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똑같은 조건에서 다니는데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도 있고
늘 웃고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이게 내 업식이구나’
‘내 습관을 고집해서 일어나는 문제이구나’
이렇게 자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짜증을 안 내거나 화를 안 내어야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짜증을 부리는 게 나이구나’, ‘못 견디는 게 나이구나’
이걸 자각하면 소득이 큽니다.
나를 본다는 것은
내 업식을 본다는 말입니다.
너무 긴장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여러분들이 숨기려고 해도
여기서 3일만 지나면
성질이 다 나오게 되어 있어요.
성질이 나오는 것을 잘 보세요.
어린애가 구걸을 하면
처음에는 불쌍해서 쓰다듬고 하다가 계속 따라오면
‘아까 줬잖아!’ 하면서 성질이 바로 나옵니다.
주는 것도 내 마음이고, 성질내는 것도 내 마음이에요.
그 아이는 주든지 안 주든지 그냥 계속 따라다녀 보는 거예요.
이렇게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례를 하면
돈도 아깝지 않고, 시간도 아깝지 않습니다.
세수도 못 하고 밤에 자는데 소음 때문에 시끄럽다고 짜증을 내면
순례가 지옥이 됩니다.
체면 때문에 당장 내일 돌아갈 수도 없고
어쨌든 같이 다닐 수밖에 없으니까, 지옥이에요.
그러니 이왕 다니는 거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니는 게 나한테 좋습니다.
누가 권유해서 왔든, 오고 싶어서 왔든, 강제로 왔든,
어떻게 해서 왔든
지금 여기 있습니다.
‘아내가 가라고 해서 왔더니 뭐 이래’
이렇게 생각해 봐야 소용이 없어요.
남이 때려서 다쳤든, 돌이 떨어져서 다쳤든, 내가 잘못해서 다쳤든
다리가 부러지면
일단 병원부터 가야 됩니다.
누가 잘못했냐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것처럼 이미 왔기 때문에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는 겁니다.
성지순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의 마음을 보는 것입니다.
현지 사람들을 보고, 먼지도 마시고 하면서
자기의 마음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곳 사람들은 2600년이 지나도 이렇게 사는데
2600년 전에 부처님은
무슨 재주로 이 사람들을 깨우쳤을까요?
저는 그게 항상 신기해요.
인도 사람들에게 윤회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윤회를 안 할 바에 무엇 때문에 복을 짓습니까?’
이렇게 항변합니다.
꼭 다음 생이 있어야 좋은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다음 생도 없는데 뭣 때문에 좋은 일을 해요?
그냥 아무렇게나 살다 가지요’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인도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다음에 어떻게 될까 봐 눈치 보고 사는 건
좀 소극적인 인생 아니에요?
천당이란 유혹 때문에 좋은 일을 하고
지옥이라는 협박 때문에 나쁜 일을 안 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는 거잖아요.
2600년 전에는 아마 그런 생각이 10배는 더 심한 사람들이었을 텐데
부처님은 어떻게 그들을 깨우쳤을까요?
그런 사람들에게 자유로움을 느끼도록 했다는 것은
만 가지 기적을 보이는 것보다 더한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대인들도 깨우치기가 쉽지 않은데
붓다가 아무리 위대해도
그 당시 사람들을 어떻게 다 깨우쳤겠어요?
깨우친 사람만 기록에 남긴 것일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불법을 좀 더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는 게 필요합니다.
막연히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내 삶에서 불법이 어떤 이익이 되는가 살펴 가면서
공부를 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웃는데
내일이 되면 입이 이렇게 나오게 될 겁니다.
집에 갈 때 저와 원수가 안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로 원수가 안 되도록 합시다.
'법륜스님 > 즉문즉설(2025)'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륜스님의 하루] 이곳에서 성지순례를 시작하는 이유 (2025.01.12.) (0) | 2025.01.16 |
---|---|
[2002년 그 시절 젊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서로 상대가 먼저 변하기를 바랍니다 (0) | 2025.01.15 |
[법륜스님의 하루] 아내가 우울증을 겪다가 아파트에서 투신을 했습니다. (2025.01.10.) (0) | 2025.01.15 |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_ 마음은 안 그런데 말이 화난 듯 나갑니다 (0) | 2025.01.14 |
[법륜스님의 하루] 아파트를 팔고 난 뒤 폭등한 집값, 너무 속상해요. (2025.01.09.) (0) | 2025.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