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정신없이 허둥지둥 삽니다,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까요? (2024.05.22.)

Buddhastudy 2024. 5. 30. 19:56

 

 

저는 전법회원 신청자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과제를 하던 중에 남이 볼 때 바빠 보여도 정신없이 허둥대지 말고

내면에서는 중심을 잡고 살아야 한다하는 내용에 의문이 생겼습니다.

저의 생활을 돌아보면

저는 자주 정신없이 허둥지둥 지내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40개월 된 아이의 육아에 보내고 있고

일주일 내내 외부 일정이 있어 잠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들은 늘 피곤해하는 저를 보기 어려워합니다.

가족들의 원성이 클 때는 그 말이 듣기 싫다가도

한편으로는 내가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인지 의문도 듭니다.

내면의 중심을 잡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내면의 중심이 잡히면

어떤 조건에서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나요?//

 

 

사람은 누구나 다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존재입니다.

법당에 가서 절을 할 때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그냥 집에서 법당이라고 생각하고 절할 때의 마음과

실제로 법당에 가서 절할 때의 마음을 비교해 보면

후자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더 경건해집니다.

 

경계에 구애받지 말고 한결같은 마음을 갖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지만

현실은 우리 모두가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되는 존재라는 겁니다.

 

견물생심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안 보이면 괜찮은데, 보이면 욕심을 내게 됩니다.

안 들리면 괜찮은데, 욕하는 소리가 들리면 화가 납니다.

냄새를 못 맡았으면 괜찮은데, 맡으면 먹고 싶습니다.

먹어보고 맛있으면 더 먹고 싶고

피부에 부드러운 옷을 더 좋아하고

좋은 기억을 하면 얼굴에 웃음기가 돌고

나쁜 생각을 하면 얼굴이 경직됩니다.

 

이렇듯 우리는 외부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거짓말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따라서 거짓말을 하게 되고

욕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욕을 배우게 되고

불안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같이 불안해지게 됩니다.

이게 우리 존재라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들을 키울 때도

아이들에게 불안한 환경을 만들지 마라’,

아이들에게 욕을 하지 마라하고 얘기하는 거예요.

욕을 하게 되면 아이가 욕을 배우게 되고,

환경이 어수선하면 아이의 심리가 불안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산길이 있는데, 이 길로 쭉 가면 낭떠러지가 있습니다.

아이는 그것을 모릅니다.

그래서 계속 가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집니다.

이 길로 쭉 가면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는 걸 알게 되면 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모르면 독약이 든 음식을 먹고 죽게 되는데

알면 아무리 모양이 좋고 냄새가 좋아도 안 먹을 수 있습니다.

 

그것처럼 내가 눈에 보이는 것에 너무 끌려다니고

들리는 소리에 너무 끌려다니고

냄새에 너무 끌려다니고

맛에 너무 끌려다니고

피부 감각에 너무 끌려다니고

생각에 너무 끌려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보는 것에 덜 끌려다니게 됩니다.

듣는 것에 덜 끌려다니게 됩니다.

 

외부 환경에 끌려다니며 사는 것은

노예의 삶과 같습니다.

외부 환경의 조정을 받고 사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즉 누군가가 나를 조정할 수가 있게 됩니다.

그런데 내가 조정받는다는 걸 내가 알면

조정을 안 당할 수가 있습니다.

내가 정신이 없는 줄을 모르면 정신없이 살게 되는데

! 내가 요즘 여기저기 끌려다니면서 정신없이 사는구나!’ 하고 자각하게 되면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내가 들떠서 산다는 것을 모를 때는

계속 들떠서 삽니다.

그런데 내가 들떠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면

들떠서 살 수도 있고

차분하게 살 수도 있습니다.

 

첫째, 자기 상태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들뜨지 말아야 한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렇게 결심할 게 아니라

지금 정신이 없으면

정신이 없는 줄 알아차리는 겁니다.

 

들떠 있으면 들떠 있는 줄 알고

화가 나 있으면 화가 나 있는 줄 알고

이렇게 자기 상태를 먼저 알아차려야 해요.

 

 

둘째, 계속 그렇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낭떠러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계속 가서 떨어져 죽을 것인지, 멈출 것인지

내가 결정해야 합니다.

안 죽으려면 멈춰야 합니다.

 

들떠서 사는 게 좋으면 그렇게 살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 게 나한테도 안 좋고,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멈출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것은

그냥 지금처럼 살고 싶다는 얘기입니다.

 

내가 들뜨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는 질문은

그냥 계속 그대로 살고 싶다는 말입니다.

마음이 들뜨는 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볼 것도 없어요.

내가 들뜨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차분해져야지요.

 

내가 이대로 걸어가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는다는 걸 안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렇게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죽기 싫으면 멈추면 되고,

죽고 싶으면 가서 떨어져 죽으면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렇게 묻는 것 자체가

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다는 걸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안다고 해도 피상적으로 알 뿐입니다.

독약이 묻어있는 걸 알면서

이거 먹으면 안 돼요?’ 하고 묻는다면 바보 아닌가요?

어떻게 하면 안 먹을 수 있어요?’ 하고 묻는 것도 바보 같은 질문입니다.

 

그냥 안 먹으면 됩니다.

먹으면 죽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면

아무도 그렇게 묻지 않습니다.

아는 즉시 먹지 않습니다.

 

좀 먹으면 안 될까요?’, ‘안 먹는 방법이 있어요?’

이렇게 묻는 이유는

먹고 싶은 욕망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설마 먹어도 괜찮겠지!’ 하면서

독약이 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질문자는 지금 들떠서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들떠서 불안하게 살면 아이한테도 나쁜 영향을 줍니다.

정신없이 허둥지둥 사는 것도 아이한테 나쁜 영향을 줍니다.

 

우선 엄마로서 아이한테 좋은 영향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나쁜 영향을 주지는 말아야 합니다.

아이에게 좋게 대하지는 못해도 학대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고함치고 때리는 것은 학대에 해당합니다.

 

좋은 일은 못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그러나 나쁜 일은 멈춰야 합니다.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면 엄마는 멈춰야 합니다.

 

어떻게 멈춥니까?’ 이런 말은

그냥 나쁜 영향을 주겠다는 말입니다.

아니면 이렇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걸 모른다는 뜻입니다.

 

내가 이렇게 한다고 조그마한 애가 뭘 알겠어?’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아무리 스님 법문을 많이 들어도

자기가 하는 행동이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행동을 계속하게 되는 거예요.

 

나의 행동이 나쁜 영향을 준다면 그 행동을 멈춰야 합니다.

물잔이 뜨거우면 탁 놔야죠.

어떻게 놓습니까?’ 하는 말은 놓기 싫다는 뜻입니다.

, 뜨거워!’하는 순간 물잔을 그냥 놓게 됩니다.

거기에 독이 들었다하면 그냥 딱 멈추면 됩니다.

 

음식의 양이 많든 적든, 고기인지 채소인지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두 번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악몽을 꾸다가 눈을 딱 떴다면

꿈이네하고 끝나야 합니다.

왜 이런 꿈을 꿨을까?’ 하고 있는 것은

아직 꿈속을 헤매고 있는 거예요.

꿈에서 깨어났으면 끝입니다.

, 헛거네!’ 하고 끝내야 합니다.

 

허둥대고 사는 게 괜찮다면

계속 그렇게 살면 됩니다.

허둥대고 사는 건 나에게도 안 좋고, 아이에게도 안 좋다면

허둥대고 살면 안 됩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해요?’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독약 든 음식을 안 먹을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과 같습니다.

, 독이 들었다!’ 하고 멈추면 됩니다.

 

먼저 자기 점검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사는 게 좋으면 그냥 이대로 살면 됩니다.

결과가 안 좋을 것이라고 예상이 되면 멈춰야 합니다.

나도 모르게 행했다면

후회도 하지 말고 다음에는 안 하면 됩니다.

모르고 했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미 해 버린 걸 어떡하겠어요?

다음에는 안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하는 횟수가 줄어들든지, 멈추든지

길이 생깁니다. 중요한 것은 각오하고 결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것입니다.

내가 내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자각이 필요합니다.

 

자각이 되면

당연히 나한테 나쁜 행위를 하지 않게 됩니다.

나쁜 행동은 멈춰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