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의 오랜 역사의 시간 동안
대부분의 인류는
인간의 마음과 영혼의 근원지는 [심장]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마음은
심장으로부터 만들어진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약 500여년 전부터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마음, 정신, 영혼, 의식과 무의식
사람들마다 내리는 정의와 의미의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과학 덕분에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 근원은 바로 [뇌]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과학은
이제 수천 년 동안 거의 의심하지 않았던 질문에 대해 다시 묻습니다.
“과연 인간에게 정말 영혼이 존재하는가?”
세계적인 뇌 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머는
그의 책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에서
수백 년 동안 활약한 수천 명의 과학자와 역사를 종합하여
뇌와 관련된 깊이 있는 주제들을 흥미롭게 탐구합니다.
국어사전에는 [영혼]을
“육체에 깃들어 마음의 작용을 맡고
생명을 부여한다고 여겨지는 비물질적 실체”라고 정의합니다.
그런데 현대의 대다수 뇌과학자들은
영혼이 없다고 봅니다.
영혼과 관련되어 보이는 무속과 점술 등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인지편향, 플라시보나 도파민과 같은 화학물질들의 효과 등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뇌과학자들은 역사 속 예언가, 순교자, 지도자 중 일부는
측두엽 뇌전증 환자였던 것으로 봅니다.
100년 전쟁의 흐름을 바꿔놓은 16세 소녀 잔다르크는
천사의 목소리가 자신에게 들린다고 믿었고
프랑스 군인들도 그녀의 이 주장을 믿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13살 때 나 자신을 다스릴 수 있게 도와주는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신이 내게 가라고 명령하셨으니 나는 반드시 가야 한다” 등의 말을 했습니다.
물론 지금 그녀를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녀의 전형적인 묘사, 신앙심의 증가,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확실히 측두엽 뇌전증 증상과 일치합니다.
뇌전증 발작이
두엽의 특정한 지점에 집중되어 있다면
운동 발작보다는 잘 눈에 띄지 않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성격 변화나 종교에 집착하고 확신을 느끼는 과종교증
주로 종교와 관련된 글을 길게 쓰는 하이퍼 그라피아
외적인 존재가 없는 데도 있다고 느끼는 것
신의 목소리로 여겨지는 목소리를 듣는 것 등이
특징적인 증상입니다.
현대 대다수 뇌과학자들은
세포, 혈관, 호르몬, 단백질, 체액의 총합이
곧 인간이라고 봅니다.
우리의 몸은 근본적으로 생물학의 법칙을 따르고
물리적인 물질로만 이루어져 있고
뇌는 화학과 물리학의 법칙에 따라 작동하는 시스템이며
모든 생각, 감정 결정 같은 현상들은
일정한 법칙을 따르는
자연스러운 반응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말합니다.
벌레가 뭔가에 닿았을 때 꿈틀거리는 것
생쥐가 먹이 같은 보상에 보이는 반응
어둠 속에서 올빼미가 특정 지점에 소리를 집중시키는 것
이런 회로들을 과학적으로 밝히고 나면
모두 마치 좀비처럼 영혼 없는 시스템으로 보입니다.
그저 프로그램 되어 있는 대로 반응하고 행동하는 것 같은 것이죠.
그런데 동물만 좀비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도 좀비 시스템으로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처음 운전하는 법을 배울 때에는
모든 것이 서툴고 동작 하나하나가 어렵습니다.
핸들을 얼마큼 돌려야 하는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의 위치와 기능을 집중하며 밟아야 합니다.
그래서 출근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당신이 오랜 시간 숙달된 운전자라면
매일 오가는 출근길에
마음대로 다른 생각을 해도 되기 때문에
마치 집에서 나와 잠깐 운전했을 뿐인데
어느새 직장에 도착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좀비 시스템이 여느 때처럼
전문적인 솜씨로 알아서 일을 다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차이를
의식과 무의식으로 구분해서 부릅니다.
의식은
운전을 처음 배울 때처럼
학습의 첫 단계에 불려 나왔다가
학습 내용이 시스템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 배제됩니다.
자전거 타기 말하기, 신발 끈 묶기, 키보드 타이핑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잡한 신체의 동작들이
의식의 영역에 있다가 무의식의 영역으로 옮겨집니다.
심지어 무의식은
우리의 의식보다 먼저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1960년대 벤자민 리벳이라는 과학자가
피험자의 머리에 전극을 붙이고 간단한 실험을 했습니다.
마음이 내킬 때 손가락을 들라는 과제였는데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들이 손가락을 움직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 전에
뇌 활동이 증가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심지어 시간 차이가 짧지도 않았습니다.
사람이 충동을 의식하기 훨씬 전에
뇌의 일부가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던지는 강속구는
타자가 그 공을 보고 신체가 반응하는 시간보다도 빠릅니다.
그런데도 타자들이 공을 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연습과 반복을 통해
그 모든 과정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의 뇌는 무의식적으로 많은 것들을 해내고 있습니다.
살면서 새로 경험하는 일을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못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 환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새로운 게임하는 법을 가르쳐주어도
다음 날이면 그들은 그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 게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게임을 가르쳐준 사람도 기억 못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그 게임을 하는 그들의 실력을 보면
기억상실증이 없는 사람들과 똑같이
실력이 향상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뇌가 암묵적으로 게임을 배운 것입니다.
다만 그 지식에 그들의 의식이 접근하지 못할 뿐입니다.
현대 뇌과학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정신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들을 밝혀왔습니다.
사실 우리의 정신을 만드는 것은
뇌속 회로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뇌 안에 화학물질에 따라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하고
다른 행동을 하기도 하는 등 정신이 바뀝니다.
예를 들어
마약이라고 부르는 작은 분자들이
우리의 의식을 바꿔놓고 생각과 행동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분자인 호르몬도
혈류를 타고 다니면서
우리의 정신에 큰 영향을 줍니다.
유전자의 작은 변이가 정신에 영향을 주고 행동을 바꾸기도 합니다.
헌팅턴병은
전두피질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손상 때문에 성격이 변해서
공격성, 성욕, 과다, 충동적인 행동, 사회 규범, 무시 등이 나타나는 병입니다.
심지어 우리의 몸속 바이러스나 미생물들에 의해서도
우리의 정신은 휘둘립니다.
예를 들어
광견병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침투하면
이 바이러스가 신경을 타고 측두엽으로 올라갑니다.
거기서 인근 뉴런 속으로 파고 들어가
국지적인 활동 패턴을 바꿔서
숙주가 공격성과 분노, 상대를 물려고 하는 경향을 드러내게 만듭니다.
이 바이러스는 또한 침샘으로도 들어가서
숙주가 어떤 대상을 물 때
그쪽으로 넘어가 새로운 숙주로 삼습니다.
지름이 고작 750억 분의 1m에 불과한 이 바이러스가
자기보다 2,500만 배나 큰 동물의 몸을 조정에서 살아남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변화가 뇌에서 일어나면
행동이 크게 변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정신을 이루는 데 영향을 주는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의 정신적 본질이
세세한 생물학적 현상에 달려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어떤 정신을 가진 사람이 될지는
너무나 많은 요소들로 이루어진 방대한 네트워크에 달려 있습니다.
이 요소들이 너무나 많아서
요소 하나와 행동, 하나의 관계를
1:1로 파악하기는 아마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이 의문을 풀어가기 위해 현재 과학이 주도하고 있는 것은
물질주의와 환원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큰 것을 구성하는 작고 작은 조각들을 일일이 이해하면
큰 것 혹은 전체 또한 이해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 혈관, 호르몬, 단백질, 뇌세포, 화학물질 등에 대해 알게 되면
인간의 정신, 의식과 무의식, 영혼 등
전체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과학자들은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질주의와 환원주의가
모든 것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뇌와 정신 사이의 관계는
확실히 이런 방법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바로 [창발]이라는 개념 때문입니다.
대량의 부품들을 하나로 조립했을
그 결과물이
부품들의 총합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를 구성하는 부품들에는
비행이라는 속성이 없지만
그들을 올바르게 조립하면 그 결과물들이 공중으로 떠오릅니다.
어느 부품에도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속성이 생겨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직 과학자들은 의식과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밝히지 못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세계는
생물학적인 현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지만
우리라는 시스템이 너무도 복잡해서
우리 능력으로는 그토록 광대한 상호작용에 대해 생각할 수 없고
우리의 직관을 넘어서는 일인 것 같습니다.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그의 책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세세한 생물학적 현상들과
결코 풀 수 없을 만큼 얽혀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과연 인간에게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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