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마주한 그녀의 모습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그녀가 올라선 곳은 높이 12미터
평양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을밀대 지붕이었습니다.
그녀는 왜 무슨 일로 이 높은 곳에 홀로 앉아있었던 걸까요?
그녀가 살던 시대는 고무신에 열광하던 시대였습니다.
그중 흰 고무신은 시골여성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죠.
그야말로 고무신으로 떼돈을 벌던 시대.
그리고 고무신이 사람을 잡던 시대이기도 했죠.
130도 가마솥 옆, 찐 고무 냄새를 맡으며
하루 15시간 쉴 틈 없이 일해도
고무신 한 켤레 값보다 못한 하루 임금 ‘30전’
불량품마다 매긴 ‘벌금’
온갖 욕설과 구타, 일상화된 성희롱
처참한 환경에서 억 만 켤레 고무신을 만들어도
제 집 아이들에겐 고무신 한 켤레를 신기지 못해
한 겨울에도 발을 보내야만 했던 막막한 여공들의 생계.
그런 그들에게 믿기 힘든 소식이 전해집니다.
1929년 세계 대공항의 여파 고무업계의 결정
임금 17% 삭감, 정리해고
이대로는 살 수 없다.
단식투쟁을 시작한 조선의 여공들에게
일제의 기마경찰대 수백명이 달려와 무차별 폭행, 구속합니다.
빼앗긴 나라
빼앗긴 생존권
지붕 위 그녀, 강주룡도 그들 중 한명이었습니다.
‘내 한 몸뚱이 죽는 것은 아깝지 않습니다.
대중을 위해서 나를 희생하는 일은
명예스러운 일이란 것이 내가 배운 가장 큰 지식입니다.’
을밀대에서 일제 경찰에
체포된 강주룡은
식음을 전폐, 침묵으로 항의한다.
그녀가 지붕에 오른 지 10일후
평원 고무 공장은 임금 삭감을 철회한다.
일제강점기
수천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켜낸
한국 최초의 여성 노동운동가
강주룡 (1901~1932.8.13)
이요원
강주룡을 기억하여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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