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16)

[법륜스님 즉문즉설 1173회] 암으로 딸을 잃은 어머니

Buddhastudy 2016. 5. 10. 05:51



  

그냥 밥 먹고 살면 되요. 그런데 그건 위로한다고 안 돼요. 자식을 자기 앞에 죽인 부모를 옆에서 누가 위로된다고 아이고, 죽은 사람 죽어도 산 사람 살아야 되지 않나.”이렇게 얘기한다고 아무 도움이 안 돼요. 그 말이 귀에 안 들려요. 조금 기다리세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몇 년 기다리면 세월이 약이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그죠? 세월이 흘러야 됩니다. 이거를 누가 위로한다고 금방 될 수가 없어요. 물론 탁 깨치면 되는데, 이런 상태는 깨치기도 어려워요. 정신이 혼이 빠져있는 사람은.

 

질문이 어머니가 질문해요? 자기가 질문해요? 자기한테 그런 어머니를 너무 빨리 정신 차리라고 하지 말고, 자기가 조금 기다리라 이 말이오. 자식 잃은 어머니 입장에서는 저럴 수밖에 없다. 그래. 얼마나 힘들면 저렀겠나. 밥이 목구멍에 넘어가겠나. 꽃피는 봄이면 봄으로 느껴지겠나. 그래. 어머니가 자식 잃었으니까. 나도 자식 잃으면 자기도 그렇게 되요. 그러니까 그런 어머니를 자꾸 빨리 정신 차리라고 하지 말고, 정신 차리라는 거는 자기 욕구요. 그런 어머니를 내가 보기 힘드니까,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 앞에 얘기 했잖아. 남 고치기가 쉽다? 어렵다?

 

그런 어머니 고치기가 자기가? 그러면 뭐, 어머니를 그렇게 가끔 가서 어머니 밥이나 한 끼 먹읍시다. 이렇게 밥이나 먹고, 산책이나 좀 하고. “아이고, 밥이 목구멍에 안 넘어간다.”하면 아이 어머니 그렀겠네요. 그래도 먹어야죠.” 이러지 말고. “그렀겠네요.” 제가 어머니 심정 다 모르지만 얼마나 아프시겠어요? 이렇게 동조를 해주고, 이렇게 그냥. 그런데 이게 늘 딸 생각을 하기 때문에 슬프거든. 만약에 그때 옆에서 뱀이 나타나거나 이러면 어떨까? “아이고 딸 죽었는데 뱀이 문제가?” 이렇게 될까? 그렇게 안 돼. “아이고머니.” 이럴 때는 정신이 말짱해져요. 왜 그럴까? 이게 편집이라고 그러거든요. 편집.

 

그러니까 어느 한쪽의 사고가 쪽 빨려 들어가 있는 거요. 그러니까 상사병도 그런 거거든요. 거기에 마음이 딱 집중이 되어서 늪에 빠지듯이 빠져있어요. 그래서 예를 들면 그런 어머니도 그 생각, 딸 죽은 그 생각만, 딸 생각만 하니까 거기 빠져 들어서 눈에 보이는 것도 없고, 귀에 들리는 것도 없는데, 그때 뱀 나타나면 딴 일이 있으면 정신이 잠깐 돌아와요. 빠져나오지만, 아이고 죽었지.” 그 생각에 빠져드는 거요. 세월이 지나면 약간약간씩 옅어지거든요. 시간이 좀 걸려요. 그런데 이게 단박에 , 내가 빠졌구나. 내가 편집되었구나.” 이렇게 깨닫는 다는 거는 쉽지가 않아요.

 

그런데 이게 따져보면 사실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거를 알 수 있거든요. 왜냐하면 지금 딸 죽은 거 생각한다고 딸이 살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내가 건강이 나빠지면 어때요? 이러면 살아있는 아들 딸, 다 엄마 걱정한다고 괴롭히잖아요. 그러니까 죽은 사람한테도 도움 안 되고, 살아있는 사람한테는 피해가 되니까,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나한테도 도움 안 되고, 죽은 딸한테도 도움 안 되고, 살아있는 가족한테도 도움 안 되고, 이렇게 다 생각하면 이게 무용지용이요. 아무 쓸데없는 백해무익한 행동인데, 그 백해무익한 행동이 곧 그게 어리석음이라는 거요.

 

그런데 그 어리석음에 빠져있는 상태에서는 그걸 자기가 자각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그러니까 어머니 연세도 계시고, 그러니까 그냥 두시는 게 좋아요. 어머니가 자기가 본인이 직접 묻는 거 하고 딸이 묻는 거하곤 달라요. 그러니까 딸이 물었으니까, 묻는 자기는 어떻게 했어야 이런 어머니를 두고도 자기 편할까? “아이고, 그래. 딸이 죽었는데 어머니가 어떻게 정신을 차리겠노. 그래. 어머니 정신없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어머니를 이해하는 마음을 내면 자기가 편안해 진다.

 

자긴 지금 어머니 걱정해서 물은 거 같지만 스님이 볼 때는 자기 걱정하는 거요. 질문자에 대한 걱정. 자기가 어머니를 그냥 딸이 먼저 간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래, 나도 엄마라면, 내 딸이 그렇다면 나도 정신 못 차릴 거야.” 이렇게 어머니를 이해하는 마음을 내어야 어머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자꾸 어떻게 해주려고 정신 차리라든지, 깨우쳐주라든지 이래가지고는 도움이 안 된다. 어머니가 어느 정도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어머니가 물어요. 어머니가 스님한테 물으면 스님의 얘기는 또 전혀 다른 방향에서 얘기해 줄 수가 있고, 본인이 병원에 가서 상담해도 되고, 또 자기가 거기서 헤어나고 싶을 때, 헤어나고 싶은데 이게 잘 헤어나지 않으면 단박에 치료가 되요.

 

그런데 지금 헤어 나오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거요. 거기에 지금 빠져서 안주해 있기 때문에 조금 기다려야 되요. 1년 후에나 6개월 후에나 어머니가 조금 헤어 나오고 싶어 하면, 그때 또 모시고 와서 어머니 보고 물어라 그러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