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철학자는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을
망각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우리의 기억이 망각 기능을 상실하면
대부분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자폭할지도 모릅니다.
망각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바로 죽음입니다.
죽는다는 사실은 불변이지만
우리는 이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합니다.
죽음이 목전에 닥쳐야만 비로소 실감하며
커다란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니까요.
유비무환이라고 평소에 죽음을 대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바로 종교인들입니다.
그런데 종교의 수가 얼핏 작아도 수만 가지가 넘습니다.
가령 기독교 종파만 해도 수천 가지이니
과연 어느 종교가 사후에 충분한 보상을 해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치 도박처럼 베팅을 많이 받는 종교에 시선을 돌립니다.
이것이 이른바 세계 4대 종교인데
과연 사후에도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할 수 있을까요?
계약서상의 보장 내용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천국이라는 소위 말에 꿀만 빨고 사는 곳에 갈 수 있다는 것인데
투자금에 비하면 수백만 배의 이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혹자는 천국에 만족하지 않고 신의 옆자리까지 노려
많은 금액을 교단을 헌성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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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후에 어느 종교가 가장 높은 배당을 받게 될까요?
죽지 않았으니 어느 누구도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의 경험과
무속에서 얻어진 수많은 정보
그리고 도학적 탐구를 종합해
사후의 세계를 추론해 보면 어떨까요?
이제 순위 막 떨어지는 순간을 가정해 봅시다.
당신은 어느 순간부터 숨이 정상적으로 쉬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가슴에 바위를 올려놓은 것처럼 답답하면서 정신이 혼미합니다.
이때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이 뇌리에 떠오르면서 두려움과 허망함이 밀려옵니다.
특정 종교에 보험을 들어놓은 사람은 그 신의 이름을 간절히 부르겠지요.
사실 기도를 한다기보다는 천국의 보험금을 받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클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이별해야 하는 가족들에 대한 슬픔이 설움처럼 복받쳐 오릅니다.
평소 같으면 큰 충격에 몸부림치겠지만
몽롱한 의식이 마취제 역할을 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가쁜 숨이 목구멍까지 올라와 펄떡거리는 즈음엔
고통에 못이겨 이 세상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치밉니다.
그러다가 의식의 추가 죽음 쪽으로 기울어질 때 마지막 숨은 떨어집니다.
그리고는 무념무상의 상태에 빠집니다.
현실 세계에서의 시계는 고작 3분 남짓 흘렀을 뿐인데
사자는 꽤 긴 시간 동안 포맷되어 있다가
마치 잠에서 깬 듯 의식이 서서히 돌아옵니다.
만취한 것처럼 몽롱한 가운데
마치 물속에서 보는 것처럼 굴절된 화면들이 시야에 비춰집니다.
자세히 보니 낯익은 얼굴들인데 바로 가족들입니다.
그들의 슬픈 모습을 보면서 뭔가 아련한 느낌이 나는데
그것이 커다란 슬픔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마치 추억 속의 단상을 보는 것 같은 괴리감에 자신도 살짝 놀랍니다.
사자는 자신의 몸이 위로 솟구쳐 있는데도 특별히 이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이 원래 자신이 있던 곳이고
이승은 마치 출장이나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낯설게 멀어집니다.
이 부분에서 사자들은 죽음을 실감하며 새로운 차원에서의 적응을 하게 됩니다.
어느 누가 알려 준 것도 아닌데 저절로 저승의 입법을 체득해 나갑니다.
그 시간이 대략 서너 시간 정도가 됩니다.
물론 사자에 영혼이 너무 밝아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빠르게 이승과 분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자들은
유가족이 장례식이나 천도재를 지낼 때까지 머무릅니다.
이 무렵에 사자는 자신이 들어놓은 보험
즉, 종교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생전에 베팅에 대한 결실을 따져보는 시간이 된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느 종교가 천국의 잭팟을 터뜨리게 되는 걸까요?
그런데 특정 종교와 상관없이 대부분은 무속에 의해 진행됩니다.
조상신들이 나타나 사자를 저승으로 안내하게 되죠.
다만 종교 조직에 깊숙이 관련된 사자들은
그 /종교에 소속된 신/들이 /조상신/들과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자는 둘 가운데 자신의 영적 레벨에 맞는 신을 따라가게 됩니다.
물과 기름이 분리되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에 어떤 잡음 같은 건 없습니다.
결국, 종교라는 보험은 일정 부분에선 유효하지만
생전에 생각했던 것 같은 천국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이생에서 여러 종교가 난립하는 것처럼
저승 또한 같은 구조로 되어 있기에 기대했던 잭팟 못 미칩니다.
결국 종교적 보험에 상관 없이
사자의 영적 레벨에 따라 저승의 위치는 결정됩니다.
이에 적지 않은 사자들이 생전에 종교를 버리고
조상신들과 어우러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현대문명의 이르러서도 무속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 핵심 이유입니다.
티벳 불교의 사자의 서에 보면 경을 읽어
사자의 원한을 씻어 주는 행위를 강조하는 데
사실상 생각만큼 효험은 없습니다.
이는 마치 기독교에서 회개하면 구원받는 논리와 비슷한데
마음의 위안은 될지언정 그로 인한 영역의 상승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살아생전에 자신의 정신을 돌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바로 /수행/ 말입니다.
아무튼 죽은 뒤에 남는 것은
달랑 정보 하나입니다.
그 /정보의 질/에 의해 저승의 삶은 천태만상으로 갈라지게 됩니다.
저급한 신들끼리 칙칙한 공간에서 뒤섞이면 이것이 지옥이고
밝고 깨끗한 신들끼리 아름다운 시공에서 어우러지면 그것이 곧 천국입니다.
아무튼 지옥과 천국 같은 저승의 삶은
어느 종교 신의 심판이 아니라
사자 자신의 /영력/에 의해 갈리게 됩니다.
그리고 사실 따지고 보면
지옥이니 천국이니 하는 부분도 딱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이승의 현실이 그렇듯
주어진 /여건/과 /만족/의 성향에 따라
행과 불행의 널뛰듯 춤을 추니까요.
아무튼 사후의 세계를 고려하면
신앙으로 보험을 드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의 영성에 투자하는 편이 현명할 것입니다.
당신은 신앙인이신가요?
아니면 /수행자/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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