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형광등까지 나보고 갈아라 하는 남편, 너무 화나요. (2024.05.20.)

Buddhastudy 2024. 5. 29. 19:20

 

 

저는 결혼 40년 차 주부입니다.

남편이 5남매 중에 막내여서 결혼 전에 시어머니가 총각아들 밥해주러 와 계셨었는데

결혼하고 큰아들 집으로 간다고 하시고는 안 가시고 계속 사셨습니다.

그때도 제가 착하고 지금도 착하니까 그냥 살았습니다.

시어머니와 27년간 살았는데

당신 때문에 제가 직장도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삼시 세끼 밥 차려드려야 되니까요.

그런데 시어머니는

우리 아들 등골 빼먹는다그런 소리를 많이 하셨어요//

 

 

. 집에 있었으니 저라도 그런 소리를 하겠어요.

 

...

 

, 그냥 사세요, 달리 길이 없어요.

남편이 문제가 아닙니다.

질문자가 남편에게 그렇게 버릇을 들였기 때문에

지금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아이에게 어릴 때부터 엄마가 계속 밥을 떠서 먹여주면

스무 살이 되어도 밥을 떠서 먹여줘야 됩니다.

어릴 때부터 계속 청소를 해주면

서른 살이 되어도 청소를 해주어야 돼요.

 

아이가 나빠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렇게 버릇이 들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질문자가 좀 더 똑똑했으면

결혼 초기부터 형광등에 불이 안 들어와도

그냥 계속 불 없이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남편이 형광등을 갈았을 테고,

그러면 형광등 가는 일은 남편 일이 되었을 겁니다.

 

질문자가 손재주가 좀 있다고

여보, 그렇게 해서는 안 돼. 나와 봐. 내가 할게이렇게 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형광등 가는 일이 질문자의 일이 된 거예요.

 

남편의 경제력도 마찬가지예요.

남편이 못 벌면 그냥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면서 그저 남편 바짓가랑이를 잡고

저는 아무것도 할 줄 모릅니다. 당신 없으면 못 삽니다이렇게 행동했다면

남편이 도둑질을 해서라도 가족을 먹여 살렸을 겁니다.

 

나와 봐. 내가 나가서 벌게이렇게 해서

돈을 벌어다 남편에게 가져다주면

남편은 그 돈으로 도박을 하거나 술을 먹게 되는 거예요.

이것은 남편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런 조건에서는 그렇게 되는 게 사람이에요.

그러니 이 상황은 남편이 만든 게 아니고 질문자가 만든 겁니다.

 

질문자가 착하기는 한데 어리석어서 생긴 일이기 때문에

지금 와서 새삼스럽게 남편을 문제 삼으면 안 돼요.

내가 남편을 그렇게 길들여 놓고,

지금 와서 다른 남자와 비교해서

다른 집 남자들은 형광등을 다 갈아주는데 왜 당신은 형광등도 못 가냐?’

다른 집 남자들은 돈도 잘 버는데 왜 당신은 돈도 못 버냐?’ 이러면 안 돼요.

 

엄마가 아이에게 공부만 하라고 아무것도 못 하게 해 놓고는

옆집 애는 일만 잘하더라. 그런데 너는 이것도 못 하니?’

이러면 안 된다는 겁니다.

 

늘 집에서 한국말을 해 놓고 어느 날 아이에게

옆집 아이는 영어도 잘하는데 너는 왜 영어를 못하냐?’ 하고 말하면 안 되잖아요.

 

마찬가지로 질문자도

그냥 큰아들 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남편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잠잘 때만 잠시 남편이라고 생각하고,

그 외에는 전부 큰아들 하나 두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사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래야 내가 남편의 언행에 구애받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남편이 잔소리하는 것도 그냥 귓등으로 들으면 돼요.

애들이라는 게 원래 잔소리를 많이 하니까요.

 

남편이 잔소리를 할 때 성질을 내면 안 됩니다.

나가지 마라하면 하고 나갔다 오면 됩니다.

먹지 마라그러면 하고 먹으면 됩니다.

너 왜 대답해 놓고 나갔다 왔냐?’ 하면

죄송합니다하고 말하면 돼요.

그냥 하고 하면

남편은 또 그 방식에 길이 들어요.

저 여자는 원래 저렇구나하면서 길이 듭니다.

 

질문자도 남편이 얼마나 길이 잘 드는지

바로 가까이서 경험을 해봤잖아요.

이 상황 역시 남편은 금방 적응을 할 겁니다.

그래서 걱정할 게 없어요.

 

 

둘째, 질문자도 한번 괜찮은 남자에게서 사랑을 좀 받으면서 살고 싶다면

이혼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어떤 남자가 질문자를 극진히 사랑해 주겠어요?

그것은 좀 어려워 보여요.

 

하지만 세상에는 어떤 눈 밝은 남자가 있어서 질문자를 딱 보고

복덩어리다!’ 하고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남자가 여자를 보는 눈과

여자가 여자를 보는 눈은 좀 다릅니다.

여러분들도 학교 다닐 때 경험을 했을 겁니다.

친구들과 같이 지내보면

저 친구는 어디 가서 잘 살겠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제가 많았는데

나중에 보면 나보다 훨씬 결혼을 잘한 친구들이 있잖아요.

왜냐하면 남자가 여자를 볼 때는 이성애로만 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착한지, 일을 잘하는지,

이런 것은 전혀 눈에 안 들어옵니다.

 

그래서 막상 결혼해 보면 생활이 어려워지는 거예요.

남자끼리는 그 친구가 키가 작든지, 얼굴이 어떻게 생겼든지

이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의리가 있느냐, 성실하냐, 능력이 있느냐, 이런 것만 봅니다.

 

역시 여자도 남자를 볼 때

이성애적 관점에서만

첫눈에 호감이 가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막상 살아보면 온갖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실제로 살아보면 외모가 갈등의 요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소한 생활 버릇을 가지고 갈등을 하게 되기 때문에

부부지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에요.

 

남녀가 결혼해서 사는 것에 좋은 점만 있다면

왜 스님처럼 영리한 사람이 결혼을 안 했겠어요?

스님은 이런 남녀의 인간관계를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달은 겁니다.

 

그래서 부부가 결혼해서 살면 갈등은 각오해야 됩니다.

갈등 없이 살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잘못된 겁니다.

갈등이 없으려면 그냥 혼자 사는 게 낫습니다.

같이 산다면 이미 갈등은 예정되어 있는 겁니다.

대신 갈등으로 인해 도저히 같이 못 살겠다고 하는 정도는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갈등은 있지만 그래도 혼자 사는 것보다는 같이 사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갈등을 적절하게 관리를 해야 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환상을 가지고 결혼을 하기 때문에

괴로움을 겪게 되는 겁니다.

 

그래도 남편이 어디 가서 바람을 피우거나

딴살림을 차리거나

집에 있는 돈을 가져가서 노름을 하거나

술을 마시면서 돌아다니거나, 그러지는 않잖아요?

 

그 정도면 됐어요.

지금 세상에는 그런 남자들도 많습니다.

특히 질문자처럼 착한 여자한테는

그런 남자가 걸려들 확률이 훨씬 높아요.

내가 원하는 수준의 남자는 아니지만

그 정도면 괜찮은 남자에 속해요.

그러니 큰아들 하나 키운다이렇게 생각하고 같이 살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다 싶으면

이혼하고 혼자 살면 돼요.

그런데 이혼하고 혼자 산다 해도

어차피 밥은 또 해 먹어야 될 것 아니에요?

옷도 빨아야 되잖아요.

그러니 내 돈을 가져가서 낭비하는 나쁜 행동만 안 한다면

같이 데리고 사는 게 낫지 않아요?

 

어디 가서 제비 한 마리 데려다 잘못 키우면 손해가 많습니다.

그런데 집 제비는 비록 별로이긴 해도 손해는 안 끼치잖아요.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큰 문제가 없어요.

그래서 첫 대답에 그냥 사세요라고 한 겁니다.

너무 남들을 쳐다보면서 남편에게 크게 바라지 말고요.

 

...

 

잔소리를 그냥 귓등으로 들으라니까요.

어떤 잔소리를 합니까?

 

...

 

남편이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하겠어요?

마누라가 돈을 다 벌어오는데요.

 

...

 

남편에게 왜 감사하기를 바라나요?

본인이 좋아서 그렇게 한 거잖아요.

질문자는 남편에게 고마워서 형광등을 갈았어요?

아니면 남편의 일하는 꼬라지가 보기 싫어서 직접 형광등을 갈았어요?

 

...

 

그런데 왜 남편에게 감사하라고 그래요?

 

...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그렇게 말을 퉁명스럽게 하는 여자를 어느 남자가 좋아하겠어요?

남편이 요양보호사 한 번 해볼까?’ 그러면

당신같이 고귀한 사람이 요양보호사를 해서 되겠습니까.

당신은 집에 가만히 계시고

그런 일은 제가 해서 돈을 벌어다 드릴 테니까 편안히 계세요

이렇게 얘기를 해야죠.

 

...

 

질문자부터 남편한테 말을 자꾸 퉁명스럽게 하니까

남편도 자꾸 퉁명스럽게 말하는 거예요.

 

오늘부터는 본인부터 곱게 한 번 말을 해보세요.

 

...

 

맞아요. 그 나이에 하기는 뭘 해요?

마누라 죽으면 그때 사용하려고 자격증을 따 놓은 겁니다.

마누라가 살았을 때는 자격증을 쓸 일이 없잖아요.

마누라가 이렇게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돈을 버는데

남편이 무슨 이유로 일을 하겠어요?

남편이 굉장히 현명한 사람이네요.

 

마누라가 언제 도망갈지,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자격증을 따놓기는 따 놓은 겁니다.

비상시를 대비해야 하니까요.

다 자기 꾀는 있다니까요.

 

그런 걸 보면 남편은 괜찮은 남자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좀 존중을 해주세요.

남편이 내 마음에 안 든다고 말을 함부로 하니까

남편은 그래, 네가 말한 대로 내가 그렇게 살게하면서 버팅기는 겁니다.

 

그러니 집에 제비 한 마리 키운다고 생각하고

좀 잘 보살펴주면 좋겠습니다.

요양보호사 일을 하러 가겠다고 하면

가라!’ 이러지 말고, 오히려

힘든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당신은 귀한 분인데 집에 계세요

이렇게 얘기해 주는 게 좋아요.

 

그러면 남편은

아니다, 나도 일하겠다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올 겁니다.

일하지 마라그러면 청개구리처럼 또 하겠다고 하는 게 남편의 심리예요.

그러면 큰 일은 제가 할 테니까 당신은 옆에서 구경이나 하세요

이렇게 어린애 다루듯이 남편을 다루어야 합니다.

자꾸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요.

 

...

 

결론을 다시 말씀드릴게요.

그냥 남편을 데리고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