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요괴 워치>라는 게임, 혹은 애니메이션을 아시나요?
꼭 요괴가 아니더라도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등의 콘텐츠를 통해
여러 가지 새롭게 탄생시킨 생물, 초자연적 캐릭터 등을 접해보셨을 것입니다.
현대에 들어와 국제적 교류가 활발히 일어나고
창작물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우리도 이런 캐릭터들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사실 이런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의 세계화가 이루어지기 전인
고대 때부터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런 독특한 요괴들이 왜 생겨났고
인기까지 얻게 되었는지
일본의 신화부터 시작하며 알아보겠습니다.
--일본의 종교, 신화의 본질
신화는 인간과 신, 혹은 자연 사이의 상호작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이기도 하죠.
우리나라도 건국 신화가 있지만
현대인들의 종교나 삶까지 이어져 오지는 않고
대부분의 나라도 그렇죠.
하지만 일본은 매우 특이하게도
신화가 종교로 이어져 있습니다.
일본의 문화나 정체성에 영향을 준 세 가지 종교는
신도, 불교, 유교인데요.
그중 가장 근본적인 역할을 차지하는 것은
일본의 토착 종교인 신도로
일본의 설화나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일본 창조 신화를 간략히 본다면
원래 공허한 세계의 움직임이 생기며
가벼운 것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
무거운 입자는 아래로 이동하여 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늘과 땅에 신들이 나타나는데
이 신들을 [카미]라고 합니다.
이자나기, 이자나미카미가 지구에 내려왔고
이자나미카미는 죽은 후 지옥의 신이 되고
남은 이자나기카미는 신들을 만들어내는데
그 신들은 태양의 신 아마테라스, 달의 신 츠쿠요미
폭풍과 바다의 신 스사요노카미입니다.
이런 내용들로 이어지는데
사실 다른 원시 종교 신화와 맥락적 차이는 크게 없습니다.
여기서 특이하게 주목할 만한 점의 첫 번째는
현대 일본의 정통성을 여기서 찾는다는 것인데
태양의 신 아마테라스 카미의 후손을
일본의 천왕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최초의 신들이 있었던 곳이
한국 땅이었다는 설을
일부 사람들은 한국 침략의 근거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특이점이 오늘 주제에서 중요한 부분인데
이 신화가 일본의 종교인 신도로 이어지며
인간과 자연, 인간과 사물 간의 정신적 유대감을 만들었다는 것이죠.
무슨 얘기냐면 신화에서 제가 언급한 것은 다섯 신이지만
이후 이 신화는 신도라는 민속 종교로 이어지고
여기에서는 800만 개의 신
즉 800만 개의 카미가 존재합니다.
모든 자연물의 카미란 영혼이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이것은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과 자연, 사물의 유대감을 강화하였습니다.
사실 이런 자연숭배 사상은
대부분의 고대 종교에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일본은 이 신도가 현대까지 내려와
대부분의 국민들이 믿고 있다는 것이죠.
2018년에 시행된 조사에 따르면
69%의 사람들이 신도를
66.7%의 사람들이 불교를 믿고 있습니다.
두 종교의 수치 합이 100%를 넘는 이유는
두 종교를 함께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조사 방법을 달리하여
해당 종교인이냐
즉 어떤 종교 조직에 속하여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 물었을 때는
수치가 완전히 다르게 나옵니다.
같은 해 일본 NHK의 조사에 따르면
신도는 3%, 불교도 31%밖에 되지 않으며
대부분 무교를 답했습니다.
즉 일본인은 교회에 가는 것처럼
정기적으로 신사에 가지는 않지만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신사에 가거나
특별한 전통의식, 신도 관련 축제에 참여하거나
적어도 신도의 종교관에 대해서는
상당히 믿고 공감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전통 종교를 믿나요?”라고 물으면
일단 전통 종교라고 한마디로 정의된 종교 이름 자체도 없을뿐더러
믿는다고 답할 사람들은 굉장히 제한적일 겁니다.
반면 일본은 신도라는 종교적 명칭으로 이어져 왔고
실제로도 약 70%의 사람들이 믿는다고 답하는 것이죠.
이렇게까지 신도를 많이 믿는 이유는
종교를 대하는 접근법과 관련되어 있는데요.
사실 현대에서 서양 중심의 종교 개념은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 등의 주요 종교가 확산되고
1,500년대 교회의 종교개혁이 나오고 나서야 퍼져 나갔습니다.
과거의 종교는
생활 양식에 더 가까웠고
엄격한 절차나 규율이 있다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정되거나 진화되기도 하고
유일신보다는 다양한 신을 존중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실제로 기독교와 힌두교는 다른 종교와 양립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북유럽 신화나 그리스 신화는
믿음의 영역 속에서 영향력은 매우 약해져 갔죠.
반면 신도에서는 팔만 신이 있는 만큼
자유롭게 다른 종교와 철학을 믿는 것을 허용합니다.
또한 기독교 불교처럼
사람이 죄를 지으면 지옥에 가고
사람을 선과 악으로 나누고 하는 개념도 전혀 없죠.
하지만 불교는 사실 신도와 다른 형태의 우주관을 가지고 있고
극락과 지옥이 나누어지는 등
질서가 상당히 명확하잖아요.
그럼에도 상당히 개방적인 신도였기에
고대부터 일본인의 삶의 인식과 실천 영역에서
기본적 종교관으로 신도가 자리 잡았지만
윤리적, 우주론적 영역을 중심으로 한 모순적인 불교의 종교관이 들어왔음에도
서로 조화를 이루어 갈 수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신도를 믿는 사람도 70%,
불교를 믿는 사람도 70%에 가까운 특이한 수치가 나오는 것이고
지금은 신도와 불교가 적절히 섞여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다양성을 인정하는 신도의 사상이 깔려 있는데
부정적으로 말하면 강요의 수준까지 일신론을 주장하는
기독교나 이슬람교는 매우 맞지 않는 것이죠.
--요괴문화
그럼 이 신도의 연장선상에서
일본의 수많은 요괴나 캐릭터들을 이해해 보겠습니다.
대부분의 문화에서는
전통 종교가 어느 시점에 사라지거나 퇴색되지만
일본은 지금까지 상당 부분 이어져 오고 있죠.
그만큼 삶에 잘 녹아져 있었는데요.
신도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다신교이며
모든 동식물과 자연뿐만 아니라
현대에서는 생명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바위나 산에도
영혼이 들어 있다고 믿었습니다.
심지어 탁자나 의자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기도 하였죠.
실제 일본 중세 시대의 그림에서
가정용품을 요괴로 묘사한 그림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 오래된 그림은
버려진 도구와 가구가 요괴가 되어 어떻게 살아가는지
요괴들이 자신들을 버린 인간에 대해
불평하는 모습 등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과거 일본인들은
오래된 물건들을 버릴 때
신사에 가서 영혼을 달래고 제사를 지냈으며
지금도 일부 사람들은 그렇게 하고 있죠.
이런 믿음들이 있었기에
자연부터 시작해서 주변 일상적 물건들까지
캐릭터화한 요괴를 창조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처음에는 다양한 모습의 요괴가 있었겠지만
점점 더 요괴를 덜 무섭게 그려나갔습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녹색 피부의 사람의 모습에
대머리 정수리, 새의 부리, 거북이 등껍질을 가진 갓파의 캐릭터만 보아도
물에서 노는 아이들의 혼을 빼먹는 나쁜 이미지도 있지만
강가의 아이들과 오이를 나눠 먹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등
착한 모습의 이미지가 더 큽니다.
때로는 무시무시하게
때로는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한 요괴들을
만들어 간 것이죠.
그렇게 되니 요괴가 친숙해졌고
그 요괴들이 사람들 간 공유되고
1700년대에는 요괴 리스트까지 만들어졌습니다.
1776년 토리야마는
‘나이트 퍼레이드’라는 50마리가 넘는 요괴를 묘사한 작품을 만들고,
이 책은 에도 시대에 세 번이나 목판화로 재인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죠.
이는 다른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여러 작가들은 요괴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들어냈죠.
그리고 이런 요괴가 인쇄된 카드 게임이나 보드게임이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동시에 공포나 오락 장르의 요괴를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 인기를 끌게 되었고
--캐릭터 산업
이런 현상이 지금까지 이어져
2013년 요괴워치 캐릭터까지 이어진 것이죠.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켓몬스터의 포켓몬들 중 상당수도
그 뿌리를 과거 일본의 요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전통적인 요괴들이 재창조되어
현대의 포켓몬이라는 캐릭터로 새롭게 나타난 것이죠.
요괴워치, 포켓몬스터는
만화,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장난감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어
일본에 큰 부를 가져다주는 콘텐츠로 계속해서 활용되고 있죠.
사실 일본 문화의 요괴뿐만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많잖아요.
“만화 강국이라서 그런가?”라고 답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일본은 고대부터 주변의 것들을 요괴 캐릭터화했고
결국 ‘친숙하고 좋아하는 캐릭터로까지 통합시켜 나갔다’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오늘은 신도에 대한 시작으로
일본의 요괴 문화, 캐릭터 문화까지 연결하여 이해해 보았습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어느 국가보다 서양의 기술을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일본이
또 한편으로는 신도를 포함하여 전통적 가치를 지나치게 이어가려 하는
굉장히 모순적이고 독특한 모습.
모순 속에서도 엄격한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일본 특유의 시각 예술,
소니, 도시바 등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세계 2위 경제 강국이 된 일본이
한편으로는 아날로그를 지나치게 고수하는 모순적인 문화.
이러한 독특한 모습들도
신도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사상을 바탕으로
이해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이야기가 일본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되셨길 바랍니다.
시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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