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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비교 불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첫 이미지에 담긴 의미

Buddhastudy 2022. 8. 24. 19:07

 

 

 

아이작 뉴턴은

유리 프리즘 실험을 통해

빛의 스펙트럼을 최초로 밝혀냈습니다.

 

뒤이어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은

그 스펙트럼의 붉은 띠 바깥에도

복사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허셜이 발견한 가시광선 밖의 복사 에너지가 바로 적외선입니다.

허셜은 몰랐지만

적외선의 에너지 범위는 가시광선의 범위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그래서 적외선은 다시 근적외선 중적외선 원적외선으로 나뉩니다.

가시광선에 가깝고 멀고에 따라

, , 원이라는 접두사를 붙일 것입니다.

 

적외선은

상처를 치료하거나, 체온을 측정하거나, tv를 켤 때도 쓸모가 있지만

특히 우주를 관측할 때 위력을 발휘합니다.

 

적외선 망원경으로 보면

성간물질로 가득 찬 검은 공간을 투시할 수 있고

별을 에워싸고 있는 거대한 성운도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천체들이 방출하는 화학 성분을 분석하고

수십억 년 전의 우주도 엿볼 수 있습니다.

 

적외선의 이러한 특성 덕분에

우리는 무지개의 빨간색 너머에 있는 세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적외선은 빛의 속도로 우주 공간을 맹렬히 직진하지만

지구 대기를 뚫지는 못합니다.

지구 대기를 뚫고 지표면까지 도달하는 적외선은 일부 파장뿐입니다.

 

그래서 적외선 관측 초기에는

대기가 옅은 산꼭대기에 망원경을 세우거나

항공기에 카메라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적외선을 포착했습니다.

그러다가 1983년에 최초의 적외선 우주 망원경이 발사되면서

본격적인 적외선 관측 시대가 열렸습니다.

 

1995년에는 성능이 향상된 유럽우주국의 적외선 망원경이 발사되었고

허블 우주망원경에도 적외선 카메라가 장착되었습니다.

하지만 허블의 적외선 카메라는

관측 범위가 좁은 데다가

다른 관측 장비와 시간을 나누어 써야 했기 때문에

전문적인 적외선 관측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2003년에는 비로소 적외선 관측에 특화된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발사되면서

수많은 천문학적 발견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적외선 망원경들은 잊어라.

왜냐하면 최첨단 광학 기술을 갖추고

고감도의 적외선 장비들을 탑재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마침내 본격적인 탐사 활동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미항공우주국은 지난 712일에

제임스 웹의 첫 촬영 이미지들을 공개했습니다.

나사가 공개한 다섯 가지 이미지들은 여러 의미를 지닙니다.

 

-세계 최고의 우주 관측소로서 공식 임무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

-차세대 우주망원경으로서 뛰어난 성능을 뽐내는 것

-그리고 앞으로의 탐사 주제들을 맛보기로 보여주는 것

그렇다면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화려한 쇼케이스 현장을 구경해보겠습니다.

 

 

 

--별의 탄생

성운은 별들의 요람입니다.

성운을 구성하는 먼지와 가스들이 오랜 시간 동안 수축하면서

그 중심에서 별이 탄생합니다.

그러나 별이 형성되는 자세한 과정은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성간물질의 밀도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별이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별이 만들어지고 어떤 지역에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부모 세대의 별이 다음 세대들의 재료가 되기도 하고

오히려 성간 물질을 날려 버리면서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별의 탄생 과정을 밝혀내려면 성운의 더 깊은 곳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용골자리 성운은 남반구의 하늘 떠 있는 크고 밝은 성운입니다.

지구에서 약 76백 광년 떨어져 있으며

여러 성운들과 초거성들이 어지럽게 모인 무정형 성운입니다.

 

제임스 웹은 용굴자리 성운 중 NGC 3324라는 영역의 가장자리 부분을 촬영했습니다.

제임스 웹의 사진은 이전에 촬영된 어떤 사진들보다 섬세하고 아름답습니다.

가장자리 한쪽은 마치 험준한 산맥들이 절벽을 이룬 것처럼 보입니다.

뜨거운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구름 기둥들은 그 길이만 수 광년에 달합니다.

 

성간물질은 긴 파장의 빛보다 짧은 파장의 빛을 잘 흡수합니다.

그래서 가시광선으로는 안 보이는 성운 속 별들도

적외선으로 보면 보입니다.

 

제임스 웹의 고감도 근적외선 카메라 니르캠은

두꺼운 구름들 뒤로 숨어있던 수백 개의 별과 은하를 새로 포착해냈습니다.

중적외선 장치 MIRI로 보면

이제 막 탄생한 분홍색의 어린 별들이 드러납니다.

아기 별이 형성되는 기간은 보통 5만년에서 10만년 사이로 매우 짧습니다.

그래서 아기별의 탄생 모습은 희귀한 장면에 속합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이제껏 보지 못했던 성운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면서

별의 탄생 과정을 하나씩 밝혀내기를 기대합니다.

 

 

--별의 죽음

태어나는 별이 있으면 죽는 별도 있습니다.

영원히 빛을 내뿜을 것만 같은 별도 늙고 변하고 수명을 다해 갑니다.

 

우리 태양과 비슷한 질량을 가진 별들은

수명을 다해 갈 때 적색거성으로 커졌다가

백색왜성으로 축소되면서 생을 마감합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남쪽 고리 성운도

죽어가는 백색왜성이 만들어낸 모습입니다.

이 거대한 성운의 둥근 고리는

중심별이 적색거성이 었을 때 그 외부 층이 날아가면서 형성된 것입니다.

 

이렇게 둥근 모양의 성운을 보통 행성상 성운이라고 부릅니다.

과거에 망원경의 해상도가 좋지 않았을 때 행성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남쪽 꼬리 성운의 중심별은

근적외선 카메라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중 적외선으로 봐야 밝은 별 왼쪽으로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왼쪽의 희미한 별이 바로 거대한 성운을 형성하게 한 백색왜성이고

오른쪽 옆에 밝은 별은 아직 활동하는 별입니다.

 

지구에서 약 2500광년 멀리에서 죽어가는 이 별은

어쩌면 먼 미래의 우리 태양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태양도 언젠가 이렇게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한다면

몇천 광년 멀리에서 우리의 죽음을 바라보는 생명체도 존재할까요?

 

 

--은하

1877년 프랑스의 천문학자 에두아르 슈테팡은

페가수스자리에서 다섯 개의 은하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은하군을 발견했습니다.

이 은하군은 당시로서는 최초로 발견된 밀집 은하군이었습니다.

 

발견자 이름을 따라 슈테팡의 5중주

영어로는 스테판의 5중주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실제로는 5중주가 아니라 4중주가 맞습니다.

 

오른쪽 4개의 은하만 서로 근접해 있고

왼쪽에 한 개는 지구에 훨씬 가까운 위치에 있습니다.

우연이 겹쳐 보여서 5중주 멤버에 끼었을 뿐

실제로는 같이 연주하지 않습니다.

 

핵심 멤버인 4개의 은하는 무척 고요해 보이지만

사실 엄청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중입니다.

워낙 가까이 있다 보니 중력에 이끌려 근접했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충격파가 분출되고 별과 가스가 교란됩니다.

 

멤버 중 맨 위에 은하에는 그 중심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습니다.

제임스 웹은 이 블랙홀을 분석해서

초대질량 블랙홀이 은하군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예정입니다.

 

슈테팡의 5중주처럼 빽빽한 은하군은

초기 우주에서 더 흔하게 일어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별의 탄생과 죽음

은하의 형성과 진화

원시 우주와 블랙홀

연구 거리가 산더미입니다.

 

누군가 제임스 웹을 가둬두고 사진만 찍게 해야겠습니다.

 

 

--외계 행성

202271일을 기준으로 공식 확인된 외계 행성의 수는 5,108개입니다.

1992년에 처음으로 외계 행성이 확인된 뒤로

30년 만에 무려 5천 개가 넘는 외계 행성이 발견된 것입니다.

 

외계 행성 탐사 작업의 궁극적인 목표라면

확실한 생체 신호를 포착하는 것입니다.

 

이 목표가 단기간에 실현될지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목표에 근접한 결과는 얻어낼 수 있습니다.

 

외계 행성 탐사 작업을 계속할수록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높은 행성들도 그 숫자가 의미있게 늘어난다면

우리는 목표에 근접했다 말할 수 있습니다.

 

생명이 살 가능성이 높은 조건으로

보통 물과 대기의 존재를 꼽습니다.

물과 대기가 반드시 생명이 존재함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좋은 출발점은 될 수 있습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20년 동안 수많은 외계 행성을 분석한 끝에

2013년 처음으로 물을 명확하게 포착했습니다.

 

그에 비해 제임스 웹은

첫 관측부터 바로 물을 포착해냈습니다.

 

지구에서 약 1150 광년 떨어진 WASP- 96b라는 행성을 관측했는데

물 뿐만 아니라

아예 수증기와 안개, 구름까지 세트로 포착해버린 것입니다.

 

특히 수증기의 관측은 예측하지 못한 큰 성과입니다.

6시간 남짓 행성을 바라본 것만으로

물과 수증기를 찾아냈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거주 가능 행성들이 발견될까요?

 

그런 점에서 이 스펙트럼 분석 결과는

다른 실물 이미지들보다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임스 웹은 앞으로 물과 대기 성분뿐 아니라

생명 활동에서 비롯되는 분자들

즉 산소나 메탄 그 외 생체 가스들도 탐색해나갈 예정입니다.

다시 말해 생체 신호에 아주 근접한 발견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딥 플드

1995년 허블 우주 망원경은

아무것도 없는 우주 공간 속에서

3천 개가 넘는 은하들을 발견했습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던 공간 속에

놀랍게도 123억 년 전의 우주가 숨어있었던 것입니다.

 

허블 딥 필드라고 불리는 이 사진은

본격적인 심우주 탐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허블은 2004년부터 울트라 딥 필드 임무를 수행하면서

132억년 전까지의 심우주를 촬영해냈습니다.

 

선임 허블의 딥 필드 임무는

이제 후임 제임스 웹이 물려받게 되었습니다.

 

제임스 웹의 첫 딥 필드 사진은

지금까지 촬영된 어떤 심우주 사진보다 깊고 선명합니다.

허블의 울트라 딥 필드가 2주 가량의 노출로 얻어낸 사진인 반면

제임스 웹 딥 필드는 단 12시간 반 만에 촬영된 것입니다.

 

이 사진의 촬영 범위는

밤하늘을 향해 팔을 쭉 뻗었을 때, 겨우 모래알 한 알 크기의 하늘입니다.

그 모래알 한 알 속에

수천 개의 은하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사진 속 몇몇 은하들은 찌그러져 보이는데

이는 중력 렌즈 효과 때문입니다.

은하에서 나오는 빛이

블랙홀과 같은 거대한 질량을 가진 천체의 영향을 받아서 휘어지는 것이죠.

 

빛이 바나나킥처럼 휘는 덕분에

수비수 뒤에 숨어있던 별과 은하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러한 중력 렌즈 효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입증하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최대 48개의 은하를 동시에 관측할 수 있습니다.

 

근적외선 분광기로

전체 시야에 있는 은하의 스펙트럼을 한꺼번에 촬영하고

각 은하에 대한 화학적 정보를 동시에 얻습니다.

 

131억 년 전의 은하에도 수소뿐만 아니라

산소와 네온 같은 다양한 원소가 들어 있네요.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는 그 역사가 정말 장구합니다.

 

중적외선으로 보면 은하와 먼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붉은색은 두꺼운 먼지층이 쌓여있는 은하들이고

청색은 먼지가 매우 희박한 은하들입니다.

녹색은 탄화수소와 기타 화합물로 구성된 은하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정보를 통해

초기의 은하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성장하고, 합쳐지는지

또한 그렇지 않은 경우는 무엇인지를 연구할 수 있습니다.

 

제임스 웹의 딥 필드 사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제임스 웹의 궁극적인 목표는

빅뱅 이후 2억년 시기까지 추적해서

최초의 은하나 최초의 별까지 포착해내는 것입니다.

 

허블은 정말 대단한 후임에게 임무를 물려 주었습니다.

 

 

--시작

미항공우주국은 이번에 공개된 이미지들이

어두운 우주를 밝히는 긴 여정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놀라운 발견들이 뒤따르리라고 예고합니다.

 

제임스 웹의 첫 이미지들을 보고 있으면

사진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우리는 정말로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거대한 성운 속에서 별이 태어나고

그 별과 함께 생명이 태어납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는

두꺼운 먼지와 오래된 별들 속에 있는 원소와 똑같습니다.

 

물과 수증기를 가진 외계의 어떤 행성을 바라보고

그 속에 살고 있을지도 모를 생명을 상상합니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우주의 모든 것이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며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그 연결점 들을 더 확실하고 분명한 끈으로 이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