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온 가족이 교회에 다닌 지 1년 6개월이 되었습니다.
초심자였기에 교회에서 시키는 대로 순종하며 소규모 그룹에 참여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벙어리과였던 제 남편이 그 모임에 나가면서 점점 밝아졌어요.
처음에는 내심 감사했는데,
이 남자가 모임에서만 활짝 웃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입을 꾹 다무는 겁니다.
스님께서 ‘강아지는 대답하지 않아도 예쁘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남편을 강아지라고 생각하려 해도,
화가 치밀어 올라 교회에 나가는 것조차 싫어지네요.
제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교회에 다니신다고요?
그럼 오늘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데
‘기쁘다 구주 오셨네’ 노래 한 번 불러보실래요?
하하하. 뒷소절은 잘 모르시나 봐요.
재치가 있으시네요.
이번에는 제가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질문자가 평소에 부모님께 용돈으로
매일 만 원을 받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5만 원쯤 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어요.
하지만 부모님께서 2만 원을 주셨어요.
그러면 이게 좋은 일일까요, 나쁜 일일까요?
왜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만 원 받다가 2만 원을 받았잖아요?
오케이. 지금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했죠?
그럼 남편은 집에서는 말이 없었죠?
그러다가 교회를 다니면서 교회에 가서는 말을 하기 시작했죠?
그럼 집에서도 말이 없고 교회에서도 말이 없는 게 좋아요?
아니면 집에서는 말이 없더라도 교회에서는 말을 하는 게 좋아요?
물론 남편이 교회에서도 웃고 집에서도 웃으면 가장 좋겠죠.
마치 부모님이 5만 원을 주시면 좋은 것처럼요.
그러나 남편이 집에서 말이 없다가
교회에서는 말도 하고 웃기 시작했으니
이전보다 조금 나아졌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집에서도 말이 없고
교회에 가서도 말이 없는 게 더 좋아요?
아까는 일관된 게 좋다고 하셨잖아요.
...
화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만큼 남편이 안 되는 거예요.
집에서도 웃고, TV를 볼 때도 웃고, 심지어 안 볼 때도 웃고
교회에 가서도 웃으면 제일 좋겠죠.
하지만 그게 안 되는 게 남편이에요.
마치 부모님이 5만 원을 주면 좋겠지만,
그 정도는 주지 않는 것처럼요.
그럼 5만 원 안 줄 바에야 만원만 주는 게 나아요?
그래도 2만 원을 주는 게 나아요?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했잖아요.
그럼 집에서도 안 웃고, 교회에서도 안 웃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안 웃는 게 나아요?아니면 집에서는 안 웃더라도 남들과 있을 때라도 웃는 게 나아요?
...
맞아요. 그게 최고라고 이야기했잖아요.
그런데 자기가 그럴 복이 안 되는 걸 어쩌겠어요?
어떻게 하긴요. 복이 안 되는 건데요.
포기할 게 아니라,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해 보세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우리 남편이 교회에서라도 웃어줘서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하느님도 문제예요.
왜냐하면 교회에 가면 남편에게 웃음을 주는데
집에까지는 그 은총을 주지 않으시잖아요.
교회에 있든, 집에 있든, 절에 있든 차별 없이 은총을 주셔야 하는데
아직 질문자님의 믿음이 부족하니까
여기서는 은총을 받고, 저기서는 못 받는 거예요.
믿음이 더 깊어지면
어디서든지 은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교회 가도 받을 수 있고, 절에 가서도 받을 수 있고
이렇게 된단 말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꼭 교회에 가야만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질문자님도 생각을 조금 바꿔야 합니다.
먼저 하느님께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해요.
‘감사합니다.
집에서는 웃지 않더라도 교회에 가서는 웃으니
우리 남편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서 다행입니다.’
지금 질문자는
남편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자신이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럼요. 남편이 집에서도 웃으면
내가 행복해질 텐데
‘왜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느냐’고 불만을 가지잖아요.
그리고 ‘왜 나를 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보고 웃느냐’고 서운해하는데
정말 남편을 사랑한다면 이렇게 생각해야죠.
‘당신이 나를 보고 웃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집에서는 행복하지 않더라도
교회에 가서 행복해하는 당신을 보니
저는 정말 기쁩니다.’ 이렇게요.
그런데 질문자는
‘저 인간이 집에서는 웃지도 않더니, 교회에서는 웃네?
그래서 교회 가기 싫다!’ 이런 마음을 내잖아요.
교회 가서 뭘 배운 거예요?
관점을 바꿔야 해요.
그래서 오늘부터 이렇게 기도해 보세요.
자, 따라 해 보세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남편이 교회에 다니고 행복해져서 너무너무 좋아요.
우리 남편이 교회에 와서 웃어서 너무너무 좋아요.
그래요.
그렇게 기도하면 은총이 더 크게 올 거예요.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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