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MTHATch 183

[IAMTHATch] 선과 깨달음, 읽어야 들을 수 있다

선이라는 말의 어원은 인도의 디야나라는 말을 음차한 것으로 한자로 선나이고 뜻으로 번역한 말인 정(定)을 합해 선정이라고 부릅니다.아주 오래된 말입니다.  이 말이 뜻풀이까지 해야 하는 복잡한 용어가 된 것은 후대로 가면서 많은 입장들이 서고 갈라지고 합치고를 반복해서 그렇게 된 것인데 우리가 이 역사까지 다 알려면 불교학자나 선가의 학생이 되는 것이 맞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간단하게나마 우리가 왜 선불교라고 따로 이름을 지어 부르는가 하는 것은 이해하면 나쁠 것은 없는데 물론 이 내용도 정리하는 방식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분량이 될 수 있어서 이야기를 꺼내기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선은 마음의 집중과 통일을 통해 진리를 알고 자유를 얻는 요가 즉 수행을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불교라고 하면 떠올..

IAMTHATch 2025.01.15

[IAMTHATch] 절대정의와 자유의지 (2/2)

아무리 신지학 같은 오컬트 분위기를 조성해도 “도대체 지금의 나처럼 이렇게 진리에 무지하고 어리석고 천박한 사람이 스스로 인생 계획을 짠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편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지학 이야기로 시작한 것은 너무 엄격한 뉘앙스를 풍기는 불교에 비해 좀 틈이 있게 이야기하고 싶은 이유도 있었습니다.이참에 좀 격이 없이 이야기를 해보죠.  모든 일들이 각자의 카르마의 제한 내에서 일어나도록 계획돼 있습니다.그래서 마하리시는 말합니다. “지금 나의 모든 고통과 슬픔, 기쁨, 성공, 실패는 모두 과거 어의의 결과, 즉 전생의 결과입니다.” 더 세밀하게는 마하리시는 “어떤 사람이 부채를 집어들면서 그 행위가 자기가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

IAMTHATch 2025.01.14

[IAMTHATch] 절대정의와 자유의지 (1/2)

신지학은 19세기에 헬레나 블라바츠키를 중심으로 설립된 신지학협회에서 비롯된 밀교, 신비주의적인 사상, 철학 체계입니다.알려진 것이 많지는 않고 오늘날 뉴에이지의 원조 정도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교적 도그마를 몇 개의 기본 진리로 정리하는데 그것이 신지학의 세 가지 근본 원리입니다. 첫째는 모든 것들의 근본 원인인 유일, 무한의 원리가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카르마의 균형이며 셋째는 존재의 진화 발달입니다. 신지학은 서구 철학에서는 보기 드물게 카르마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점이 특이합니다.I AM THAT 채널은 존재와 인식 편에서 윤회를 다루었는데 윤회적 세계관은 서구적 세계관과 정면으로 대립되는 관점이어서 존재론에서 다루어도 무방했지만 차분한 이해가 필요한 내용이 많아 조금 뒤로 미룬 것이..

IAMTHATch 2025.01.13

[IAMTHATch] 선과 깨달음, 마음을 본다는 것

“우두가 4조를 보기 전엔 어떠했습니까?” “옷 입고 밥을 먹었다.”“본 뒤에는 어떠했습니까?” “발우를 벽에 걸어둔다.”  우두 법용 스님은 선종의 4대조인 도신의 제자입니다.전등록에는 스승이 제자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깊은 산에 혼자 있던 우두를 도신이 찾아갔는데 주변에 산짐승들이 거처하는 곳일 정도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무엇을 하시오?” “마음을 관찰합니다.” “관찰하는 것은 누구이며 마음이란 어떤 물건이오?” 질문을 받은 우두가 벌떡 일어나 절을 했습니다.도신이 자신을 소개하고 우두는 평소 만나고 싶었던 감회를 말합니다.도신이 잠시 앉을 곳이 없냐고 하자 우두가 작은 암자로 안내하는데 암자 둘레에 호랑이들이 우글거립니다.도신이 두 손을 들고서는 겁내는 몸짓을 하자, 우두가 묻습니다.“아직도 그..

IAMTHATch 2025.01.09

[IAMTHATch] 구르지예프의 존재수준 (2/2)

“이 세상 모든 것은 진화하거나 퇴화합니다. 의식적으로 진화할 수 없는 것은 퇴화합니다.인간이라는 개념을 말할 때 인간은 하나가 아니라 일곱 개입니다.과학이나 철학, 인간의 삶과 활동에 관한 모든 표현은 모두 똑같은 7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구르지예프가 설명하는 7개의 인간은 다른 깨달음 전통의 시각으로 봐도 매우 특이합니다.물론 그가 사용하는 용어들이 그가 한때 방랑하고 탐구하고 활동했던 지역적 특색 때문에 기독교, 회교, 불교의 여러 용어가 섞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20세기 초의 특수한 분위기와도 상관이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20세기 초반은 서유럽 중심의 산업혁명이 파열음을 내며 그 한계를 노정한 시기입니다.두 번의 세계 대전이 그 결과이죠.  또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긴장 관계..

IAMTHATch 2025.01.08

[IAMTHATch] 선과 깨달음, 마음이 가난한 자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이다.” 마태복음의 산상수훈에서는 두 번이나 마음과 관련된 구절이 나옵니다. 마음이 가난하면 복이 있고 마음이 깨끗해도 복이 있습니다.하늘나라가 그 사람의 것이고 하나님을 봅니다.  이 두 구절을 잘 살펴보면 선 공부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이 두 구절은 선의 원리이기도 하죠. 이것은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신약성경에서 선의 형식을 찾는 많은 석학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마음이 가난했던 사람이라거나 마음이 가난해지면 복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다.완전 현재형입니다. 지금여기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천국에 있다고, 하느님을 본다고 합니다. 그리스어로 서술된 신약성경의 산상수훈은 술어..

IAMTHATch 2025.01.07

[IAMTHATch] 구르지예프의 존재수준 (1/2)

게오르게 이바노비치 구르지예프 깨달음 공부를 하면서 지나쳐 가기 어려운 이름입니다.하지만 워낙 정보가 제한돼 있어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물도 아닙니다. 그에게는 고대의 지혜를 발굴해 소개한 영적 스승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파격적인 방법과 기괴한 행적의 흑마법사라는 의심도 평판에 있습니다. 저는 오쇼 라즈니쉬의 저서 속에 인용된 몇몇 장면들을 통해 그를 처음 접했는데 그를 특별하게 생각하게 만든 것은 그가 서양인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었고 수피즘, 신지학, 오컬트와 연관되어 있다는 정도였습니다. 그가 직접 쓴 책으로 우리나라에 출판된 것은 나와 있는 책으로는 놀라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유일한데 사실 책의 내용은 자신의 행적에 관한 것이라 그가 가르친 내용을 잘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의 가르..

IAMTHATch 2025.01.06

[IAMTHATch] 선과 깨달음, 달빛이 하나인가

“마음에 도장을 찍어라”라고 하는데 마음에 찍히는 도장이 뭡니까? 사람 사는 세상에는 종이, 나무, 쇳덩이, 심지어 고깃덩어리 위에도 도장을 찍습니다.아시죠? 예전에는 정말 도장 찍는 것이 증빙이었죠. 요즘은 생체인식 기술이 발달해서 도장을 찍는 일이 줄었지만 여전히 인감을 가지고 증명해야 할 일이 생깁니다.서명을 하든 직인을 찍든 뭔가 정체를 확실히 나타내야 하는 일에는 표시하는 방법을 써야 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죠. 마음에 도장을 찍는 일은 우스갯소리로 “넌 내 거야” 하는 남녀 간의 애정 행각에 가서야 겨우 그 의미를 압니다.마음도장이라는 의미가 겨우 이해되는 거죠.  그래서 도장을 찍는다는 것은 그냥 스탬프가 아니라 지울 수 없는 인증을 한다는 겁니다. 지울 수 없다는 것. 국가 사이의 조약을 하..

IAMTHATch 2025.01.02

[IAMTHATch] 연기 30송

연기 30송은 세친의 유식 30송을 본떠 만든 연기법의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문장입니다. 1겉으로 형상을 지닌 모든 만물이 서로 연하여 생겨나고 사라짐을 본다.  2가장 쉽게는 그 어떠한 형상도 영원하지 않아 변하니 이것을 무상이라 하며 그 본질은 연하여 있기에 그 자체로 영원할 수 없으니 그것이 이른바 자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보이는 형상이 그러할진데 보이지 않는 감각되지 않는 세상은 어떠할 것인가?현대 과학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미시세계에는 형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사건과 관계의 흐름만이 있으니 이것이 무상의 본 모습이다.  4그렇다면 왜 무상한 것인가? 왜 만물이 변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시작될 수 없다.그것은 애초에 형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사건으로 순간순간 ..

IAMTHATch 2025.01.01

[IAMTHATch] 선과 깨달음, 잠들지도 않는 이것

양산이 중읍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불성입니까?”중읍이 답했다. “방에 산산이라는 원숭이가 한 마리가 있는데 밖에서 ‘산산아’ 하고 원숭이를 부르면 원숭이는 곧 대꾸한다.”양산이 다시 묻기를 “원숭이가 깨어 있을 땐 대꾸하겠지만, 잠들어 있을 때는 어찌 합니까?”그러자 중읍이 비밀이라는 말이라도 있는 듯이 양산을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속삭였다.“산산아, 너와 내가 이렇게 만났지 않은가?” 참 걱정도 많습니다.아니 저 걱정에 이유가 있네요. 뭔가 알긴 알겠는데 그것이 까맣게 잊혀지는 경우도 분명히 있어서 걱정스러운 거죠.바로 산산이라는 원숭이가 잠들 때입니다. 이 스님도 보통은 아니네요.그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렇습니다. 마하라지는 아예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의식은 세 가지가 있다. 우리가 말하..

IAMTHATch 2024.12.31

[IAMTHATch] 선과 깨달음, 말문을 막더라도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길(道)입니까?” “담 너머에 있다.” “그것을 묻는 게 아닙니다.”“무슨 도를 물었느냐?” “큰 도 말입니다.” “큰 길은 장안으로 통한다.” 중국어 성경 요한복음을 보면 태초에 도가 있었다고 합니다.태초유도, 도여, 신동재, 도취시신 개혁 한글판과 비교하면 뜻이 좀 분명해집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라. 한국어 성경의 말씀이라고 한 것을 도라고 번역했네요.중국어의 도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그토록 존귀한 도를 물었더니 담장 밖에 있지 않느냐고 대답한 겁니다.그걸 물은 것이 아니라고 해도 끝까지 길 이야기만 합니다.큰 길은 죄다 장안 즉 서울로 통한다.  부처가 뭐냐고 물..

IAMTHATch 2024.12.30

[IAMTHATch] 수행, 여럿이 홀로 가는 길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There is a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path and walking the path.-영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대사   깨달음 전통을 아무리 뒤져도 선각자 한 분이 홀로 모든 것을 다 하고 끝나는 것은 볼 수 없습니다. 당연히 전승이 되려면 모임을 이루어야 하고 그것이 하나의 전통을 이루는 조건이라고 봐야 하겠죠. 비교적 그런 특징이 옅은 도교조차도 여기저기서 노자를 스승으로 모신 제자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승, 제자, 교단 이른바 불교식 상가의 전통은 모든 깨달음 전통에서 공통적입니다. 우리가 앞서 본 수행의 계율이나 지침들은 제가 일반적으로 설명을 드리긴 했지만 사실 상가, 수행 집단 차원의 규율과 지도 기준에서 시작한 ..

IAMTHATch 2024.12.26

[IAMTHATch] 선과 깨달음, 꿈결에 알라

제가 고민이 생겼습니다. 뭔고 하니, 꿈속에서 굉장히 슬퍼합니다.근데 그게 고민이 아니라 꿈 깨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고민입니다. 아닙니다, 진짜 고민은 꿈 속과 꿈 밖이 어떻게 이렇게 천지 차이인지 그걸 도통 모르는 것이 제 고민입니다.도대체 뭐가 진짜인지 알 수가 없네요.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면 아마도 꿈이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는 경우일 겁니다. 웬만해서는 꿈속의 감정까지 기억되지는 않죠. 너무 다른 감정 탓에 오히려 “꿈이었구나” 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꿈 이야기가 나오니, 영화 대사가 떠오르네요. 어느 깊은 가을 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

IAMTHATch 2024.12.25

[IAMTHATch] 실천수행과 자아

자기로써 주인을 삼고자기로써 의지처를 삼는다.-법구경  수행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곳은 어디입니까? 네, 지금까지 그 이야기를 해 왔기 때문에 일단 깨달음이라고 하면 틀린 답은 아닙니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상관없이 우리가 거기에 이르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부르기로 하죠. 깨달음의 지도는 구체적으로는 거기에 이르는 길, 즉 수행의 지도를 의미합니다.우리는 존재론, 인식론에서 목표를 실천론에서는 큰 길을 그려봤습니다. 앎의 지혜를 닦고 정성을 다해 살면서 내면의 성령을 따르는 것이 큰 길입니다. 사람마다 조건이 다르고, 발달 라인이 달라서 걸음걸이와 운송 수단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 길을 따라가는 것은 사실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자기 여행 짐을 싸고 이동에 필요한 장비를 챙기는..

IAMTHATch 2024.12.24

[IAMTHATch] 선과 깨달음, 바라보고 무시하기

사조가 남전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여래장입니까?”“그대와 같이 오고 가는 것이 여래장이다.” “오고 가지 않을 땐 어떠합니까?”“그것도 여래장이니라.”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방 안에 앉아 눈앞에 드러나 있는 광경을 본다고 해보죠.여기에서 ‘내가 본다’든가 ‘무엇을 본다’든가 ‘왜 보는가’라든가 이런 생각 없이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멍청하게 본다고 해보는 겁니다. 그냥 그림 한 폭이 경험될 뿐입니다. 비어 있는 공간이 캔버스가 되고 여기저기 늘어놓은 물건들은 그림이 됩니다. 생각이 일어나면 ‘내가 본다’, ‘눈앞을 보고 있다’, ‘벽면을 바라보고 있다’, 등등의 분별이 일어나지만 만일 무심히 바라본다면 경험되는 것은 이 한 장의 그림뿐입니다. 만일 이런 정지된 그림 속에서 손가락 하나가 갑자기 나타났..

IAMTHATch 2024.12.23

[IAMTHATch] 선과 깨달음, 난동의 질서

야야포불면夜夜抱佛眠 밤마다 부처와 자고 조조환공기朝朝還共起 아침에 함께 일어난다.욕식불거처欲識佛去處 부처 간 곳 알려거든 어묵동정지只這語聲是 말하고 움직이는 곳을 살펴라.  우리는 늘 부처와 함께 산다고 부대사 스님은 말합니다.우리나라의 백제와 교류했던 중국 양나라의 스님입니다. 선가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유는 부처를 데리고 잔다는 다소 섬뜩한 첫 구절 때문입니다. 시의 나머지 절반은 이렇습니다. 섬호불상리纖毫不相離 털끝만큼도 서로 떨어지지 않으니 여신영상사如身影相似 마치 몸에 그림자 따르는 듯하다.욕식불거처欲識佛去處 부처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자 하면 지저어성시只這語聲是 다만 지금 말소리가 그것이로다.  부대사 스님은 한 치도 물러섬이 없이 부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합니다. 모든 선은 이렇게 부처를 직..

IAMTHATch 2024.12.19

[IAMTHATch] 깨달음의 실천적 지도

한 꺼풀 벗기고 보면모든 길은 같다.그것이 길이라는 그 점에서-데이비드 봄  우리는 앞서 깨달음 수행의 기조에 해당하는 지혜, 즈나나, 행위, 카르마, 헌신 박티를 알아봤습니다.각각 불교, 유교, 기독교의 예를 들어 그 내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세 가지 수행의 기조는 각각의 종교 전통이 특징적인 것일 뿐 독점적 배타적인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불교에는 지혜 수행의 전통이 있는가 하면 당연히 나머지 까르마, 박티의 전통이 있습니다. 윤회를 인정하는 불교가 카르마 요가를 외면할 까닭이 없고 보살행은 그 자체가 깨달음에 대한 헌신수행입니다. 이처럼 불교에는 즈나나, 까르마, 박티의 세 가지 수행 기조가 모두 있습니다. 유교나 기독교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유교의 지혜는 우리가 ..

IAMTHATch 2024.12.18

[IAMTHATch] 선과 깨달음, 시를 짓듯 대하라

오상호여여사응吾常呼汝汝斯應 여혹신오오첩수汝或訊吾吾輒酬 막도차간무불법莫道此間無佛法 종래불격일사두從來不隔一絲頭 내 늘 널 부르면 너는 바로 대답하고 내가 내게 질문하면 내가 즉시 대답했지.이 사이에 불법이 없다고 하지 말라. 이제껏 실 한끝도 들어갈 틈 없었나니.  ‘시자가 게송을 구함으로 써서 주다’라는 제목의 고려시대 충지 스님의 선시입니다. 아마도 시중드는 시자가 불만이 많았나 봅니다. 잔심부름만 하고 공부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죠. 그런데 스님은 알려줍니다. 우리 사이에 서로 부르고, 대답하고, 밥 먹고, 물 마시는 그것이 모두 불법을 전수한 것인데 웬 불법 타령이냐? 교와 선이 하나로 엮이는 전통에서는 사실 선승을 따로 구분하지 않습니다.요즘으로 치면 종교 의식을 집전하는 스님이나, 강론을..

IAMTHATch 2024.12.17

[IAMTHATch] 영성지능과 발달라인

영성지능은 절대진리와 상호작용한다.-켄 윌버 우리는 이미 의식수준에 대한 켄 윌버의 주장을 간략히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윌버- 콤스 격자로 표현되는 의식의 구조, 상태의 수준이 그것입니다. 수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영성지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수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물을 의식수준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영성지능이란 모든 수준에서 깨달음을 지향하는 인지능력과 그 요소들에 대한 발달라인을 의미합니다. 영성지능을 재창한 켄 윌버가 제시하는 무의식의 구조적 발달 단계는 7개로 요약됩니다.태고, 마법, 신화, 합리, 다원, 통합, 초통합 그리고 의식의 상태 수준은 조대, 정묘, 원인, 비이원으로 제시되죠. 구조를 수직의 단계로 놓고 상태를 수평의 단계로 나열하면 윌버 콤스 격자가 완성됩니다..

IAMTHATch 2024.12.16

[IAMTHATch] 선과 깨달음, 마음에 점찍기

어떤 암자의 주지가 시주를 받으러 오니 감자가 말하길 “바로 말하면 시주를 하겠소.”그리고는 마음 心자 하나를 써놓고 물었다. “이게 무슨 글자예요?”“마음 心자입니다.” 그러자 감자가 다시 자기 아내를 불러다 물었다.이게 무슨 글자요? “마음 心자입니다”라고 똑같이 말했다.그러자 감자가 “내 촌뜨기 마누라도 암자의 주지가 될 수 있겠군.”그 중이 아무 말도 못했고 감자도 시주를 하지 않았다. 불교 전체를 한 글자로 줄이면 빌 空, 아니면 마음 心이라고 합니다.앞으로 보면 텅 빈 공이고 뒤로 보면 오직 마음 하나라고 해도 되겠습니다.그래서 선에서도 마음 心자 글자가 꽤 자주 등장합니다. 선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이야기가 있죠.전설의 고향 버전입니다만 아주 오랜 옛날에 아는 것이 없던 노파가 큰 스..

IAMTHATch 2024.12.12

[IAMTHATch] 수행의 여러 전통들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평등하다-탈무드  우리는 앞서 요가의 세 가지 방법인 즈나나, 카르마, 박티 요가를세 가지 전통인 불교, 유교, 기독교를 예를 들어 살펴봤습니다. 요가는 이 세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고 종교적 전통 역시 세 가지를 가지고 모든 것을 살펴봤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의 초점은 우리가 적용해야 할 수행의 틀을 짜기 위해 넓은 범위를 살펴보고 핵심이 되는 개념을 짚어본 것입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종류의 수행법과 지침이 있다고 공감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무엇을 짚어볼 것인가에 대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제외해야 할지에 대해 정리해 보는 것이 나을 정도입니다. 불교만 해도 우리가 본 사성제, 팔정도가 아닌 다소 밀교적인 티벳 불교의 방법들이나 선불교의 방식이 있습니다. 시작부터 ..

IAMTHATch 2024.12.11

[IAMTHATch] 선과 깨달음, 주장자로 알아보기

많은 섬 문답에서 대산님들이 주장자를 던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장자는 1미터 남짓 되는 일종의 지팡이인데 우리 또래들은 어릴 적 홍콩 무협영화에서 소림사의 높은 스님들이 나올 때마다 봐서 잘 압니다. 불자라고 하는 먼지떨이처럼 생긴 것과 더불어 선승들의 상징처럼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걸 내려놓거나 툭 던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우리가 가끔 듣는 말로는 한 검사가 옷을 벗는다고 하거나 미국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경찰관이 배지와 권총을 반납하는 것과 비슷합니다.아니 그게 그런 정도였나요?  중이 물었다. “어떤 것이 바로 근원에서 끊는 것입니까?”대사가 주장자를 던지고 방장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습니다. 선문답을 글로 쓰인 것으로 보다 보니 이런 것까지 실감나게 이해하기는 어렵고 주장자나 불자가 등장..

IAMTHATch 2024.12.10

[IAMTHATch] 기독교적 실천, 헌신 수행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오직 내 안에 그리소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라디아서  박티 요가란 신에 대한 헌신하는 수행법을 의미하는 힌두교 용어입니다. 힌두교 용어를 가지고 왜 기독교 수행을 이야기하려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 기독교의 전체적인 교의가 박해라고 할 수도 없고 분명 카르마 요가나 즈나나 요가의 요소도 많이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윤리적 가르침은 카르마 요가에 해당하고, ‘깨어있으라’는 명령은 지혜수행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다만 절대적인 신을 상정하는 종교에서 신을 향한 순복과 헌신은 다른 전통에 비해 특징적이므로 박티, 헌신 수행을 설명하기 가장 좋은 전통은 기독교를 비롯한 유일신 신앙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례는 가장 극명한 박해의..

IAMTHATch 2024.12.09

[IAMTHATch] 선과 깨달음, 깨어있는 나

출가자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귀가 솔깃합니다. 재가자 입장에서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일까요?뭔가 한마디라도 얻어듣고 배우려는 탐구심일까요? 아무래도 겉모양과 분위기가 다르면 뭔가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죠.그래서인가 이런 일화들이 가끔 생기고 전해집니다. 1970년대 후반 부산지방법원에 근무하던 30대의 판사 3명이 인근의 통도사를 구경하러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통도사 극락암에는 당대의 선승이던 경봉 스님이 계셨고 판사 3명은 경봉선사를 한번 뵙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죠. 마침 경봉 스님은 감기 기운이 있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극락암측에서는 판사들이 면회 신청을 하니매정하게 거절하지 못했습니다.마침내 노선사와 젊은 판사들이 마주 앉았습니다. 경봉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디..

IAMTHATch 2024.12.05

[IAMTHATch] 유교의 행위수행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행위가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바가바드 기타  카르마 요가는 인도 말로 [행위 수행]입니다. 자신의 삶에 주어진 역할과 임무를 다하고 그 행위에 대한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생활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업 수행이며 일어날 일의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에 집착이나 보상 심리를 가지지 않고 행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카르마의 요가를 유교로 풀어 이야기하려는 것을 좀 이상하게 느낄 분도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종교 인구를 셈할 때 보통 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같은 종교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유교 인구를 추정한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아마도 대한민국 사람들은 유교를 종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절대 신을 모시지 않는 것이 이유라면 불교도 그렇습니다.조상에 대한 제사가 ..

IAMTHATch 2024.12.04

[IAMTHATch] 선과 깨달음, 답하되 답하지 않기

“죽비라고 해도 안 되고 죽비가 아니라고 해도 안 된다.” 일단 의미를 따라가면 끝이라는 걸 알지만 우리는 자동적으로 따라갑니다. 죽비란 대나무로 만든 도구입니다. 주로 소리를 낼 때 쓰는 불교 교단의 도구인데 가끔 좌선 수행할 때 조는 수행자에게 충격을 가하는 용도로도 씁니다. 죽비라는 단어를 듣는 것까지는 괜찮죠. 그런데 죽비라고 한다, 아니다라는 술어까지 포함해 문장을 들으면 우리는 순식간에 의미를 해석합니다. 그게 생각이죠.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게 이상한 건 아닙니다. 다만 선 공부를 하는 목적에 따라 그 소리를 들으면서 눈을 바짝 뜨고 있어 보자구요. 저 말소리, 말을 하는 이의 입모양, 소리가 전달되는 공기의 온도와 습도, 스멀거리는 내 귓가의 진동과 눈동자의 흔들림 그런 것들을 ..

IAMTHATch 2024.12.03

[IAMTHATch] 불교의 지혜수행

불교는 2600년 동안세 차례 대전환을 겪으면서도더욱 개방적으로 진화, 발전해왔다.-켄 윌버  즈나나는 지식 또는 앎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입니다.특별하게는 우주적인 실제를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말합니다.우리는 이것을 ‘지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즈나나 요가를 한자로 옮기면 ‘지혜의 수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지혜 수행이 불교의 독점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즈나나라는 말 자체가 힌두이즘에서 나온 것이죠.궁극에 이르는 방법으로 불교가 제시하는 방법의 특징이 지혜수행에 가깝기 때문에 대표적인 즈나나수행으로 불교수행을 드는 것입니다. 누군가 ‘불교의 지혜수행’이라는 제목을 들고 한 편의 동영상으로 그것을 설명하려 했다면 저는 처음부터 완전히 오해와 착각으로 시작한 거라고 한마디 했을 겁니다.말..

IAMTHATch 2024.12.02

[IAMTHATch] 선과 깨달음, 선문답에 친숙해지기

문자선을 해서라도 선문답에 익숙해지는 것은 공부에 도움이 되고 익숙해진 것이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의 장애를 만들지 않는다면 일단 시작을 쉽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실 선이라는 불교의 공부 영역이 현대인들의 익숙한 사고방식을 흔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선에 익숙해진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평소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의문을 갖고 돌아보는 기회를 자주 갖는다는 면에서 명상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것은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익숙하다는 것의 가장 대표적인 영어 단어가 매너리즘이라는 말인데 틀에 박힌 태도나 방식을 뜻하는 말이죠. 우리가 바라는 바는 이런 식의 익숙함이 아니라 자주 보니 좀 알겠다 싶은 familiar에 가깝습니다. 익숙해지기 위해 여러 선문답의 내용을 살펴보다..

IAMTHATch 2024.11.28

[IAMTHATch] 실천수행 방법

모든 형성된 것들은 소멸하기 마련이다.방일하지 말고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열반경  깨달음의 지도가 드디어 실천과 수행편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처음 깨달음의 지도를 계획하면서 1) 의식수준과 깨달음 2) 세계와 존재 3) 존재와 인식 4) 실천과 수행으로 시리즈의 순서를 정했던 것은 목표가 뭔지를 정하고 우리 생각의 틀을 점검한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물론 비교적 내용이 제한된 것부터 우선 정리해 보고자 한 것도 이유였습니다. 실천과 수행이 뒤로 밀린 이유는 서양 철학의 구성 순서가 주로존재론, 인식론 이후에 윤리학 같은 실행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존재론과 인식론에 해당하는 내용은 주로 유추적인 명제들인 반면 실천과 수행은 일종의 지침이기 때문에 그 종류나 불..

IAMTHATch 2024.11.27

[IAMTHATch] 선과 깨달음, 초심자의 선문답 이해

선에는 문자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래가 좀 오래된 것이긴 한데 선 공부의 이런저런 경우를 많이 보고 또한 질문과 해답을 겉모습으로 판단해 그에 맞게 이해를 가진 답을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한마디로 말과 글을 떠난다는 선의 취지에 반하기 때문에 비록 문답이 있고 때로는 정말 그럴듯한 해제가 있지만 그런 경우는 올바른 선이 아니라는 뜻으로 문자선이라고 하는 것이죠.좋은 뜻으로 쓰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선 공부를 처음 하면서 아예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따라가기는 힘듭니다.삭발하고 절에 들어가 공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런 분위기에 젖기도 힘들고 막막하게 혼자 선문답을 본다고 방법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경우에는 선에 익숙해지기 위해 맞고 틀리고 하는 것을 떠나 따라해 보기도 하고 왜 이런..

IAMTHATch 2024.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