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스타일입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일도 열심히 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교수로 일을 하고 있고
안식년을 맞아서 1년 동안 미국에 나오게 됐습니다.
운 좋게 좋은 학교에 오게 돼서 주변에 훌륭한 학자분들도 많이 만나다 보니까
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좋은 성과가 나오고 실적이 날 때는 괜찮은데
생각보다 실적이 안 나올 때는 마음이 좀 힘듭니다.
특히 좋은 대학에서 연구하는 훌륭한 분들을 보면 위축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40대 중반이 되니까 집중력과 기억력도 떨어지는 게 느껴집니다.
제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 늘 불안한데, 어떤 마음으로 지내면 좋을까요?//
안식년을 미국으로 오지 말고
베트남이나 스리랑카 이런 곳에 가셨으면
오히려 좋았지 않았나 싶네요.
질문자가 안식년을 보낼 장소를 잘못 선택한 것 같습니다.
안식년은 조금 쉬기 위해 갖는 시간이잖아요.
그런데 질문자는 안식년을 미국으로 왔기 때문에
한국에서 직장 일을 하는 것보다 어쩌면 더 번뇌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
그래서 얘기하는 거예요.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하면 미국에 잘 온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자꾸 생각하면 잘못 온 겁니다.
번뇌만 늘어날 거예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치유법은 열심히 하는 게 아니고
질문자보다 조금 못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서 생활하는 겁니다.
학교에서 1등 하는 아이만 전국적으로 모아서 한 반을 편성하면
그 반에서도 꼴찌 하는 아이가 나올까요, 안 나올까요?
학교에서 꼴찌 하는 아이만 모아서 전국적으로 한 반을 편성하면
그 반에서도 1등 하는 아이가 나올까요, 안 나올까요?
그것처럼 오늘날 우리가 ‘능력 있다’ 혹은 ‘능력 없다’ 하고 평가하는 것은
절대 평가입니까, 상대 평가입니까?
그럼 서울에 있는 학교에서 꼴찌 하는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열심히 공부를 시켜서 해결을 해야 될까요?
시골로 전학을 보내면 될까요?”
학교에서 늘 1등만 하는 아이들을 전국적으로 모아서 한 반을 편성하게 되면
그 속에서 꼴찌 하는 아이는 엄청난 열등의식을 갖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지금 꼴찌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동안 늘 1등을 하다가 꼴찌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워낙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다 보니
성적이 조금 올라가다가 더 이상 안 올라갑니다.
그렇다고 이 아이가 열등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전국에서 꼴찌 하는 아이들만 모아 놓은 반으로 전학을 가면
어떻게 될까요?
놀면서도 1등을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열등의식을 치유하는 데는 후자가 훨씬 낫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녀를 더 좋은 학교로 옮기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 부모는 만족할지 몰라도 자녀는 계속 열등의식을 갖게 됩니다.
아이는 늘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 향상이 안 됩니다.
이런 심리를 잘 아는 현명한 부모라면
아이가 약간 열등의식을 가질 때 조용히 학교를 지방으로 옮겨줘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별로 노력을 안 하고도 1등을 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기게 됩니다.
아이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부모예요.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질문자가 안식년에 동남아로 갔으면 훨씬 좋지 않았느냐?
이런 말씀을 드린 겁니다.
질문자는 부족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그룹에 들어가면
내가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이것은 본인 탓이 아닙니다.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올해 제 나이가 칠십인데 텔레비전을 보다가
올림픽 경기에서 100미터를 10초에 달리는 사람을 보고
‘나도 한번 해봐야지’ 하고 다짐을 했다고 합시다.
1년 연습한다고 되겠어요?
3년 연습한다고 되겠어요?
100m를 10초에 달리지 못한다고 해서
제가 열등한 존재입니까?
지금 100미터를 달려보니 딱 25초가 나와요.
그래서 ‘3개월 노력해서 23초에 달려봐야겠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연습을 한다면 어떨까요?
이런 목표는 달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든 열등의식은 욕심에서 빚어집니다.
이 세상의 어떤 아이도 열등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목표치를 너무 높이 잡으면
멀쩡한 아이도 기가 죽게 되는 겁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배울 게 있다면 그냥 배우면 됩니다.
전 세계에서 똑똑한 사람들만 모아 놓은 미국의 유명한 대학에 왔는데
그 사람들이 모두 질문자보다 못하면 배울 것이 아무것도 없잖아요.
질문자보다 똑똑한 사람이 많아야 배울 게 있을 것 아니겠어요?
‘미국에 가면 열등의식을 느끼고
동남아에 가면 배울 게 없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 가면 배울 게 있어서 좋고
동남아에 가면 내가 오히려 가르쳐 줄 수 있어서 좋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늘 행복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인생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야 합니다.
할 일이 있으면 할 일이 있어서 좋고
할 일이 없으면 한가해서 좋은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할 일이 많으면 많아서 죽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할 일이 없으면 심심해서 죽겠다고 아우성을 칩니다.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인생이 이런 모습이에요.
노력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만화책을 보거나 게임을 할 때
우리는 ‘열심히 한다’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게임에 미쳤다’ 혹은 ‘만화책에 미쳤다’ 이렇게 말합니다.
본인이 좋아서 하나에 집중하면
‘미쳤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하기 싫은 공부를 미래를 위해서 억지로 하면
‘열심히 한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런 식으로 열심히 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한국 사람들이 왜 행복 지수가 낮고 스트레스가 많은가 하면
열심히 해서 그렇습니다.
어릴 때부터 열심히 해서 그래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의 인생은 불행합니다.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열심히 안 합니다.
모든 일을 놀이 삼아 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 일도 오랫동안 하고 어떨 때는 잠도 안 자고 합니다.
원래 노는 것은 밤새우면서 놀아도 재미가 있잖아요.
그래서 밤샘 공부는 못 해도 밤새워 놀 수는 있는 겁니다.
이렇게 놀이 삼아 하는 마음을 내면
‘열심히’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어집니다.
놀이 삼아 하는 마음으로 임하면
‘이 사람은 이렇게 하네?’, ‘저 사람은 재주가 좋네?’
이렇게 사람을 알아갈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재주를 보고
‘나도 저 사람처럼 노래를 잘해야지’
‘나도 저 사람처럼 운동을 잘해야지’
이렇게 마음을 내는 것은 욕심이에요.
욕심을 내면 열등의식을 갖게 되고,
몸도 지치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안식년은 쉬면서 놀라는 취지에서 주어지는 시간입니다.
미국은 자연환경이 아주 좋잖아요.
요세미티 공원에도 가보고, 그랜드캐니언도 가보고, 옐로 스톤도 가보고,
알래스카도 가보세요.
돈이 없으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서 다니면 됩니다.
미국 같은 곳에서 살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은 바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열심히 살려면 한국에서 살지 무엇하러 미국까지 와서
열심히 살려고 합니까?
미국같이 넓은 나라에서는 높은 지위를 가질 필요도 없고
돈을 많이 벌 필요도 없고
그냥 적당하게 일하고 적당하게 생활하면서
여유를 갖고 사는 게 제일입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여유를 가지면서 살고 싶어도
주위 사람들의 등쌀에 못 이겨 그렇게 못 살잖아요.
그러나 미국에 오면 아무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내가 청바지를 입고 다니든, 맨발로 다니든, 머리를 산발해서 다니든
아무도 신경을 안 써요.
소 닭 쳐다보듯이 아예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얼마나 자유롭고 좋습니까?
미국에 왔으면 미국의 장점을 만끽하지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죽기 살기로 하려고 해요?
한국에서 죽기 살기로 일했으면
여기서는 좀 쉬세요.
미국에서는 열심히 하는 마음을 좀 내려놓고
여유 있는 마음을 좀 배워보면 어떻겠나 싶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미국에 와서도 열심히 삽니다.
그래서 물질적으로는 성공하지만
반대로 정신적인 행복 지수는 매우 낮습니다.
집만 크고 차만 좋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요.
그러면 삶의 질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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