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럭을 보면
유재석님이 굉장히 잘 구사하시는 이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이 프로그램이 재미있고 감동적인 비결이기도 하죠.
소통 나무에서
마음이 뿌리라면
올바른 소통 방법은 줄기라고 말씀드렸죠.
오늘은 줄기 두 번째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대화의 기본은 말하기와 듣기죠.
지난 시간에 나 전달법으로 바른 말하기를 익혔다면
그만큼 중요한 것이 바르게 듣기입니다.
우주의 모든 것은 호흡으로 이루어졌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음과 양이라고 해도 되고요.
들이쉬고 내쉬고, 수축하고 팽창하고
들어오고 나가는 순환 속에서 발전을 하게 됩니다.
대화도 호흡이라고 할 수 있죠.
상대방과 함께 하는 호흡입니다.
내가 말을 내보내면 상대방이 귀로 받아들이고
상대방이 말을 내보내면 내 귀로 받아들이는 호흡입니다.
이 호흡 속에서 상호교류와 진화가 이루어지죠.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만 일방적으로 말하는 관계는
호흡이 이루어지지 않고 지루해지기 쉽습니다.
직급이 높아지거나, 나이가 많아지거나
또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의 감정만이 중요해서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분이 계십니다.
누군가가 질문을 해서
그것에 대해서 설명하는 상황이라면 다를 수 있겠지만
상대방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자기 하고 싶은 말만 길게 늘어놓으면
상대방은 지루하고 몸이 뒤틀리죠.
그러면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듣기만 하고 앉아있는 것이 괴로워서
그 다음부터는 대화를 점차 피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본인만 모르죠.
더치페이를 하는 것처럼
대화도 1/N이 되도록 조절하는 것이
균형 잡힌 호흡, 균형 잡힌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재석님이 말했던 소통명언 중에
'말을 독점하면 적이 많아진다'라고 한 것이 있는데
이것만 잘 새기고 있어도
인간관계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잘 듣는 것
경청도 잘 말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거죠.
(그러면, 열심히 잘 들으면 경청이 되는 건가요?)
사실 경청의 포인트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죠.
'8월의 크리스마스' 라는 영화 보셨나요?
한석규가 자신이 시한부 인생임을 알게 되고
아버지에게 리모컨 사용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서투르고 잘 못 배우시니까
"전원 켜고, 이렇게 이렇게 해 보세요"라면서 짜증을 냅니다.
이것을 귀로 들으면
아들이 아버지에게 괜히 짜증을 내면서 뭐라고 하는 것이죠.
그런데 마음으로 들으면
자신이 삶을 마치고 혼자 남을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큰데
이것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
그 마음이 이렇게 표현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야 우리가 주인공에게 이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마음을 쉽게 듣습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그렇지 않죠.
상대방의 입장이 아니라
내 입장으로 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음으로 듣기보다는 귀로 듣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마음으로 듣는 것이 본래 능하신 분들도 가끔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사려가 깊고 타인의 마음을 잘 알아주기 때문에
어디 가도 존중을 받는 분들이죠.
그러면 이런 것이 원래 안 되는 사람들은
어떻게 마음으로 듣는 것을 훈련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것도 지난번에 말씀드린
말하기의 방법과 동일합니다.
말하기가 팩트를 말한 후에 나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했죠.
마찬가지로 들을 때에도 상대방의 말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 깔려있는 마음,
즉 상대방의 감정과 욕구를 들어 보는 것입니다.
지난 시간의 사례에서
내가 약속이 늦었다라고 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상대방이
"넌 왜 이렇게 맨날 쳐늦냐? 굼벵이를 삶아 먹었냐?"
이렇게 강하게 말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보통은 이런 식으로 반응하죠.
"아, 미안해 지금 배고프니까 빨리 밥 먹으러 가자."
이렇게 회유를 하거나
좀 더 방어적인 사람이라면
"뭘 맨날 늦었다고 그래"
"10분밖에 안 늦은 것 가지고 난리야!"이럴 수 있죠.
친한 사이고, 평상시라면 대충 넘어갈 수 있겠지만
하필 이때 감정 마일리지가 많이 쌓인 상황이라면
상대방은 폭발을 할 수가 있습니다.
"넌 늦은 주제에 뭘 잘했다고 그런 식으로 말하냐?" 이렇게 되죠.
속된 말로 상투를 잡았다고 합니다.
이것을 상대가 괜히 짜증이 나서 신경질을 부린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본인의 소통방식의 탓도 큽니다.
남보다 상투를 잡을 가능성이 몇 배가 더 높은 거죠.
이것은 내가 소통하는 방식이
감정 마일리지를 쌓는 방식인지
감정 마일리지를 없애는 방식인지에 따라 다르게 됩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쉽게 생각하고
대충 퉁치면서 넘어가고 이렇게 되면
감정 마일리지가 쌓이게 되죠.
이런 것이 일상생활에서 계속 반복이 되면
언젠가 한번쯤은 상투를 잡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반면에 감정 마일리지를 없애는 소통법을 한다면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없겠죠.
이 방법은 상대방의 말이 아니라
감정과 욕구를 들어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렇게 반응을 한다면 어떨까요?
"너는 10분도 알차게 쓰고 싶을 텐데
이렇게 시간을 많이 허비해서 답답하지? 미안해..."
듣기만 해도 마음이 풀리죠.
"10분도 알차게 쓰고 싶을텐데"라고 욕구를 알아주고
"시간을 허비해서 마음이 많이 답답하지?"라고 감정을 알아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만 예쁘게 해도
불필요하게 감정 마일리지를 쌓을 일이 없게 됩니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지고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 거죠.
이것을 쉽게 훈련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할 때 속으로
'감정과 욕구' 이렇게 한번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표면의 말만 듣는 것이 아니라.
이면의 마음을 들어보게 되죠.
표면의 말을 들어서 기분이 나쁘다가도
상대방의 마음을 들어보면
'아~ 마음은 이런데 말이 저렇게 나오는 것이구나'라고 하면서 이해가 되고
기분 나쁜게 많이 풀어지기도 합니다.
이해심이 더 넓어지는 거죠.
그리고 이런 깨달음이 찾아오게 됩니다.
'아~ 우리가 소통방식을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어서 다 미숙하구나'
'내 마음이 어때'라고 딱 정확하게 표현하면
아무 일 없을 일들인데
그것을 거칠게, 다른 식으로, 공격적으로 표현해서
불편한 감정이 생기고 일이 커지는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어쩔 수 없기도 하죠.
우리 모두가 이번 생은 처음이니까요.
이제 알았으니 노력하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 듣는 소통을 하려면
전제 조건이 필요하겠죠.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즉각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일단 내 안의 공간에 담아주고
상대방의 마음을 들어줄 수 있는 내 마음의 여유,
내 마음의 그릇이 필요하겠죠.
이 마음 그릇의 기본은 자존감이 된다고 했고요.
자존감을 높이고 거기에 더해서
명상수행을 통해서 마음 그릇을 넓혀 가면
넓은 마음 그릇에 예쁜 말들을 담을 수 있겠습니다.
명상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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