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
우리가 일을 미루는 이유인데요
두 번째 에피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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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일을 미루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초등학교 시절 방학 숙제를 개학 전날 몰아서 하고
대학교 시절 기말 고사 벼락치기 공부를 하고
회사원이 되어서도 보고서 작성을 미룹니다.
혹시 여러분의 결심리스트 혹은 버킷리스트가 점점 길어지고 있나요?
명상, 외국어, 하프마라톤, 책 읽기 등등 이요.
하고 싶은 일은 정말 많은데 그걸 언제 하냐면요?
바로 ‘언젠가’입니다.
내일은 꼭 이력서를 업데이트할 거야.
다음 주 일요일엔 반드시 이 서류 더미를 정리할 거야.
다음 달엔 세금 신고를 꼭 할 거야.
이렇게 마음 먹은 적이 있을 거예요.
지금 이 순간엔 이 과제들을 기한 내에 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요.
실행에 옮길 가능성도 상당히 커보여요.
그렇다면 다음 주 일요일이 되었을 때, 실제로 서류 정리를 마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실제 결과는 늘 처음 결심보다 초라합니다.
결심의 순간엔 깨끗해진 책상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다음 주엔 정리하리라’ 다짐하지만
막상 그날이 왔을 땐 딴짓을 하게 돼요.
우리가 이렇게 일 미루기 달인이 된 까닭은
바로 현재 편향 때문입니다.
현재 편향은 즉각적인 보상에 과도하게 가치를 두는 경향성을 말해요.
미래에 받을 수 있는 보상보다 당장 받을 수 있는 보상을 과대평가하는 것이죠.
현재 편향이 강하면 자기통제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아요.
이 현상은 행동경제학자들이 ‘시간 비일관성’이라고 부르는 개념과 연결되어 있어요.
일반적인 경제학 모델에서는 시간 시점에 따라서
어떤 경험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가정을 해요.
즉, ‘개인의 선호는 시간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이야기해요.
예를 들어서, 혼자 커피를 마시면서 고즈넉한 시간을 즐기는 어떤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에게 이 시간은 늘 중요해요.
언제 경험하든 상관없이요.
오늘 (시점A)의 ‘고즈넉 커피 타임’과 한 달 후(시점 B)의 ‘고즈넉 커피 타임’은
동일한 가치를 갖는 거죠.
그러나 행동경제학자들은
‘같은 경험이 가지는 가치가 시점이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고즈넉 커피 타임’은 한 달 후 보다
오늘 더 많은 가치를 가지는데
왜냐하면 우리가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기 때문이에요.
경제학자 테드 오도노휴와 매튜 라빈은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설명했어요.
재미 없는 어떤 일(과제 T)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오늘은 2월 1일 이고, 나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어요.
a. 4/1 일에 7시간 동안 과제 T를 수행한다.
b. 4/15 일에 8시간 동안 과제 T를 수행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옵션 A를 선택합니다.
한 시간이나 적게 일하니까 당연하죠.
그러나 4/1일 당일 아침에 이 질문을 받는다면 사람들의 선택이 달라져요.
상당수의 사람들이 옵션 B를 골라요.
오늘 시간이 있더라도 당장은 그 일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만약 시간에 따라 경험에 대한 선호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 질문을 2/1 일에 받든 4/1 일에 받든 동일한 대답을 하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달라집니다.
오늘, 4/1 일, 지금 이 순간에 누리는 편안함과 즐거움이
4/15 일의 행복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니는 거예요.
당장은 그 지겨운 일을 하는 것은
지금 내게 너무 큰 형벌처럼 느껴집니다.
우리가 일을 끊임없이 미루는 이유는
바로 이 현재 편향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사소한 일만 미루나요?
건강을 위한 운동, 미래를 위한 공부
은퇴를 위한 자금 마련 등 스스로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도 다 미룹니다.
수많은 실험 연구를 통해 밝혀진 이 강력한 경향성 때문에
우리는 오늘의 만족감을 추구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자신에게 해가 되는 선택을 반복하곤 해요.
엄밀히 말해서 문제는 두 가지예요.
첫째, 우리는 현재 편향을 가지고 있어요. 즉, 자기통제력의 문제죠.
둘째, 내가 이런 편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몰라요.
즉, 자신의 약점에 대해서 무지합니다.
편향과 무지가 결합하면 일 미루기가 탄생해요.
내 마음은 원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요.
우리 안에는 두 종류의 자아가 있어요.
하나는 장기적 자아이고 다른 하나는 단기적 자아에요.
‘원하는 마음’은 미래를 준비하는 장기적 자아,
‘따라주지 않는 몸’은 현재 편향을 드러내는 단기적 자아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진 자기 통제력의 약점이에요.
자 이제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뼈 때리는 이야기였어요.
가끔씩은 냉정하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한 가지만 기억하면 어떨까요?
‘내일 할 거야’라고 말하는 자신에게 더 이상 속지 않기.
내일이 되면 내 마음은 달라집니다.
그러니까 지금 그냥 해버릴까요?
하고자 했던 그 일이 무엇이든 말이에요.
다하려고 하지 마시고
그냥 조금이라도 하면 어떨까요?
늘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