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2)

[법륜스님의 세상보기] 끝없이 바빠지는 현대인의 삶, 이유와 해결책은?

Buddhastudy 2022. 5. 12. 19:04

 

 

어렸을 때 농촌에서 자랐습니다.

그때 어른들은 해가 뜨면 농사짓고, 해가 지면 쉬었습니다.

 

한 해 농사가 끝난 겨울에는 한가로이 지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저를 보면 1년 사계절 해뜨기 전부터 출근을 해야 하고,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옵니다. 과학 기술도 많이 발전하고 산업화도 되었는데

왜 우리는 과거 사람들보다 힘들게 사는 걸까요?//

 

 

 

--현대인이 바쁠 수밖에 없는 이유

소비를 늘려서 그래요.

옛날사람처럼 기본적인 옷 입고

기본적인 잠자리 가지고 기본적인 음식만 먹으면

지금이 옛날보다 훨씬 더 노동시간도 줄어야 되고 여유도 있죠.

 

옛날에는 하루 8시간 일을 해야 밥을 먹고 살 수 있다면

요즘은 2시간만 일해도 밥 먹고는 살 수 있어요.

대신 다른 소비를 계속 늘리니까 그때보다 더 바빠진 거죠.

어쩔 수 없어요.

그러니까 소비를 줄여야 되는 거예요.

 

머리를 매일 다듬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요.

그러니까 나처럼 깎아버리면 훨씬 수월할 거고.

 

옷을 여러 개를 두고 계속 갈아입으려면

그 옷을 종류별로 살 때 돈도 많이 들고, 갈아입는데 시간이 걸리고 그럴 거 아니에요?

빨래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저처럼 같은 색깔, 같은 옷을 계속 입으면 옷에 투자할 것이 별로 없어요.

 

잠자리를 간소하게 하고 먹는 것도 검소하게 먹으면

하루에 한 2시간만 일해도 충분히 먹고 살아요.

 

소비가 계속 느니까 과학 기술을 통해서 더 많은 생산을 해도

또 소비가 느니까 늘 부족하고 늘 바쁜 거예요.

1인당 GDP100불에서 3만 불이 돼도 더 바빠지듯이

앞으로 3만 불에서 30만 불이 돼도 여러분들은 더 바빠질 거예요.

그때는 뭔가 다른 걸 만들어서 또 바쁠 거예요.

 

하루에 손톱을 몇 번 손질해야 한다든지

머리를 몇 번 만져야 한다든지

패물을 달아야 한다든지

화상에 들어가 뭘 몇 시간 봐야 한다든지

집을 어떻게 꾸며야 한다든지

이렇게 옆사람 보고 계속 일거리가 늘어나잖아요.

 

제가 어릴 때 가정을 보면 어때요.

월세방도 하나 못 구하다가 월세방 구하면 전세방으로 옮겨야 하고

결혼할 때 제일 먼저 준 게 뭔지 알아요?

쌀통.

쌀을 자루에 넣어놓고 먹다가 이렇게 꼭 누르면 쌀이 한 컵 똑 떨어지는 거 있거든요.

이게 신혼살림에서 제일 중요한 거였어요.

 

그러다 이제 신혼살림에

선풍기가 있어야 한다

냉장고가 있어야 한다

세탁기가 있어야 한다

전세에서 내 집 마련이 돼야 한다,

평수 작은 데서 큰 데로 옮겨야 한다,

이렇게 계속 (바뀌고 있어요)

 

지금은 그 정도 집만 가지고 안 되잖아요.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한다,

어떤 시설을 갖춰야 한다.

그러니까 끝이 없는 거예요.

 

옷도 또 입으면 되는 게 아니라

어떤 명품이어야 된다.

그러니까 그것이 뭐 만 원짜리에서 십만 원짜리, 백만 원짜리로 가잖아요.

그러니까 아무리 일을 하고 아무리 돈을 벌어도 부족한 거예요.

소비가 늘어서 그래요.

 

 

 

--소비주의 사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

과연 그게 필요한 소비인가 이게 먼저 점검이 돼야 하는데.

여러분들은 다른 사람이 하니까 다 해야 하잖아요.

 

옛날에는 배고프면 밥만 먹으면 되는데

여러분들은 밥 먹고 반드시 커피를 한잔해야 하잖아요.

라면은 3천 원 주고 먹고, 커피는 5천 원 주고 마셔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해결이 되겠어요.

 

돈이 좀 더 있다고 해결되느냐? 아니에요.

(돈이) 좀 더 있으면 소비수준을 좀 더 높이잖아요.

수입이 좀 늘면 차를 좀 더 나은 차로 바꾸잖아요.

돈이 조금 더 있으면 집을 조금 더 넓히잖아요.

 

끝이 없죠.

그래서 바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춰야 한가한 거예요.

 

심리적으로 분석하면

옳다 그르다 하는 기준이 상대적이라는 거예요.

자기가 경험한 것을 가지고 평가하는 거예요.

 

우리가 생각할 때는

'조선시대에 여성차별에 어떻게 살았을까?'

'양반 상놈 차별에 어떻게 살았을까?'

 

지금 보면 굉장히 큰 문제인데

그 시대에 태어나서 살았던 사람에게는 별문제가 아니에요.

태어나서 보니까 세상이 본래 그랬기 때문에.

 

왕조시대에는 왕의 아들이 왕 되는 게 너무 당연한 거예요.

자본주의 시대엔 아버지가 재벌이면 아들이 재벌 2세 되는 게 너무 당연하잖아요.

그러나 왕의 아들이 왕이 될 수 없는 민주화 사회에서는

아버지가 재벌이라고 아들이 재벌 될 수 없는 거잖아요.

 

변화된 사회에서는 (자본의 대물림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면 다 합당한 것이 돼요.

 

여러분들이 북한에 대해서 비판적이지만

북한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하나도 이상한 게 아니에요.

우리는 자기의 기준을 가지고 늘 남에게 뭐라 그러잖아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돈 문제가 사회에 여러 영향을 끼치는 것은

우리가 다 자본을 대물림하기 때문이에요.

 

왜 자본이 대물림되어야 해요?

내가 생산해서 어느 정도 쓰고 나면

사회로 환원하고 (후대는) 새로 시작하고 이래야지.

 

그게 옳다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보고 듣고 배우고 믿느냐 그것만이 사실이지

진실이 뭔지는 우리는 몰라요.

그래서 이건 해결이 안 됩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법

다만 상대적 정의, 그래도 이것보단 조금 나은 것은 우리가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인 관념을 버리는

그것을 통하지 않고는 이 문제는 근원적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어요

악몽 안 꾸고 좋은 꿈 꾸는 것과 꿈에서 깨는 것.

두 가지가 있는 거예요.

 

꿈에서 깨는 것은 해탈로 가는 길이고

꿈속에서 놀긴 노는데 악몽 꾸다가 조금 좋은 꿈꾸는 것.

이것은 크게 보면 꿈을 꾸고 있다는 건 같지만 꿈속에선 조금 나은 길이에요.

 

오늘날 사회적 정의라는 것은 상대적 정의에요.

그래서 우리가 사회적 정의의 구현, 사회적 개선이라는 건

근본적으로 보면 조금 좋은 꿈을 꾸는 정도밖에 아니에요.

 

꿈을 꿀 수밖에 없을 때는 좋은 꿈을 꾸는 게 낫죠.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꿈을 깨는 게 목표라는 관점을 가지면 되지 않을까(생각합니다)

 

질문자의 그 문제는 꿈속에서는 영원히 해결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리고 꿈만 깨면 단박에 해결될 수 있는 거예요.

 

조금 더 좋은 술을 먹겠다

더 좋은 담배를 피우겠다 하는 욕망은 끝이 없지만

술을 안 먹는 사람이 볼 때는

그건 아무 일도 아니고 아무 문제도 없는 거예요.

 

우리는 소비에 중독된 관점에서 사물을 보기 때문에

해결이 어렵다고 얘기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