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MBC1919-2019 기억-록

[기억록] 이요원, 강주룡을 기억하여 기록하다

Buddhastudy 2019. 6. 25. 20:38


세상이 마주한 그녀의 모습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그녀가 올라선 곳은 높이 12미터

평양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을밀대 지붕이었습니다.

그녀는 왜 무슨 일로 이 높은 곳에 홀로 앉아있었던 걸까요?

 

그녀가 살던 시대는 고무신에 열광하던 시대였습니다.

그중 흰 고무신은 시골여성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죠.

 

그야말로 고무신으로 떼돈을 벌던 시대.

그리고 고무신이 사람을 잡던 시대이기도 했죠.

 

130도 가마솥 옆, 찐 고무 냄새를 맡으며

하루 15시간 쉴 틈 없이 일해도

고무신 한 켤레 값보다 못한 하루 임금 ‘30

 

불량품마다 매긴 벌금

온갖 욕설과 구타, 일상화된 성희롱

 

처참한 환경에서 억 만 켤레 고무신을 만들어도

제 집 아이들에겐 고무신 한 켤레를 신기지 못해

한 겨울에도 발을 보내야만 했던 막막한 여공들의 생계.

 

그런 그들에게 믿기 힘든 소식이 전해집니다.

1929년 세계 대공항의 여파 고무업계의 결정

임금 17% 삭감, 정리해고

 

이대로는 살 수 없다.

단식투쟁을 시작한 조선의 여공들에게

일제의 기마경찰대 수백명이 달려와 무차별 폭행, 구속합니다.

 

빼앗긴 나라

빼앗긴 생존권

지붕 위 그녀, 강주룡도 그들 중 한명이었습니다.

 

내 한 몸뚱이 죽는 것은 아깝지 않습니다.

대중을 위해서 나를 희생하는 일은

명예스러운 일이란 것이 내가 배운 가장 큰 지식입니다.’

 

을밀대에서 일제 경찰에

체포된 강주룡은

식음을 전폐, 침묵으로 항의한다.

 

그녀가 지붕에 오른 지 10일후

평원 고무 공장은 임금 삭감을 철회한다.

 

일제강점기

수천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켜낸

한국 최초의 여성 노동운동가

강주룡 (1901~1932.8.13)

 

이요원

강주룡을 기억하여 기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