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나에게 무심해진 아내를 어떻게 옛날처럼 되돌릴 수 있을까요? (2024.05.04.)

Buddhastudy 2024. 5. 15. 19:20

 

 

저의 큰 즐거움 중의 하나가

직장에 갔다 와서 저녁에 아내와 같이

직장에서 생겼던 일, 사회 이야기,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맥주 한잔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십 년 동안 잘하던 아내가

요즘에는 말도 잘 안 들어주고

맥주 안주도 잘 준비해 주지 않고

또 제가 말하면 토까지 답니다.

그러다가 더 심해지면

제가 술 마시며 이야기하는데 혼자 가버립니다.

가서 뭐 하나 하고 보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요즘 사는 재미가 없습니다.

아내를 어떻게 하면 옛날처럼 되돌릴 수 있을까요?//

 

 

질문자는 예전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요. 적게 벌어요?

 

그러면 지금 부인은 남편이 없어도 살 만하다는 얘기네요?

 

옛날에는 질문자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으니까 듣는 척했고

지금은 너 없어도 나는 살 수 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자립이 된 겁니다.

그래서 부인도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려는 거예요.

 

질문자가 부인을 그렇게 도와줬잖아요?

재산도 넘겨주고 이렇게 저렇게 조언도 많이 해주었잖아요.

 

부탄에 가면 시골까지 모든 지역에서

초등학교부터 영어로 수업을 합니다.

교육을 받은 모든 아이는 영어를 할 줄 압니다.

그리고 부탄에는 시골까지 인터넷이 다 되도록 해 놓았어요.

 

제가 아주 외진 시골에

학생 열몇 명밖에 안 되는 학교에 가서 필요한 것을 말하라고 했어요.

저는 학생들이 노트 주세요’, ‘볼펜 주세요’, ‘사탕 주세요’, ‘축구공 사 주세요

이럴 줄 알았는데,

스마트 TV 사 주세요하고 대답했습니다.

 

조금 더 큰 읍내 학교에서는

스마트 보드를 사 달래요.

그래서 제가 스마트 보드가 뭐냐고 물어봤어요.

저도 그게 무엇인지 몰랐거든요.

 

그럴 정도로 10학년까지 의무교육이 정말 잘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심각한 부작용이 생겼어요.

교육받은 청년들이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살려고 하지 않아요.

그래서 시골에는 농사지을 사람이 없습니다.

 

부탄 정부 역시

이렇게 교육받은 청년들이 일할 만한 일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는 형편이 안 돼요.

우리는 영어를 못하니까 유튜브를 봐도 그림만 보잖아요.

그런데 부탄의 청년들은 영어가 되니까

유튜브를 보고 많은 것을 알게 되어서

전부 다 외국으로 가려고 합니다.

 

특히 호주에서 이민자들을 많이 받아 주니까

너도나도 다 호주로 갑니다.

제가 20대 젊은 공무원에게 물어봤더니

자기 친구 중에 몇 명 안 남고, 다 외국으로 갔다고 해요.

 

교육해 놓으면 모두 밖으로 나가고

그렇다고 교육을 안 하면

계속 낙후된 상태로 살아야 하고

부탄은 지금 딜레마에 빠졌어요.

 

그것처럼 질문자도 지금 딜레마에 빠진 겁니다.

부인을 자립시켜 놓으니까 알아서 살려고 하고

그렇다고 자립을 안 시키면

부인이 능력이 없어 같이 사는 재미가 없고요.

질문자와 대화도 하고 같이 뭔가 하려면

부인이 좀 똑똑해야 하잖아요?

 

그동안 술 마셔 가면서

정치 얘기도 하고, 온갖 사회 얘기를 해서

부인도 좀 똑똑해진 겁니다.

질문자가 돈도 벌어 넘겨줘서 재정도 어느 정도 자립이 되었지요.

그리고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자꾸 들으니까 스님이

네가 네 인생의 주인이 되어라!’라고 하지요.

 

예전에는 남편이 제일 똑똑한 줄 알고 숙이고 살았는데

이제 나이가 육십이 넘어가니까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겁니다.

좋은 현상이에요? 나쁜 현상이에요?

 

질문자만 나쁜 현상이라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 좋은 현상이라고 해요.

그러니 이제 질문자도 생각을 바꿔야 해요.

 

부탄도 원래 왕조 사회였는데

국민이 반왕정 데모를 하기 전에

왕이 스스로 권력을 내놓고 입헌 군주제로 바꿨거든요.

권력을 다 의회에 넘겨줬는데도

국민은 더 왕을 사랑하고 좋아해요.

 

질문자도 저녁마다

집에서 술 마시는 것도 이제 그만하고,

또 술을 마시더라도 자기 얘기만 하지 말고

부인의 얘기도 좀 들어주어야 합니다.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들으면 어떤지 그 얘기도 좀 들어주세요.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옛날처럼 생각하면

이사 갈 때 질문자를 두고 가는 일이 생겨요.

 

그러니 질문자가 조금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옛날에는 그랬는데...’ 하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한국에서는 꼰대라고 그래요.

 

이제 옛날 얘기는 그만하고

변화된 시대에 맞춰서 부인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질문자가 밥도 해주고, 설거지도 해야 합니다.

 

...

 

다행이에요.

한발 더 나아가서

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존중해 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부인들도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제 부인들에게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남편이 내 남자예요? 아들이 내 남자예요?

 

그런데 대부분의 부인들이

남편은 내 남자가 아니고

내가 낳아 키운 아들을 내 남자로 생각해요.

그래서 아들에게 훨씬 더 많은 정성을 기울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서 아들이 크면

그때부터 아들은 절대로 내 남자가 아니지요.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다른 여자의 남자에게 너무 공들이지 마세요.

 

아무리 젊고 좋아도

내 남자가 아니고 남의 남자입니다.

조금 늙고 못생겨도

지금 옆에 있는 남편이 내 남자니까

내 걸 확실히 챙겨야 합니다.

 

평균적으로 한국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4살 정도 나이가 많은 상태로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6살 정도 더 깁니다.

이걸 일반화해서 보면

평균적으로 부부지간에 여성이 남성보다 10년 정도 더 오래 산다고 볼 수 있어요.

 

제가 얼마 전에 노인들 170여 분을 모시고

노인잔치를 했습니다.

노인잔치에 가보면 대부분 여성이 90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시골에서 할머니들이 하는 한결같은 얘기가

늙어서 영감 일찍 죽는 것보다 더 큰 복은 없다하는 겁니다.

 

노인정에 가봐도 영감들은 푸대접을 받습니다.

왜냐하면 할머니들끼리 모임을 하면

부엌에서 같이 음식을 만들고, 상도 하나를 차려서 같이 먹지 않습니까?

그런데 영감이 오면

따로 차려 주어야 하고, 설거지도 해줘야 합니다.

 

만약 시어머니를 모신다면 잔소리하는 문제는 조금 있지만,

밥도 해주고 설거지도 해주고 손자도 봐주는 역할을 하잖아요.

하지만 홀로 된 시아버지를 모신다면

밥상도 차려줘야 하고, 잠자리도 봐줘야 해서 일이 아주 많아요.

 

만약 부인이 사별하든 이별을 하든

헤어져서 남자가 혼자 있게 되었다면

돌봐 줄 사람 중에

부인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을 수 없습니다.

자녀에게 아무리 많은 재산을 물려줘도

노인이 되거나 병이 났을 때

자녀가 보살피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남자들은 부인보다 먼저 죽는 걸 복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지금 부인한테 잘해야

내가 숨넘어갈 때까지 그래도 밥이라도 제대로 얻어먹고

똥오줌 싸더라도 제대로 씻겨 주고 보살펴 줍니다.

 

나이가 들면

여자는 내 남편 보살피는 게 중요하고

남자는 내 부인 보살피는 게 큰 투자입니다.

 

다른 사람한테 한눈을 팔면 안 돼요.

이런 걸 알고 서로를 아껴야 합니다.

 

스님이 뭐 결혼도 안 해보고 어떻게 아냐고 하실 수 있어요.

저는 시골에 있으면서 노인들을 늘 모시고 살기 때문에

노인들과 대화를 많이 합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미있어요.

 

옛날에 한국 같은 경우

부모가 보통은 60세 정도에 돌아가시기 때문에

내가 부모를 20년 모시고, 다시 내 아들이 나를 한 20년 모시고,

그러다 죽으면

또 다음 세대가 20년 모시고,

이렇게 내가 모신 만큼 내가 대우를 받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평균 연령이 80세까지 늘어나서

지금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은 40년을 모셔야 합니다.

그런데 자녀 수는 확 줄어서

현실적으로 부모를 모실 수 없는 조건이 되었습니다.

 

지금 제 친구들을 보면

나이 70이 되어서도 90이 된 부모를 모시고 삽니다.

나이 70이면 노인이잖아요.

노인이 노인을 모시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자녀들이 돌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가 낳은 자녀들에게 실망하고 섭섭해지기 쉽습니다.

이제는 자녀에게 의지하지 말고

부부끼리 서로 협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부터 남자들은

젊을 때 돈 좀 벌었다고 너무 큰소리치지 말고

뻣뻣한 고개를 좀 숙이고 보들보들해져야

명대로 살 수 있어요.

안 그러면 명대로 살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