가며 대제국을 만들어 갔습니다.
늘어난 인구에 따라 식량 생산을 늘리고자 산림을 벌목하여
그곳에 농작물을 심었습니다.
또한 주택과 건물 건설, 무기 생산, 제련, 도자기, 선박, 광업을 하기 위해서도
나무가 필수적으로 필요하죠.
이런 갖가지 이유로
이탈리아에서 대규모 산림 벌채가 진행되었습니다.
나무는 비가 흐르는 것을 막아주고
나뭇잎이 비료가 되기도 하며
산림 자체의 생태계 작용으로
주변 환경을 풍부하게 하는 순기능을 하죠.
결과적으로 그런 작용이 사라지다 보니
남부 지역 땅의 영양분은 줄어들고
산림이 없어 비는 너무 빨리 흘러내려가 건조해지고
점차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불모지가 되어버린 것이죠.
그렇다면 “북부도 나무가 베어졌으니 똑같이 하는가?”라고 질문할 수 있겠죠?
북부로 가봅시다.
지형도로 보시면 이탈리아 북부는
엄청나게 큰 평원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남부는 산맥이 길게 늘어져 있죠.
그렇기에 아무래도 벌채로 인한 피해는 북부가 훨씬 적은 것이죠.
그리고 그 평원을 그 유명한 알프스산맥이 둘러싸고 있죠.
이 산맥으로부터 비나 강을 타고 내려온 퇴적물들은
풍부한 영양분을 평야에 공급해주니
비옥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한 북부의 알프스산맥은
마치 방패처럼 작용하여
외세의 침입을 어느 정도 저지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반면 남부는 바다로 사방이 뚫려 있어
침입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죠.
395년 로마는 동로마와 서로마로 분리됩니다.
이후 이탈리아 땅은 1861년 통일 전까지
다양한 세력들이 이탈리아 반도를 통치했습니다.
일단 먼저 북부로 가볼까요?
476년 서로마가 멸망한 뒤로는 동로마만 남아
가톨릭교회는 자신들을 보호해 줄 힘을 가진
동로마에 종속된 형태였습니다.
교황도 자신이
동로마 황제 밑에 있다 생각하니 불편했겠죠?
그러던 중 기독교에 호의적일 뿐만 아니라
위험에 처해 있는 교황을 도와주고
오늘날 바티칸 시티와 같은 교회령 땅까지 기증해 준
프랑크 왕국이 나타났습니다.
결국 프랑크 왕국의 카를로스 대제는
기원 후 800년
교황에 의해 새로운 서로마의 황제로 추대됩니다.
교황도 자신이 황제를 임명할 수 있다는 권위도 찾고
프랑크 왕국도 로마를 계승하는 정통성을 얻어
서로 윈윈이었죠.
이런 아름다운 동행은 길게는 못 갔습니다.
1157년 신성제국이라 국명을 바꾸고
점차 이탈리아 땅까지 욕심을 내게 되었죠.
이에 교황은
압박해 오는 신성로마 제국의 영향력에 대응하여
당시 이탈리아 북부에 있던 여러 지역 도시들을 지원합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독자적 세력을 구축하기 원했던 각 도시들은
1167년 롬바르디아 동맹을 구축하여
신성로마 제국의 위협에 대응했습니다.
1176년 레냐노 전투에서
룸바르디아 동맹이 신성로마 제국을 제압했고
승리의 대가로 북부 이탈리아 도시들은 자치권을 획득했죠.
자치권을 획득한 북부지역 도시 국가들은
이후 지중해 무역, 십자군 원정의 보급 역할 등을 하며 빠르게 성장해 나갔죠.
이 도시 국가들이
오늘날의 북부 이탈리아 대도시들의 기원이며
본격적인 차이가 만들어진 시기라 보시면 됩니다.
베니스공화국(베네치아), 제노바, 피렌체 등의 도시 국가들은
상공업, 금융업을 중심으로
르네상스 시대에 엄청나게 발전해 나가고
중부 유럽의 경제 발전 구조를 따라갔습니다.
1700년대 후반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에는 산업혁명의 바람이 붑니다.
산업혁명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증기기관과 석탄이죠?
하지만 이탈리아반도는 석탄이나 석유가 부족하여
지하자원을 통한 에너지 수급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산업혁명의 주요 발명품은 방직기도 있습니다.
원래는 사람들이 물레를 손으로 돌려 한 가닥의 실을 뽑아냈다면
방적기의 발명으로 한 번에 80가닥의 실을 뽑아냈고
이후엔 생산된 시를 활용해 천을 짜는 방직기까지 발명되었죠.
이 방직 산업은
물레를 돌릴 수 있는 강력한 수력만 있으면 됩니다.
이탈리아의 강점인 지형이 뭐였죠?
바로 북쪽의 알프스산맥입니다.
이 높은 산맥에서 내려오는 강한 물줄기로
방직기와 방적기를 돌릴 수 있었,
당연히 방직산업은 알프스산맥 근처에서 발달해 나갔죠.
이 알프스의 수력은
이후 수력 발전으로 이어집니다.
파데르노 다다에 유럽 최초의 수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수력발전은 1900년부터 1960년까지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전체 에너지의 약 87.5%나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에너지원이 됩니다.
알프스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것은 이탈리아 황산 생산량인데요.
1890년부터 생산을 시작하여
급격하게 수치가 증가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질소비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황산은
전기가 있어야 생산이 가능하죠.
알프스의 물줄기를 통해
저렴한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황산과 질소비료를 만들고
이를 활용하여
이탈리아 내 농업 생산성 확장까지 이어나갔습니다.
그 중심 지역이 북부였던 것이죠.
당시 이탈리아는 중화학공업과 제조업 중심 단지를
알프스 근처 밀라노, 토리노를 중심으로 형성하고
초과 생산된 중화학 제품과 농산물 수출을 위한 항구를
제노바를 활용합니다.
밀라노와 토리노, 제노바는
이탈리아의 산업 삼각지대로 불리게 되었죠.
또 평지이면서 주변 산업들과 접근성도 높기에
산업화 시기를 거치며
북부는 산업화, 도시화를 이루며 전체적으로 발전해 갔습니다.
이는 1972년 이탈리아 산업 생산을 나타내는 지도인데요.
북부에 집중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수출은 내륙을 통해서도 합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국경을 가까이 한다는 것은
많은 소비자들이 있는 유럽으로의 운송 비용이 저렴함을 나타내죠.
이렇게 위성지도를 보더라도
알프스산맥을 충분히 가로지를 수 있도록
도로가 잘 되어 있습니다.
이제 다시 남부로 내려가 봅시다.
남부 이탈리아는 1130년부터
시칠리아 왕국, 나폴리 왕국, 양 시칠리아 왕국 등
왕조가 변하기는 하였지만
이탈리아 땅이 다시 통일된 1861년까지
계속해서 왕정 체제, 농업 중심 국가로 지속되었습니다.
또한 알프스산맥이나 평야지대도 없었기에
북부에서 산업화를 통해 일어난 변화들이
남부에선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죠.
봉건 사회인 남부의 인구 대다수는
귀족, 상류층에 의해 착취당하고 약탈당합니다.
봉건 영주 밑의 관리인은
높은 세금과 보호비를 징수하고
대중들의 봉기는 잔인하게 진압되었습니다.
이에 시민들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자체 보호 부대를 구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문화는
이후 마피아라는 범죄 네트워크로 이어지게 되죠.
1861년 북부 이탈리아가 남부 이탈리아를 점령하며
남부와 북부가 로마 시대 이후 다시 통일되었습니다.
토리노를 수도로 한 이탈리아 왕국은
북부를 중심으로 통일되다 보니
북부를 더 잘 살게 하기 위해 남부를 희생시킵니다.
높은 세금, 자국 농산물에 대한 보호, 관세 철폐로
남부 지역은 피해를 입고
농업 경쟁력이 감소합니다.
또 통일 직후 혼란의 시기에
경찰력이 남부 지역을 통제하지 못하여
토지를 둘러싼 분쟁에서 대지주 같은 기득권들은
필요하다면 폭력이나 살인까지 행하며
소지주나 자영농들의 땅을 빼앗았죠.
이렇다 보니 남부 이탈리아 시민들은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되고
주민들을 보호하고 정의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마피아가 출연하게 됩니다.
빈곤과 절망에 빠진 남부 지역 사람들은
미국 등의 나라로
일과 빵을 찾아 동시에 대량 이주를 하였습니다.
1900년대 미국으로 대거 이주한 이탈리아인들은
그곳에서 차별과 억압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과거부터 남부 이탈리아에서 행해왔던 자치 조직인
마피아를 미국에서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 규모와 영향력이 커져
현재는 범죄 조직의 대명사까지 되게 되었어.
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는
남부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기관인 카사 델 매초조르노를 설치하고
남부와 북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를 하지만
지원의 상당 부분은
마피아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며 실패로 끝났죠.
마피아의 영향력은 여전히 남부 지역에 남아 있고
남부와 북부는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남부에서 유일하게 고른 발전을 보이는 곳이
김민재 선수가 뛰고 있는 나폴리로 보이네요.
이탈리아로 이주한 대부분의 외국인은
북쪽에 거주하고 있으며
UNDP가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 또한
북부 지역이 훨씬 높습니다.
오늘 영상이 이탈리아를 이해하는 데 도움 되셨길 바랍니다.
시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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