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MTHATch 136

[IAMTHATch] 세계관과 인식론 (1/2)

인간은 교육을 통하지 않고는인간이 될 수 없는 유일한 존재다.-임마누엘 칸트  인식론이 도대체 뭘 연구하고 주장하는 것이냐 하면 사람이 무언가를 안다는 게 어떤 것인지 사람이 무언가를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참과 거짓은 어떻게 분별하는지 등을 탐구하는 것이 주된 과제다라고 백과사전에는 설명합니다. 서구철학에서는 고대 그리스부터 인식의 문제가 다루어졌습니다.외부의 사물과 사건을 누가 어떻게 인식하는지 또는 안다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이런 문제들이 많은 철학자들이 다루었고 무엇이 있고 없고 하는 존재론과 같이 다루었기 때문에 서구 철학에서 존재론과 인식론은 매우 중요한 핵심 주제가 되었습니다. 서구 고대의 전통적 인식론은 지식과 그의 지식이 진리인지를 다루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런 경향을 [존재론적 인식론..

IAMTHATch 2024.10.24

[IAMTHATch] 선과 깨달음, 천 길 낭떠러지

안수정등이라는 잘 알려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안수, 절벽의 나무와 정등, 우물의 등나무 넝쿨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제목 말고 맹수에게 쫓기다가 절벽에 매달린 채 꿀을 빨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아, 그 얘기”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갑자기 사방에서 일어난 불길에 둘러싸였습니다.놀란 상황에서 갑자기 맹수인 코끼리가 나타나 달려듭니다.코끼리를 피해 도망을 가다가 절벽에 이르렀습니다.마치 깊은 우물처럼 생긴 이 절벽으로 사람이 매달릴 만한 넝쿨이 드리워져 있었고 이 사람은 잽싸게 덩굴을 부여잡고 내려가 코끼리를 피했습니다.바닥으로 내려가서 좀 쉬었으면 했는데 그 아래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끔찍스러운 뱀 세 마리가 혀를 낼름거리고 있습니다.위에는 맹수요, 아래는 뱀..

IAMTHATch 2024.10.23

[IAMTHATch] 베다와 우파니샤드

이것이 영원한 아슈밧타 나무다.나무는 뿌리를 위로가지를 아래로 향해 뻗고 있다-카타 우파니샤드  우리는 앞서 깨달음 전통의 세계관에 대해 훑어봤습니다.때로는 이해하기 위해서이고 때로는 선입견을 부수기 위해서이며 때로는 거꾸로 된 시각을 뒤집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렇게 이해하고 부수고 뒤집는 작업은 그 자체가 정견을 바로 세우는 수행입니다. 바로 세우기 위해 이해하고, 부수고, 뒤집은 이 작업은 물론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제를 놓고 세계관의 이야기를 해본 것은 산을 오르는 동안 계속되는 이 작업의 큰 범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제약이 없지 않아 종횡무진으로 많은 것을 본 것은 아니었지만 얼추 꼭 필요한 깨달음 전통을 훑었고 또 앞으로 기회가 되는 대로 범위를 더 확대해 볼 것입니다...

IAMTHATch 2024.10.22

[IAMTHATch] 선과 깨달음, 기독교와 선

카톨릭의 유명한 명상 수행자였던 토마스 머튼은선 해설자인 스즈키 다이스세츠와 대화를 나눈 이후 불교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그가 마주 본 것은 절대적인 공과 직면하는 것과 같은 대단히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이면서도 실감나는 그 무엇이었습니다. 그는 자기를 대신하는 그 무엇이 뭔가를 보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체계화된 불교의 교리 정도가 아니라 그가 배워왔던 카톨릭의 가르침을 넘어서는 명료한 가리킴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머튼처럼 가톨릭 출신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 교회를 다녔던 사람이라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 가끔 예수님이 했다는 말 중에 이해하지 못할 말을 보았을 때는 그냥 “뜻..

IAMTHATch 2024.10.21

[IAMTHATch] 선과 깨달음, 가까워서 못본다

“기독교는 너무 멀어서 못 보고 불교는 너무 가까워서 못 본다.”어떤 스님께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해석은 다양할 수 있겠네요. 멀다는 건 예수님이 현실의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사람이라는 말이겠습니다.신과 인간을 대비하니 멀겠고 가깝다는 건 “당신이 부처다”라고 하는데 그건 또 너무 가까워서 모른다는 거죠. 그런데 절에 가서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부처님은 엎드려 절하는 신성이 되어 있죠.부처님은 전혀 가깝지 않습니다.  종교가 그런 거라고 하면 수긍합니다만, 석가세존이 예수 그리스도에 비해 그다지 가깝지 않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낀다는 생각은 꼭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선문답의 전통을 헤아리면서 느끼는 것은 선문답에서만큼은 이런 종교적 권위 ..

IAMTHATch 2024.10.17

[IAMTHATch] 신비주의 세계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그 빛이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창세기  신비주의는 참으로 많은 영역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비가 뭐냐 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정의하기 나름입니다. 신화, 마법을 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령, 정묘를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영성과 깨달음을 신비의 영역으로 볼 수도 있고 이성과 합리의 과학이 아닌 것을 모두 신비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주제가 워낙 방대해서 선별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다만 우리는 지금 깨달음 공부를 위한 세계관을 점검하고 있는 중이라 그에 걸맞은 주제를 하나 정도 고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고려했습니다. 후보를 놓고 저 혼자 투표를 했습니다. 후보에는 각 종교의 신비주의, 초자연 현상, 기타 등등등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는 [카발라]입니다. 카..

IAMTHATch 2024.10.16

[IAMTHATch] 현대과학의 세계관

종교 없는 과학은 무력하고과학 없는 종교는 눈 먼 것이다.-아인슈타인  깨달음 지도에 필요한 세계관을 훑어보면서 현대과학을 피해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깨달음 공부를 하면서 때로는 과학의 합리적 유물론의 한계와 폐해를 지적합니다. 하지만 깨달음 공부가 같은 방법을 쓰면 같은 결과가 나오는 과학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는 과학을 입증 가능한 사실이라는 측면에서 진실의 뉘앙스로 표현하기도 하죠. 과학은 이렇게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장애이자 도구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이런 이중성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현대과학이라고 말하는 과학의 내용과 영역, 편견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많은 부분은 켄 윌버의 저작인 현대물리학과 신비주의>에서 옮겨왔습니다. 정신세..

IAMTHATch 2024.10.15

[IAMTHATch] 유식의 법계

나의 정신과 세계를 이루는 요소들은동일하다.-에르빈 슈뢰딩거  유식무경, 10년을 공부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내가 안다는 것이 뭔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유식론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유식을 정리한 분들이 너무 뛰어난 천재들이라는 걸 알았죠. 저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천재를 알아보는 수준이었던 겁니다.  서구의 현대 심리학과 물리학은 다 같이 의식의 문제를 조명하고 있습니다.놀랍죠? 아는 것이 곧 존재하는 것의 문제입니다. 분명하게도 서구 철학은 존재론과 인식론이 나뉘어져 있었건만 현대 물리학 이후의 기조는 안다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의 차이에 대해 명백한 기준을 정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들이 대단히 많은 논쟁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연기법을 처음 듣고 ..

IAMTHATch 2024.10.14

[IAMTHATch] 선과 깨달음, 회광반조

“어떤 것이 큰 도입니까?”“너를 무시하는구나” 진실한 법계가 있다, 혹은 없다 이것이 보이느냐, 저것이 들리느냐, 이것이 느껴지느냐?  선사들의 질문이 바닥에 마구 떨어집니다.있다, 없다는 것이 모두 환이라면서 왜 그것이 문제가 될까요? 진실한 법계는 그 자체로 이미 실체가 드러난 것이고 그 의미와 소리 또한 내재해 있습니다. 우리는 늘 분별로서 있다, 없다라는 의미의 주의를 쏟기 때문에 실재를 못 봅니다.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의 분별이지 실재가 아닙니다. 우선 의미를 제거해 보죠. 그러면 법계가 있다, 없다는 문제는 사라집니다.환인 것이죠.  이제 그 소리의 음운과 성조만 남았습니다.실제는 이 음운과 성조와 함께 섞여 있습니다. 음운과 성조도 제거해 봅시다. 그러면 뭐가 남죠?  말의 뜻을 제거하고,..

IAMTHATch 2024.10.10

[IAMTHATch] 화엄의 법계

한 알의 모래알에서 우주를 보고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손바닥 안에 무한을 거머쥐고순간 속에서 영원을 붙잡는다-윌리엄 블레이크, 순수를 꿈꾸며>  화엄경의 연기법이 다른 것과 다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다만 우리는 화엄경을 통해 연기법의 다채로운 모습과 표현법을 보고 좀 더 깊이 있게 연기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한다는 겁니다. 제목을 ‘화엄의 법계’라고 한 것은 특별히 화엄경에는 법계라는 용어가 쓰입니다. [계]라는 단어는 우리가 연기법 동영상의 맨 처음에 이야기했던 세계관의 그 계입니다.화엄에서는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다룹니다. 제법무아가 아니라 제법계연기를 설파하는 다소 스케일이 커진 표현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화엄경을 쉽게..

IAMTHATch 2024.10.09

[IAMTHATch] 삼법인의 세계

제행무상 시생멸법 생멸멸이 적멸위락諸行無常 是生滅法 生滅滅已 寂滅爲樂 모든 지어진 것은 무상하니생겨나고 소멸하는 법이다.생겨나고 소멸함이 그치면소멸의 고요가 즐거움이 된ㄷ.-열반경   불교의 문패라고 할 정도로 가장 보편적인 진리 부처님의 깨달음을 나타낸 것이 삼법인입니다.세 개다, 네 개다, 또는 초기 경전에는 없다 등의 논란이 있지만 부처님의 교서를 정리한 것이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삼법인은 제행무상 제법무와 일체개고 또는 열반적정을 들며 대부분의 경전에서는 네 가지를 무상, 고, 무아, 열반의 순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초기 경전에는 주로 무상, 고, 무아를 이어서 설명하기 때문에 저는 여기서 그 순서에 따라 내용을 구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행무상]입니다. 제행무상의 뜻은..

IAMTHATch 2024.10.08

[IAMTHATch] 선과 깨달음, 절실함의 정도

“지렁이를 두 토막으로 끊으면 두 토막이 모두 움직이는데 불성이 어느 쪽에 있습니까?” 이런, 스님들이 살생 근처에도 안 가는데 이런 질문을 하다니 그렇지 않죠. 자기 목숨을 거는 것도 살생 시도는 맞습니다. 선은 목숨을 거는 치열함이라고 말씀드린 것이 기억납니다.남전 스님은 고양이에게 불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자 고양이 목을 베어버렸어요.동물보호법 위반의 동물 학대죄입니다.  위반이 많다 보니 가능하면 진도를 나가기 전에 정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저도 지렁이를 토막 내고 질문을 한 스님에게 한마디 해야겠습니다.“스님, 스님이 손톱을 깎아서 버리면 뭘 버린 겁니까?” “사실은 손톱이 스님을 버린 건데 깎아서 버린 제 손톱을 어쩌란 말입니까”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 참에 저는 과..

IAMTHATch 2024.10.07

[IAMTHATch] 불교의 연기법

연기법은 내가 만든 것도 아니요,또한 다른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니다.그러므로 그것은 여래가 세상에 나오거나, 세상에 나오지 않거나법계에 항상 머물러 있다.-연기경  불교의 연기법은 시기와 지역에 따라 설명의 형식은 달라지지만 그 본질적 내용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을 정도로 불교의 핵심 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연기적 세계관은 불교의 것만은 아니며 거의 모든 깨달음 전통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석가세존도 연기법을 본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분명히 알려주는 것이라 했죠. 어쨌거나 불교는 연기법을 빼면 불교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본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연기적 세계관을 이야기할 때는 많은 부분을 불교에서 가져오게 됩니다. 저 역시 연기법에 대해서는 주로 불교의 그것을..

IAMTHATch 2024.10.03

[IAMTHATch] 선과 깨달음, 유도심문과 정신요법

날마다 맞이하는 인연 속에서 “이렇게 말하는 이 놈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만 들어 오고 가며 끊임없이 이것을 의심하다가 이치로도 알 수 없고, 뜻으로도 알 수 없으며 아무 재미도 느껴지지 않아 마음이 뜨거워지고 답답해질 때 바로 이 자리가 목숨을 놓아버릴 것이며 또한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되는 기본이 된다.-조주 큰스님이 밥그릇을 씻다가 개구리 하나를 두고 새 두 마리가 먹잇감을 다투는 것을 보았다.같이 보면서 설거지를 하던 중이 물었다. “저것이 왜 저런 지경에 이르렀습니까?”“다만 그대를 위해서다.” 큰스님이 대중의 무리들과 함께 밖에 나갔다가 돌기둥을 보고 합장했다.“안녕하십니까? 세존이시여” 같이 있던 어떤 종이 말했다.“스님, 이것은 돌기둥입니다”. 큰스님이 말하기를 “목이 터지도록 울어도 쓸데..

IAMTHATch 2024.10.02

[IAMTHATch] 깨달음 전통의 존재론

큰 뱀 위에 거북이가 있고그 위에 세 마리의 코끼리가 바다에 둘러 싸인원반 모양의 대륙을 떠받치고 있으며다시 그 위를네 마리 코끼리가 올라 타 있으며그 위의 주변에 태양, 달, 별이 돌고 있다.그 위엔 신의 세계가 존재한다.-힌두 신화  앞서 보았듯 서구적 세계관은 오래전부터 이어온 형이상학적 전통과 근대 이후 발달한 자연과학의 세계관이 섞여 만들어졌습니다.창조, 천국, 신과 같은 단어와 물질, 시간, 공간 같은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우리는 그런 단어들을 두루 섞어 쓰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습니다.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는 것은 그런 개념들이 제시하는 사실들이 서로 모순되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죠.우리는 어떤 것들은 명백한 사실로 어떤 것들은 신화, 전설, 상상이나 종교의 영역으..

IAMTHATch 2024.10.01

[IAMTHATch] 세계관과 존재론

제 아무리 지속적이고 불변하는 것일지라도현실은 단순히 환상일 뿐이다.-아인슈타인  제목이 좀 어렵습니다. 세계관과 존재론이런 제목이 익숙한 분도 있을 겁니다. 사전 그대로 옮기면 ->세계관은 어떤 지식이나 관점을 가지고 세계를 근본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나 틀을 말합니다. ->존재론이란 모든 존재하는 것이 공통으로 지니는 근본적인 규정이나 원리를 고찰해 설명하려는 노력입니다. 어려운 말로 형이상학이라고 하죠. 조금 쉽게 말하자면 “너는 세상이 왜 있는 거 같니?” “너는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아니?”“너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니?”와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세상의 만물과 사건을 구성하는 근본적 요소나 그 작동의 원리와 이치에 대한 -견해가 바로 세계관이고 -그에 대한 설명이 존재론입니..

IAMTHATch 2024.09.30

[IAMTHATch] 선과 깨달음, 의식수준과 선문답

철학자 김용옥 교수는 하나의 정신문화가 다른 문화에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은 전달하는 문명은 물론이고 전달받는 문명에게도 그것을 전달받을 수 있는 수용성 즉 개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번역해서 이해할 수 없으면 그것은 전달될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인도의 불교가 중국에 전례되었을 당시 인도 불교의 공개념이 쉽게 수용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중국에 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도교에 이미 있었던 [빌 허] 텅 비었다는 뜻이 [허]라는 개념이 불교의 [공]을 수용하는 개념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주장을 찬성하고 반대하고를 떠나서 저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왜냐하면 인도 불교에는 없는 중국 불교의 독특한 문화이자 방편이 바로 [선]이기 때문입니다. ..

IAMTHATch 2024.09.25

[IAMTHATch] 선과 깨달음,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그대가 있는 그곳이 아니면 어떻게 찾겠습니까? 선문답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조금 걱정한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모르는 분은 몰라서, 아는 분은 알아서, 뭐 어쩌라고? 하는 상황입니다. 선문답의 결론은 알고 모르고가 아닙니다. 알면 안다고, 모르면 모른다고 스스로 끝을 내버리는 것은 선공부가 아닙니다. 2021년에 입적하신 고우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화두 참구하는 자세는 정견을 바로 세우는 데에서 출발한다. 특히 수행자는 삼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선에서 삼매는 의심하는 그 자리에서 생각의 길도, 말 길도 끊어진 상태를 말한다. 만약 그 자리에 조금의 알음알이가 붙으면 삼매가 아니다. 삼매는 생각과 말이 끊긴 그 순간이다. 그때 의심이 일어나 알고자 하는 강렬한 마..

IAMTHATch 2024.09.24

[IAMTHATch] 묘각, 무아견성, 의식수준 700

“심상이 생겨나서 머무르고 변해가고 소멸되는 4가지 현상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대승기신론> 서광 스님 드디어 궁극의 깨달음에 이르렀습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차분히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죠. 서광스님의 책을 참고해 제목만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인과에 대한 깨달음, 범부각(2) 본질과 현상의 차이에 대한 깨달음, 상사각(3) 본질과 현상의 동질성에 대한 깨달음, 수분각(4) 본질과 현상의 동질성과 차이에 대한 깨달음, 등각(5) 완전한 깨달음, 묘각 우리는 이미 등각 편에서 등각과 묘각의 차이에 대해 알아본 바 있습니다. 한 번 더 반복해 볼까요? 돈오입도요문론이라는 경서에 보면 즉색즉공卽色卽空, 명위등각名爲等覺이라는 말이 있는데 색즉시공..

IAMTHATch 2024.09.19

[IAMTHATch] 등각, 비이원, 의식수준 600

“생각과 관념이 만들어낸 이미지와 모양에 대한 차별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실체를 파악한다.”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대승기신론>, 서광 스님  수분각에 이은 구경각은 참된 깨달음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뜻의 등정각, 즉 등각입니다.  우리는 앞서 대승기신론에서 깨달음의 경지의 차이를 범부각, 상사각, 수분각, 구경각의 4각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기신론이 또한 구경각 위의 깨달음인 묘각을 상정하고 있는 것도 봅니다.  기신론의 깨달음 체계를 보면 이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신론은 깨달음의 세 가지 측면을 본각, 불각, 시각으로 나누죠. -본각은 내가 원래 부처라는 것이고 -불각은 내가 부처라는 것을 모르는 무명 상태입니다. -시각은 불각에서 본각으로 가기 위한 과정..

IAMTHATch 2024.09.18

[IAMTHATch] 수분각, 의식수준 540

“나와 너의 다양한 외형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절대 동등하고 평등하다는 사실을 의식· 무의식의 수준에서 깨달은 상태다.”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대승기신론>, 서광 스님  우리는 대승기신론의 깨달음 공부 수준인 범부각, 상사각, 수분각, 등각(구경각)과 공부를 끝내고 본각으로 합일한 묘각, 다섯 단계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수분각에 대해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매 단계의 깨달음을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왜 이런 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가?” 하는 점입니다.  처음 깨달음을 의식수준과 연결해 이해할 때 우리는 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용어는 아마도 사람마다 매우 다양한 뜻과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순서가 바뀐 것일..

IAMTHATch 2024.09.12

[IAMTHATch] 선과 깨달음, 눈을 뜨나 감으나

고요한 가운데 홀로 아는 그것 그것입니다. 라즈니쉬는 이 세상의 종교를 모두 폐지하더라도 선과 수피즘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선은 특정한 종교나 사상과 상관없이 사람이 의식적인 생물이라는 조건이 변하지 않는 이상 현상과 본질의 차이와 동일성을 직관적으로 알게 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인류의 의식이 진보하거나 사고방식이 바뀌면 사라져 버리는 그런 접근방법과는 질적으로 다르죠. 선은 그 유래가 비밀스럽기는 하지만 어쨌든 아는 사람들은 모두 석가 세존이 연꽃을 들어보였던 가섭을 시조라고 봅니다. 그 후 보리달마가 맥을 이어 중국 선종의 초조가 됩니다. 이를 이은 조사들이 6대까지 선불교의 초기를 만듭니다. “세존이 회상에서 대중들에게 설법을 하시다가 돌연 꽃 한송이를 손으로 치켜드..

IAMTHATch 2024.09.12

[IAMTHATch] 상사각, 현상과 본질의 이해

“현상이 차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생각, 관념, 개념이 차별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서 차별적인 생각. 관념, 개념에서 벗어난다.”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대승기신론> 서광 스님 상사각은 대승기신론 5위 중 두 번째 단계입니다. 한자 뜻 그대로 ‘깨달음과 비슷하다’, 유사한 깨달음이라는 말입니다. 깨달음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이런 단어를 대승기신론에서 설정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대승기신론의 설명을 한 번 볼까요? “거친 분별과 집착하는 모습은 떠났기 때문에 상사각이라고 한다.” ‘거친 분별과 집착하는 모습을 떠났다’고 하는 것은 아직 미세하지는 않지만 큰 것들은 대충 제거된 상태, 혹은 개념적으로는 알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개략적으로 정의하면 공부를 시작..

IAMTHATch 2024.09.11

[IAMTHATch] 선과 깨달음, 코끼리 바위

당신이 안다고 하는 것이 정말 아는 것인가요?코끼리 바위는 도대체 코끼리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선의 전통은 가만히 보면 불교의 전통이면서도 불교의 기본 줄기와는 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부처님의 초기경전에 그것이 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 많지 않아서 그럴 겁니다. 염화미소라고 하는 가섭불의 이야기도 잘 알려진 대표적인 경전에 수록된 것은 아니어서 선종이 아니라면 중요한 이야기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거기다 석가 세존은 형이상학적인 물음에는 ‘무기’라고 해서 아예 대답조차 하지 않으신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다 보니 후대의 선사들이 나눈 선문답에 대해, 과연 석가 세존이라면 어떻게 대답했을까?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죠. 마치 석가 세존이 답한 것처럼 지어진 선문답도 꽤 많은 이유..

IAMTHATch 2024.09.11

[IAMTHATch] 범부각, 자각과 회개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알고 원치 않는 악의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서 악의 원인을 억제한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행위가 자신과 타인의 불행과 고통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대승기신론> 서광 스님  범부각은 깨달음 공부를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발심의 단계입니다. 대승기신론에서는 범부각을 불각 깨달음이 아닌 상태와 같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깨달을 각’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깨달음 공부에 입문하기 위해서 최소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것이 범부각의 내용일 것입니다. 대승기신론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범부각 이전, 이하가 어떤 상태인지는 짐작하는 바가 있을 겁니다. 불교에서는 모든 사람이 이미 깨달아 있으나 그것을..

IAMTHATch 2024.09.10

[IAMTHATch] 선과 깨달음, 눈앞이 캄캄한 놈

이쯤에서 저희 선문답 기록을 한번공유해야 할 듯합니다제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마도 많이 놀랍거나 또는 공감이 가는 상황이거나 할텐데요 저는 정말 선문답을 시옷도 감이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저의 어릴 적 성향은 공부머리로는 좀 맹하고 엉뚱한 것, 재미난 것만 찾아다니는 기질이었습니다. 그러던 사람이 30대에 들어서자 갑자기 이성적, 합리적인 것을 추구하기 시작해 저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이 제 기질이 그런 줄 알 정도였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선문답이란 것은 몹시 기괴하고도 꿍꿍이 속이 있는 것 같은 암호, 상형문자 같은 것이었습니다. 거기다 시중에 선문답을 제대로 아는 스승이 없어 보였고 대부분은 아리송하고 모호한 상황을 슬쩍 비켜 가는 몽매한 용도로 쓰이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저는 그래서 선문답을 가까지 하..

IAMTHATch 2024.09.09

[IAMTHATch] 선과 깨달음,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선문답에는 보고 듣는 것을 예로 든 사례가 꽤 있습니다. 아마도 사람의 시각과 청각이 전체 감각의 80% 이상을 주도한다는 현대 심리학의 분석결과가 그걸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감각기관은 우리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직지의 영역이라서 그것을 활용한 가르침이 적지 않습니다. 사람이 감각으로 아는 것을 유식에서는 현량이라고 합니다. 생각으로 한바퀴 돌아나와 아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날 것 그대로 아는 것이죠.  상사각 이상의 공부에서는 이것을 곧바로 느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공부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선문답이 좋은 재료가 됩니다. “왼쪽 눈으로 보는가? 오른쪽 눈으로 보는가?”“눈을 감으로 눈을 뜨나 오직 볼 뿐!”“스님, 말을 떠나서 한 말씀해 주십시오.” “콜록콜록!“입 없는 노인네가 왜 이리 ..

IAMTHATch 2024.09.05

[IAMTHATch] 선과 깨달음, 선문답으로 깨칠 수 있는가?

의식수준과 깨달음을 등치 시키면서 선문답과 깨달음을 연결하는 것을 보면 선문답으로 깨달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저는 선문답의 용도를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앎의 경지가 있다고 했을 때1) 아직 깨치지 못한 이에게 화두로 던지기. 즉, 분별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입니다.2) 문턱에 도달한 이를 밀쳐서 경지에 이르게 하기. 일종의 시험, 확인과정입니다.3) 실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기. 먼저 이른 사람이 묘사로 가르치는 것입니다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라는 영화의 첫 장면에는 선종의 6조 혜능의 선문답이 나옵니다. 덕분에 영화의 품격이 높아 보이지만 이것은 문답이 아니라 묘사로 가르치는 상황에 가깝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을 보고 수..

IAMTHATch 2024.09.04

[IAMTHATch] 깨달음 전통의 의식 수준

“대승기신론은대승불교의 핵심적 사상을 요약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마음의 본질과 작용, 그리고 깨달은 마음과 깨닫지 못한 마음에 대한 체계적 설명을 통해서 깨달음과 무지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서광 스님 이제 본격적으로 깨달음의 단계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앞서 우리는 켄 윌버와 데이비드 호킨스라는 출중한 현대의 학자 겸 구도자를 통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깨달음이 사실상 전우주적으로 통합적인 것이고 의식의 구조와 상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발견과 정의들이 기존의 깨달음 전통을 재해석할 수 있도록 만든 아주 훌륭한 틀이라는 점도 공감했습니다. 켄 윌버는 자신의 저서 의식의 스펙트럼>을 통해서 인류의 거의 모든 종교, 철학에서 의식수준, 존재수준에..

IAMTHATch 2024.09.03

[IAMTHATch] 선과 깨달음, 안에도 밖에도

선문답이나 화두는 모두 생각으로 궁리하지 말라고 하는 수행법입니다.  화두는 하나의 생각에 집중함으로써 다른 생각을 모두 걷어내고 마지막에는 화두 그 자체를 넘어서라는 것이죠.  쓰는 언어 자체가 논리의 바깥에 있다는 점에서 선문답도 화두의 원리와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화두는 집중이고 선문답은 직관에 가깝죠.  저의 도반 중 한 사람은 이른바 원상 법문을 화두로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원상이란 마조스님이 뜰에 원을 그려놓고 “이 원 안에 들어와도 몽둥이로 맞을 것이고, 들어오지 않아도 맞을 것이다!”라고 한 선문답을 말합니다. 저의 도반은 “손과 머리를 쓰지 말고 원 안에 있는 것을 꺼내보라”는 원상 화두를 받은 후, 수일이 지나도록 어쩔 줄 몰라하며 말 그대로 앉으나 서나 둥근 것만 보면 그 안에 ..

IAMTHATch 2024.09.02