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마인드·드러내야산다

[뉴마인드] 다른 영장류도 더 진화하면 언어 능력이 생길까?

Buddhastudy 2025. 2. 4. 19:45

 

 

반론의 여지 없이 인간의 언어 능력은

지금의 인간을 만드는데

가장 필수적인 역할을 한 능력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언어는 과연 진화의 필수적인 결과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다른 영장류들도 시간이 지나 더 진화하면

인간처럼 언어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학자들은

인간과 진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침팬지, 고릴라, 보노보에게

언어를 가르쳐 보았습니다.

물론 이들은 인간처럼 입으로 말하는 것이

신체 구조상 불가능합니다.

 

인간의 성대는 말하는 데 잘 적응되어 있는 반면

침팬지의 성대는

씩씩거리고 꽥꽥거리는 제한된 레퍼토리의 소리만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언어 중에

말의 형태를 띠지 않는 문자, 수화, 점자도

언어의 본질이 담겨 있어서

연구자들은 수화를 이용하거나 기호를 가리켜 표현하는

시각적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언어 능력은 심지어

인간도 아주 어릴 때 필수적인 시기를 놓치면

보통 사람들처럼 언어를 구사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유인원들도 아주 어릴 때부터

언어를 사용하도록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연구에서

유인원들이 실제로 적절한 수화를 사용했습니다.

이들은 개를 보며 개라고 수화를 하고

신발을 보며 신발이라는 수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기본적인 명사-동사 형식을 구성할 수도 있었습니다.

나랑 놀아줘, 나를 간지럽혀줘 등의 문구는 흔히 사용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새로운 의미도

기존에 아는 단어들을 이용해 만들어내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백조를 처음 본 침팬지가 물새라고 표현을 했고,

반지를 처음 본 고릴라는 손가락, 팔찌라는 수화를 했습니다.

 

영장 유학자 수 세비지 럼보는

두 살짜리 인간 어린아이보다 훈련받은 보노보의 언어 능력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과연 다른 영장류들도 인간처럼

세대를 거듭해 가며 언어를 교육해 나간다면

언어를 사용하게 될까요?

 

언어학자, 영장류, 학자 비교,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는

이 유인원 언어 연구가

선언적 명칭과 문법을 갖춘 언어를

어느 정도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입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습니다.

 

먼저 유인원들의 이런 재주가

선언적 명칭이 아닌

명령적 명칭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명령적 명칭은

즉 보상을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앉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앉으면 간식이 생길 거야같은 식으로

학습되는 기본적인 시간차 학습을 말합니다.

 

반면 선언적 명칭은

인간의 언어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속성입니다.

이것은 소다, 이것은 달리기다

여기에는 명령 같은 것이 없습니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동물의 소통 방식에서는

이런 것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유인원들이 입으로 말하는 구절은

너무 단순해서

문법이라 부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실제로 연구 대부분에서 유인원은

올바른 명칭을 사용했을 때 간식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진짜로

사물에 대한 명칭을 공유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바나나를 보았을 때 x라는 수화를 하면

간식을 받으니 하는 행동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유인원 언어 능력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는

사람이 아닌 일부 유인원에게

적어도 초보적인 형태의 언어를 학습할 능력은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 능력이 인간보다는 훨씬 못하고

다분히 의도적인 훈련 없이는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는 듯합니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자연적으로 언어를 구성하고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고

다른 유인원도 기초 기호와 문법을 구사할 수는 있지만

인간에게는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뛰어난 언어 능력이 있다는 것이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이 다른 걸까요?

많은 연구자들이

인간의 뇌와 다른 영장류들의 뇌를 비교했습니다.

그런데 이들과 인간의 뇌는 거의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람의 뇌는 그냥 침팬지의 뇌가

크기만 커진 것이라고 해도 거의 맞는 말일 정도입니다.

심지어 뇌 과학자들이

언어 영역이라고 밝혔던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도

침팬지 보노보, 마카크 원숭이에게도

동일한 방식으로 연결된 이런 영역들이 있습니다.

 

결국 인간의 뇌에도

언어 기관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뇌와 침팬지의 뇌가 사실상 동일한데도

오직 인간만이 복잡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왜 인간만이 유일하게

언어를 학습하고자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을까요?

 

사실 이것은

인류학, 언어학, 진화심리학 전반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주제입니다.

이 문제에 대답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현존하는 종 중에서

인간과 같은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례가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

사람을 제외한 영장류 중에는

선천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종이

아예 오직 현 인간종 호모 사피엔스에게만 언어가 있습니다.

 

다양한 가설들이 있지만

대부분 언어가 진화한 시기에 대해

다음 두 가지를 고수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성대가 등장한 시기입니다.

화석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의 후두와 성대가 음성 언어에 적응한 것은

50만 년 전부터,

이런 특성은 현 인간종인 호모 사피엔스뿐 아니라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역시

언어를 사용하는 데 적합한 성대가 있었습니다.

이 시기 이전의 언어는 주로 몸짓 언어였거나

덜 복잡한 음성 언어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는 약 10만 년 전부터 복잡한 언어가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동굴, 벽화나 조각품들이 등장했는데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러한 상징적 표현들이 가능하려면

언어가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자 그럼 어떻게 이 시기에

인간만의 복잡한 언어가 나타날 수 있었을까요?

 

<지능의 기원>에서는

현대 학자들이 이해하고 있는 행동, , 고고학적 기록,

특히 진화의 메커니즘에 대한 발전된 이해를 통해

언어 진화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인간만이 언어가 이렇게 진화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인간의 이타성때문입니다.

언어는 다른 유용한 진화적 적응과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눈이 좋은 사람은

사냥을 성공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고,

짝짓기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기 때문에

진화의 압력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인구 집단으로 퍼졌을 것이

 

그러나 언어는 다릅니다.

언어는 눈처럼

개인에게 직접적인 이득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언어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용해야만

개인이 이득을 얻기 때문입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집단 선택으로 설명합니다.

언어가 주는 이득 중에는 이타적인 것이 많습니다.

먹을 것의 위치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위험한 지역에 대해 경고하며

도구의 사용법을 가르치는 등에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언어가 발달하는 집단일수록

생존에 유리하게 됩니다.

집단 차원의 진화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집단의 형성과 유지 번성을 위해서는 집단 내에서

배신자를 식별하고 처벌해야 했는데

사회적 뇌 가설을 생각해 냈던

유명한 인류학자 로빈 덤바는

뒷담화와 같은 언어 활동이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뒷담화를 통해 사회적 규범을 유지하고

집단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죠.

여기에 인류의 비극과 아름다움이 모두 담겨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가장 이타적인 동물에 해당하지만

이런 이타주의에는 어둠의 대가가 따라왔습니다.

도덕을 위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벌하려는 본능

반사적으로 사람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려는 본능

내집단에는 필사적으로 순응하려 하고,

외집단의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악마화해 버리는 본능 등입니다.

 

그리고 누적된 언어에 힘입어

이 새로운 특성이 강화되면서

우리의 선조 영장류로부터 비롯된 인간의 정치적 본능은

이제 더 이상 사회적 위계를 오르는 소소한 기술이 아니라

조직적인 정복의 무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언어를 통해 인간 집단이 더 높은 수준의 협동과 조직력을 갖추게 했습니다.

그리고 언어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뇌는 점점 커졌을 것입니다.

 

복잡해지는 언어와 사회적 관계를 기억해야 하고, 관리해야 하고

정보를 누적하고 공유하는 데 필요한 뇌 용량은 클수록 유리했을 것이기 때문에

진화적 압력이 발생했을 것입니다.

 

결국 더 발달한 언어 기술은

협동과 뒷담화의 위반자 처벌 강화 효과를 통해

이타주의를 더욱 강화시키고

이것은 다시 사회적 협동을 위해 언어를 더 발달시키는 되먹임 고리가 형성되면서

진화의 속도를 더욱더 높였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언어가 혈연 중심의 사회위계 질서를 유지하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단순한 소통 수단을 넘어

인간의 진화와 사회적 성공의 핵심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상호 작용하는 효과들의 퍼펙트 스톰

즉 함께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중대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이 형성되는

엄청난 연속된 우연으로부터

어떻게 언어와 인간의 뇌가 등장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두 발 보,행 도구 사용, 오래달리기, 불의 사용, 화식 조산 등

생존 환경에서 적응하면서

진화한 모든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에

지금의 인간과 같은 진화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언어를 자연에서 그토록 찾기 힘든 이유도

이처럼 가능성이 희박한 조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능의 기원>에서는 최초의 뇌에서 시작해 인간의 뇌에 이르기까지

다섯 번의 혁신이 누적된 결과가 지능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의 뇌와 지능이 진화하는 과정 전체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