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남편 따라 외국에 와서 두 돌 조금 지난 아기를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남편이 도박 중독자임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충격이 커서 우울증이 찾아와 병원도 가고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홀로서기를 하려고
남편을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환자인데
애한테도 아빠를 뺏는 것 같아서//
네, 고민되시겠어요.
직장을 남편만 갖고 있습니까?
남편이 도박을 하든 술을 먹든 뭘 하든, 생활비는 벌어줘야? 안 벌어줘요?
결혼해서 조금 잘못했다고 바로 헤어지고 그러면
특히 아기까지 있는데
제가 볼 때는 좀 경솔하지 않나.
지금 놓인 처지로 보면 다 어려운 처지구나,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아이고, 저 정도면 안 사는 게 낫겠다” 이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가 결혼식 할 때 뭐라고 그랬어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검은 머리 백발처럼 하얘질 때까지
서로 아끼고 사랑하겠느냐?”
그럴 때 여러분들 다 뭐라고 그랬어요?
“예” 이렇게 대답했잖아, 그지?
그런데 조금 실망했다고 그냥 팽개치고
이런 것은 제가 볼 땐 조금 경솔하다.
그래서 그건 나중에 후회하기 때문에 그래요.
꼭 의리를 지켜라, 이게 아니라
지금 힘든 것을 너무 경솔하게 결정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되면 그게 또 괴로움이 된다.
자기도 결혼을 너무 경솔하게 결정했잖아요, 지금 돌아보면.
자기가 뭘 보고 결정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때는 좋은 것만 딱 보고 결혼을 경솔하게 결정했는데
그러면 요번엔 조금
‘내가 결혼을 너무 경솔하게 결정했구나’ 반성이 되면
별거를 조금 신중하게 결정해야 될 거 아니오.
결혼도 경솔하게 결정하고
또 별거나 이혼도 또 경솔하게 결정하고
그럼 자긴 뭐 인생에서 배우는 게 뭐가 있어요?
자기 맘에 들면 금방 좋아라하고
자기 맘에 안들면 금방 싫어하고
이게 요즘 인생인 것 같아.
그러다 보니 자꾸 어떤 결정을 하고 후회하거든요.
지금 자기가 외국에까지 나와 있는데, 자긴 지금 외국에서 직장을 구할 수도 없는데
남편이 생활비도 안 준다, 그래서 내가 생활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되면
이것은 결혼 약속하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살아야 하잖아, 그죠?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는 직장을 구할 수 있으면 여기서 직장을 구하는 게 제일 낫고
여기서는 직장을 구할 수가 없다,
외국 같은데 예를 들면
미국이나 유럽이나 선진국이면 인건비가 높으니까
나가면 생활비를 벌 수 있어요. 누구나 다.
그런데 동남아시아의 경우는 투자 이민을 갔을 때에는
사회에 나가서 생활비가 될만한 그런 일자리가 외국인한테는 없다는 거요.
인건비가 낮기 때문에.
한국 사람한테는 그거 뭐, 100불 받아서 살 수는 없는 거잖아, 그죠?
그렇다면 일단은 이혼은 나중이고
우선 내가 한국에 들어와서 먹고살아야 하니까 한국에 들어와야 하겠다,
이런 생각은 할 수 있는데, 그래서 내가 물어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먼저 생활비가 나오느냐?
생활비가 나오면 조금 기다려보는 게 낫다.
자기가 뭘 하든 그런 거 너무 따지지 말고
네가 뭐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은
네가 뭘 하든지 네가 알아서 해라.
그러나 우리의 최소한도의 약속, 생활비하고 아이들 키우는 경비는
책임지면서 딴짓을 해도 해야되지 않느냐.
그래서 나도 봐줄 어떤 명분이 되지
생활비도 제공 안하고 외국까지 와서 딴짓하고 돌아다니면 어렵지 않겠느냐?
이런 관점에서.
여기서 노름을 하라 하지 마라가 갖고 싸우면
자기 표현하는 대로 중독이 되었는데
알콜 중독이 되었는데, 담배 중독이 되었는데, 노름이 중독이 되었는데
말한다고 되겠어요?
말한다고 되면 중독이 아니지.
자기가 지금 잘모르고 있거나.
그거 갖고는 시비하지 마라. 그건 내버려 둬라.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걸로 하면 싸우게 되고, 본인의 습관이니까.
약속해놓고도 지키기가 어렵다 이거야.
그러니 그거 갖고 싸우지 말고
첫째, 그거 안 했으면 좋겠다.
둘째, “도박하지 마라” 겉으로 이렇게 얘기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나 속으로
“그건 네 인생이고, 생활비는 제대로 내라” 이렇게 해서 그걸 먼저 지켜보고
그 사람 돈을 남을 주든, 뭘 하든, 그런 거 너무 따지면 안 돼요.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하는 거니까 너무 간섭하지 말고
내 생활에 어느 정도 장애가 안 되도록만 해주면 좀 기다려 주는 게 필요하다.
적어도 몇 년간 그런 노력이 있은 뒤에 내가 그만두더라도 나중에 후회를 안 한다.
그 사람이 죽었다 그래도 후회 안하고
병 낫다 그래도 후회를 안 하는 거요.
내가 할 만큼 했기 때문에.
그런데 이렇게 마음에 안 든다고 금방 헤어졌다가
그 사람이 외국에서 죽었다든지, 병들었다든지, 사고 났다든지 하면
금방 내가 조금만 어떻게 할 걸, 금방 후회가 된다.
이것은 결혼을 했기 때문에 무조건 부부의 연을 지켜야 한다,
이런 윤리적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고
내가 나중에 올 괴로움을
내 괴로움을 막기 위해서
내가 나를 위해서 지금 좀 신중해야 한다.
이런 뜻으로 받아들여야 해요.
내가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사는 사람이
뭐 때문에 결혼했기 때문에 둘이 살아야 한다.
이런 소리를 하겠어요? 안 그래요?
살고 안 살고는 여러분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저의 관심은
살아도 괴롭지 않고 헤어져도 괴롭지 않은 인생을 어떻게 살 거냐?
이 관점에서만 저는 대화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당장 헤어지면 좋을 거 같지만
이것은 후회라고 하는 새로운 괴로움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 미리 좀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가 당장의 생활이 유지된다면
조금 더 자기 나름대로.
남편은 나한테 약속을 안 지키더라도
나는 남편에게 어느 정도 결혼의 약속을 지켜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한테도 나중에 엄마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아야
먼 미래에도 자기한테 유리하다. 이런 얘기에요.
그리고 남편도 한번 돌이킬 그런 기회가 되고
돌이키지 않더라도 최소한도의 약속을 지키면
몇 년간 기다려보는 게 좋다.
그런데 도저히 먹고 살기도 어렵다.
그러면 부모한테 전화해서 돈 보내라, 이것은 맞지 않습니다.
다 큰 사람이 결혼까지 해놓고 친정에 전화해서 돈 보내라,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럴 정도 되면 돌아와서
자기 생활을 자기가 자립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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