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불교대학 수업에서 스님께서는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날 때
그 감정을 알아차리면
화를 참지 않아도 그냥 지나간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알아차림만으로도 모든 마음이 풀리나요?
저는 화를 알아차려도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화가 사라지지 않는데 화가 사라진다고 하시니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상대에게 표현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해석해서
가볍게 넘기라는 말씀이신가요?
알아차림이란
있는 그대로 알 뿐인 상태를 의미합니다.
내가 넘어졌으면
‘내가 넘어졌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거예요.
넘어져서 앉아 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넘어졌으니까 다시 일어나는 사람도 있겠죠.
넘어졌을 때 넘어졌다는 걸 안다고 해서
반드시 일어나지는 건 아닙니다.
넘어졌으면 넘어졌다고 사실대로 알아차려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넘어진 줄도 모르면
그 사람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넘어진 줄 알면 본인의 의지로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러분들이 뭘 하겠다고 자꾸 결심을 하면
못 하는 경우가 생길 때
‘나는 안 돼’ 하고 자신을 학대하게 됩니다.
그래서 점점 자기를 못 믿게 됩니다.
그런데 알아차림은 자신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화가 나면 그냥 ‘화가 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겁니다.
화를 냈으면
‘내가 화를 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겁니다.
‘화가 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화가 없어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항상 ‘화를 안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렇게 질문을 합니다.
화가 날 수밖에 없는데 화를 안 내겠다고 다짐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질문자는 이제 막 마음공부를 시작한 사람입니다.
자신을 아는 것도 벅찬데
벌써 자신을 변화시키겠다는 건 너무 앞서가는 것입니다.
기지도 못하는 사람이 벌써 날려고 설치는 형국이에요.
넘어졌으면 그냥 ‘넘어졌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됩니다.
화가 나면 ‘화가 나는구나’
욕심이 많으면 ‘욕심이 많구나’ 하고 알아차립니다.
‘욕심을 내지 말아야지’ 하는 건 의지입니다.
의지를 가지면 의지대로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의지대로 되면 다행이지만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욕심이 많구나’ 하고 알 뿐인 상태에서는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알아차린다는 것은
‘화를 내야 된다’, ‘화를 안 내야 된다’, ‘욕심이 있어야 된다’, ‘욕심이 없어야 된다’
이런 분별을 안 하는 것을 뜻합니다.
‘나는 지금 화가 난 상태다’, ‘나는 욕심이 많은 상태다’ 하고
자기를 아는 겁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처럼 자기 상태를 아는 것이 첫 번째 과제입니다.
어떻게 해야 된다는 생각은
그 다음에 고려해 봐야 할 얘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결과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상태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화를 자주 내면서도 다른 사람이
‘너 왜 화내니?’ 하면
‘내가 언제 화냈냐!’ 하고 반발을 합니다.
아니면 ‘너는 화 안 내냐?’ 이렇게 상대와 책임을 나누려고 합니다.
지금 내가 화난 상태라는 걸 알아차리는 게 중요한데
내가 화난 것에는 관심이 없고
남의 문제에만 집착을 합니다.
수행이란 먼저 나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내가 화가 나면
‘화가 났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내가 화를 냈으면
‘화를 냈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남이 뭐라고 해서 기분이 나쁘면
‘지금 기분이 나쁘구나’ 하고 다만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화를 알아차리면 화가 없어진다’,
‘화를 알아차려도 화가 안 없어진다’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상태를 모릅니다.
그래서 노래 가사 중에
‘세상에 온갖 것 다 안다는 박사도 자기가 자기를 모르는구나. 멍텅구리!’
하는 것도 있잖아요.
자기를 아는 게 첫 번째 공부 과제입니다.
그냥 다만 알아차릴 뿐이에요.
화가 나면 ‘화가 났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그래도 화가 계속 나면
‘화가 지금도 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화를 냈으면 ‘화를 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거예요.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릅니다.
화가 났을 때
‘화를 안 내야지’ 하고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자기도 모르게 폭발적으로 화를 내게 됩니다.
화를 내면 과보가 따릅니다.
상대와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 또 화를 참게 되죠.
화를 참았다가 냈다가
다시 화를 참았다가 냈다가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화를 세 번밖에 못 참는다고 하죠.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표현 중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하면서
세 번째에 화가 터집니다.
참는 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일시적으로는 안 참는 것보다 좋지만
모았다가 한꺼번에 터지게 되면
피해가 더 클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참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예요.
수행은 윤리가 아닙니다.
수행은 내가 화가 나면 ‘화가 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화를 냈으면 ‘화를 냈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그래서 과보가 따르면
‘화를 냈더니 이런 과보가 지금 나한테 돌아오는구나’ 하고
다만 알아차릴 뿐입니다.
이렇게 자기 상태를 알아차리다 보면
자신의 성질대로 행동할 때
손실이 따른다는 것을 점점 인식하게 됩니다.
점차 무의식에서 손실을 줄이려고
저절로 화가 덜 일어나든지
화가 일어나더라도 밖으로 안 내든지
자연스레 화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각오를 하고, 결심을 해야 변하는 게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알아차림’입니다.
다만 알아차릴 뿐입니다.
알아차린 이후에 어떻게 되느냐는
지금 논하지 말고
다만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보세요.
‘알아차리면 화가 없어지나?’
이런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화가 나면 ‘내가 지금 화가 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화를 내면 ‘내가 화를 내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화를 내서 손해가 따르면
‘손해가 따르는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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