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5 10

[법륜스님의 세상보기] 여론몰이로 단죄하는 사회현상을 바꾸려면

지난해 연말 마약 혐의를 받던 국내 한 영화배우가 스스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으로 사적 대화까지 공개돼 검찰과 경찰, 언론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편 일반 대중들이 평소 그런 기사와 영상을 호기심으로 소비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과연 나의 책임은 없는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번 일을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 하며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이런 일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피위자 인권 보호와 주권자의 역할 법을 다루는 검사가 그 피의 사실을 재판으로 확정이 되기 전까지 바깥으로 유출하지 않는 것이 도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유출해서 대중이 아직 재판도 하기 전에 그 사람을 범죄인 취급을 함으로 해서 많은 사람이 ..

[shorts,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정해놓고 살지마라

‘혼자 살겠다’ 그런 결정하지 마라. ‘혼자 살겠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사람 나타나면 고민이잖아. ‘같이 살겠다’ 그런데 안 나타나면 고민이잖아. 그냥 살다가 있으면 만나고, 없으면 혼자 살고 이렇게 열어놓고 살아야지 왜 자꾸 정해서 자꾸 자기를 괴롭히냐 이거야. ‘90까지는 살아야지’ 이러다가 80에 죽으면 또 억울하잖아. ‘80까지만 살아야지’ 그러면 또 80 넘으면 고민이잖아. ‘왜 안 죽노?’ 이러면서. 그러니까 사는 데까지 그냥 사는 거예요. 그게 몇 살이든. 이렇게 열어놓고 좀 살면 좋겠다.

[법륜스님의 하루] 남편에게 올라오는 화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요 (2024.02.21.)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남편한테 화가 올라오는데 이를 어떻게 없애면 좋을까요? 몇 년 전 직장에 신입사원이 들어왔을 때 그 사람 성격도 괜찮고 나도 그 사람이랑 잘 어울리는데도 미운 마음이 무의식중에 올라왔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지만 답을 찾지 못했어요. 그러다 작년부터 천일결사와 명상을 한 뒤로는 화가 거의 안 납니다. 그런데 유독 남편에 대해서는 가끔 화가 납니다. 예를 들면 제가 택배 상자를 일부러 문밖에 뒀는데 남편이 식탁 위에 가져다 놓았길래 제가 ‘보자기는 좀 벗기고 올려놓지.’ 그랬더니 남편은 쓸데없는 소리 한다면서 당신이 못 봐서 갖고 들어왔는데 하며 언성을 높이고 화를 냈습니다. 그 순간 저도 화가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면서 ‘이러다가는 내가 남편을 때리는 건 아닐까?’..

[법륜스님의 하루] 저를 괴롭힌 사람이 출세하는 걸 보니 화가 나요. (2024.02.20.)

회사에 다니면서 험하고 못 볼 꼴 많이 보면서 직장생활을 해왔는데 20년 전에 힘든 일을 한 번 겪은 적이 있었어요. 2000년대 초반은 연예인들도 악성 댓글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럴 때였는데, 저는 연예인도 아닌데 악성 댓글에 엄청나게 시달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제 선배였던 분이 회사의 명예를 들먹이며 일이 커지게 돼서 제가 그걸 다 뒤집어썼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었어요. 그랬던 선배가 지지난 정부 때 출세를 했습니다. 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억울한 생각에 그 선배를 찾아가 사과하라고 했는데 '내가 너한테 한 일 때문에 네가 겪은 상황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사과는 할 수 없다' 이렇게 대답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무슨 정치인처럼 얘기하느냐’ 이렇게 말했는데, 이후에 진짜 사표..

[현덕마음공부] 사념청정

수행을 통해 도달하려는 궁극적 경지가 사념청정이라고 생각된다. 사념이란 사고과정의 정지이며 그 과정의 호오취사의 소멸이다. 인지, 느낌, 판단, 취사, 결심의 사고 과정 전체에 대한 알아차림과 그 결과로 우리는 비판단적주시라는 평정심에 도달할 수 있다. 논리적으로는 이것이 싫으면 저것도 버려라 하는 것이다. 대칭성을 깨다는 것이 평정심을 향한 지름길이다.// 오늘은 사념 청정에 대해서 여러분들과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념청정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염을 버리고 청정해진다 이런 뜻이겠죠. 그래서 사념청정은 마음공부의 어떤 최종적인 이미지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거는 불교에서는 사성정에 도달해서 이루어지는 경지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오늘은 사념청정에 대해서 제 생각..

[교장쌤 대담] 시어머니와 매일 통화하는 남편

자꾸 ‘이런 건 어떤 것이다’ ‘나쁜 것이다’. ‘너는 왜 마마보이냐?’ 이런 어떤 꼬리표를 자꾸 붙이지 말고 열려 있으면 이 열려 있음의 힘에 의해서 남편도 열리게 되거든요. 근데 자꾸 닫아놓고 어떤 외통수 길만 열어놓고서 이 길로 들어오라고 하면 그게 강아지도 아닌데 그렇게 들어오겠어요... (시어머니와 매일 통화하는 남편 때문에 자꾸만 감시당하는 것 같은 느낌과 시댁에서 소외되는 느낌에 너무나 큰 스트레스가 다가옵니다. 이런 남편에게 스트레스받지 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우선은 그분이 자기를 좀 돌아보셔야 돼요. 무슨 말이냐면 남편이 자기하고 얘기해서 모든 답답함이나 문제가 잘 해소될 수 있다면 굳이 엄마 안 찾거든요. 그런데 자기하고 얘기해봤자 너나 나나 도토리 키재기라든가, 나..

[비이원시크릿] 마음공부에 대한 환상

어떤 학생을 가르치실 때 뿌듯하신가요? 지금까지 1년여 이상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시며 느끼신 것이나 선생님의 개인적인 소감이 듣고 싶습니다.// 좋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솔직히 어떤 학생을 가르칠 때, 어떤 분을 대할 때 가장 뿌듯하다, 그런 것 자체가 없어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사명감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게 뭐냐면요. ‘내가 무엇을 한다’라는 그것 자체가 없어요. 자연적으로 모든 인연들이 만들어지면서 그냥 일어난 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하고 있을 때 그냥 다 뿌듯하고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은 모두 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고요. 그리고 또 있어요. 공부하셨던 분들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 같고 이렇게 막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안 봐요. 지..

마음공부 2 2024.03.05

[북툰] '태초의 진공'으로부터 138억 년 후, 과학 버전의 창세기

태초에 진공이 있었습니다. 진공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무의 공간을 의미하지만 물리적 시스템으로서 진공은 무가 아닙니다. 오히려 무수히 많은 미시적 요동으로 넘쳐나는 특정한 물질적 체계입니다. 물질과 반물질, 입자와 반입자, 양과 음의 에너지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이러한 양자적 요동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평균값 제로에서 완벽한 균형을 이룹니다. 어느 순간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극단적인 질서가 깨집니다. 완벽한 균형으로 요동치던 거품이 발작적으로 부풀어 오르면서 시공간이 급격히 팽창하고 물질과 에너지 생성이 촉발합니다. 물질적 우주는 이러한 극심한 요동에서 생겨날 수 있습니다. 순전히 무작위적인 메커니즘에 의해 질서가 깨진 순간 우주 탄생의 ..

마인드풀tv_ 불면증 극복을 위한 12가지 팁 (1/2)

숙면은 우리의 기본 권리지만 큰 숙제이기도 하죠? 제가 얼마나 심한 불면증에 시달렸었는지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요. 2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1시간을 채 못 잔 적도 있어요. 10년 가까이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몸 여기저기가 많이 망가지기도 했죠. 수면제는 스무 살 때 한 번 처방 받아보고 한 알 먹고, 두 알 먹고, 세 알을 먹어도 아침 해 뜨는 것까지 보게 되더라구요. 얼마나 정신이 어지러웠으면 약으로도 잠을 자기 힘들었을까, 싶지만 그러다가 그냥 죽어버릴 생각으로 한 통을 다 먹어본 적이 있어요. 그리고, 숙면을 딱 하루 했었죠. 그 이후로는 단 한 알도 먹지 않았습니다. 그냥 안 자고 살았어요. 그 살기 싫은 와중에도 또 약은 먹기 싫었던 것 같아요. :) 이건 옛날 얘기고, 사실 지금은 머리 ..

마음공부 1 2024.03.05

[책낭독] 이미 안다는 확신을 살짝 내려놓으면 내면의 지혜가 들린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스웨덴에서 대학을 나와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며 26살에 임원으로 지명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홀연히 그 자리를 포기하고 사직서를 내고 태국의 어느 사원에 들어가 스님이 되었지요. 사원에는 자극적인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냅킨처럼 빼 쓰는 휴지를 담는 헬로키티 휴지용기가 보였다고 해요. 여기서부터 이야기해드릴게요.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옮긴이 박미경, 출판사는 다산초당입니다. -- 저는 밝은 노란색과 선명한 분홍색으로 헬로키티를 그려놓은 용기를 넋 놓고 바라보았습니다. 좀처럼 자극거리가 없다 보니 휴지를 담는 통조차 제 관심을 잡아끌었던 것이지요. 혹시 뭐라고 쓰여 있지는 않나 자세히 보려고 통을 집어 들었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휴대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