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네팔에서 시집온 다문화 가족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착하게 자란 것 같습니다.
지금도 싸울 줄 모르고 상대방한테 큰소리를 칠 줄 몰라요.
항상 이해심이 많다 보니까 상대방이 저한테 나쁜 행동을 하면
'참자. 참으면 시간이 지나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하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한테도 참아야 된다고 가정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제 친구들이 현재 제 모습을 보고,
기분 나쁘면 소리도 지르고 싸우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살아야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참고 살면 울화병에 걸린다고 하는데, 제가 제대로 살고 있는 게 맞나요?
아니면 친구들의 의견을 따라서
화가 나면 화도 내고 큰소리도 치고 살아야 되나요?//
화가 나면 참는 것보다는 화를 내는 게 더 나아요.
너무 많이 참으면 나중에 울화병에 걸릴 위험이 있어요.
나중에는 뒷골이 땅기고 머리도 아픕니다.
울화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화를 내는 것보다는 참는 게 좋습니다.
참아서 울화병에 걸릴 정도로 마음속에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다면
갈등이 좀 생기더라도 건강을 챙기는 게 더 중요합니다.
참는 것 때문에 질문자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나요?
울화병이 생기면 눈이 침침해지고 뒷골이 당기고 머리가 아픈 증상이 있거든요.
그런 정도가 아니라면 참아도 괜찮습니다.
만약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병이 든 거니까
차라리 화를 내는 게 낫습니다.
울화병 증상은 참을 당시에 나오나요?
아니면 시간 지나서 나중에 나오나요?
시간 지나면 나옵니다. 아직 그런 증상은 없어요?
참는 게 많이 힘들어요? 참는 것도 괜찮아요?
그렇게 사는 게 많이 불편해요?
아니면 ‘조금 참으면 되니까 별일 아니다’ 하고 지나가요?
그 정도면 아직 괜찮아요.
참으면서 살아 보세요.
한국 사람들이 화를 잘 내지 않습니까?
화를 내서 싸우는 것보다는 참는 게 나아요.
그런데 참아서 병이 날 정도라면
병원에서 의사도 참지 말고 화를 내라고 말합니다.
화를 내는 게 좋다는 뜻이 아니라
그게 병이 되니까 그런 처방을 내리는 겁니다.
질문자가 병이 날 정도는 아니라면 참는 게 낫죠.
옛날부터 어른들이 ‘화가 나도 참아라’ 하는 말을 자주 하잖아요.
화를 내고 말다툼을 하게 되면 싸움이 번지니까요.
한국에서도 50년 전에는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남편이나 시어머니에게 ‘화내지 말고 참아라’ 하고 가정교육을 시켰습니다.
예부터 시집을 가는 딸에게 3년 동안 세 가지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첫째, 눈 감고 살아라.
주위에서 화내는 것을 못 본 체하라는 말입니다.
-둘째, 귀 막고 살아라.
어떤 비난을 해도 못 들은 체하라는 말입니다.
-셋째, 입 막고 살아라.
아무리 억울해도 화를 내거나 대들지 말라는 겁니다.
참고 참아야 나중에 복이 온다고 가르쳤어요.
그런데 요즘은 인권, 남녀평등 이런 사상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참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한국 사회 어디를 가봐도 갈등이 많지 않습니까?
좋은 현상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참고 살아야 했던 옛날이 좋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그렇다면 수행은 무엇일까요?
참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겁니다.
이해하게 되면 참을 게 없어져요.
‘저 사람은 성질이 좀 급하구나’
‘저 사람은 말을 좀 험하게 하구나’ 하고 상대를 이해하면
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이것은 참는 것과 달라요.
참으면 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상대가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면 내가 스트레스를 안 받게 돼요.
밖에서 볼 때는 참는다고 말하지만
나는 참는 게 아니라 이해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안 받습니다.
이렇게 하면 울화병이 나지 않아요.
...
어떤 일을 꼭 끝까지 해야 되는 건 아니에요.
영화를 끝까지 봐서 뭐 해요?
보다가 중간에 그만둬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어떤 약속을 해서 어떤 서류를 언제까지 제출해야 된다거나
원고를 언제까지 써주기로 했다거나
이런 경우라면 끝까지 해야죠.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밥을 먹는 것은 꼭 끝까지 안 먹어도 되잖아요.
먹다가 바쁘면 그만둬도 됩니다.
영화도 보다가 다른 일이 생기면 그만둬도 됩니다.
왜 끝까지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엄마한테 '이 일은 끝까지 안 해도 되는 일이야'
이렇게 말하면 되죠.
꼭 끝까지 해야 되는 일이 있고, 안 해도 될 일이 있어요.
친정 엄마가 지금 한국 와 있어요?
그러면 엄마한테
‘나 덕분에 엄마도 한국 와서 잘 살잖아.
내가 끝까지 일을 못 해도 엄마보다 낫잖아’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하면 돼요.
끝까지 안 해도 괜찮습니다.
뭐든지 꼭 끝까지 해야 되는 것은 아니에요.
외국에서 와서 생활하려니까 문화가 달라서 조금 힘들죠?
한국과 네팔은 문화도 다르고, 믿음도 다르고, 전통도 다르고, 의식도 다릅니다.
이런 문화는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이 없습니다.
그냥 서로 다를 뿐이에요.
'우리는 이렇게 했는데, 여기는 저렇게 하네' 하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한국이 옳고, 네팔이 그르다’ 이렇게 생각하라는 뜻이 아니에요.
'한국 사람은 이렇게 하네.
나도 이렇게 한번 해보지 뭐’ 하면서 배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나의 정체성을 버리고 맹목적으로 따라 하라는 뜻이 아니라
'문화가 서로 다를 뿐이니까 그렇게 한 번 해보지 뭐'
이렇게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왜 한국 사람은 저렇게 할까?' 이렇게 생각해도 안 되고,
'네팔에서 그동안 잘못했구나' 이렇게 생각해도 안 돼요.
서로 다른 겁니다.
'이렇게 하는 방법도 있네' 하면서
배우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크게 어렵지 않게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어요.
서로 다르다는 관점을 가지고 배워보세요.
차례를 지내거나, 명절을 보내거나 할 때
'한국 사람은 이렇게 하네'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지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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