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꿈을 꾸는지 항상 의문이었습니다.
최근에 뇌과학이 뇌가 꿈을 꾸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뇌가 꿈을 꾸게 된 이유는 바로 지구의 자전 때문입니다.
아니, 지구의 자전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냐고요?
이 설명을 위해서는 최근에 밝혀진 뇌의 특성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뇌의 가소성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가소성은 뇌의 유연성을 말합니다.
뇌는 담당 영역이 정해져 태어나지 않고
평생동안 신체의 상황과 주변 환경에 따라 적응하면서 구조를 바꿉니다.
뇌신경 세포들이 계속해서 재배치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파스쿠알레오네의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의 눈을 5일 동안 가려둔 채
집중적인 점자 훈련을 시켰습니다.
이들은 눈을 가리지 않은 대조군들 보다 월등히 점자를 잘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의 뇌에 나타난 변화였습니다.
이들은 촉각을 사용할 때,
원래는 시각에 사용되던 후드피질을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시각을 담당하던 뇌의 영역이 촉각을 담당하도록 바뀐 것입니다.
그리고 안대를 풀자마자 하루도 안 돼서
촉각이나 소리에 후두피질이 반응하는 현상이 사라졌습니다.
즉 후드피질 다시 시각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뇌가 이렇게 구조를 바꾸는데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더 빠릅니다.
실험 결과 눈을 가린 지 40~60분 만에
시각감각에 사용하던 신경세포들은 청각이나 촉각에 사용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뇌에서는 이렇게 마치 그 옛날 국가들이 영토 전쟁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감각들 사이에 영토 전쟁이 실시간으로 일어납니다.
이렇게 빠르게 환경과 신체 변화에 적응하는 뇌의 가소성은
지구의 자전이라는 환경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촉각, 후각, 미각, 청각 등 다른 감각들과는 달리
시각은 지구의 자전이 만든
밤이라는 환경에 유일하게 타격을 입었습니다.
빛이 없는 시간에 시각을 사용하지 않게 된 것이죠.
매일매일 찾아오는 장시간의 어두움이란 환경에서
시각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시각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다른 감각들에게 내어줘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뇌는 시각 시스템이 불공정한 조건을 극복하도록 하기 위해
밤에 시각을 주로 담당하는 영역, 후두피질이 활동하게 만들었습니다.
밤에도 시각을 사용하도록 한 것이죠.
바로 꿈입니다.
짧은 시간에도 영역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어둠이라는 12시간의 시간을 견디는 방법을 만든 것입니다.
물론 현대는 밤에도 전기로 인해 빛이 있지만
우리의 신체는 인류 역사 중 전기가 없던 99.9999%의 기간에 맞춰져 있죠.
그러면 우리는 자는 도중 언제 꿈을 꿀까요?
우리가 꿈을 꾸는 건 렘수면 중에 일어납니다.
렘수면은 뇌간의 뇌교라는 곳에 있는 특정 뉴런들에 의해 촉발되는데
이 뉴런들의 활동 덕분에 주요 근육들이 꿈꾸는 동안 마비가 됩니다.
그래서 꿈속의 행동을 현실에서 하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뇌간에 이런 기능이 정교하게 발달한 것이
꿈이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꿈꾸는 동안 뇌간에서의 활동의 스파이크 파동이 시작되어 후두피질에서 끝납니다.
스파이크가 후두피질에 도달하면 뇌간의 활동은 시각적 경험이 됩니다.
눈으로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꿈이 개념적이거나 추상적이지 않고 그림이나 영화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핵심적인 사실은
밤에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이 활동이 정확히 딱 한 곳
후두피질로만 유도된다는 점입니다.
뇌의 많은 영역이 이 회로와 연결되어 있지만
유독 시각의 영역인 후드피질로만 향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태어날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은 꿈을 어떻게 꿀까요?
이들은 꿈에서 시각적인 이미지를 보지 않고 다른 감각 경험을 합니다.
시각을 담당하는 후두피질이 청각이나 촉각의 영역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꿈은 소리를 듣는 꿈이나 촉각으로 느끼는 꿈으로 꾸는 것입니다.
렘수면은 나이를 먹을수록 감소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유아는 수면 시간 중 절반은 렘 상태로 보내는 반면
어른은 10~ 20%밖에 되지 않습니다.
노인이 되면 더 줄어들죠.
그래서 어릴수록 꿈을 더 많이 꿉니다.
이것은 뇌 안에서 감각들이 영토 전쟁을 벌이는 것이
‘민감기’라고 불리는 만 6세 정도까지는
뇌 가소성이 가장 유연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각 감각 영역들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래서 7살이 넘어 시간을 잃은 사람들의 꿈에는 시각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합니다.
나이를 먹은 뒤 시각을 잃은 사람들의 후두피질은
다른 감각들에 덜 점령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리는 왜? 꿈을 자세하게 기억하지 못할까요?
이것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꿔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해마가 렘수면 중에는 활동을 덜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행동과 관련이 많은 전전두엽피질도
활동을 덜 활발히 하는데
그래서 아마도 꿈에서는 뭔가 말이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추측합니다.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꿈의 핵심 목적이 다른 감각들과의 영토 전쟁에서
시각피질을 돕는 것이기 때문에
뇌가 해마와 전전두엽피질을 닫아두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간과 같이 일부 포유류는 미숙한 상태로 태어납니다.
혼자서 걷거나 먹이를 구하거나 체온을 조절할 수 없습니다.
반면 기니피그, 양, 기린처럼 성숙한 상태로 태어나는 포유류도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자궁에서 나올 때부터 이빨과 털이 나 있으며, 눈도 뜰 수 있습니다.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도 있고, 태어난 지 1시간 안에 혼자 걸으며
고형음식도 먹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도 단서가 있습니다.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는 뇌는 가소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태어난 후 세상에서 적응하고 균형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상황에 맞는 감각들을 더 발달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는 뇌들은
렘수면도 다른 동물들에 비해 최대 8배나 많이 합니다.
대부분이 형성되어 태어나는 동물들의 뇌는
밤에 전투가 그리 필요하지 않은 것이죠.
시각 시스템이 다른 감각에 땅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두운 밤에도 시각 시스템을 활성할 방법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미래에 다른 행성의 생명체들을 발견한 날이 왔는데
그 행성은 자전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우리와 비슷한 뇌와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꿈을 꾸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꿈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아왔습니다.
아직도 꿈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지만
꿈은 분명히 우리에게 소중한 것임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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