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MTHATch 94

[IAMTHATch] 선과 깨달음, 초심자의 선문답 이해

선에는 문자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래가 좀 오래된 것이긴 한데 선 공부의 이런저런 경우를 많이 보고 또한 질문과 해답을 겉모습으로 판단해 그에 맞게 이해를 가진 답을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한마디로 말과 글을 떠난다는 선의 취지에 반하기 때문에 비록 문답이 있고 때로는 정말 그럴듯한 해제가 있지만 그런 경우는 올바른 선이 아니라는 뜻으로 문자선이라고 하는 것이죠.좋은 뜻으로 쓰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선 공부를 처음 하면서 아예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따라가기는 힘듭니다.삭발하고 절에 들어가 공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런 분위기에 젖기도 힘들고 막막하게 혼자 선문답을 본다고 방법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경우에는 선에 익숙해지기 위해 맞고 틀리고 하는 것을 떠나 따라해 보기도 하고 왜 이런..

IAMTHATch 2024.11.26

[IAMTHATch] 의식의 궁극

나무를 잘라 보라.나는 그곳에 있으며돌을 들춰 보라.그러면 거기서 나를 발견하리라.-도마복음  우리는 인식론 시리즈를 통해 의식의 발생과 변화, 그리고 그 회귀 과정을 통한 깨달음에 대해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의식이라고 하는 것의 개념에 대해 그 영역과 작용을 정리해 봤습니다.그리고 자아의식의 출현과 세계의 성립 분별, 의식의 발생으로 인한 번뇌와 고통의 전개 과정을 이해하고 고해의 바다인 생멸문을 떠나 깨달음의 길인 진여문으로 들어가는 지도의 방향을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바다는 어디이며 우리가 오르고자 하는 산은 어디인지를 알고자 의식의 수준, 세계와 존재, 존재와 인식을 주제로 지도를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아직 길이 완전히 그려진 것은 아니지만 목적지는 지도 위에 분명하게 그려졌다..

IAMTHATch 2024.11.25

[IAMTHATch] 선과 깨달음, 달마가 서쪽에서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은 무엇입니까?” “계곡천이 깊으니 물자루가 길구나.” 선종은 교조를 양나라 때 입국한 달마에 대고 있습니다.달마는 인도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래서 교조가 서쪽에서 온 뜻이라고 하는 것은 꽤나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액면 그대로 달마가 중국까지 와서 전하려 한 것은 무엇인지 묻는 뜻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성이 이미 모두에게 있는데 굳이 법을 펴고 따라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며 마지막 질문에 해당하는 마음 둘 곳이 어디인지를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후대로 오면 관용구로 굳어져 도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은 무엇입니까?” “지금은 무슨 뜻이냐?”어떤 스님이 마조에게..

IAMTHATch 2024.11.21

[IAMTHATch] 의식과 과학

아무도 저 달을 보기 전에는저 달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알버트 아인슈타인  양자물리학의 출현은 서구 인식론에 큰 충격을 준 사건입니다.왜 그럴까요?  관찰과 측정, 가설과 증명은 서구 근대 철학의 인식론적 문제를 해결한 과학적 방법론이었습니다. 세상은 명확하게 파악될 수 있는 것이며, 인간의 인지능력 밖에 있는 것들조차 적절한 이론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결과를 입증하는 방법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모습을 그려내고 법칙을 찾아내고 원리를 이용해 기술 혁명을 일으키던 근대 과학은 서구적 근대사회의 토대이자 기둥이자 지붕이었습니다.이성과 경험을 종합해 전 세계를 지배하는 힘을 가지게 해준 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양자물리학은 여기에 큰 의문을 던집니다.우리는 과연 세계를 정확히 ..

IAMTHATch 2024.11.20

[IAMTHATch] 선과 깨달음, 꿰뚫어 보기

바위를 보면 딱딱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직접 만져볼 수도 있습니다.바위라는 생각 말고 정말 바위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연기법을 공부해서 알고 있는 것처럼 바위의 그 본질은 인연 화합으로 생겨나 인연이 닿아 하면 사라지는 실체 없음, 즉 텅 빈 공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행자들이 이 바위가 변하고 사라지며 실체 없는 공이고 그래서 이름뿐이라고 하는 것을 이론적으로 이해하더라도 그것은 바위와 공이라는 또 하나의 색다른 분위기의 이름을 알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이 상황은 실제로 수행자들에게 매우 험난한 산 위의 길목이자 넘기 어려운 고개입니다. 이 말이 실감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넘기도 어렵지만 넘어가려는 시도가 거듭되면서 체력이 바닥나 포기하게 되기 때문에 험난한 ..

IAMTHATch 2024.11.19

[IAMTHATch] 선과 깨달음, 즐탁동시

동대문시장에 20년 된 점포를 가진 사장님에게 어느 날 중학생이 된 조카가 찾아와 묻습니다.“이모, 장사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열심히 하는 거지”  삐~~ 질문도 답도 다 틀렸다고 봐야겠죠.왜냐하면 질문하는 이의 의도와 답하는 이의 의도가 전혀 연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시쳇말로 핀트가 안 맞았습니다.  선 공부도 그렇지만 사람 사이에 뭔가 의미 있는 것이 오고 가려면 의도가 맞아야 합니다. 남대문시장에 30년 된 점포를 가진 사장님에게 어느 날 무역회사를 다니고 있는 조카가 찾아와서 묻습니다.“이모 요즘 장사 어때요?” “밥 먹고 갈래?”  두 사람 모두 의도한 바가 잘 전달되는 것이 보이죠.장사가 어떠냐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 오랜만에 얼굴 보고 안부 인사를 하는 겁니다. 물론 “밥 먹고 갈래?”라..

IAMTHATch 2024.11.18

[IAMTHATch] 의식과 윤회

카르마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삶은 불공평하고 잔인해 보입니다-데이비드 호킨스  우리는 유식학을 요약해 8식을 이해하려 했습니다.일심의 세계인 8식에서 7식과 6식을 거쳐 전5식으로 나타납니다.8 아리아식의 변화가 7식에서 에고의 집착으로 나의 마음과 세계로 바뀌고, 6식에서는 나의 마음에 탐진치가 나타나 번뇌와 고통을 만듭니다. 이렇게 의식이 드러나는 과정을 [생멸문]이라 하고 거꾸로 가는 깨달음의 과정을 [진여문]이라고 합니다. 아뢰야식에서 출발해 다시 아뢰야식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축적하고 드러내는 아뢰야식의 모습을 우리는 봅니다. 아뢰야식은 마치 바다처럼 넓고 깊으면서 모든 파도의 모양을 만들어냅니다. 유식에서는 아뢰야식의 이런 능력을 능장, 소장, 집장으로 요약합니다.-능장은..

IAMTHATch 2024.11.14

[IAMTHATch] 선과 깨달음, 생각 벗어나기

사람은 감각을 가지고 지각을 합니다. 눈, 귀, 코, 입, 몸의 다섯 감각기관이 있다고 하죠.그래서 감각도 다섯 종류가 있습니다. 빛, 소리, 냄새, 맛, 촉각이 그것입니다. 물론 축약된 것이죠. 빛에는 명도, 채도, 색깔 같은 부수적인 영역이 있고 우리 눈에 안 보이는 비가시광선이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소리도 고주파, 저주파의 감청 불가의 진동도 있으며 그래서 귀가 아닌 몸으로 하는 소리도 있습니다.맛에도 달고 짜고 쓰고 신 맛이 있고 누구는 매운 것도 맛이라 하고 누구는 그게 맛이 아니라 혓바닥이 아픈 감각이라고 합니다. 저런 감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종류의 감각이 생깁니다.그래서 우리는 평소에 순수한 감각 자체를 잘 느끼지 못합니다. 이건 단식을 해보면 체험할 수 ..

IAMTHATch 2024.11.13

[IAMTHATch] 의식과 자아

악마를 보지 못했다면그대 자신의 자아를 보라-잘랄루딘 루미  의식의 발생 과정 속에서 하나의 고정된 전제 조건으로 따라붙는 것이 바로 제7 말라식입니다. 우리가 자아의식, 에고라고 부르는 바로 그 관성의 힘입니다.유식학이 제7 말라식을 창안하거나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뚜렷하게 개념적으로 정리한 것은 매우 중요한 전기를 만든 사건입니다. 사실상 서구철학의 인식론이 칸트 이후 훗설의 현상학으로 주객분리를 극복하고 물 자체를 이해하는 인식론적 반성을 했지만, 거기에 그치고 오히려 기계론적이고 유물론적인 인식론으로 빠져버린 이유 중 하나가 제7 말라식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근현대 서구철학을 대표하는 관념론과 유물론 모두 휴머니즘에 근거하고 있으면서도 자아의식에 대해서는 ..

IAMTHATch 2024.11.12

[IAMTHATch] 선과 깨달음, 수행으로의 선공부

세계 인구가 80억인데 각자가 모두 다릅니다. 쌍둥이조차도 다르죠. 네, 즉 원래 다양합니다. 본래 그런 모양이라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일단 80억 개가 있습니다. 모두 자기 세상을 보며 그 안에서 삽니다.하지만 그 다양한 형상들의 세상도 사실은 모두 같은 재료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래서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는 것으로도 진실을 전할 수 있습니다.실재하는 것은 오직 하나뿐인 바로 이것입니다.  그것을 전하는 방법이 수백만 가지가 있어도 가리키는 것은 하나입니다.  사실 다양성이라고 하는 것은 가만히 보면 일종의 경계선들입니다.그리고 더 섬세하게 보면 그것은 80억 인류 각자의 눈높이입니다.눈높이가 달라서 보는 위치도 다르고 보이는 가치도 다릅니다.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IAMTHATch 2024.11.11

[IAMTHATch] 의식의 변화

모든 정신적 내용은집착을 나타낸다-데이비드 호킨스, 호모스피리투스> 유식학이 제시하는 8가지 의식은 인식의 과정일 뿐만 아니라 존재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인식론의 귀결점을 유식학에서 찾고자 한 것은 그것이 연기적 세계관과 인식론을 연결하는 고리이면서 인식론과 실천론 즉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연결하는 고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동영상에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의식과 세계를 초월해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유식학의 설명을 통해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깨달음이라는 과정에 대한 불교의 인식론적 설명을 통해 우리는 도무지 답이 없어 보이는 진리를 향한 지도에서 길을 하나 그릴 수 있을 겁니다. 유식학은 매우 방대한 경전, 논서들로 구성된 일종의 이론 체계입니다. 우리는 그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만 쉽게..

IAMTHATch 2024.11.07

[IAMTHATch] 선과 깨달음, 확연함의 정체

“여러분의 붉은 살덩이 위에 무위진인이 있어 항상 그대들의 면전을 출입한다.보이는가?만약 보지 못하거든 보는 놈을 보라.” 보이는 것이 모두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아십니까?생명이 있어 유기체라고 부르는 동물, 식물뿐만 아니라 돌멩이, 나무, 조각, 콘크리트, 기둥, 옷자락, 심지어 김치 쪼가리까지 살아있어 말을 거는 듯한 느낌입니다. 저는 한참 동안 찌그러진 맥주캔과 대화를 나눈 적도 있었습니다.그 순간만큼은 이것이 너무나 확연해서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이것이 그것이라고 실토할 수밖에 없습니다.그 순간만큼은 부처고, 예수고, 스승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습니다.거기에 잘못 끼어든 스승은 제자에게 맞을 수도 있습니다.제대로 된 스승은 “깨갱”하며 물러날 줄도 알죠.  대부가 남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말했..

IAMTHATch 2024.11.06

[IAMTHATch] 의식의 발생

단 것은 달고 쓴 것은 쓰다.뜨거운 것은 뜨겁고, 차가운 것은 차가우며 색은 색이다.그러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원자와 텅 빈 공간 뿐이다.-데모크리투스 지난 동영상에서 서구 인식론의 감각과 지각에 해당하는 불교 인식론의 영역으로 짧게나마 오온과 18계 설명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불교 인식론 전체에 대해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오온과 18계 이후로 불교 인식론은 치열한 탐구가 계속되어 마침내 유식학에 이릅니다. 불교 인식론을 제대로 깨끗하게 정리해 주면 좋겠다 싶다면 그런 것이 이미 있다고 안심해도 됩니다. 동양철학에서 의식의 발생 과정을 이토록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는 서구 철학자들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물론 유식학은 존재론과 인식론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인식론이라고 ..

IAMTHATch 2024.11.05

[IAMTHATch] 선과 깨달음, 법사와 선사

우리가 보는 많은 선문답의 모습들은 그 스님들이 무엇을 어떻게 공부했는지가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문답의 과정에 도달하기 위해 스승과 제자가 쌓은 수행의 과정은 감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선의 전승이 내려오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들보다는 촌철살인의 선 문답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고 경전 공부에 대해서는 경전만을 파고드는 이른바 경승, 법사에 대한 경계의 법문도 많아서 마치 선불교는 경전 공부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여기는오해가 생겼습니다. “너는 어떤 일에 힘쓰고 있는가?”“예, 화엄경을 강의하고 있습니다.”“몇 종류의 법계가 있는가?” “사법계, 이법계, 이사무애법계, 사사무애법계가 있습니다.”제안 손님은 설법 할 때 쓰는 불자를 들어보이며 물었다.“이것은 ..

IAMTHATch 2024.11.04

[IAMTHATch] 감각과 지각의 세계

뇌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아보지 못하며나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기계이다.-로저 스페리  우리는 인식론이라는 것이 서구철학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동양철학에는 거기에 필적할 것이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앎이라는 것에 대한 초점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앎이라는 것이 지식이 아닌 진리 그 자체를 아는 것이라면 동양철학에도 인식론이 있으며 깨달음 전통의 인식론이란 우리가 인식의 도구로 쓰는 개념이나 관념, 언어를 믿지 말고 지혜롭게 도구로 쓰라는 의미라는 것도 봤습니다.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그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서양 인식론의 실재론, 경험론을 넘고 동양철학의 손가락을 넘어서 깨달음을 향해 가는 지도로서의 인식의 문제를 이해해 보고자 합니..

IAMTHATch 2024.10.31

[IAMTHATch] 선과 깨달음, 지사이문(指事以問)

큰스님이 절의 스님들과 함께 절 바깥으로 나가다가 절 문 앞의 돌기둥을 보고 합장했다. “안녕하십니까? 세존이시여.” 곁을 따르던 스님이 큰 스님에게 말했다.“스님 이건 돌기둥입니다.” 큰스님이 말씀하셨다.“목이 터지도록 울어도 쓸 데 없으니 입을 다물고 봄을 보내는 게 좋겠구나.” 이 선문답 일화에서는 큰스님이 돌기둥에게 인사를 하고 그 인사하는 뜻을 몰라보는 제자를 나무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이렇게 사물을 가리켜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방법을 [지사이문]이라고 합니다. 초기 선종에서 사물을 가리켜 묻는 방식은 순간적으로 깨닫도록 개발된 것이었습니다.물론 이렇게 가리키는 것을 보고 알아차리는 경지에 와 있어야 효과가 있겠죠. 그러다 보니 쉽지 않은 일이라 여기서 조금 시간을 들이는 간화선 방식도..

IAMTHATch 2024.10.30

[IAMTHATch] 깨달음 전통의 인식론

찾는 것과 찾는 자 따위는 없다.완전히 이해했을 때찾는 것은 찾는 자와 하나가 된다.-파드마 삼바하바  동양적 전통의 인식론은 뭘까요? 한마디로 할 수 있습니다.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  정말입니다. 동양철학 전통에서 이 말보다 인식이라는 도구에 대해 정확하게 표현한 말은 없습니다. 그만큼 동양철학에서의 인식론은 철학의 본질이 아니고 접근 방법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식론이라는 말 자체가 서구철학의 한 분야로 정립된 것을 근대 이후 번역어로 만들어낸 것이기도 합니다. 동양사상의 주류인 유교에서 인식론 비슷한 것을 찾으려면 아마도 그 분량이 너무 적어서 ‘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앞서 본 서구철학의 합리주의, 경험주의의 필적하는 理와 氣의 사상 체계는 있지만 인식..

IAMTHATch 2024.10.29

[IAMTHATch] 세계관과 인식론 (2/2)

근대 서구철학의 인식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집니다.-하나는 합리론, 이성주의라고 부르고 -또 하나는 경험론, 감각주의라고 불러요. 말뜻 그대로 우리에게 이성이 있어서 뭔가 아는 선험적 능력이 있다는 생각과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거라는 생각입니다. 이성주의는 참된 인식을 감각경험이 아닌 이성의 논리적 사유에서 찾고자 합니다.이성의 사고에 의한 인식이 진리를 보증한다고 하는 견해죠. 이성은 타고나는 것이고 이성의 힘이 모든 지식의 근본이라는 주장입니다.이것 역시 극단적으로는 인식론이 아니라 형이상학, 종교적 교리와 다를 바가 없게 됩니다. 경험주의는 감각적 경험을 통해 안다는 입장이지만, 극단적으로는 결국 감각 말고는 근거가 없으니 알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불가지론으로 갈 수도 있습..

IAMTHATch 2024.10.28

[IAMTHATch] 세계관과 인식론 (1/2)

인간은 교육을 통하지 않고는인간이 될 수 없는 유일한 존재다.-임마누엘 칸트  인식론이 도대체 뭘 연구하고 주장하는 것이냐 하면 사람이 무언가를 안다는 게 어떤 것인지 사람이 무언가를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참과 거짓은 어떻게 분별하는지 등을 탐구하는 것이 주된 과제다라고 백과사전에는 설명합니다. 서구철학에서는 고대 그리스부터 인식의 문제가 다루어졌습니다.외부의 사물과 사건을 누가 어떻게 인식하는지 또는 안다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이런 문제들이 많은 철학자들이 다루었고 무엇이 있고 없고 하는 존재론과 같이 다루었기 때문에 서구 철학에서 존재론과 인식론은 매우 중요한 핵심 주제가 되었습니다. 서구 고대의 전통적 인식론은 지식과 그의 지식이 진리인지를 다루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런 경향을 [존재론적 인식론..

IAMTHATch 2024.10.24

[IAMTHATch] 선과 깨달음, 천 길 낭떠러지

안수정등이라는 잘 알려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안수, 절벽의 나무와 정등, 우물의 등나무 넝쿨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제목 말고 맹수에게 쫓기다가 절벽에 매달린 채 꿀을 빨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아, 그 얘기”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갑자기 사방에서 일어난 불길에 둘러싸였습니다.놀란 상황에서 갑자기 맹수인 코끼리가 나타나 달려듭니다.코끼리를 피해 도망을 가다가 절벽에 이르렀습니다.마치 깊은 우물처럼 생긴 이 절벽으로 사람이 매달릴 만한 넝쿨이 드리워져 있었고 이 사람은 잽싸게 덩굴을 부여잡고 내려가 코끼리를 피했습니다.바닥으로 내려가서 좀 쉬었으면 했는데 그 아래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끔찍스러운 뱀 세 마리가 혀를 낼름거리고 있습니다.위에는 맹수요, 아래는 뱀..

IAMTHATch 2024.10.23

[IAMTHATch] 베다와 우파니샤드

이것이 영원한 아슈밧타 나무다.나무는 뿌리를 위로가지를 아래로 향해 뻗고 있다-카타 우파니샤드  우리는 앞서 깨달음 전통의 세계관에 대해 훑어봤습니다.때로는 이해하기 위해서이고 때로는 선입견을 부수기 위해서이며 때로는 거꾸로 된 시각을 뒤집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렇게 이해하고 부수고 뒤집는 작업은 그 자체가 정견을 바로 세우는 수행입니다. 바로 세우기 위해 이해하고, 부수고, 뒤집은 이 작업은 물론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제를 놓고 세계관의 이야기를 해본 것은 산을 오르는 동안 계속되는 이 작업의 큰 범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제약이 없지 않아 종횡무진으로 많은 것을 본 것은 아니었지만 얼추 꼭 필요한 깨달음 전통을 훑었고 또 앞으로 기회가 되는 대로 범위를 더 확대해 볼 것입니다...

IAMTHATch 2024.10.22

[IAMTHATch] 선과 깨달음, 기독교와 선

카톨릭의 유명한 명상 수행자였던 토마스 머튼은선 해설자인 스즈키 다이스세츠와 대화를 나눈 이후 불교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그가 마주 본 것은 절대적인 공과 직면하는 것과 같은 대단히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이면서도 실감나는 그 무엇이었습니다. 그는 자기를 대신하는 그 무엇이 뭔가를 보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체계화된 불교의 교리 정도가 아니라 그가 배워왔던 카톨릭의 가르침을 넘어서는 명료한 가리킴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머튼처럼 가톨릭 출신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 교회를 다녔던 사람이라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 가끔 예수님이 했다는 말 중에 이해하지 못할 말을 보았을 때는 그냥 “뜻..

IAMTHATch 2024.10.21

[IAMTHATch] 선과 깨달음, 가까워서 못본다

“기독교는 너무 멀어서 못 보고 불교는 너무 가까워서 못 본다.”어떤 스님께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해석은 다양할 수 있겠네요. 멀다는 건 예수님이 현실의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사람이라는 말이겠습니다.신과 인간을 대비하니 멀겠고 가깝다는 건 “당신이 부처다”라고 하는데 그건 또 너무 가까워서 모른다는 거죠. 그런데 절에 가서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부처님은 엎드려 절하는 신성이 되어 있죠.부처님은 전혀 가깝지 않습니다.  종교가 그런 거라고 하면 수긍합니다만, 석가세존이 예수 그리스도에 비해 그다지 가깝지 않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낀다는 생각은 꼭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선문답의 전통을 헤아리면서 느끼는 것은 선문답에서만큼은 이런 종교적 권위 ..

IAMTHATch 2024.10.17

[IAMTHATch] 신비주의 세계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그 빛이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창세기  신비주의는 참으로 많은 영역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비가 뭐냐 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정의하기 나름입니다. 신화, 마법을 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령, 정묘를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영성과 깨달음을 신비의 영역으로 볼 수도 있고 이성과 합리의 과학이 아닌 것을 모두 신비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주제가 워낙 방대해서 선별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다만 우리는 지금 깨달음 공부를 위한 세계관을 점검하고 있는 중이라 그에 걸맞은 주제를 하나 정도 고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고려했습니다. 후보를 놓고 저 혼자 투표를 했습니다. 후보에는 각 종교의 신비주의, 초자연 현상, 기타 등등등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는 [카발라]입니다. 카..

IAMTHATch 2024.10.16

[IAMTHATch] 현대과학의 세계관

종교 없는 과학은 무력하고과학 없는 종교는 눈 먼 것이다.-아인슈타인  깨달음 지도에 필요한 세계관을 훑어보면서 현대과학을 피해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깨달음 공부를 하면서 때로는 과학의 합리적 유물론의 한계와 폐해를 지적합니다. 하지만 깨달음 공부가 같은 방법을 쓰면 같은 결과가 나오는 과학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는 과학을 입증 가능한 사실이라는 측면에서 진실의 뉘앙스로 표현하기도 하죠. 과학은 이렇게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장애이자 도구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이런 이중성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현대과학이라고 말하는 과학의 내용과 영역, 편견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많은 부분은 켄 윌버의 저작인 현대물리학과 신비주의>에서 옮겨왔습니다. 정신세..

IAMTHATch 2024.10.15

[IAMTHATch] 유식의 법계

나의 정신과 세계를 이루는 요소들은동일하다.-에르빈 슈뢰딩거  유식무경, 10년을 공부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내가 안다는 것이 뭔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유식론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유식을 정리한 분들이 너무 뛰어난 천재들이라는 걸 알았죠. 저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천재를 알아보는 수준이었던 겁니다.  서구의 현대 심리학과 물리학은 다 같이 의식의 문제를 조명하고 있습니다.놀랍죠? 아는 것이 곧 존재하는 것의 문제입니다. 분명하게도 서구 철학은 존재론과 인식론이 나뉘어져 있었건만 현대 물리학 이후의 기조는 안다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의 차이에 대해 명백한 기준을 정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들이 대단히 많은 논쟁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연기법을 처음 듣고 ..

IAMTHATch 2024.10.14

[IAMTHATch] 선과 깨달음, 회광반조

“어떤 것이 큰 도입니까?”“너를 무시하는구나” 진실한 법계가 있다, 혹은 없다 이것이 보이느냐, 저것이 들리느냐, 이것이 느껴지느냐?  선사들의 질문이 바닥에 마구 떨어집니다.있다, 없다는 것이 모두 환이라면서 왜 그것이 문제가 될까요? 진실한 법계는 그 자체로 이미 실체가 드러난 것이고 그 의미와 소리 또한 내재해 있습니다. 우리는 늘 분별로서 있다, 없다라는 의미의 주의를 쏟기 때문에 실재를 못 봅니다.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의 분별이지 실재가 아닙니다. 우선 의미를 제거해 보죠. 그러면 법계가 있다, 없다는 문제는 사라집니다.환인 것이죠.  이제 그 소리의 음운과 성조만 남았습니다.실제는 이 음운과 성조와 함께 섞여 있습니다. 음운과 성조도 제거해 봅시다. 그러면 뭐가 남죠?  말의 뜻을 제거하고,..

IAMTHATch 2024.10.10

[IAMTHATch] 화엄의 법계

한 알의 모래알에서 우주를 보고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손바닥 안에 무한을 거머쥐고순간 속에서 영원을 붙잡는다-윌리엄 블레이크, 순수를 꿈꾸며>  화엄경의 연기법이 다른 것과 다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다만 우리는 화엄경을 통해 연기법의 다채로운 모습과 표현법을 보고 좀 더 깊이 있게 연기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한다는 겁니다. 제목을 ‘화엄의 법계’라고 한 것은 특별히 화엄경에는 법계라는 용어가 쓰입니다. [계]라는 단어는 우리가 연기법 동영상의 맨 처음에 이야기했던 세계관의 그 계입니다.화엄에서는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다룹니다. 제법무아가 아니라 제법계연기를 설파하는 다소 스케일이 커진 표현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화엄경을 쉽게..

IAMTHATch 2024.10.09

[IAMTHATch] 삼법인의 세계

제행무상 시생멸법 생멸멸이 적멸위락諸行無常 是生滅法 生滅滅已 寂滅爲樂 모든 지어진 것은 무상하니생겨나고 소멸하는 법이다.생겨나고 소멸함이 그치면소멸의 고요가 즐거움이 된ㄷ.-열반경   불교의 문패라고 할 정도로 가장 보편적인 진리 부처님의 깨달음을 나타낸 것이 삼법인입니다.세 개다, 네 개다, 또는 초기 경전에는 없다 등의 논란이 있지만 부처님의 교서를 정리한 것이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삼법인은 제행무상 제법무와 일체개고 또는 열반적정을 들며 대부분의 경전에서는 네 가지를 무상, 고, 무아, 열반의 순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초기 경전에는 주로 무상, 고, 무아를 이어서 설명하기 때문에 저는 여기서 그 순서에 따라 내용을 구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행무상]입니다. 제행무상의 뜻은..

IAMTHATch 2024.10.08

[IAMTHATch] 선과 깨달음, 절실함의 정도

“지렁이를 두 토막으로 끊으면 두 토막이 모두 움직이는데 불성이 어느 쪽에 있습니까?” 이런, 스님들이 살생 근처에도 안 가는데 이런 질문을 하다니 그렇지 않죠. 자기 목숨을 거는 것도 살생 시도는 맞습니다. 선은 목숨을 거는 치열함이라고 말씀드린 것이 기억납니다.남전 스님은 고양이에게 불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자 고양이 목을 베어버렸어요.동물보호법 위반의 동물 학대죄입니다.  위반이 많다 보니 가능하면 진도를 나가기 전에 정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저도 지렁이를 토막 내고 질문을 한 스님에게 한마디 해야겠습니다.“스님, 스님이 손톱을 깎아서 버리면 뭘 버린 겁니까?” “사실은 손톱이 스님을 버린 건데 깎아서 버린 제 손톱을 어쩌란 말입니까”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 참에 저는 과..

IAMTHATch 2024.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