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을 떨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잡념을 떨쳐야지 하면 떨쳐야지 하는 잡념이 하나 더 생깁니다. 그래서 잡념이 꼬리를 꼬리를 물고 나간다. 그러니까 잡념이 생기든지 말든지 그걸 시비하지 마라. 다만 내가 하고자 하는 공부에만 집중을 해라. 만약에 여러분들이 저 바깥에 차 소리가 들리는데. 저 차 소리 안 들렸으면, 왜 저리 시끄럽지. 좀 조용하면 안되나? 이런 생각 하면 귀에 더 잘 들려요 안 들려요? 더 잘 들려요.
저걸 놔 버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공부. 내가 하고자 하는 염불. 내가 집중하는 화두. 내가 집중하는 호흡. 다만 거기에 집중할 뿐이어야 한다. 그냥 내버려 둬라 이런 얘기요. 잡념은 내가 일으키고 싶어서 일으켜요? 저절로 일어나요? 저절로 일어나는 거요. 그것을 자꾸 시비를 하지 마라 이거야. 여러분들이 이런 응달지는 방에 있어보면요 방안에 아무것도 없어 보입니다. 이 공중에.
그런데 문틈으로 작은 바늘구멍 같은 게 하나 뚤려서 햇살이 쪼옥 들어오면 이런 법당에 먼지가 보입니까? 안보입니까? 많이 보이죠. 아무것도 없는 거 같은데 먼지가 아주 가득한 거 같이 보입니다. 그러면 숨쉬기도 힘들어요. 그렇다고 그 빗자루를 가지고 먼지를 하나하나 쓸어내겠다 하면 먼지는 더 일어 납니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시간이 흐르면 결국은 가라앉게 된다. 거기 자꾸 흔들면 먼지가 더 일어나는 거요. 여러분들이 일상생활을 할 때도 물론 번뇌가 있지만은 이런 번뇌를 없애기 위해서 염불을 하거나 딱 앉아서 명상을 하면 처음에는 마음이 고요한 거 같지만은 한 5분 10분 지나면은 번뇌가 더 일어납니다.
고요할려고 앉았는데 고요해 지기는커녕 더 망상이 피어진다. 왜 그러냐? 이게 좋아지는 증상이요. 나쁜 게 아니다 이 말이오. 이게 자연스러움이요. 마치 방안이 어두울 때는 아무것도 안보이다가 밝아지면 먼지가 보이는 것처럼. 내가 이리 정신 없이 다니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머릿속에 망념이 많으냐 하는 거를 자기가 자기를 모른다 이 말이오. 망념이 얼마나 일어나는지를 모르니까 망념이 없는 줄 착각하고 있는 거요.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좀 보내보면 자기망념이 치성하는 것을 자기가 알게 된다 이 말이오. 그러니까 그것은 번뇌가 새로 일어난 게 아니고. 원래 이렇게 늘 일어나고 사라지는 거요. 그런데 내가 그것을 알아차리게 된 거요. 그래서 그걸 시비하면 더 일어나는 거요. 그냥 가만히 놔 둬라. 염불을 할 때는 염불에만 집중해라. 화두를 들었으면 화두에만 참구해라. 호흡을 관찰하면 호흡만 여실히 관찰해라.
이렇게 정진을 하면 몸이 아파서 다리가 저리고 이릴 때도 있고. 염불을 하면 목이 아플 수도 있고, 졸리기도 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 번뇌가 끝없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시간이 경과되면 경과 될수록 더 일어나요. 그래도 그걸 구애 받지 않고 꾸준히 해 나가면 두 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하나는 번뇌가 그렇게 치성함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구애 받지 않고 내가 집중하는 것에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집중이 되 나간다.
늘 놓치지만은 그래도 전에 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집중이 되 나간다. 조금 더 경과하면 어떠냐? 집중이 좀더 더 되 나가면서 번뇌의 강도가 조금 약해 진다. 그렇게 되면 갈수록 집중도가 높아지는 거요. 그래서 꾸준히 하셔야 되. 그런데 망상이 일어날 때 망상을 따라가면 안 되요. 명상을 하든, 염불을 하는데 갑자기 집 생각이 났다. 또 집에 뭐 가스레인지 뭐 올려 놓고 온 거 같애. 불 안 끄고 온 거 같애. 이런 생각이 일어나면 놓쳐버린다 이 말이오. 거기에 빠진다 이 말이오.
그럴 때 그걸 따라 가면 안 되요. 염불 하다가 갑자기 커피 생각나고, 커피 생각하니까 커피같이 마시던 애인 생각이 나고, 또 애인 생각이 나니까 그 전 애인 생각이 나고. 이렇게 계속 꼬리를 물고 이게 간다 이 말이오. 그러면 이건 뭐냐 하면은 망상에 빠진다 그래요. 지나간 과거고. 미래에 대해서도 내가 뭐 하나 해야지 하면 아~ 거기 가서 그거하고, 이거하고, 이거하고, 이러면서 또 자꾸 이렇게 따라가는 거요. 이러면 이것은 명상을 아무리 해도 아무런 이익이 없습니다. 오히려 업식을 더 짓는 거요.
그러니까 이런 번뇌가 일어나더라도 일어나는 거를 그냥 내 버려 둬라. 저 밖에 차소리를 그냥 내 버려 두고. 내 일 하듯이 그냥 쭈욱~ 나가야 되. 그런데 나도 모르게 끌려갑니다. 누구나 다. 끌려가면 빨리 알아차려야 되. 어! 내가 끌려 갔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그 자리에서 탁 놓고 딱 돌아와야 되. 이렇게 해 나가면 늘 번뇌는 일어나고 가끔은 빠져도 꾸준히 해 나가면, 그 다음엔 저절로 구애 받지 않게 된다. 그렇게 공부를 해 나가야지. 그 번뇌를 시비하지 마라 이 말이오. 번뇌가 안 일어 나야 된다. 나는 왜 집중이 안 되느냐? 이렇게 시비해도 안되고. 두 번째는 번뇌에 빠져도 안 된다.
즉, 번뇌를 따라가지도 말고, 번뇌에 저항하지도 마라 이 말이오. 다만 번뇌가 일어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릴 뿐. 내 하고자 하는 일에만 해 나가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는 저절로 세력이 약해 진다 이 말이오. 그래서 여러분들은 욕심이 많아요. 늘 번뇌 망상 피우는 게 중생인데. 자기가 뭐 하루나 이틀 딱 앉으면 번뇌가 하나도 없이 탁 집중이 되길 원해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번뇌는 옆 사람이 보면 보입니까 안 보입니까? 안보이지. 그래 자기는 번뇌가 들 끓는데 이래 옆에 보면 어때요? 딴 사람들은 탁 돌부처처럼 정진하고 있어요. 야~ 다른 사람 다 잘되는데 왜 나만 이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앉아 있으면 안 앉았던 사람이 처음에 이렇게 명상한다고 앉으면 다리 아프겠어요 안 아프겠어요? 아프지. 그런데 신경이 이렇게 아픈 것이 딴 사람이 느낄 수 있어요 없어요? 못 느끼지. 돌아보면 딴 사람은 다 안 아픈 거 같애. 나만 아픈 거 같애. 나만 번뇌가 생기는 거 같고.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요. 다리가 안 아픈 사람도 있고, 안 졸린 사람도 있고. 번뇌가 약한 사람도 있고 그래요. 그러나 대 다수가 그래. 그러기 때문에 남은 시비할 거 없어요. 남은 잘 하는데 라든지. 제는 왜 정진 안하고 저래 내 졸고 있나 라든지. 그건 시비할 필요가 없다. 다만 나에게 주어진 과제, 염불하면 염불에만 집중하고. 수식관 할 때는 호흡에만 집중하고. 참선 할 때는 화두만 참구한다. 다만 거기만, 되고 안되고를 논하지 마라. 안 되면 다시 할 뿐이다. 이렇게 관점을 딱 가져야 정진이 됩니다. 자 오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법륜스님 > 즉문즉설(2009)'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즉문즉설_법륜스님(제73회) 노총각 아들 (0) | 2011.02.08 |
---|---|
즉문즉설_법륜스님(제72회) 정도와 사도 (0) | 2011.02.07 |
즉문즉설_법륜스님(제70회) 자신감 있는 삶 (0) | 2011.01.31 |
즉문즉설_법륜스님(제69회) 인생위기 극복 (0) | 2011.01.28 |
즉문즉설_법륜스님(제68회) 나약한 나 (0) | 2011.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