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즉문즉설//제323회 친구사이

출처: BTN

 

네. 내버려 두세요. 그냥. 싸우든지 친하든지. 그냥 내버려 두라고. 자기들의 인생이니까. 아니 그러니까 내버려 두라고. 자기 문제지 뭐. 내버려 두면 돼요. 그냥.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말고. 저그야 싸우든지 안 싸우든지 저그 인생이지 관여 안 하면 되지. 네. 자기가 거기에 민감하게 남의 인생에 간섭해서 자기가 지금 고뇌가 생긴 거니까. 그런 생각도 하지 마세요. 그냥 놔두면 돼요. 이럴 수도 없다고 외면한 척, 아는 척, 붙여줘야 된다, 떨어줘야 된다, 해결해줘야 된다. 이런 생각을 할 필요 없이. 그냥 놔두면 돼요.

 

소나무, 소나무 보고. 감나무, 감나무 보듯이 그냥 놔 놓고. 둘이가 같이 오면 같이 오는 대로, 혼자 오면 혼자 오는 대로. 내가 ‘둘이 싸운다.’ 이런 생각을 안 해버리고 대하면 돼요. ‘둘이 싸운다.’ ‘둘이 안 좋다,’ 이런 생각을 내 신경에서 딱 꺼버리고. 그냥 내 하고 싶은 데로 둘이 모아놓고 셋이서 놀기도 하고, 하나 없으면 하나 데리고 놀기도 하고, 저그 둘이 싸우는 거를 내가 개념을 안 해버리는 거요. 저그 문제니까.

 

그래가지고 이쪽이 뭐라고 뭐라고 그래도 “어, 그러냐?” 저쪽이 뭐라고 그래도 “어, 그러냐? 알았다.” 이러고 그냥 넘겨 버리면 돼요. 그러면 지가 떨어질 거요. 어느 하나가. 어느 하나가 ‘언니도 문제다.’ 하고 욕하고 가든지. ‘친구가 문제다.’고 욕하고 가든지. 그럴 때도 그럼 지가 알아서 떨어지지 내가 뭐랬을 필요는 없다는 거요.

 

그런데 인생의 문제는요.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되요. 그런데 우린 늘 내가 남을 대신해 줄 수 있다고 착각하고 산다는 거요. 남편 술 먹는 거, 그것도 고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거요. 한두 번 얘기해보고 안 고쳐지면 놔두면 돼요. 많이 드세요. 그냥. 먹고 싶거든. 그러고 빨리 죽으면 빨리 죽으면 내 시집 한 번 더 가고. 두세요. 이렇게 놔두는 게 좋아요. 핑계 치는 거 하고 틀려요.

 

여러분들은 늘 집착했다가 외면했다가 하거든요. 내가 얘기했다가 말 안 들으면 미워해 버려요. “그럼 죽든지 말든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그걸 인정해주면 돼요. 그 사람의 삶이니까. 우리 삶이라는 게 남이 얘기한다고 고쳐지는 거 아니에요. 우선 자기가 자기 인생을 봐도 자기 성격이나, 일어나는 거나, 습관 고치려고 하면 잘 고쳐져요? 안 고쳐져요? 안 고쳐져. 자기 것도 고치기가 진짜 어려운데 어떻게 내가 남의 걸 고쳐요.

 

그래서 고치려면 내 것만 고치면 돼요. 내 것만. 내 고칠 것도 지금 굉장히 많잖아. 내 것도 못 고쳐서 헐떡거리면 내가 뭐라고 그래요? “놔둬라. 생긴 대로 살아라.” 이렇게 얘기하는데. ‘남을 고친다.’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우린 자꾸 남을 고치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두 사람이 싸우는 걸 화해시키는 방법은 두 사람을 고쳐서 화해시키는 게 아니라. 내가 두 사람 싸우는 것에 개념 안 하고 두 사람을 대하는 게 화해에요. 내가 어려운 거지 그 사람들 문제가 아니다. 이 말이오. 내가 거기 자꾸 잔신경을 쓰는 거지. 그 사람들의 인생이거든요.

 

인생은 늘 이래요. 엄마는 이렇게 얘기하고, 아빠는 이렇게 얘기하고, 친구는 이렇게 얘기하고, 누구는 이렇게 얘기하고. 미국 가면 “한국에 스님들 많은데 왜 스님 한국에 계시느냐.”고 “미국에 와 있어라. 미국엔 스님도 몇 명 없다.” 이렇게 얘기하고. 독일 가면 “독일에 있어라.” 그러고. 호주에 가면 “호주에 있어라.” 그러고. 한국에 오면 “왜 자꾸 외국에 돌아 다니느냐? 한국에도 일이 많은데.” 이렇게 말하고. 뭐 또 구호활동 하는 사람들 모이면 “왜 스님이 종교를 좀 초월해가지고 불쌍한 사람 **면서 요즘 맨날 법문하고 돌아 다니느냐.” 이러고.

 

또 어떤 사람은 오늘도 아까 누구 만나니까. “스님이 개인 상담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에게 나라를 바꾸라고 얘기해 줘라.” 그러고. 또 그런 얘기 하면 또 “중이 정치한다.”고 뭐라고 그러고. 이게 사람의 요구가 다 같아요? 달라요? 다 달라. 다 자기 식대로 얘기하고 자기 식대로 평가하고 그래요. 그래서 어젠 또 뭐요? “왜 스님이 탈북자 그거 송환문제 발언을 안 하시느냐?”고 질문자가 들어와 나한테 성질 내고 덤비는 거요.

 

“왜? 스님이 옛날에 탈북자 돕더니 요번에 한 번도 코빼기도 안내 보이냐?” 이러고. 제주도 강경 마을에선 전화와가지고 “스님이 왜 평화 운동하면서 해군기지 건설하는데 안 나오느냐?” 그러고. 또 뭐 원자로 핵발전소 반대하는 사람들은 또 전화와가지고 “후쿠시마 원자로가 얼마나 위험한데 스님 같은 사람이 앞장서서 반대하지 왜 안 하냐?” 그러고. 4대강 하는 사람 또 “4대강 하자.”고 맨날 찾아오고. 아시겠어요? 어떤 사람은 정당 신당 만들자고 찾아오고.

 

또 어떤 스님은 또 와가지고 “다 세상이 필요 없다. 결사조직을 해서 우리 3년간 들어가 가지고 두문불출하고 결사를 해서 불교를 새롭게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고. 다 틀려요. 전부 다 자기 요구를 위해서 필요하게 얘기한단 말이오. 산다는 게 그런 속에 살고 있는 거요. 사는 것 자체가. 그런데 그 누구도 잘못된 사람 없고 누구도 나쁜 사람 없어요. 다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산단 말이오. 그 사람들이. 그러면 해 줄 수 있는 건 해주고 못 해주는 건 못 해주고 그래요.

 

그게 인생이라는 거요. 그런데 다시 얘기하지마는 내가 원하는 것이 세상에 내 뜻대로 다 되는 게 아니다. 그거 안 된다고 괴로워하면 인생은 죽을 때까지 괴로워하다 살아야 되요. 그러니까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고. 안되는 게 훨씬 많아요. 그렇다고 괴로워하면 안 돼요. 안되면 다시 해 보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하면 되는 거고. 또 세상 사람이 나한테 원하는 거 내가 다 들어 줄 수가 없어요. 내가 최선을 다해서 들어줄 수 있는 건 들어주고 못 들어주는 건 못 들어주고 그래요.

 

그래서 거기에도 욕심을 내면 안 돼요. ‘내가 다 들어줘야 된다.’ 이래 생각하면 자기가 지쳐요. 여러분도 사는 거 똑같을 거요. 시어머니 얘기하는 거 다르고, 남편 얘기하는 거 다르고, 자식 얘기하는 거 다르고. 어제도 누가 그래요. “애가 이혼하라,”고 그런데요. 애 핑계 대는 거요. 자기가 이혼하고 싶나 봐. “엄마, 그래 사느니 이혼하라.” 그런다. 애가 이렇게 얘기하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이래. 애 핑계 되는 거요.

 

그러니 내가 말하는 거는 그거 무슨 친구하고 무슨 동생하고 싸우는 거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거 싸웠다 해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거 싸웠다고 원자로 터지는 것도 아닌데. 싸우게 놔두면 된다. 이 말이오. 뭐 그게 큰일이라고 죽겠다고 난리요. 진짜 별일 없구나. 할 일 없구나. 그게 큰일 인 거 보면. 그러니까 내가 들으면 편안하단 얘기요. 인생이 별로 할 일이 없구나. 그러니까 그게 큰일이지. 그런 거는 그냥 빙긋이 웃으면 돼요.

 

저그끼리 싸우고 뭐라고 뭐라고 그러면 빙긋이 웃으면서 그냥 내버려 두면 돼요. 저그끼리 싸우다 지치면 싸울까? 안 싸울까? 안 싸워요. 지가 알아서 성질나면 지가 갔다가 또 몇 년 있다 또 슬그머니 연락 오고 그래요. 놔두면 돼. 세상이 다 조정 못 해요. 어떻게 이 세상일을 다 조정하겠어요? 비 오고 안 오는 것도 우리가 조정 못 하는데. 봄에 곡식이 타들어 가도 비 안 올 때 있어요? 없어요? 있고. 여름에 홍수 나서 집 떠내려가는데도 비가 더 올 때도 있고 그래요.

 

그거 비 많이 오면 그냥 도망가는 수밖에 없고, 비 안 오면 그냥 우물 파는 수밖에 없고.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다. 인생이 조금 느긋해야 되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너무 조그마한 일 내 맘대로 안 된다고 불안하고 이렇게 사니까 100년도 안 되는 인생을 늘 괴롭게 산다. 조금 느긋하게 사세요. 느긋하게 산다는 건 게으르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부지런하게 살되 되고 안 되고는 어디 맡겨라? 옛날부터? 하늘에 맡겨라.

 

되면 좋고. 안 되도 그만이고. 이렇게 생각을 해야 돼. 그래야 자기 일을 좀 온전하게 추스르고 살지. 안 그러면 못살아요. 이 등쌀에 이 세상의 등쌀에 볶이다가 제풀에 꺾여 죽어요. 그러니까 조금 느긋하게 생각을 가지고 오늘 아침에 딱 눈떠보니 살았어요? 죽었어요? “살았다. 아이고 기분이다. 오늘 살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세끼 밥 먹는 것만 해도 좋게 생각하고. 북한에 요즘 밥을 못 먹어 죽겠다는 그런 얘기 난 매일 듣기 때문에 밥 먹는 것만 해도 큰 행복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