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전우용 사담

전우용의 픽 15화 - 세상의 중심 그리고 보신각

Buddhastudy 2019. 6. 7. 19:50


전우용의 픽입니다~

지난 221일 국회에서는

‘5.18 북한 특수부대 파견, 왜 거짓인가?’ 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유명한 말이 있죠.

거짓말은 그냥 하면 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거짓말을 던지면 되는데,

그 거짓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말과 수많은 증거와 수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 쓸데없는 사회적 낭비를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문제를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갖자는 의미에서

오늘 픽의 주제는 세상의 중심, 그리고 보신각으로 잡아봤습니다.

 

서울 한 복판에 있는 종각에 보신각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보신각: 음양오행사상에 기반하여 나라를 다스린다는 이념의 상징물인 종을 안치해 높은 누각)

 

그리고 믿을 신()자라고 하는 것이 우리 개인과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세계관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이 이른바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이죠.

음양과 오행으로 세계가 구성되고, 변화한다 라는 이론이랄까요, 사상이랄까요.

 

이를테면 우리가 당장 일주일을 나눠서 부르는 일월화수목금토(日月火水木金土)가 바로 이 음양과 오행을 압축해서 집어넣은 말이죠.

그밖에도 인체에서 오장육부(五臟六腑)라고 한다거나 지구를 오대양(五大洋) 육대주(六大洲)라고 부른다거나 하는 이런 모든 것들에 알게 모르게 음양오행 사상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음양은 태양과 달, 또는 하늘과 땅, 빛과 어둠 뭐 이런식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그리고 오행(五行)은 목화토금수, 나무, , , , 물을 이 다섯가지 요소를 오행이라고 합니다.

이 다섯가지 요소가 각각의 방위, 덕목, 색깔 등을 갖는 것으로 생각하죠.

 

나무는 푸른색이고, ()에 해당하며

불은 붉은색이고 예()에 해당하고

흙은 노란색이고 신()에 해당합니다.

쇠는 흰색이고 의()에 해당하며

물은 검은색이고 지()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이게 서로서로 계속 연결되어서

상생, 상극의 원리에 의해 세상을 조화롭게 변화시킨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죠.

 

인의예지신을 각각 오행에 대입시킨 데도 이유가 있습니다.

나무는 계속 자라면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니 인()이라 할 만하고

쇠는 굳고 단단하니 그 덕이 의()라 할 만하다

불은 세상을 밝히니 그 덕이 예()에 해당하고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순리를 가르치니 그 덕이 지()에 해당한다.

이렇게 봤던 거예요.

 

그래서 흙을, 땅을 왜 신()에 해당한다고 봤을까요?

후토(后土)라고 해서 또는 지세곤(地勢坤)이라고 해서 땅은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이 놓여있는 기초이자 흔들리지 않는 것이니 그 미덕이 신()에 해당한다고 봤던 것이죠.

 

아시다시피 이런 음양오행사상은 우리나라 도시계획에도 반영되었습니다.

조선 초기 한양도성을 지을 때 4개의 문에 인의예지仁義禮智) 순으로 이름을 붙였죠.

 

동문은 흥인지문(興仁之門), 남문은 숭례문(崇禮門), 서문은 돈의문(敦義門), 북문은 지()자를 써야했지만, 한양의 지세가 북쪽이 높아서 음기가 성하다고 해서 거기다가 지()자까지 붙이면 더 불길해진다고 하는 그런 풍수적인 생각 때문에 지()자 대신 청()자를 써서 숙청문(肅淸門)이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다시 숙정문(肅靖門)이라고 고쳤습니다.

 

, 인의예지(仁義禮智)에 지()자를 뺐지만 나중에 다른 곳에 지()자를 붙였죠.

탕춘대성을 쌓고 홍지문(弘智門)을 지을 때 지자를 붙였습니다.

어쨌든 한양도성과 탕춘대성을 합치면 인의예지를 다 갖춘 셈이죠.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 그때 도성 한 복판에 종각을 짓고 보신각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하는 잘못된 정보가 돌아다닙니다.

그렇게 알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사실 이 보신각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한참 후, 거꾸로 말하면 최근에 일입니다.

종과 북을 같이 걸어서 종 고루라고 했어요.

종만 쓴 것이 아니구요, 1층에 종, 2층에 북을 올려놓고

아침에는 북을 33번 쳐서 33천을 알리고, 이걸 파루(罷漏)라고 했어요.

(*파루: 조선시애에 서울에서 통행금지를 해제하기 위하여 아침에 종을 33번 치던 일)

 

밤에는 종을 28번 쳐서 28수라 했죠. 이걸 인경(人定, 또는 인정)이라고 했습니다.

(*인경: 조선 시대에 서울에서 통행금지를 알리기 위해 저녁에 종을 스물여덟 번 치던 일)

 

처음에는 지금 탑골공원 부근에 거기가 서울 중심이었어요. 서울 중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었거든요.

태종 때 지금의 보신각 자리로 옮겼습니다.

태종이 창덕궁에서 거주했기 때문에 종 고루가 너무 가까이 있어서 시끄러웠던 거 같아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세종 때 여기다가 아주 큰 종 고루를 지었는데 얼마나 컸냐하면 지금 서울역사박물관 앞에 가보면 그 당시 종 고루의 초석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가서 보십시오.

굉장히 큰 구조물이어서 그 밑으로 말 탄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랬던 것이 임진왜란 때 이 종 고루가 불에 타고, 북도 불에 타버려서 나중에 여기저기 나뒹굴다가 명나라 지원군의 이른바 군사용도로 쓰던 종을 다시 찾아서 작은 건물하나를 짓고 종만 집어넣어서 종각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치는 것도 저녁에 치는 것도 모두 종으로 하게 되었죠.

그래서 이 전각의 이름은 정식이름을 붙이지는 않았는데 사람들이 인경전 이라고 불렀습니다.

 

여기에 보신각이라는 이름을 새로 붙이게 된 것은

1894년 청일 전쟁으로 중국과 사대관계를 단절한 뒤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다소 우리 역사적으로 보자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을 수 있습니다마는

조선왕조는 중국과 사대관계를 스스로 인정했고, 그 관계에서 보자면 세상의 중심에 해당하는 신()자를 국가의 주요 건물에, 우리가 세상의 중심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붙일 수는 없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른바 청나라와 사대관계를 단절함으로써 비로소 우리스스로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종각에다가 보신각(普信閣)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이죠.

 

그만큼 신()은 함부로 쓸 수 없는 글자였고,

그만큼 중요한 글자였고,

왜 그것이 바로 세상의 중심을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세상을 흔들리지 않게 지키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지켜야할 오덕(五德)을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라고 해서 신()을 맨 뒤에 놓습니다마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이 흔들리면 믿음이 흔들리면 인의예지 모두가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거짓 인, 거짓 의, 거짓 예, 거짓 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우리말에서 진짜를 참,

가짜를 거짓이라고 합니다.

 

참은 겉과 속이 분리되지 않을 만큼 속이 꽉 차있는 것을 말합니다.

거짓은 무슨 뜻일까요?

우리말의 겉, 가죽, 거짓 이게 모두 어원이 같습니다.

껍데기 껍질, 여기서 온 말입니다.

속과 껍질이 한번 분리되고 나서 다시 속을 채워봤자 빈틈이 여럿 생길 수밖에 없다.

옛날엔 그래서 이것을 거짓이라고 봤어요.

 

어떤 것이 거짓이냐?

빈틈이 많은 것이죠.

 

우리 조상들이 거짓이라는 말을 여러 가지 다른 개념에서 가져올 수 있었을 텐데 굳이 가죽에서 거짓이라는 말을 가져온 것은

진짜와 가짜를 식별하려면 무엇보다도 말에 빈틈은 없는지, 잘 살펴야 한다는 그런 의미였을 겁니다.

 

근래 5.18민주화운동을 두고

북한군이 개입한 사건이라는 거짓말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도, 그 직후에도, 아니 그 이후 수십 년 동안 그런 말이 없었고, 당시 신군부의 조사에서도 미군 측의 보고에서도, 그리고 그 이후 여러 차례 정부와 사법당국의 조사에서도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된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40년 가까이 흐르고 나니 옛날이야기 꾸며내듯이 엉뚱한 사진들을 증거라고 제시하면서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그런 주장들이 퍼지다보니까 별 생각없이 믿는 사람들도 많죠.

 

하지만 빈틈을 따져보죠.

전국에 계엄이 발포된 상태에서

수백 명의 북한군이

전혀 발각되지 않고

남쪽으로 내려올 수 있었는지

 

설령 내려올 수 있었다 쳐도

철통같은 경계망이 쳐져있는 광주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침투할 수 있었는지

 

설령 침투했다고 쳐도

광주에서 총기를 사용하고

아무 흔적 없이,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고

북한으로 되돌아 갈 수 있었을지

 

사실은 거짓말은 아무리 정교하게 꾸며도 빈틈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거짓말인 거죠.

 

거짓말을 믿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직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기범죄를 보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이건 개인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사유가 공유해야할 신뢰에 기반을 무너뜨리므로서 사회자체를 붕괴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역사적 사실이라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 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에는 참과 거짓이 있을 뿐이고

해석의 다양성이 있을 뿐입니다.

 

사실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지,

거짓말을 사실로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거짓말은 거짓말일 뿐이죠.

 

한자, 믿을 신() 자 너무 쉬운 글자라 너무 기초적인 글자라 다들 아실 겁니다.

사람 인()자 옆에 말씀 언()자를 붙여놓은 글자입니다.

그래서 이 글자를 보고 사람의 말은 믿어야 한다라는 뜻이다. 이렇게 해석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오직 사람만 말을 하는데, 굳이 사람의 말 이라는 표시를 할 필요는 없겠죠.

그 말을 믿을 수 있어야 사람이다라는 뜻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사람 노릇하려면

먼저 진실과 거짓을 가릴 줄 알아야 하고

그리고 그 중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이 사람다운 태도다 라는 것

 

그게 사람답게 사는 길이고,

그리고 우리 사회를 무너뜨리지 않는 길이다 라는 것,

한번 쯤 생각해보는 그런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 전우용의 픽,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앞으로도 KTV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들을 계속 만나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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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