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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비밀스러운 천체

Buddhastudy 2022. 5. 18. 19:07

 

 

 

1610년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태양계 천체들을 차례로 관측한 뒤 토성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망원경으로 바라본 토성은 놀랍게도

양옆에 알 수 없는 덩어리들이 붙은 모습이었습니다.

갈릴레오는 그 덩어리들을 토성의 귀라고 묘사했습니다.

 

1655년 네델란드의 천문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는

그 덩어리가 귀가 아니라 고리임을 확인했습니다.

행성을 둘러싼 거대한 고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당시로선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하위헌스는 토성의 달 타이탄도 발견했습니다.

그는 토성과 타이탄처럼 신비한 세상에는 거주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1671년에는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조반니 도메니 카시니가

토성의 달 4개를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카시니는 토성의 고리들 사이에 틈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여러 개의 고리를 두르고 큰 위성들을 거느린 태양계의 맨 마지막 행성

토성은 그렇게 사람들의 상상 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로부터 300년 뒤 상상 속에 머물던 토성이

생생하게 모습을 드러낸 일이 일어났습니다.

2차 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5

라이프 잡지의 채슬리 본스텔의 토성 그림들 몇 장이 실렸습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담은 흑백 사진들 홍수 속에서 총천연색 토성 그림은

너무나도 신선하고 강렬했습니다.

특히 타이탄 하늘에 육중하게 떠 있는 토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전쟁의 시름에서 잠시 벗어나

매혹적이고 이국적인 경치에 빠져들게 했습니다.

 

채슬리 본스텔은 거의 처음으로

행성들을 실제 장 소처럼 보이도록 묘사한 예술가였습니다.

 

본스텔 그림은 일반인들 뿐 아니라

미래의 천문학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본스텔의 그림들을 보기 전까지

우주의 다른 세상들이 어떤 모습일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20세기 후반에 태양계 탐사 시대가 열리면서

우주의 다른 세상들이 점점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파이어니어 11호가 최초로 토성 근접 사진을 찍었고

보이져 1,2호는 더 상세한 촬영을 했습니다.

 

보이저 탐사선들이 보내온 사진 속에는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소중한 과학적 자산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나사는 곧바로 토성 탐사선 프로젝트를 논의했습니다.

나사가 계획한 우주선은 파이어니어나 보이저보다 훨씬 컸습니다.

스쿨버스 만한 크기에 6 톤에 달하는 무게, 12개의 과학 장비와 타이탄 착륙선까지 탑재한

총비용 35억 달러 =짜리 괴물 우주선이었습니다.

 

예산 삭감으로 고전하던 나사가 이 초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면

다른 나라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유럽우주국이 프로젝트의 합류하고

전세계 17개 국가에서 모인 5000명 이상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탐사 임무에 참여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우주 임무에서 국제적 협력 체제의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우주선의 이름은 카시니로 정해졌습니다.

타이탄 착륙선에는 타이탄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이 붙었습니다.

 

199710월 카시니 하위헌스가 토성을 향한 긴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카시니 하위헌스의 발사 장면은

한편으로 미지의 세상에 대한 인류의 오랜 상상이

어떻게 현실로 뒤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토성이 지구와 가장 가까울 때 직선 거리는 약 12km입니다.

지구와 태양 거리의 8배 거리죠.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주선을 직선거리로 토성까지 쏘아 보내진

못합니다.

왜냐하면 우주선은 비행하는 내내 태양의 중력과 싸워야 하는데

아무리 성능 좋은 로켓을 쓴다 해도 직선거리로 태양을 벗어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우주선이 태양의 중력을 벗어나려면

행성들의 중력을 이용해야 합니다.

행성 근접 비행 즉 플라이바이로 중력 도움을 얻으면

우주선은 이론적으로 그 행성의 궤도 속도보다 2배 가까운 속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카시니의 플라이바이는 한 편의 곡예비행 쇼와 같았습니다.

카시니는 금성을 2번 지구를 한 번 지나친 다음

마지막으로 목성을 지나치면서 토성까지 정확히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카시니의 지구근접비행에 대해서는 논란이 좀 있었습니다.

카시니는 플루토늄238의 방사선 붕괴열을 이용한 발전이 세 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방사선 물질을 가득 실은 스쿨버스가 지구로 돌진해오는 셈인데

미 의회가 이 부분을 지적한 것입니다.

정밀한 환경 평가 결과 카시니의 방사성 물질이 지구 대기에 영향을 끼칠 확률은

천만 분의 1을 넘지 않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카시니의 지구 근접 비행은 순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플루토늄을 실은 스쿨버스는 지구에서 12km 떨어진 곳으로 안전하게 날아갔습니다.

 

총 비행시간 약 7

총 비행거리 35km 카시니 하위헌스가 마침내 토성에 도달했습니다.

이제부터 펼쳐질 진짜 곡예비행에 비하면

지난 네 번의 플라이바이는 몸풀기에 불과했습니다.

 

카시니는 위성들의 중력을 이용해 토성을 140번이나 돌았습니다.

특히 거대한 위성 타이탄은 카시니에게 더없이 훌륭한 조정 장치 역할을

타이탄의 중력과 자체 엔진 힘으로

카시니는 궤도 크기와 주기 속도 토성과의 경사각을 정교하게 조정했습니다.

 

덕분에 토성과 고리들 크고 작은 위성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각도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토성은 태양계에서 목성 다음으로 큰 행성입니다.

지름은 지구의 아홉 배 부피는 지구의 760배에 달합니다.

하지만 토성은 밀도가 낮고 물에 뜰 정도로 가벼운 가스 행성입니다.

토성의 대기는 주로 수소와 헬륨 그외 약간의 메탄과 암모니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토성도 지구와 비슷하게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토성도 나름의 계절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반구가 태양에서 멀어지면 겨울이 다가옵니다.

토성의 겨울은 황량한 색이 아니라 푸르스름한 색을 띱니다.

태양 자외선이 줄어들고 메탄의 흡수가 늘어나면서

푸르스름하게 되는 현상이 촉진됩니다.

 

토성이 태양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는 거의 30년이 걸립니다.

따라서 토성의 주야평분시는 15년에 한 번씩 돌아옵니다.

주야평분시란

태양이 행성의 적도 바로 위에 위치해서

북반구와 남반구를 공평하게 비추는 때를 말합니다.

 

카시니가 토성에 도달한지 5년째 되던 해에 토성의 주야평분시가 돌아왔습니다.

태양이 토성의 남쪽에서 북쪽 하늘을 공평하게 가로지르며

고리들을 정면으로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상상 속에서 존재하고 수학적으로만 예측했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토성의 북극을 상징하는 거대한 육각형 제트 기류가 보입니다.

토성의 육각형은 우주에서 일어나는 미스테리 중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듣습니다.

북극의 액체 성분 기류와 원심력 회전수 등이 절묘한 조합을 이루면서

각진 모양을 만드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이저 호가 이 육각형을 처음 발견한 뒤로

지구에서는 관찰이 불가능했는데

결국 카시니가 다시 촬영을 해냈습니다.

 

해왕성, 천왕성, 목성 모두 고리를 가지고 있지만

토성의 고리 만큼 화려하고 웅장하진 않습니다.

토성의 고리는 발견된 순서대로 A고리부터 G고리까지 구분됩니다.

폭은 F고리까지만 해도 7km나 되는데 두께는 겨우 수십m입니다.

여의도 두 배 정도 크기를 덮는 원반이 종이처럼 얇은 셈입니다.

 

그래서 갈릴레이가 토성을 관측할 때 마침 고리가 수평이 되는 때도 있었는데

갈릴레이는 토성의 귀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마법을 목격하고는

무척 당황했다고 합니다.

 

카시니 하위헌스는 토성의 고리가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고리들은 미세한 알갱이에서 집채만한 크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얼음덩어리 였습니다.

 

카시니가 이룬 기대 이상의 성과는 엔셀라두스의 재발견입니다.

카시니가 토성에 도착하기 전까지 엔셀라두스는 천문학자들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위성이었습니다.

 

엔셀라두스는 타이탄의 10분의 1 크기밖에 되지 않는 평범한 얼음 위성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카시니가 그 평범한 얼음 표면에서

연기 기둥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포착하면서

판세는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연기 기동은 미세한 얼음 알갱이와

몇몇 유기 분자들이 포함된 수증기 기둥이었습니다.

카시니는 수증기 기둥 속을 여러 차례 통과하면서

그 맛을 직접 찍어 먹어 보았습니다.

맛이 짭짤했습니다.

 

수증기 기둥은 염화나트륨 즉 소금 성분을 함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처럼 엔셀라두스의 얼음층 아래에도

소금 성분의 액체 바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증거입니다.

 

조연에 불과했던 엔셀라두스가

태양계에서 또 하나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지닌 스타로 급부상했습니다.

 

 

--타이탄

그래도 카시니의 토성 탐사에서 최고의 주인공은 다이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타이탄은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닮은 전체입니다.

기후와 침식 지형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지질 활동도 활발합니다.

지구처럼 주로 질소로 구성된 대기가 있으며

무엇보다 액체 상태의 호수와 바다가 존재합니다.

액체는 거의 메탄과 에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메탄과 에탄은 질소와 섞이면서 구름과 비를 만듭니다.

이 비는 지구의 비오는 날처럼 하늘에서 지표면으로 후두둑 떨어집니다.

 

만약 타이탄에 생명이 있다면

그것은 지구와 다른 유기물 환경에서도

얼마든지 생명이 생겨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2004년의 크리스마스날

하위헌스가 카시니에서 분리되어 위험천만한 하강을 시작했습니다.

하위헌스를 설계할 당시에는 타이탄의 표면 상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위헌스의 설계 목표는

암석 지대이든 바다든 어떤 표면이든 그저 무사히 착륙해서 수명이 다할 때까지 소량의 정보라도 전송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위헌스는 타이탄 진입 때부터 강풍에 시달렸습니다.

진입 후에는 짙고 두꺼운 스모그 때문에 태양을 추적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래도 낙하산으로 겨우 속도를 늦추면서 얼음 자갈들이 흩어져 있는 곳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록 자욱한 안개와 짙은 대기 때문에

본스텔의 그림처럼 하늘에 떠 있는 토성을 포착할 순 없었지만

하위헌스는 악조건 하에서 귀중한 데이터를 전송했습니다.

 

하위헌스의 데이터는 카시니가 일차로 수집해서 지구로 쏘아 보내졌습니다.

하위헌스 팀의 연구원 마틴 토마스코는

그때 일을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이 데이터들을 얻기 위해 얼마나 사투를 벌였는지 모릅니다. ”

 

하위헌스는 주로 타이탄의 대기를 조사했습니다.

이 자료들은 2027년에 발사 예정인 타이탄 드론 탐사선을 제작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임무 종료

2017915일 카시니가 토성의 대기 속으로 추락했습니다.

13년 동안 탐사 임무를 수행하면서

토성과 그 위성들의 비밀을 밝혀내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전송한 뒤

스스로 임무를 종료한 것입니다.

 

카시니의 업적 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일 겁니다.

우주의 다른 세상에서 생명을 찾기 위한 노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점.

 

비록 온기 어린 태양광이 닫지 못하는 변방이지만

토성의 위성들은 내부에 열에너지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 에너지들은 지질 활동과 대기의 순환, 액체 상태의 바다를 유지하게 하면서

12km 떨어진 우리로 하여금

생명체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들었습니다.

 

지구와 대기 조성이 가장 흡사한 타이탄은

지구 생명 출현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줄지도 모릅니다.

 

엔셀라두스의 심해 열수분출공에서는

극한 미생물들의 흔적이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능성을 열어준 것만으로도

카시니 하위헌스의 탐사 임무는 성공적입니다.

 

상상 속 토성이 결국 현실로 다가온 것처럼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상상했던 타이탄의 거주자도

언젠가 현실로 다가올 날이 올까요.

 

카시니 덕분에

우리는 다른 세상에 대한 시각이 더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북툰이었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