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언젠가 화성에 가게 된다면
거주 가능한 화성 기지는 필수입니다.
모든 물자를 지구에서 공수하지 않는 한
화성 기지는 물과 식량을 최대한 자급자족해야 합니다.
이는 화성 기지의 규모가 생각보다 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연 SF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화성에 거대한 밀폐식 건축물을 건설하는 게 가능할까요?
건설한다면 그 속의 환경은 어떻게 갖추어야 할까요?
지구와 똑같은 대기와 토양을 갖추고
농작물과 가축을 키운다면
정말 화성에서 인간이 생활하고 생존할 수 있을까요?
화성에 가기 전에 누가 이런 실험을 할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이런 실험이 30년 전에 실제로 진행된 적이 있습니다.
1991년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사막에서
거대한 밀폐식 건축물을 건설하고
그 안에 여덟 명의 사람들이
무려 2년 동안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한 것입니다.
건축물 내부는 대기와 토양, 각종 생태계 환경을
지구의 축소판 모형처럼 갖추고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과연 화성 기지처럼 밀폐된 환경에서
2년 동안 자급자족하는 생활이 가능했을까요?
인류 역사상 가장 도전적이면서 가장 무모한 과학 실험
바이오스피어 2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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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텍사스의 석유 재벌 에드 배스와
하버드 출신의 야심가 존 앨런은
화성 기지와 환경에 대한 공동 관심사를 바탕으로
거대한 밀폐식 구조물 바이오스피어 2를 기획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1, 즉 생물권 1이 지구라면
바이오스피어 2, 생물권 2는 독립적인 인공 생물권을 뜻합니다.
바이오스피어 2의 첫 번째 목표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화성 기지를 실험하는 것이고
두 번째 목표는 생태학 연구입니다.
1980년대는 환경 보호가 큰 관심사로 떠올랐던 때였습니다.
여기에는 구멍난 오존층 발견이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에 비해
생태계 복구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때 생태계의 축소한 모형인 바이오스피어 2가 건설된다면
생태학자들에게 커다란 연구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당시 바이오스피어 프로젝트는
커지는 환경 운동의 물살을 타면서
희망의 상징으로 떠올랐습니다.
문제는 과연 이 프로젝트가 가능하겠냐는 것입니다.
수십억 년에 걸쳐 진화해 온 지구의 생태계가
밀폐된 공간 속으로 옮겨진다는데
이게 가능할까요?
지구 전체로 순환하는 대기가 아니라
작은 규모에 밀폐된 대기 속에서는
치명적인 폐질환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나 포자가 생겨나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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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부정적인 의견을 뒤로 하고
1987년에 바이오스피어 2의 건설이 시작되었습니다.
프로젝트 기획자 에드 배스와 존 앨런은
이 대담한 건설을 위해 400여 명의 전문가들을 동원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바닥은
그 아래쪽 땅과 섞이지 않도록 스테인리스 강철로 만들었습니다.
그 위로는 23가지의 각기 다른 토양이 깔렸습니다.
지하층에는 엄청난 규모의 배관, 발전, 공조 시스템이 들어서
공기와 물을 순환시키고 전력을 공급합니다.
바이오스피어 2의 기본 설계는
모두 일곱 개의 구역으로 나뉩니다.
열대우림, 사바나, 사막, 습지, 대양으로 이루어진 다섯 개의 야생 생물군계와
농업 구역 그리고 인간 거주 구역입니다.
다섯 개의 야생생물군계는
생물의 양성이 가장 풍부한 열대와 아열대 환경을 모형으로 삼았습니다.
농업 구역은
대원들 여덟 명을 먹여 살릴 식량을 생산하고
인간 거주 구역은
생활 공간과 연구 활동 공간을 제공합니다.
이제 인간과 같이 살아갈 동식물의 리스트를 작성할 차례입니다.
동물들 리스트에는 암탉 35마리와 수탉 3마리
피그미 염소 4마리, 숫염소 1마리
암퇘지 2마리와 야생돼지 1마리
약간의 틸라피아 어류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화성에서만큼은 곤충 없는 삶을 원할지 모르겠지만
인간이 살아가는데 곤충은 꼭 필요합니다.
곤충은 꽃가루를 옮기고
죽은 동식물을 해체하고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고
해충을 제거합니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동반자로 삼을 영장류 한 종도 합류했습니다.
특정 종의 멸종은 지구에서도 문제이지만
화성기지에서는 더 큰 문제가 될 겁니다.
과학자들은 바이오스피어 2에 최대한 많은 종을 집어넣어서
한 종이 생존에 실패한다 해도 다른 종이 번성하여
마침내 생태계가 안정되도록 하는 종 포장 방식을 추진했습니다.
덕분의 동식물 리스트는 무려 3,800여 종까지 늘어났습니다.
3,800종의 동식물이 3.14 에이커의 땅에서
인간과 함께 2년 동안 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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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스피어는 전 세계 언론 매체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CNN이 건설 현장을 촬영해 가고
뉴욕타임스도 상세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을 매혹시켰습니다.
대원들의 명단은 1990년 11월에 발표되었습니다.
팀 닥터 로이 월포드를 포함해
과학과 기술직에 종사하는 여덟 명이 최종 선발되었습니다.
스스로를 바이오스피리언이라 부르는 이 여덟 명은
2년 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겠다고 다짐한 뒤
1991년 9월 26일에 돔 안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이제 공기 한 점 통하지 않도록 밀폐된 인공 생물권 안에서
인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바이오스피리언들은 스타트랙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하고
멋지게 돔으로 들어갔지만
그 안에서 생활은 미래적이거나 높은 문명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들은 거의 하루 종일 농사를 지었습니다.
곡식을 거둬들이고, 다시 파종하고, 밭에 거름을 주고, 해충을 방제하고, 가축을
돌보았습니다.
여덟 명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았습니다.
고된 노동이 되풀이 되면서
바이오 스피리언들은 매일 저녁 기진 맥진한 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스타트랙에 나오는 자동 음식 합성기가 없는 한
화성 기지에서의 삶도 이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상황은 다소 빠른 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미션을 시작한지 12일째 되는 날
제인 포인터라는 대원이 탈곡기에 손가락 끝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팀 닥터 월포드가 손가락을 다시 붙이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제인 포인터는 바이오스피어 1의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포인터의 사고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미션을 시작하자마자
이산화탄소 농도가 4일 만에 826ppm으로 오르더니
한 달 뒤에는 2,000ppm까지 올랐습니다.
처음엔 아무도 그 이유를 몰랐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날씨에 따라 널뛰기를 하더니
1000ppm 수준에서 유지되다가
1년이 지난 시점부터 다시 2,000ppm까지 올라갔습니다.
최고치는 4,500ppm 가까이 육박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오르면서
나비와 벌 같은 곤충이 사라졌습니다.
꽃가루 매개자가 사라지자 곡물 생산량이 줄었습니다.
닭도 알을 많이 낳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닭과 염소는 도살돼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갔습니다.
가축들이 만들어 내는 식량보다
가축들이 먹는 식량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류, 조류, 포유류 등 대부분의 척추동물이 죽었습니다.
사람들도 굶어 죽기 직전이었습니다.
30종이 넘는 작물을 심었지만
처음에 잘 살아남은 건 고구마뿐이었습니다.
대원들은 한동안 하루 세 끼 고구마만 먹어야 했습니다.
어찌나 고구마를 많이 먹었던지
고구마에 함유된 베타카로틴 성분 때문에
사람들의 피부가 노랗게 변할 정도였습니다.
첫해가 지나자 대원들의 몸무게는 10%가량 줄었습니다.
그 와중에 바이오스피리언들은
바퀴벌레와 전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떨어진 잎들을 분해하기 위해 데려온 바퀴벌레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번식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진공청소기와 젤리 덫으로 바퀴벌레를 잡아서 닭에게 먹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바퀴벌레들이 달걀로 탈바꿈하긴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바이오스피어는 낮에는 인간이 점령하고
밤에는 바퀴벌레들이 점령하는 고지전이 펼쳐지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미친 개미라고 불리는 아마존 개미가
무자비하게 먹이 사슬을 접수했습니다.
인간들이 가상의 외계에서 곤충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니
영화 <스타십 트루퍼스> 반드시 허구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는 것도 심각한데
설상 상으로 소중한 산소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돔을 닫을 때 21% 있던 대기 중 산소 농도는
1년이 지나자 13%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정도면 산악인들이 4,000m 고도에서 흡입하는 산소량과 맞먹습니다.
대원들은 하루 종일 헐떡였습니다.
밤에는 수면무호흡증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1993년 초에 에어록을 열어
신선한 산소를 안으로 들여보내야 했습니다.
임무의 첫 원칙이 깨진 것입니다.
이 모든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불화입니다.
임무를 시작한지 10개월쯤 지났을 때
대원들은 네 명씩, 두 그룹으로 쪼개져 버렸습니다.
그들은 남은 14개월 동안 서로 말 한마디 섞지 않았습니다.
갈등 속에서도 과학적 연구는 진행되었지만
모두들 정신적인 문제로 고생했습니다.
사실 고립된 상태의 작은 집단이 두 파벌로 나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남극기지에서도, 우주 공간에서도
바깥 세상과 격리된 상태로 존재하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구소련의 우주 정거장 살류트 7호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우주 행사 발렌틴 레베데프는
일기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매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완전하게 통제해야 했다
부적절한 이야기나 농담은
하루 종일 우리의 평정심을 잃게 만들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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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살아남아 바이오스피어 1으로 걸어 돌아왔습니다.
바이오스피어 1을 떠난 지 정확히 2년하고도 20분 만이었습니다.
모두들 몸무게가 평균 14kg 정도 줄긴 했지만
그 외에는 건강한 상태였습니다.
첫 번째 대원들이 나오고 6개월 뒤에 두 번째 대원들이 들어갔습니다.
두 번째 대원들의 임무는 10개월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단 6개월 만에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 바이오스피어 실험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경영권 문제가 불거지고
바이오스피어는 사막의 폐허처럼 방치되었습니다.
지금은 애리조나 대학이 시설을 인수해
생태 실험실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2 프로젝트는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최악의 아이디어 100선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 정도로 수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엄청나게 실패한 과학 실험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 정도까지 처참한 실패는 아니었습니다.
실패는 형편없는 경영진과 운영 미숙의 결과이지
과학적으로는 성과가 없지 않았습니다.
우선 바이오스피어 완벽하게 폐쇄된 공학적 기술을 구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밀폐식 구조와 온도 변화에 대처하도록 한 공기 시스템은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서 최고였습니다.
바이오스피어 2에서는 1년에 10% 산소가 누출되었지만
우주왕복선에 누출되는 산소량은 하루에 2%였습니다.
바이오스피어는 또한 사용한 물을 100% 재활용했습니다.
나사조차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물 전체를 재활용하는데
성공한 적은 한 번 도 없습니다.
물을 재활용하는 것은
모든 우주 주거지에서 필수적인 일입니다.
그리고 바다의 산성화 때문에 산호초가 죽어가는 것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이
이 바이오스피어 2에서 나왔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일부 종이 미친듯이 날 뛰었지만
전체적인 먹이 사슬은 상당한 정도의 평형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이산화탄소 수치가 치솟은 주요 원인은 미생물이었습니다.
식물 재배를 위해 퇴비를 지나치게 많이 썼더니
이 퇴비가 토양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의 먹이가 되어
이산화탄소가 과다하게 발생한 것입니다.
그런데 임무을 수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이산화탄소 수치는 거짓말처럼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알고 보니 콘크리트가 이산화탄소를 먹고 있었습니다.
이산화탄소가 콘크리트 안에 수산화칼슘과 반응하면서
석회석 형태로 바뀌어
콘크리트 분자들 사이에 꼭꼭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감소 원인을 알았으니
화성에서는 충분히 대할 수 있을 겁니다.
바이오스피어 2는
실패한 실험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지만
그래도 달이나 화성에 완전히 밀폐된 자급자족 환경을 설계하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습니다.
바이오스피어 2가 남긴 실패의 교훈은
인류가 지구 밖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데 도움을 줄 겁니다.
거기에 더해
우리의 상처받은 행성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데도 도움을 줄 겁니다.
과학자들은 바이오스피어 2에서 행한 연구를 토대로
2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과학은 실패로부터 많은 것을 배웁니다.
지금까지 북툰이었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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