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세상보기] 한반도 평화와 일본의 역할

Buddhastudy 2024. 8. 22. 20:03

 

 

미국이 동북아에서 일본 중심의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을 대리해 일본이 중국과 싸우는 구도가 점점 굳어져

동북아 평화를 해치지는 않을지 염려됩니다.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이나 일본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 수 있을까요?//

 

 

 

--바람직한 안보 정책 방향

 

모든 나라가 다 자기 입장에서 자국에 이익이 되는

외교 정책을 펴나가는 것을 우리가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일본은 이 상황을 이용해서 일본에게 유리하도록 해야 할 것이고

중국, 미국, 러시아, 북한도 그렇다는 거죠.

 

우리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세계 10위권의 대국이라고 할 수 있고

군사력으로는 세계 6위권 국가입니다.

그러나 강대국인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아주 작은 존재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나서서 양쪽을 중재하겠다는 것은 안 먹혀듭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또 결코 작은 나라도 아니라는 거예요, 옛날처럼.

지금 상당히 큰 나라가 되었다는 거죠.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 조금 더 지혜롭게 (대처)해야 합니다.

미국과는 과거를 이어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일본과도 어느 정도 협력을 유지하면서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국과도 관계를 좋게 맺어가고

북한에 더 큰 영향을 주는 러시아와도 관계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다시 말하면 우리가 먼저 나서서

중국, 러시아, 북한을 비판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미국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현재 미국을 외면하고

중국과 힘을 합한다든지

미국과 독립돼서 남북한 문제만 우리끼리 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거죠.

 

외부 조건도 어렵지만

우리 국민도 그렇게 가는 것을 원하는 사람이

과반을 넘지 않기 때문에

이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미 관계를 굳건히 한 위에

지금 미국이 중심이 돼서 블록화시키는

여기에 안 들어갈 수가 없다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만약에 국정을 담당한다고 해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그러니까 형식적으로는 들어가고

내용적으로는 좀 소극적으로 참여하면

우리가 적대되는 다른 나라에 대해서

우리의 위상이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외교라는 것은 아무도 적으로 만들지 않는 게 유리한데

그런 측면에서 조금 아쉬움은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역할

 

일본에 가서도 마찬가지로 저는 얘기합니다.

일본은 경제적으로는 대국이지만 외교적으로는 소국이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남북대화나 6자회담을 할 때

일본은 늘 큰 역할이 없어요.

그리고 또 일본은 미국의 눈치를 보니까.

 

지금 마침 남북 간에도 대화가 안 되고

북미 간에 대화가 안 되니까

남북이 (대화를)하고 있는데 일본이 끼어들면 갈등이 생기고

미국이 하고 있는데 일본이 나서서 목소리를 내도 무시당하기가 쉬운데

양쪽이 안 하니까 지금은 일본이 조금 나서도 괜찮다고 봅니다.

 

내가 보기에는 (미국) 대선이 끝나고

내년에는 미국이 조금 움직일 것 같은데

그럼 일본이 조금 앞서 가도 괜찮지 않냐고 (일본에 얘기했어요)

 

그리고 납치 문제는 인권의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이걸 자꾸 전제조건으로 내걸면

대화 자체가 안 된다는 거죠.

 

미국은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일본은 납치 문제를 전제조건으로 내거니까

북한과 대화가 안 되는 거예요.

 

우선 관계 정상화를 향해 대화를 해나가면서

북한에게 지불해야 될 전쟁 배상금이 있지 않느냐.

 

반대로 북한에게는 '납치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국내에서는 이 일을 도저히 추진할 수가 없으니

이 문제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생각해서

국민을 설득할 만한 대안을 같이 만들어보자.'

이런 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이렇게 한다면 일본이 올해 안에는 대화에 있어 가장 유리합니다.

 

 

--지금 일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

 

그럼 여러분들이 (이렇게)생각하겠죠.

'스님. 왜 그걸 일본한테 말합니까?'

'(우리가) 남북 문제를 풀면 되지.'

 

첫째, 우리 정부도 지금 제가 설득할 능력이 안되고

두 번째, 우리 정부가 설득이 되어도

현재는 북한이 안 받아들입니다.

 

그러니까 이 남북 관계는

북일 관계나 북미 관계가 풀어진 뒤에나 가능합니다.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보통 6개월은 외교 정책을 바로 못하는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전에 했던 정책이고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연결된 정부니까

바로 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도 공백이 생기잖아요.

지금 6월이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하려고 해도

내년 3월이 넘어가게 되면 9개월 공백이 생기는데,

지금 이 긴장 상태로 봐서는 9개월 안에 분쟁이 일어날 위험도

저는 매우 높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일본이 (북한과 고위급)대화 통로를 유지하면

북한이 일본과의 대화 때문에

강경한 분쟁을 좀 자제하게 되는 측면에서

일본이 일정한 기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미국에 가서도 일본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도록

미국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조야에서는

일본과 북한의 대화를 반대하지 않고 지지한다고

NSC(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측면에서

(북일대화를 통해 전쟁위험 관리를) 해나가야 된다고 봅니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

 

현재는 미국이 10년 이상 공을 들이고

윤석열 정부의 협조를 얻어서

한국과 일본이 군사 협력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미일이 한꺼번에 묶이는데,

그렇게 되면 자연적 동아시아의 주춧돌이 일본이 되고

우리는 일본 밑으로 붙는 구도가 되기 쉽죠.

현재 구상은 그렇게 가고 있어요.

 

그래서 미국은 유럽 쪽에서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 일본, 미국의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으로

조금 더 넓게는 미국,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일본과

이렇게도 짜고.(인도·태평양 4개국(IP4))

거기다가 일본, 호주, 인도 이렇게 또 넣어서(쿼드(Quad)) 짜고.

또 앵글로색슨족 - 영국, 호주,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

이 다섯 나라(파이브 아이즈) 멤버들이 또 정보를 교환합니다.

이렇게 해서 여러 중중첩첩으로 중국을 봉쇄해 나가는 전략입니다.

 

 

--중심을 잡고 유연성을 발휘하는 외교가 필요

 

그럼 미국이 자기의 국가 이익을 위해서

그렇게 해나가는 것을 우리가 어떡하겠어요.

 

그러나 북한을 적대하기보다는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서

북한을 우리 편까지는 못 데려오더라도

적어도 북··러 동맹 관계가 성사되지 않게

조금 거리를 두도록 하는 것이 미국한테 유리하지 않느냐.

 

그러나 이런 군사적인 협력 문제는

누가 말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의 이익이 되면서 미국의 이익이 되는 게

우리에게 이익이 되면서 일본에도 이익이 되는 게

우리에게 이익이 되면서 북한에도 이익이 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서 대화를 해야 돼요.

 

우리 이익은 포기하고

미국의 이익만을 위한 관점에 서면 안 되잖아요.

 

우리 외교가 조금 더 자기중심을 딱 잡고

동맹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경쟁 관계나 적대 관계에 있는 상대에 대해서도

조금 유연성을 발휘해서 도발하지 않도록

막아 나가는 관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