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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이기적 유전자를 읽는 4가지 키워드[리처드 도킨스,진화,과학]

Buddhastudy 2021. 10. 1. 19:02

 

 

 

이기적 유전자는 굉장히 유명한 책이죠.

1976년에 출간된 이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과학도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는 코스모스와 달리 논쟁과 비판에 휩싸인 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책을 둘러싼 논쟁은 이기적 유전자를 읽는 또 하나의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는 키워드 1, 생존기계>

40억년 전 지구의 원시바다 속에 최초의 유기분자가 생겨났습니다.

유기분자는 어느 시점에 이르러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자기 복제자들은 자신의 사본을 만들고, 사본은 또다시 사본을 만드는

무한복제행위가 원시 바닷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러다가 경쟁자를 먹고 자신의 사본을 만드는 데 쓰는 포식자가 생겨났습니다.

이제 자기 복제자들은 둘레에 단백질 등을 만들어

스스로 방어하는 방법을 찾아 내야 했습니다.

이 차단벽을 가진 자기복제자가 바로 최초의 살아있는 세포입니다.

 

세포는 계속 살아있기 위해 자신을 담을 그릇,

즉 생존기계를 만듭니다.

최초의 생존기계는 보호용 외피 수준이었겠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계의 크기가 커지고 성능도 정교해집니다.

 

오늘날 자기복제자는 거대한 로봇 속에서 완전하게 떼지어 살고 있습니다.

자기복제자의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무조건 오래 살아남는 것.

 

그들은 이제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생존기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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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리처드 도킨스가 주장하는 유전자와 개체의 관계입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며

그 기계의 목적은

유전자를 안전하게 다음 세대로 운반해 주는 것이라는 주장이지요.

 

따라서 생명체가 생명체를 돕는 이타적 행동도

자신과 공통된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기 위한

유전자의 이기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이처럼 책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의 생존, 번식, 문화형성 등을

유전자의 이기성이라는 키워드로 기가 막히게 풀어갑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는 키워드 2, 비유와 의인화>

책이 나온 이후로 대중의 반응은 두 갈래고 나뉩니다.

한쪽은 진화를 새로이 해석하는 독창적 시각에 환호를 보내는 쪽이고

다른 한 쪽은 인간만사 결국 유전자의 이기심 때문이었냐? 하며 불쾌하게 반응하는 쪽입니다.

 

불쾌하게 반응하는 쪽은 인간만이 지닌 소중한 가치가

유전자의 이기심이라는 키워드로 훼손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과학의 목적이

인간의 삶을 더 밝은 쪽으로 이끄는 것인데

도킨스의 책은 허무주의적 염세관에 빠지게 만드는 면이 있긴 합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사람들이 이처럼 격한 반응이 보이는 데는 도킨스의 탁월한 표현력도 한 몫을 합니다.

도킨스는 글을 굉장히 박진감 느끼게 쓰는 과학자죠.

다르게 말하면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기 위해

좀 세게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는 유전자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기적이라는 다수 쐰 단어를 선택했고

유전자에게 인격을 부여합니다.

물론 이런 비유와 의인화는 자신의 주장을 더 쉽게 전달하려는 의도였습니다만

일반 독자들에겐 다분히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독자들은 유전자가 마치 이기적 성격을 가진 개체로 오해하고

그래서 인간의 이기적 행동이 유전자의 이기적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확대 해석하게 되는 거죠.

 

어떻게 보면 과학자가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기 위해선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보다 과학적 데이터를 앞세우는 게 더 맞다는 생각도 듭니다.

 

도킨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을 했는지

책 본문에는 현란한 문장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논란이 끊이질 않자 도킨스는 이기적유전자 30년 개정판 서문에

이기적이라는 표현과 의인화에 대한 해명을 합니다.

사실, 해명이라기 보다 독자를 탓하는 하소연에 더 가깝지만

어쨌든 도킨스는 셉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는 키워드 3, 자연 선택의 단위?>

비판의 목소리는 학계에서도 나옵니다.

가장 큰 목소리를 낸 사람은 아마 하버드대 고생물학 교수 스티븐 제일 굴드일 겁니다.

 

굴드는 소위 다윈주의를 따른다는 도킨스가

오히려 다윈주의를 훼손했다며 비판합니다.

굴드의 비판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의 가장 핵심적인 논쟁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사연인지 한번 알아볼까요?

 

전통 다윈주의는 자연선택의 단위를 개체로 봅니다.

개체란 쉽게 말해 인간이나 동물의 몸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털이 많은 원숭이와 털이 없는 원숭이가 있다고 칩시다.

이때 갑자기 빙하기가 온다면 털이 많은 원숭이가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을 겁니다.

그러니까 자연은 털이 많은 원숭이라는 개체를 선택하는 것이지

털이 많이 나게 하는 유전자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유전자는 단지 개체를 선택의 과정에서 변화할 뿐입니다.

 

그러나 도킨스는 자연선택의 단위는 개체가 아닌 유전자라고 주장하며

유전자 풀 Pool설을 펼칩니다.

굴드가 비판한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기적, 생존기계같은 센 표현이 아니라

자연선택의 단위가 유전자라는 주장 말입니다.

 

이후 둘의 공방은 도킨스파와 굴드파로 나뉠 정도로 유명해집니다.

굴드 외에도 학계의 반론이 많았기에

이기적 유전자가 40년 동안 3번의 개정판을 내는 동안

본문 수정이 들어갈 법도 한데

이 책에는 출간 이후 단 한 줄의 수정도 없었습니다.

다윈의 진화론도 6차례나 수정이 있었는데 말이죠.

 

도킨스는 본문 수정 대신 각주와 서문을 추가하면서

해명을 하거나 중립적 안을 넣어놓는 식으로 타협합니다.

역시 도킨스는 셉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는 키워드 4, 스스로 자기 복제자>

여러 논란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기적 유전자가 대중에게 끼친 영향력은 강력합니다.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를 통해 우주의 대중화에 공헌했다면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진화론의 대중화에 공헌했다 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밈이라는 문화적 유전자 개념을 소개하면서

(, Meme, 문화적 유전자 개념, 모방)

지금 SNS에 널리 쓰이는 단어가 된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원시바다에 복제자들이 사본을 찍어내면서 생존을 이어왔듯이

이기적 유전자도 수백만 부의 카피를 찍어내며 생존을 이어가는 게 아닐까요?

 

좀 세긴 합니다만

생존기계에게 지적만족감을 듬뿍 심어주는 멋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