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어머니께서 사고로 생사를 오가던 상황이 있었는데
법륜 스님의 조언 덕분에 제가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다행히 깨어나 퇴원하셨지만
건망 증세가 워낙 심하셔서 받아주는 재활병원을 찾지 못해
어머니 댁에서 함께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사고 전부터
같은 동네에 사는 유부남과 사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최근에는 저 모르게 그분을 만나고 계십니다.
안 만난다고 거짓말하시며 계속 만나시니
저와 어머니 사이에 불신이 생겨 계속 불화가 있습니다.
저는 유방암 관리와 학업을 병행하며 어머니를 케어하고 있는데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기억력, 인지, 언어 장애가 있으셔서
혼자 일상생활이 안 되시는데
뇌졸중 어머니의 불건전한 만남도
그저 지켜봐 드려야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입니다.//
어머니의 연세가 어떻게 됩니까?
아버지는 헤어졌어요? 아니면 돌아가셨어요?
20년 전이면 44세에 사별을 하셨네요.
질문자는 지금 몇 살이에요?
그럼 질문자의 나이 때에 어머니도 혼자가 되셨네요.
질문자는 지금 결혼했어요? 아니면 혼자 살아요?
그래서 어머니의 심정을 잘 모르는 것 같네요.
유부남 아닌 사람하고 사귀면 좋지만
친한 사람이 유부남밖에 없는 걸 어떡하겠어요?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질문자가 이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됩니다.
어머니가 사람을 사귀는 게 질문자의 일은 아니잖아요.
어머니가 누구를 사귀든
질문자는 병간호만 하면 됩니다.
어머니의 인생에 간섭하려고 그 집에 간 건 아니잖아요.
질문자가 어머니의 집에 간 목적이
어머니를 도덕적으로 바른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예요?
아니면 어머니를 병간호하기 위해서예요?
그럼 병간호만 하면 되지, 왜 간섭을 해요?
그건 질문자의 잘못이지요.
만약 질문자가 불교 신자인데 어머니가 기독교 신자라고 가정해 보세요.
어머니가 옛날에 절에 다니더니
요새 교회 다닌다고 기분 나빠서 간호를 안 할 건가요?
우리 어머니가 절에 다녔으면 좋겠다는 건
내 바람일 뿐입니다.
어머니가 잘못된 건 아니에요.
어머니가 교회에 다니는 걸 내가 어떡할 거예요?
신앙은 자유입니다.
내 바람대로 되지 않는다고 어머니가 나쁜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내가 어머니의 집에 간 이유는
어머니가 인지 능력이 부족해서
혼자 생활이 안 되기 때문에 간호를 하기 위함이지
어머니의 신앙을 바꾸기 위함이 아닙니다.
물론 내 의견을 말씀드릴 수는 있겠죠.
'어머니, 나도 절에 다니고 그동안 어머니도 절에 다녔으니
어머니가 다시 절에 다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어머니의 친구들이 다 교회에 다니고
교회가 요즘 노인들에게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해서
어머니가 재미있다고 느끼셔서 교회를 선택하신다면
그건 어머니의 자유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 질문자가 간섭할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질문자는 간호를 목적으로 어머니 댁에 간 건데
간호 이외의 조건으로
간호를 계속할지 말지 결정하려 하잖아요.
만약 본인이 힘들어서 간호를 안 하겠다면
그런 결정은 해도 돼요.
어머니의 병이 다 나아서 간호할 필요가 없거나
내가 힘들어서 간호를 안 하겠다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어머니가 교회에 다니거나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이유로
간호를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목적에 부합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어머니가 잘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물론 내 의견은 말해 줄 수 있어요.
'어머니, 그분을 안 만나면 어떨까요?' 이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어머니가 그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머니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일입니다.
그런 정도의 행위는 범죄가 아닙니다.
성인이 누구를 만나든 그건 범죄가 아니에요.
국가 공권력이 두 사람의 만남을 제재할 수가 없어요.
내가 절에 가든 교회에 가든
내 개인의 선택인 것처럼
내가 누구를 만나든 그것도 개인의 선택입니다.
그분의 부인이 그게 싫어서
그분과 헤어지는 것도 개인의 선택입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일이 범죄로 취급되었고
법을 어겼다고 해서 경찰이 구속을 했어요.
그러나 성인들끼리의 의사결정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나 관계의 손상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민간 차원의 일이지
국가 권력이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이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의 영역에 속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어머니가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이유로
간호를 못하겠다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간호하는 것과 그 사건은 무관한 문제입니다.
...
그런 행위가 싫어서
질문자가 간호를 안 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예요.
간호는 의무가 아니니까요.
내가 생각할 때는
어머니가 술을 안 먹는 게 좋겠지만
어머니는 외로움이나 갑갑함 때문에 술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술은 무슬림 국가에서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금지된 게 아니잖아요.
이 문제에서도 내 의견은 말할 수 있지만
어머니의 선택은
어머니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술을 드신다고 해서 간호를 안 하겠고 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내가 어머니를 간호하는 이유는
어머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이고
어머니는 자기 나름대로 인생의 길을 가는 겁니다.
질문자가 마음에 안 들어서 간호하기 싫다면
안 해도 돼요.
그건 본인의 선택이에요.
그러나 어머니의 선택을 나쁘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침 6시에 일어나서 108배를 하면
건강에 좋으니까 어머니에게 권했어요.
그런데 그걸 어머니가 안 한다는 이유로
간호를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좋은 줄은 알지만
안 한다고 해서 범죄는 아닙니다.
어머니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으면 도와드리고
나머지 일은 어머니가 알아서 하도록 맡기면 됩니다.
질문자가 의견이 있다면 말해 줄 수는 있어요.
여러분들도 스님한테 이렇게 말하잖아요.
'스님, 나이도 드시고 건강도 안 좋으시니까
비행기를 타고 다닐 때는
저가항공보다는 편안한 비행기를 타십시오.
너무 멀리 돌아가지 마시고 직항을 타십시오.
나이가 있으시니 숙소 역시
최고급은 아니라도 괜찮은 곳에서 주무십시오.
스케줄을 너무 빡빡하게 짜지 마시고
음식도 신경을 써서 드십시오.'
저한테도 수없이 이런 건의가 들어옵니다.
그중에 어떤 것은 제가 받아들이고, 어떤 것은 안 받아들여요.
만약 저가항공을 타지 말라 했는데 제가 탔다고 해서
'즉문즉설도 안 듣겠다'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닙니다.
즉문즉설을 듣기 싫어서 안 듣는 건 괜찮아요.
대신에 관계없는 것을 연결시키지는 말라는 겁니다.
여러분들은 자기 의견을 상대가 안 받아들이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의견을 말할 수는 있지만
상대가 범죄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어요.
질문자도 자기 생각을 말할 수는 있지만
어머니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간호를 할 건지 말 건지와 연결시키는 것은 맞지가 않습니다.
만약 어머니에게 용돈을 드렸을 때
어머니가 그것으로 계속 술을 사 먹거나 마약을 하거나
엉뚱한 짓을 해서
실제로 어머니한테 별로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내가 용돈을 안 드리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내 자유입니다.
하지만 어머니한테 그렇게 하지 말라고 의견을 말할 수는 있어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에요.
돈을 드리거나 안 드리는 건
내 자유지만
어머니가 돈을 어디에 쓰는지를
내가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질문자는 지금 자신의 주장을 도덕이라는 잣대에 맞추어서
어머니가 나쁘고 본인은 옳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수행자는 그런 이념과 이데올로기, 윤리, 도덕을 넘어서서
사람을 봐야 됩니다.
질문자는 어머니의 병을 보고 간호하는 것이지
어머니의 다른 행동을 보고 간호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간호하기 싫으면
'어머니 간호해 드리기 싫습니다', '힘들어서 못하겠습니다' 하고
물러나면 됩니다.
...
마음을 다잡을 것도 없어요.
그냥 어머니가 아픈 것에 대해서만
도와드릴 것을 도와드리면 됩니다.
나머지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서는
간섭을 안 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술을 드시고 돌아가신다면
장례를 치러드리면 되고,
사고가 나면
병원에 입원시켜 드리면 됩니다.
또한 사생활 문제로 상대편이 부인하고 갈등이 생기면
그것 역시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 문제에 대해 의견은 말할 수 있지만
강요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나이 드신 어머니가
지금 와서 그 사람을 사귀지 않고
다른 사람을 사귈 수가 없습니다.
나이가 64세이고, 치매 증상이 있고, 건강도 안 좋은데,
어떤 남자가 그런 여자와 사귀겠어요?
옛날부터 알고 지냈고 정이 깊은 사람이니까
대화도 하고 밥도 먹는 거예요.
어머니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다른 사람을 사귀라고 하면
어디 가서 사귀나요?
그런 엉뚱한 소리를 하면 안 돼요.
아무도 사귀지 말고
혼자 있으라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혼자 있으면 외로운데 어떻게 혼자 있어요?
어디 가서 누구하고 대화도 나누고, 밥도 같이 먹고 싶은데,
길 가는 사람을 붙들고 할 수가 없잖아요.
옛날부터 알던 사람이 있어서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오히려 고마운 일입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간호해 주는 딸이 하는 말을 안 들을 수도 없잖아요.
그러니 안 만난다고 하고 또 만나는 겁니다.
질문자는 어머니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해놓고,
어머니가 거짓말하고
약속을 안 지킨다고 하는 겁니다.
애초에 어머니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 조건을 내걸고 있어요.
아이가 학교 가서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중간 성적 밖에 안 나오는데,
상위권에 못 든다고 엄마가 계속 야단을 치면,
아이는 야단을 안 맞기 위해서
결국 성적표를 조작하게 됩니다.
엄마가 압박을 안 한다면
아이가 성적표를 조작할 이유가 없겠죠.
또 사춘기가 되어서 여자 친구를 사귀고 싶은데
엄마가 못하게 하니까
여자 친구 없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겁니다.
애초에 금지를 안 하면 거짓말을 왜 하겠어요?
못하게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것처럼 어머니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자가 어머니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 조건을
자꾸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어머니를 위해 다른 대안이 있으면
질문자가 마련해 드리면 돼요.
병든 어머니의 친구도 되어주고, 간호도 해주고
밥도 사주는 괜찮은 60대 남자친구를 한 번 구해 봐요.
질문자의 힘으로 못 구하잖아요.
그런데 어머니가 알아서 구해서 사귀는데
왜 그걸 가지고 난리를 피우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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