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다음의 얘기는 실화입니다.
그는 소반 하나를 물려받았습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어찌나 탐이 나던지 언젠가 물려받기를 내내 소원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물건이 절실했던 이유는 그곳이 감옥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간이 한없이 늘어지는 공간...
그 소반만 있으면 몇 시간이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소반을 물려준 사람은 다른 재소자였습니다.
1심 판결이 나오기 하루 전날, 이제 내일이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는지 그는 선뜻 아끼던 그 물건을 내주었습니다.
받은 이는 남의 출소에 대한 부러움보다 소반을 물려받는다는 기쁨이 더 컸으니 감옥이란 그런 곳인가 봅니다.
“수감 직후 책상과 의자를 넣어달라는(박 대통령의)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유영하 변호사
작심한 듯 “허락받고 나왔다” 고 포문을 연 변호사의 전언은 그렇게 좀 의외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윽고 쏟아져 나온 얘기들...
“황 전 총리가 친박이냐 아니냐는 국민이 판단하실 수 있을 것”
“모시던 대통령의 수인 번호를 모르는 게 말이 되나”
“그가 수차례 면회를 신청했지만 대통령이 거절했다.”
배신한 자들에 대한 괘씸함을 곱씹은 그의 말에 지지층은 수런거렸습니다.
‘누가 진짜 친박인가...’
‘배박, 그러니까 배신자는 누구인가...’
제1 야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자리 한복판에 또다시 던져진 배신의 프레임
그리고 누군가는 그 한 줌의 지지율을 모아내고자 감옥 밖에서 벌이는 혼돈의 현장...
감옥 안의 그는, 결국 정치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요, 그러므로 자신의 존재감은 소멸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차라리 감옥 안에서 들려온 얘기가 그저 소박한 책상과 걸상 얘기로 끝났더라면...
앞서 전해드린 ‘소반’에 얽힌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소반을 물려준 사람은 안타깝게도 그 다음날 석방되지 못하고 다시 감옥으로 돌아왔지만 자신의 소반을 돌려달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물려받은 사람 또한 가시방석이어서 하루 저녁을 꼬박 고민하다가 결국 그 소반을 돌려주었다는 이야기.
지극히 평범한 필부필부 간에 있었던 자그마한 양보의 소동...
소소한 회고담이었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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