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고 영원한 질문이다.
몸이나 재산이나 생각이나 감정은 나의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러면 나는 누구인가?
동일시 말고는 나를 식별할 방법이 없다.
그러면 나는 없는 것일 수 있다.
이것이 나의 괴로움을 경감시킬 수 있다//
오늘은 조금 오래된 주제 그러나 영원한 주제
‘나는 누구인가’라고 하는 것을 제목으로 한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를 얘기하기 전에
나에게는 몸이 있죠.
내 몸이죠.
그리고 나는 생각도 하고, 감정도 갖고, 의지도 가지고 있으니까
이건 내 생각이고, 내 감정이고, 의지죠.
이것도 내 거죠.
그다음에 진짜 내 거
내 소유물들, 등기를 하고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 또는 관계들
이런 거 다 내 거죠.
그다음에 궁극적으로 내 목숨
이것도 내 거죠.
그렇게 해서 내 거라고 하는 것들이 주변에는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게 내 거라고 하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어떤 느낌이나 감정 같은 경우는
그 순간을 지배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지속적이거나 순간적으로 내 거라는 생각이 분명히 있고
그다음에 그런 실체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거를 전부 우리는 내 거라고 칩시다.
내 거라고 칠 수 있죠. 내 거죠.
그런데 내 건데
이건 전부 몸이나 내 생각 감정 의지나
나의 소유물이나 나의 목숨은 내 거
것이잖아요. 대상이잖아요.
그래서 다음 질문이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는 나는 뭐지? 나는 무엇이지?’ 라고
질문할 수 있는 거죠.
문법상 팩트는 뭐냐 하면 현실은 뭐냐 하면
‘그건 모르겠는데’
이렇게 되는 거죠.
이거를 자세히 보면
이 나라고 하는 것에 대한 대답은
소위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내가 관계한 것들과의 동일시, identify이죠.
동일시가 아니면
나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없다
이렇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나라고 하는 것은
내가 가진 것들과의 동일시를 통해서만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나는 없는 것일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identification이라고 하는 영어를 찾아보면
그게 동일시라는 명사도 되지만
두 번째 뜻의 신분증이라는 뜻도 되거든요.
이것과 저것을 구분하는, 구분되는 너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근데 그걸 뭘로 구분하냐?
뭐뭐로, 그 사람의 생각으로, 그 사람의 히스토리로, 그 사람의 관계로
생각, 구분해 주는 것이죠.
근데 ‘너는 누구냐’라고 하면
또 내가 갖고 있는 것들
나는 이런 몸이고 몇 cm고 몇 kg고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이런 역사를 갖고 있는 사람이고
나는 이런 것들을 소유하고 있고
이런 관계망 속에 있다
그렇게 밖에 또 말을 못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계속 ‘너는 누구냐’라고 했을 때
결국은 할 말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그건 모르겠는데.
내 건 알겠는데 나는 모르겠는데’
이게 팩트죠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내 거는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없는 것 같아’ 라고 하는 것이
결론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왜 고통받느냐? 혹은 왜 괴로우냐?
상당 부분이 이것과 그것을 나와 그것을 동일시하기 때문이죠.
내 생각이 있는데 내 생각이 부정당하면
나는 상처를 받을 수 있죠.
나의 감정이 거부되면 나는 상처를 받을 수 있죠.
내 재산이 날아가면 나는 상처받을 수 있죠.
몸이 아프면 매우 괴롭죠.
그러니까 이거 다 동일시하는 건데
동일시를 할 필요가 없구나라고 생각되는 게 뭐냐 하면
‘근데 나는 정하거나 규정하거나 정의할 수가 없네’라고 생각하면
불필요한 동일시에서부터 조금 조금씩 멀어지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그 동일시의 종식을 향해서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것이
이 질문입니다.
‘내 거는 있는데 나는 모르겠는데’
이런 문장이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해줍니다.
그다음에 또 동일시에서 점점 멀어지는 또 하나의 도구가 있는데 뭐냐 하면
옛날, 아주 옛날이라고 칩시다.
그럼 주인이 있고, 종이 있고, 주인과 노예
이런 게 있을 거 아닙니까?
그 소유물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수익 사용 처분할 수 있는 내 거지 않습니까?
근데 노예나 나의 재산이나 이런 것들이
뭐 이렇게 훼손당하거나 없어졌다고 해서
나도 따라 같이 죽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주인은 없잖아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불평등한 관계인 것이죠.
그래서 이 자원 같은 것이죠.
쓰고 버리는 것이죠.
그러니까 내 몸, 내 생각, 내 감정, 내 재산, 내 관계
이런 것들은 그냥 내 소유물이니까
내가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이거는 수단에 불과하다.
도구에 불과하다.
이렇게 또 생각하면
동일시가 좀 멀어지는 것이죠.
그다음에 또 하나는
내가 주인으로서 이런 것들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역습도 있습니다.
그거 아닌 것 같고
이게 내가 주인이라면 내 마음대로 돼야 되는데
내 마음대로 안 되잖아요.
내 건강 같은 거, 내 인간관계, 또 내 재산, 내 감정
특히 감정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거
내가 꼭 필요할 때 바로 써먹을 수 없는 거
이게 내 거냐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내 거니까 나는 아니다’ 이런 게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심지어는 ‘내 거조차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생각되니까
그렇게 되면은 제대로 된 길로 들어섰다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관찰이 깊어지고 확신이 들기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나는 소중한 존재야
나는 뭐 다 가져야 돼
나는 크게 돼야 돼
높게 돼야 돼 라고 하는
그 자아관념 또는 자아집착이
조금씩 옅어지기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그러면서 어떤 느낌이 드냐면
내가 주변에 가지고 있던 나의 소유라고 생각했던
몸, 나의 생각 사상이죠.
그다음에 나의 감정, 나의 히스토리, 나의 관계, 나의 재산, 나의 지위
이런 등등이
사실은 그물망이었다.
나를 얽어매는 그물이었다
이렇게 생각의 전도, 뒤바꿈이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내 거라고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서
점점점점 집착하는 것이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이런 관찰이 깊어져서
몇 가지 효과가 생기는데
첫 번째는 자아는 상처받기 쉽잖아요.
또는 조금만 잘해도 우쭐해지기 쉽잖아요.
그러니까 이 자아의 진폭이 좀 약해집니다.
그러니까 좋은 일이 있어도 흥, 또 좀 안 좋은 일이 있어도 흥
이렇게 되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까 삶이 좀 심심해지고
간이 좀 덜 된, 좀 싱거워지고, 담담해지고, 담백해지고
이렇게 됩니다.
그런 게 하나 있고
두 번째는 또 반대로
나라고 하는 것이 일단 규정할 수가 없는 것이고
나의 것으로 대체되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 같으니
두려움이 없잖아요.
걱정할 게 좀 많이 사라지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오히려 두려움 없이
마음의 장애 거리낌 없이
신나고 재미있게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죠.
우리는 살아갈 때 너무 조심하지 않습니까?
그거는 다 내 게 어떻게 될까 봐
근데 내 것도 진짜 내 거 아닌 것 같고
나라는 것도 이거 뭐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거라면
대단히 자유가 넓어질 수 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네요.
그다음에 이건 조금 부산물 같은 건데
그러다 보니까 나에 대해서 너무 집착을 안 하면
사람이 좀 힘을 뺄 수 있지 않습니까?
무술의 고수들은 다 어깨에 힘을 빼는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좀 힘을 빼고, 경직되지 않고, 유연하고
이런 사람들은
일을 할 때 머리가 그렇게 복잡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일할 때 일만 하고, 집중하고 그럴 수 있으니까
오히려 역설적으로
일이 더 잘 될 수도 있고
잘못하면 막 부귀영화를 누릴 수도 있는
성공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나는 누구인가’라고 질문해 보는 것은
대단히 유용하고
나의 것, 내 거라고 하는 것까지도 인정할 수 있는데,
근데 내 거를 소유하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라고 하는 질문에
꽉 막혀서 팍 터지면
어떻게 보면 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단 하나의 질문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오늘은 말씀드려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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