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큰 뜻입니까?”
임제가 불자를 세웠다.
그러자 스님이 바로 할을 했다.
임제도 또한 할을 하니
스님이 무슨 말인가 하려고 머뭇거렸다.
이에 임제가 바로 때렸다.
캔 윌버의 의식 수준 모델에는
구조와 상태라는 구분이 있습니다.
구조단계는
어린아이에서 성인으로 크는 의식의 발달 요소들을 말하는 것이고,
상태는
거칠고 미세한 체험의 수준을 의미합니다.
의식의 상태는
물질 수준의 거친 상태에서 미세한 정묘적 상태
내용물이 사라진 원인적 상태,
이원성을 넘어선 순수의식의 합일 상태까지로 수준이 나뉩니다.
상태는 한마디로
마음자리가 얼마나 투명해지는지에 대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모든 구조적 단계에서 낮은 상태에서부터 높은 상태까지
다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켄 윌버의 설명입니다.
선의 경지는 어디일까요?
임제 스님처럼 귀가 멍멍하도록 할을 하고
불자로 사람을 때리는 것은 분명 거칠어 보이는데
그 의식의 상태는 거친 것일까요?
임제가 봉림 스님을 방문하니
봉림 스님이 물었다.
“물어볼 일이 있는데 괜찮겠는가?”
임제가 말했다.
“어찌 멀쩡한 살을 건드려 생채기를 내려고 하십니까?”
봉림과 임제의 주고받는 말이 이어집니다.
“바닷속의 달은 맑고 맑아 그림자 없는데
노니는 물고기가 스스로 속는구나.”
“바닷속 달에 이미 그림자 없다면 노니는 물고기가 어찌 속겠습니까?”
“바람을 보고 파도가 일어날 것을 알고
물장구를 치니 장난감 종이배가 나부끼는구나.”
“외로운 다리 홀로 비추니 강과 산이 고요하고
긴 휘파람 한 소리에 하늘과 땅이 가을이로구나.”
“세 치 혀를 마음대로 돌려
하늘과 땅을 부시게 하는데
어디 한마디에 알맞은 말을 해보라.”
“길에서 검객을 만나면 칼을 들어내야 하지만
시인이 아니라면 시를 바치지 말라.”
봉림이 말을 그치고 임제가 시를 지었습니다.
“대도절동, 큰 길은 절대적으로 같아서
임향동서, 동으로도 서로도 갈 수 있으니
석화막급, 부싯돌을 쳐도 따라잡지 못하고
전광망통, 번갯불도 그물을 통과하지 못한다.”
소리나 꽥 지르던 분위기가 갑자기 이렇게 돌변하기도 합니다만
불자로 맞는 스님과 시어로 해체 당하는 스님의 경지만 다를 뿐
임제가 가리키는 곳은 같습니다.
물론 사람의 경지에 따라
같은 체험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할이 시끄럽고 방이 아픈 것도 사실이지만,
방을 맞고도 꿈쩍하지 않는 체험도 분명히 있습니다.
임제의 시에 대해 위산이 앙산에게 묻습니다.
“부싯돌도 안 되고 번갯불도 안 되는데,
성인들은 무엇을 가지고 사람들을 위했는가?
스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말을 하면 전혀 진실한 뜻이 없네.”
“그렇지 않습니다.”
“그대의 생각은 어떤가?”
“공적으로는 바늘도 용납되지 않으나 사사롭게는 수레와 말도 지나갑니다.”
분명 가리키는 곳은 같지만
사람이 자기 경계를 가지고 봅니다.
그래서 낙타가 바늘 길을 통과하는 일은 하느님에게는 평상의 일입니다.
수레와 말이 그물을 통과해 따라 잡습니다.
언제든지 끊임이 없게만 하라.
눈에 띄는 것이 모두 진리이거늘 어찌하여 깨닫지 못하는가?
오로지 망정이 생기면 지혜가 막히고
생각이 변하면 근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바탕을 가리키는 것을 선이라고 하고,
이 때문에 선사들이 가리킬 때는
켄 윌버가 말한 비이원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모든 조사들의 선이 늘 언제나 최상승 선입니다.
하지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사람의 눈높이에 따라서 바닥으로도 내려오고 처마 끝으로도 올라갑니다.
그 바람에 우리는 나타나는 상황 묘사에 자주 당황합니다.
자기 눈높이를 자기가 모를 경우에는 황당해집니다.
내가 내 수준을 알아도
우리의 영적인 키라는 것이 수시로 달라지는데다
눈높이는 어지러울 때가 많아서
이 많은 선문답들 중에 내 마음에 들어와 꽃을 피우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부지런히 씨를 뿌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수산 스님이 임제의 구절을 들어서 말했다.
“제 일구를 얻으면 부처와 조사에게 스승이 되고
제 이구를 얻으면 인간과 천상에게 스승이 되며
제 삼구를 얻으면 자기 구제도 마치지 못한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화상께서는 몇 번째 구절을 얻었습니까?”
“달이 진 삼경에 저자거리를 지난다.”
불가의 진리에는 제일구, 제이구, 제삼구가 있다고 합니다.
제일구란 상신 실명입니다.
몸이 죽고 명을 잃은 상태, 이미 비이원의 격외 상태입니다.
이 상태는 이미 넘어버린 곳이라
근기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닙니다.
제이구는 미개구착이라 해서
입을 열기 전에 그르쳤다고 합니다.
제3구는 분기소추라고 해서
똥 치우는 빗자루 쓰레받기라고 합니다.
선에다 해석을 붙여 이해하려는 것이 제삼구이고
어지러운 생각은 잠시 버렸지만
근처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제이구입니다.
선은 제일구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
나머지는 죄다 꽝입니다.
다음 기회에입니다.
달마가 서천으로 돌아가기 전에 제자들에게 말했다.
“때가 되었다, 각자는 얻은 바를 말해보라.”
도부가 말했다.
“문자에 집착하지도 않고, 문자를 버리지도 않음을 도로 삼아야 합니다.
그대는 나의 가죽을 얻었다.”
총지가 말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아난이 열반 정토를 한 번 보고는 다시 보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그대는 나의 살을 얻었다.”
도육이 말했다.
“사대가 본래 공하고 오음은 있는 것이 아니니
제가 보기에 한 법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대는 나의 뼈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혜가가 나서서
절을 세 번 하고 돌아나와 자리에 섰다.
“그대는 나의 골수를 얻었다.”
“골수까지 다 내주고 남은 빈 허공이 눈부시게 가득하니
스님, 다시 삼배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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