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마인드·드러내야산다

[뉴마인드] 뇌가 알코올에 중독되는 과정 I 뇌과학

Buddhastudy 2025. 2. 3. 20:18

 

 

당신은 친구들의 권유로

한국 전체 연간 소비량 약 3억 리터

소주로 환산하면

9억 병이 소비되는 술을 처음으로 마시게 되었습니다.

 

첫 잔을 마시자

소화기관에서 흡수된 알코올은

혈액 속의 알코올 농도를 증가시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몸에 있는 독소를 처리하는 간에서는

알코올의 분해, 즉 대사를 시작합니다.

농도에 따라 대사 속도가 달라지는 다른 약물과는 달리

알코올은 일정한 속도로 분해됩니다.

 

대부분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당신은 1시간에 한 잔을 조금 초과하는 양 정도는

간 효소로 감당할 수 있어어

알코올이 아세트알데이드로 전환된 뒤

식초산으로 변했다가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는 과정을 무난히 해냅니다.

 

처음이지만 첫 잔을 마셔도 아무런 변화를 못 느낀 당신은

혹시 내가 술이 센 사람은 아닐까?” 궁금해하며

다음 잔을 마셔봅니다.

 

알코올이 들어오는 속도가 대사되는 속도보다 빠른 경우

알코올은 뇌로 들어갑니다.

다시 말해

혈액으로 흡수되는 알코올의 양과

간에서 대사되는 알코올의 양 사이의 균형이

뇌 안의 알코올 농도를 결정하게 됩니다.

 

사실 우리가 마시는 알코올인 에탄올의 분자 구조는

단순한 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단순한 에탄올 분자의 성질 때문에

우리가 알코올을 이해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코카인, 헤로인, 엑스터시드 등 다른 약물의 분자는

훨씬 크고, 구조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에

뇌에서 이 약물들이 작용하는 장소가 매우 특정적입니다.

 

반면 알코올은

크기도 굉장히 작고 약삭빠른 녀석이라

작용 위치를 정확히 잡아내기가 어렵습니다.

큰 버스를 주차 시킬 만한 장소보다

작은 오토바이를 주차 시킬 장소가 더 많은 것과 같습니다.

 

알코올은 작은 오토바이처럼

주차할 곳, 즉 결합할 곳이 여러 군데입니다.

쉽게 말해 알코올은

뇌 전반에 걸쳐 수많은 표적에 작용함으로써

사실상 신경기능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중 한 가지 작용은

당신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시작합니다.

뇌에 도착한 알코올은 농도가 짙어질수록

도파민 분비와 관련이 있는 뇌의 보상 회로를 활성화하여

당신은 쾌락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술 마시는 동안

너무나도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또 다른 작용은 당신을 덜 예민하게 하고

불안을 감소시키고, 긴장도 풀어줍니다.

당신이 이렇게 안도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알코올의 신경 효과로 가장 잘 알려진 GABA 덕분입니다.

 

GABA는 뇌에 가장 많이 분포된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뇌의 1차적인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다시 말해 뇌의 어떤 기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알코올로 인해 GABA에 의한 억제가 강화되면

신경활동속도가 느려집니다.

그래서 불안감과 긴장은 줄고

기분은 좋아집니다.

 

당신은 친구들과 계속해서 술을 더 마십니다.

2시간 이내에 여성은 4잔 이상, 남성은 5잔 이상을 마시게 되면

폭음을 하게 되면

이때 혈중 알코올농도는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법적 기준치를 뛰어넘게 됩니다.

 

여기에 GABA로 인한 신경 억제가 더해지면서

뉴런의 정기적 활동이 완전히 바닥을 치게 됩니다.

그러면 판단력이 손상되고, 운동능력이 감소하는 반면

위험한 행동은 증가합니다.

동시에 기억과 집중력 문제, 변덕스러운 기분 상태, 불분명해지는 발음 등

신체 운동의 협응력 상실과 심하면

착난 증상을 겪게 됩니다.

즉 말이나 행동의 통일성을 잃고, 의식이 흐려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로인해 술 마시는 동안

극한 감정 변화로 심하게 기뻐서 많이 웃게 되거나

반대로 심하게 우울해져서 울게 되거나

친구들과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반대로 다툼이 벌어지거나 하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미 제정신이 아니도록 마신 친구들과 당신은

끝까지 달리자며 계속해서 마시기로 합니다.

 

그러나 이쯤에서 더 마시는 것은

뇌에게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당신의 뇌는 더 이상의 알코올 거부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뇌의 최후 영역

일명 뇌의 구토중추가

알코올이라는 독성 물질을 배출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작용하면서

구역질이 올라오고 구토를 하게 됩니다.

이 구토반사는

당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뇌의 반사작용입니다.

 

만약 도수가 높은 술을 빈속에 많이 들이켠다든지 해서

굉장히 빠르게 취한다면

뇌의 구토반사가 관여하기도 전에

마취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뇌가 기능을 멈추면서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뇌 안의 알코올 농도가 계속해서 짙어지면

GABA에 의한 억제가 더 강화되고, 신경활동속도가 더 느려집니다.

처음엔 긴장과 불안을 낮춰 주었던 정도였지만

이제 과한 신경억제작용으로

당신에게 졸음이 오고, 결국 잠에 들게 됩니다.

 

다음 날 눈을 떴는데

집에 어떻게 온 건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그리고 즐겁게 보낸 친구들과의 시간도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이것은 알코올이 글루타메이트 수용체의 활동을 저하시켰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글루타메이트의 활동은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데도 필수적이기 때문에

알코올이 글루타메이트 활동을 방해하게 되거나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를 손상시켜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만드는 것을 방해합니다.

술 마시면서 친구들과 보낸 시간들 중 일부가, 심하면 전체가

기억에 없게 되는 이유입니다.

 

이후에도 당신은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과 연인과

그리고 어쩌면 혼자서

이런저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당신의 뇌에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뇌는 언제나 당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뇌는 알코올의 효과와 반대되는 작용을 만들어내

당신의 상태를 원래로 되돌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꽤 자주 만성적으로 술을 마시면

뇌의 향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반대 과정은 더욱 빠르고 강해집니다.

 

뇌가 이미 알코올이 들어오면

일어날 일을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이 덕분에 이전의 알코올양으로는

취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기분 좋았던 느낌이나 불안감이 해소되고, 긴장이 풀리는 효과들은

뇌의 반대작용에 의해 약해집니다.

 

당신은 더 많은 술을 마셔야지만

그 효과들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당신의 주량이 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같은 양의 알코올로 당신은 이전처럼 취하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내성이 생겼다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생긴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당신의 뇌는 알코올이 없을 때

술을 마시고 싶다는 갈망과 금단증상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당신은 또다시 술을 마시려고 합니다.

계속해서 술을 찾게 되는 중독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술이 없으면 불안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거나 하는 상태가 되고

술을 마셔야지만

중독이 되기 전에 평상시와 같은 기분이 될 수 있습니다.

 

엔도르핀 합성에서도 하향조절이 일어나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으면

전신권태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피곤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거나

우울한 감정 같은 것을 느끼기 쉬워집니다.

 

신경억제작용을 하는 신경전달물질 GABA 체계는 덜 민감해지고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는 더욱 민감해지면서

발작을 비롯한 신체적 금단 증상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신경흥분성도 높아집니다.

 

다행히도 당신이 금단 증상을 이겨내고 금주를 한다면

변화한 뇌를 되돌릴 수 있습니다.

 

알코올에 대한 내성은

금주를 시작하고 1에서 3개월 정도가 지나면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술을 계속해서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 수 있지만

6개월에서 1년 정도 계속해 참아낸다면

뇌의 보상체계 시스템도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되면 다시 술이 없어도 기분 좋은 상태가 되고

이전처럼 적은 알코올양으로도 취할 수 있습니다.

이때가 되면 술을 마시고 싶다는 갈망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그리고 의존했던 알코올의 양에 따라

회복 기간은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뇌를 위해서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셔야 한다면

소주, 위스키, 보드카 등의 높은 도수의 증류주보다는

맥주나 막걸리, 와인처럼

10에서 15도 이하의 자연 합성된 주류가 그나마 낫습니다.

 

그리고 알코올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술을 마시는 게 좋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남성은 하루 2잔 이하

여성은 한 잔 이하로 하고

술을 마시고 나서는 3일 정도 금주를 해야 합니다.

 

문화적으로도 쉽게 허용되고

사회관계로 인해 거부하기 힘든 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