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세상보기] 학대 받는 동물을 보며 지나치게 괴롭다면

Buddhastudy 2023. 4. 20. 20:25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사랑했고

지금은 동물 봉사단체에 후원하거나

학대 동물을 구청에 구조 요청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학대받거나 고통받는 동물들의 현실을 볼 때면

제 고통이 너무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을 보기라도 하는 경우에는

몇 날 며칠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고통스럽고 힘들어집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고 어떤 관점을 가져야 이 괴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요?//

 

 

--문제의식은 좋지만 그것이 지나치다면

나무 한 그루도 아끼고

풀 한 포기도 아끼고

새 한 마리도 아끼는 건 참 좋은 거예요.

 

근데 질문자는 그게 조금 지나치다.

지나치다는 기준도 세계 보통 사람의 평균치에 비해서 그렇다는 거예요.

 

그게 지나쳐서 이제는

누가 풀 베는 걸 보고도 내 팔을 베는 것처럼 가슴 아프고

나무 베는 걸 보고도 사람 목을 치는 것처럼 가슴 아프고

소의 멍에 같은 걸 보고 감옥에 갇히듯이 가슴 아프다고 하면

질문자는 출가를 해야 합니다.

 

부처님은 소가 멍에를 쓰고 밭을 갈고 힘들어 하는 걸 보고

가슴 아파하셨거든요.

 

새가 벌레를 쪼아 먹는 걸 보고

왜 하나가 살기 위해서는 하나가 죽어야 할까?

같이 사는 법은 없을까?

왜 사람이 편리하기 위해서 소는 저렇게 고통스러워야 할까?

왜 왕족들이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는 노예들이 저렇게 고통스러워야 할까?

함께 행복해지는 길은 없을까?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왕위도 버리고 출가를 해서

왜 인간은 이런 고뇌가 있을까를 탐구하고 탐구하셔서

깨달음을 얻고 편안해지셨다.

그런 구도심으로 가면 그 문제의식은 참 좋아요.

 

 

--문화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동물에 대한 생각들

근데 소고기는 먹으면서 개고기는 먹지 말라 하고

돼지고기는 먹으면서 고양이고기는 먹지 말라 하면

이것은 모순이라는 거예요.

 

인도에서는 절대 먹지 않는 소고기를 한국 사람은 먹는다고

인도 사람은 성인이고 한국 사람은 죄인일까요?

아니잖아요.

식성(식문화)이 다른 거죠.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는 절대 안 먹고

우리는 돼지고기 좋아하잖아요.

그 문화가 다르다는 거예요.

 

한국 사람이나 만주나 이쪽 지역은 개가 식용이었어요.

그러면 유럽에서는 안 먹고 한국에서는 먹는다고

한국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보는 것은 옳지 않아요.

 

그런데 오늘날 가치가

서양적 가치 기준으로 돼 있기 때문에

서양 사람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죠.

왜냐하면 정글에서 또는 이민 가서 정글에서 생활할 때

개는 자신을 보호하는 아주 든든한 우군이란 말이에요.

집을 지키고 사냥을 하는데

개는 그냥 한 가족이에요.

우리가 생각하는 개가 아니고 한 가족이란 말이에요.

 

자기 가족을 죽이거나 잡아먹는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런 문화와

식용으로 개를 키우는 농경 문화와는 다르다는 얘기에요.

 

근데 우리는 한 가지 문화로

모든 것을 판단해 나가는 거예요.

 

 

--사랑하기 때문에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일까?

그러다 보니까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났을 때

이 애완용 동물동호회는 돈을 내서 전세 비행기를 띄워서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버려진 애완용 동물을 유럽으로 데리고 가면서

수많은 사람은 버린다는 거예요.

사람은 자기가 아끼고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럴 수는 있어요.

이걸 나쁘다고 말하면 안 돼요.

사람은 다 자기 좋아하는 게 있고 자기 기호가 있으니까.

 

그래서 그것이 절대적인 선인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또 그걸 절대적인 악인 것처럼 비난해서도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질문자가 동물들의 그런 아픔을 보면서

동물 해방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만

거기에서 질문자가 늘 슬피 울고 괴롭고 가슴 아파한다면

이거는 정신적인 질환에 속하는 거예요.

 

나무 베는 걸 보고 완전히 사람이 넘어가면

어떻게 그거를 아끼고 사랑한다, 그러겠어요.

우리가 선택을 한다면 사람 목숨을 더 우선시하자는 것과

짐승 목숨은 필요 없다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런 얘기에요.

 

 

--집착이 괴로움을 불러

남의 목숨을 내 목숨처럼 생각하고

남의 나라도 우리나라 사람처럼 생각하고

동물들도 사람처럼 생각하자는 것은

평등성을 넓혀가는 과정이에요.

 

자기 목숨은 팽개치고 남의 목숨을 구하고

자기 가족은 팽개치고 남의 가족을 구하고

자기 나라 사람은 다 죽어도 남의 나라 사람을 구하고

사람은 다 죽어도 짐승만 구한다고 하면 그것은 성인이냐?

그렇지 않아요.

그것은 오히려 불평등이에요.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건 좋지만

동물을 아끼고 사랑한다면서

아파트에서 개 짖는 소리가 이웃집에 방해된다니까

성대를 제거하고

귀찮다고 꼬리를 자르고

옷을 해 입히고 색깔을 칠하고 하는 것은

다 사람이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이에요.

 

그것이 개나 고양이가 원하는 걸까요?

개나 고양이가 진짜 원하는 것은

자연 속에서 그냥 사는 거죠.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가치가 형성되고

그걸 중요시하는 문화가 지금 형성돼서

정신이 거기에 딱 집착돼 있어요.

그래서 다른 것은 잘 안 보인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동물도 사람처럼 가능하면 자유롭게 살도록 하는 그 좋은 마음이

너무 지나치고 과잉이 돼서

사로잡힘, 강한 집착으로 인해서

질문자에게 괴로움이 생겼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동물 애호 운동을 하지만 거기 너무 집착을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